퀵바

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구글과애플
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최근연재일 :
2019.03.26 16:50
연재수 :
134 회
조회수 :
763,369
추천수 :
10,506
글자수 :
727,138

작성
19.02.23 13:32
조회
2,235
추천
42
글자
12쪽

29장 1막. 아버지

DUMMY

“아니요. 가끔 가다 오는 아버지를 보면 할 수 없었죠. 왜인줄 알아요? 내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위악이란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죠. 만약 그 때 이런 말을 했다면 아마 제 자아는 완전히 무너졌을거에요. 그런데 웃기게도 대가리가 다 커서 지금은 왜 이런 어리광을 부리는 줄 알아요?”

“·········”

“이제는 다 잊었으니까요. 근데도 아직까지 잔재가 남아 있네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우와, 지금 생각하니 그 삼척에 그 새끼들 죽여버리고 싶네!”

“내가 도와줄까?”

정재영은 인피니티 서클의 간부였다.

그의 말 한마디면 삼척의 양아치들 따위는 한 박스가 있어도 명령만 내리면 바로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동혁은 거절했다.

“관심 없어요.”

동혁은 육망성을 돌려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혈육의 정. 이에 대해 문득 생각했다.

선택에 대한 잘못,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회한.

만약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 이 감정의 골은 쉽게 풀지 못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온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장씨 가문의 종손이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확히는 딸의 자식이니 종손은 아니다. 허나, 데릴 사위로 이미 장씨 성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는 장씨 가문의 첫째딸이자 아버지의 부인인 장혜숙의 야망과도 연관이 크다. 그래서 전생에는 아버지의 권력에 기대기 위해 생존을 위해서 이 집의 양자로 들어갔었다. 허나, 오늘은 다르다.

그는 진심으로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현재 그의 능력으로 볼 때 그 때처럼 굳이 인피니티 서클에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니, 그보다는 지긋지긋한 혈연을 떼지 못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본론을 말하세요.”

눈치를 보던 아버지를 향해 결국 먼저 입을 뗀 것은 동혁이다.

“나이를 먹으니 많이 영리해졌구나. 그래. 솔직히 말할게. 우혁이가 죽었다. 알다시피 그 아이는 가문의 종손이야. 지금 아이를 다시 낳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국 안 사람과 상의 끝에 너만 괜찮다면 너를 호적에 입적시키는 문제 때문에 왔단다.”

“유산 문제와 후계 구도 때문이겠죠?”

“아무래도 그렇지.”

“좋아요. 그렇게 하죠.”

“너, 너··· 어떻게 생각도 안 해보고.”

“왜요? 어차피 답은 뻔한 것 아닌가요?”

“그래도 이건 아니다. 아무리 안 사람이 동의를 했다 해도, 아직 가주님의 승낙도 못 받았고 무엇보다 네가 여기 들어오면 불편한 상황도 많을거야.”

정재영은 당혹스러웠다. 아내의 강력한 요청으로 왔으나, 내심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들이 이 험한 세상의 풍파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걱정이 결국 발걸음을 옮기게 했다.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부모의 믿음이다.

“괜찮아요. 어차피 좋은 가문에 입적하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겠죠.”

“고맙구나.”

“굳이 그런 말씀 안해도 됩니다.”

동혁은 아버지를 보고 있었다.

미움도 아픔도, 분노도 왜인지 몰라도 생기지 않았다.

굳이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속이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적당히 돈을 벌고, 적당히 능력이 생겼다면 아마 자랑을 했으리라.

무엇보다 그루트가 신경이 쓰였다. 전생의 기억으로 볼 때, 그루트쪽에서 자신이 적으로 인식된다면 분명 가족은 그에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아무리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 해도 역시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동혁은 생각했다.

‘무엇보다 그게 인피니티 서클에 있으니···’

굳이 양자로 타인의 가문에 입적을 하려던 결정적인 이유.

그것은 바로 그루트가 찾던 그것 때문이다.

전생에는 단순히 그 때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속된 말로 출세를 위해 원하지도 않았으나, 장씨 가문에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완전히 달랐다.

거기다 향후 세력 판도로 볼 때 육대 메이저 중 하나인 인피니티 서클은 꽤 매력적인 곳이다.

동혁은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더니 입을 뗐다.

“아, 그리고 저 현재 각성자입니다.”

정재영의 눈빛이 변한 것은 그 시점이다.

“정말이냐?”

“네.”

“다행이구나.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기쁘구나.”

