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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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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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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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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장 1막. 크리처 돔

DUMMY

그렇게 잡념이 머리를 스쳐갈 때 누군가 사색을 깼다.

“안녕하세요. 고모님.”

“그래. 오랜만이네.”

“이게 얼마만이냐? 모두들 잘 지내는구나.”

“헤헤, 뭘요.”

안채에 있던 여기저기서 손자들이 몰려와 안부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허나, 소파에 앉아 있던 남동생인 장정훈, 장정수, 여동생인 장민아는 혜숙이 와도 그저 눈짓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여전하구나.’

동혁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이는 장녀인 혜숙의 입지를 말해준다.

만약 사위였던 정재영의 집안이 좋았거나, 혹은 혜숙이 한직에 있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응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형제자매라 해도 결국 경쟁자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가주의 그늘막이 있으니 대놓고 무시는 못해도 은연 중으로 아래로 보는 시선을 어찌 모르겠는가.

특히나 혜숙은 직설적이면서 강한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장철산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랐었다.

그 때문에 동생들은 오랫동안 불만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가 먹은 후, 완전히 서로의 입지가 바뀌자 배척 비슷하게 나타난 것이다.

장민아는 팔짱을 낀 채 다가와 장혜숙에게 말했다.

“근데 요즘 어때? 신임 총주가 위원회 해산시키고 다시 뽑는다 하던데 괜찮아?”

“아직 결정된 것은 없어.”

“암튼 언니도 대단하다. 서류 보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러다 눈 나빠지면 어쩌려 그래?”

“신경 써줘서 고맙네. 근데 너희는 괜찮아?”

“말도 마. 요즘 경기가 불황이잖아. 용병업계도 힘들어. 단가는 내려가는데 경쟁은 치열하거든.”

“그래도 듣자하니 이번에 중동 분쟁 지역에 뛰어 들어 큰 건 하나 땄다면서?”

“이런 일을 하려면 모험은 어쩔 수 없거든.”

“그래?”

“응. 시동생이 비사벌의 중동을 관할하는 장로와 인맥이 있어서 운이 좋았지.”

“비사벌의 장로와 친분이 있다고? 대단한데?”

“시댁이 인맥이 워낙 넓어서 솔직히 그 덕을 좀 많이 봤어.”

“그래도 그게 어디야?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

“언니도 잘 되겠지.”

장민아는 용병단에 시집을 갔다.

그 때만 해도 이클립스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용병단 중에 하나였지만, 이십년이 지난 현재, 이클립스 용병단은 승승장구를 하면서 현재는 용병단 중에서도 꽤 유명세를 떨치는 중이다.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익만도 상당한데다 조직도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장민아의 위치는 높아졌다.

둘 사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서로의 신분에서 느껴지는 격차에 혜숙은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그나마 자신에게 우호적인 둘째 동생인 민아는 대화라도 건넸으나 셋째인 장민희는 다가오지도 않았다. 남동생 둘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녀의 잘못도 있다.

어린 시절 혜숙은 과분하게도 아버지의 기대와 총애를 한 몸에 받으며 컸다.

그러니 나머지 동생들은 알게 모르게 소외되고 차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남편을 집안에 데려올 때부터 둘째인 민아를 제외하면 나머지 동생들은 극심한 반대를 했었다.

결국 몇 번의 감정 다툼이 발생했고, 그 후로 일부러 발길을 끊었던 곳이다.

이 때 첫째 동생인 장정훈이 다가왔다.

“조금 전 아버지한테 말 전해 들었어.”

“무슨 소리야?”

“저 아이 말야. 굳이 데려왔어야 돼?”

혜숙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말 함부로 하지마. 내 아들이야. 암튼 아버지한테 무슨 소리 들은거야?”

혹시라도 가주인 아버지가 거부를 하면 난감했기 때문이다.

“일단 지켜보겠다고 하셨어.”

“그래?”

“그래도 이건 아니지. 우혁이가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죽은 우혁이가 알면 뭐라고 하겠어?”

“네가 꺼낼 문제 아닌 것은 알지?”

“그건 알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더 이상 말하지 마. 알겠어?”

“그런가? 그렇다면 할 수 없고. 그나저나 충고하는데 성격 좀 고쳐. 그러니 조직에서도 밀리지. 어디서나 모난 성격은 문제가 생겨.”