정재영은 내심 기뻤다. 굳이 수준을 물어보지 않은 것은 어차피 그 나이대 각성자의 능력은 뻔했기 때문이다. 일단 각성자라면 가문으로 들어가더라도 크게 홀대 받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인피니티 서클과 같은 메이저 조직은 정치적 암투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장씨 가문의 종손이 능력이 없다는 것이 확인이 되면 향후 앞날이 험난한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 아닌가.

그럼에도 억지로 전처의 아들을 데려온 것은 방법이 없어서였다.

내심 어떤 일이 있어도 아들을 지켜주겠다고 굳은 각오를 하며 왔다.

죽은 장우형은 5층계.

어릴 때부터 DNA 변형 시술과 온갖 약품을 통해 능력을 끌어 올렸던 탓에 주위에서 빠른 성취라고 얼마나 자랑을 했던가?

비록 우형이와 비교는 안 되겠지만, 그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이 각성자가 되었다니 가슴이 벅찼던 것이다.

“솔직히 믿어지지 않는구나. 어떻게 아무 기본도 없이 그게 가능하지?”

“운이 좋아서 에잇 큐빅에 포터 Porter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뭐 알다시피 포터라는게 장비나 식량을 메는데다 죽거나 다칠 확률이 워낙 높아서 돈을 많이 주거든요. 그런데 거기 들어갔던 탐사대원들은 전멸하고 운이 좋아 살았는데 거기서 기물 하나를 얻었죠.”

“그래서?”

“근데 알고보니 법보더라고요.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게 강신 降神 해서 제 심장을 파먹고는 그 대신에 생겼는데 이게 힘이 무진장 세서요.”

동혁은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천연덕스럽게 설명하는 중이다.

육망성이란 것만 제외하면 전부 거짓이었으나, 의외로 정재영은 믿는 눈치였다.

이 시대에 차원의 균열 때문에 이런 강림이나 강신 현상은 드물기는 해도 간혹 가다 있다.

기연의 하나인데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다행이구나. 조부님께서 좋아하시겠어. 그 분의 성향으로 보면 분명히 환영할거야.”

“그 후로 용병도 뛰고 그래서 돈 좀 모았어요.”

“그렇구나. 많은 일이 있었어. 그런 줄도 모르고 걱정이 많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너에게 이런 일은 하지 않았을텐데 이 아비가 죄가 많구나.”

“괜찮아요. 뭐, 인피니티 서클이면 뽀대도 나고 그럴 테니 나쁘지는 않죠.”

“근데 장철산씨 아들도 있지 않나요? 왜 굳이 양자를 들이려 한거죠?”

“그 분이 혜숙이를 유독 이뻐하셨거든. 혜숙이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웠겠지. 야심이 많은 여자이니.”

“후대가 없으면 형제들에게 뺏길 것이 걱정이 되었나 보네요.”

“뭐 그렇지. 속물이라 말하겠지만 현실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하겠냐.”



***



분당의 어느 저택이다. 정갈한 한식이 테이블에 세팅되는 장면을 보면서 모두들 눈치만 볼 뿐이다.

결국 50대 초반의 근엄하게 생긴 여성이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결정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와줘서 고맙구나.”

“그리 힘든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여인의 이름은 장혜숙.

인피니티 서클의 개국 공신가 중 하나인 장씨가의 직계로서 친부인 정재영의 부인이기도 했다.

그 외에 동혁과 아버지인 정재영, 그리고 동혁과 한살 차이인 장아름이 있었다.

“장씨로 개명을 해야 할텐데 괜찮을까?”

“그러시죠. 저는 아무래도 상관 없습니다.”

“다행이구나. 보통은 이런 경우는 반발심이 클텐데 고맙게도 우리 제안을 받아줘서.”

“저에게도 좋은 조건이었으니까요.”

“솔직하구나. 근데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각성자라고 하던데?”

장혜숙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묻고 있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도 준비된 자만이 얻을 수 있지.”

이 때 장아름이 나섰다. 그녀 역시 데릴사위로 들어온 아버지의 성이 아닌, 외가의 성을 승계했는데 여자쪽 집안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 때는 제법 있는 일이었다.

“오빠? 속성이 뭐야?”

“어디 버릇 없이? 그런 말은 함부로 묻는게 아니다.”

굳이 금기 사항은 아니었지만, 초면에 상대의 능력 수위를 묻는 것은 아무래도 실례가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피잇, 엄마는 맨날 잔소리만 하고.”

가볍게 딸을 향해 질책을 한 혜숙은 딱딱한 말투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 큐빅이었지? 최근에 에잇 큐빅 중에 탐사대가 몰살한 케이스가 있던가?”

장혜숙의 미심쩍다는 듯 표정에 정재영이 냉랭하게 말을 잘랐다.

“여보? 아이를 앞에 두고 말이 좀 심하지 않아?”

“죄송해요. 저는 그저···”

허나 동혁은 웃고 있었다.

얼마만의 만남이던가? 전생에 그는 지금보다 몇 년 늦게 장씨가에 입적하게 된다.

그리고 무려 이십년 이상을 이들과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무섭다는 말처럼 동혁은 그녀의 의심 섞인 눈빛에도 기뻤다.

그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여인.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온 몸을 불사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으로 만약 남자로 태어났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갔을 것이다.

현재 인피니티 서클에 있는 36명의 정협위원 중 하나로 예결위 소속이다.

비록 서클 내의 예산 배정과 법령 입법을 전담하지만, 그다지 영향력이 있는 곳은 아니었다.

엄밀하게 말해 실권 있는 중앙 간부보다 더 끗발이 없다 할 수 있다.

아버지 또한 데릴 사위인 탓에 아무 직책이 없었고, 그 때문에 장씨 가문의 직계 중에서 최근 들어 기를 못 펴고 있었다.

근엄하게 앉아 있는 장혜숙을 슬쩍 보았다.

‘나한테 꽤 잘해줬지.’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 이 낯설고 무서운 환경에 들어왔을 때가.

특히나 형식상 조부인 가주의 냉혹한 시선에도 직접 나서서 외풍을 막아주던 기억까지도.

그다지 나쁜 기억이 없었다. 그래. 이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서먹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짜 가족처럼 느껴졌으니까.

비록 그것이 이해타산에 따라 그를 받아들였다 해도 이십년이 넘는 긴 세월은 모든 것을 융화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이해합니다.”

“미안하구나. 하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란다. 알다시피···”

“인피니티 서클에서 능력이 없으면 무시를 당하기 쉽겠죠. 그것도 친혈육도 아니고 보잘 것 없는 양자 출신이라면 더욱 그럴테고요.”

“맞는 말이다. 그나마 우혁이가 있었다면 괜찮았을텐데 지금은 걱정거리가 많아.”

장우혁은 젊은 나이에 5결인 사령의 신분까지 올랐던 인물.

십년 내에 사도의 신분이 가능하다고 회자될 정도의 기재.

5결과 3령.

이것이 일반적인 직급체계다. 그리고, 5결을 넘어 3령인 사도, 호법, 장로는 어느 조직이나 고위급 간부에 속한다.

4결인 부사는 부단장급이고, 5결인 사령은 단장급이다.

몽골의 헥토르가 바로 5결의 신분으로 지단장을 역임했으니 20대인 장우혁의 역량이 과거에 얼마나 뛰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 아들이 죽었으니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가문에서 입지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혁을 불러들인 것이다.

“자, 이제 음식을 듭시다. 동혁이 너도 아직 서먹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다.”

정재영은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으며 동혁에게 고개를 돌려 중재했다.

허나, 장혜숙은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말했다.

“괜찮다면 보여줄 수 있겠니? 네 능력을?”

“여보!”

“미안해요.”

“하지만 분명히 오기 전에 약속한게 있지 않소? 가뜩이나 낯선 환경인데 자꾸 이럴거요?”

“그래도 확인해야 돼요. 이게 동혁이에게 상처를 줄지 몰라도 어쩔 수가 없어요.”

동혁은 빙긋 웃었다.

“정 원하신다면 그러죠.”

그러더니 동혁은 가볍게 테이블쪽을 향해 손끝을 휘젓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34장 7막. 화랑 +6 19.03.26 2,286 54 10쪽
133 34장 6막. 화랑 +1 19.03.24 1,570 39 12쪽
132 34장 5막. 화랑 +1 19.03.24 1,499 35 12쪽
131 34장 4막. 화랑 +1 19.03.23 1,569 33 12쪽
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5 36 12쪽
129 34장 2막. 화랑 19.03.20 1,700 39 11쪽
128 34장 1막. 화랑 +1 19.03.18 1,733 43 11쪽
127 33장 4막. 역천의 힘 +1 19.03.17 1,881 47 12쪽
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125 33장 2막. 역천의 힘 +2 19.03.14 1,771 42 12쪽
124 33장 1막. 역천의 힘 +2 19.03.13 1,742 39 11쪽
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3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1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39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2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115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89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7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1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8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29 44 12쪽
»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108 28장 2막. 악티늄 +1 19.02.22 2,164 46 12쪽
107 28장 1막. 악티늄 19.02.21 2,173 46 11쪽
106 27장 7막. 비사벌 +2 19.02.19 2,216 43 11쪽
105 27장 6막. 비사벌 19.02.18 2,289 3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