그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혜숙은 장정훈을 쏘아 보았다.

“너 말 다했어?”

“때로는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어. 그래도 누나라서 말해주는거야. 뭐 알아 듣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만.”

장정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상대하기 싫다는 듯 돌아서고 있었다.

혜숙은 뭔가를 말하려다가 애써 참는 듯 눈동자를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



“네가 동혁이구나. 이리 와라.”

동혁에게 말을 건넨 이는 장정훈의 아들인 장수완인데 아버지의 후광을 받아 현재 총단의 행정 참모부 소속으로 작전 계획팀을 총괄하는 3결인 태보 太保 의 신분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쏟아진 것은 그 시점이다.

대부분 동혁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모두 장철산의 손자들인데 여러가지 눈빛이 그 순간 스쳐가고 있었다.

탐색 혹은 무시, 아니면 관찰.

대부분 부모로부터 동혁이 양자로 입적한 것을 알았고, 그 순간 동혁을 장가장의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계산을 했던 것이다. 혜숙이 결혼을 늦게 한 탓에 대부분 이들은 그보다 나이가 많았다.

이클립스 용병단의 단장 딸인 배수현이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 난 수현이야.”

“동혁입니다.”

“응. 아무튼 내가 두 살 더 많으니 말은 놓을게. 괜찮지?”

“그러세요.”

“지금 하는 일은 뭐야? 아카데미?”

“아, 그냥 쉬고 있습니다.”

“후후, 공부 못했구나. 완죤 나랑 판박이네.”

이 말에 둘째 삼촌의 아들인 장세창이 끼어들었다.

“노는 것도 한 두번이지 지겹지 않아?”

“지겨울게 있나요? 저는 많이 놀아보지를 않아서요.”

“하긴, 백수가 나쁠 것은 없지. 암!”

그 말에 장수완의 여동생인 장혜나가 위아래를 쑥 훑더니 웃었다.

“아니면 유학이라도 가지 그래? 왜 굳이 답답한 한국에 있으려고 해? 요즘 취업난 때문에 힘든거 알잖아? 왜? 고모님이 안 보내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서요.”

“그보다 할아버지 허락은 받았어?”

동혁은 짐짓 모른 척 되물었다.

“그게 중요한가요?”

“정말 몰라서 물어?”

그러던 그 때다. 장수완이 미간을 찡그리며 나섰다.

“혜나야. 됐다. 그건 우리가 관여할 게 아니야. 고모가 이미 허락한 문제고 할아버지도 뭐라 말씀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이제부터 우리 식구라 봐야지.”

“그야 그렇지만.”

“굳이 지금 이걸 꺼낼 필요는 없잖아?”

약간의 정적이 내려 앉았다. 민감한 질문이었던 탓이다.

동생인 장아름이 팔짱을 낀 채 냉랭한 말투로 쏘아 붙였다.

“수완 오빠 말이 맞아. 대체 면전에서 이딴 소리를 하는게 어딨어?”

동혁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침묵만 지킬 뿐이다.

“젠장, 간만에 왔는데도 또 이 지랄이네! 모처럼만에 만났는데 좀 적당히 해라. 누가 보면 우리 집안이 엄청 대단한 줄 알겠어?”

목소리의 주인공은 뒤늦게 도착한 신학수로서 신창가로 시집간 장미희의 아들이었다.

“학수 왔냐? 암튼 가장 늦게 온 새끼가 말은 더럽게 많아.”

“형은 어떻고? 고모님 입장 생각하면 이딴 개소리는 하면 안 되지. 안 그래?”

장세창은 불쾌한 듯 신학수를 보며 삿대질을 했다.

“그건 그거고 넌 오자마자 또 분란이냐? 그 성격 좀 고쳐. 그래 가지고 어디 우리랑 어울리겠냐?”

“또 꼰대질 한다. 형이랑 나랑 나이 차이 얼마나 나는데?”

“어휴, 저걸! 그냥!”

신학수는 몇 마디 말을 들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가와 앉았고, 이를 본 동혁은 가볍게 입꼬리를 치켜올렸다.

‘여전하구나.’

유일하게 이 집안에서 그의 우군이었던 친구다.

그와 동갑이지만 호족가의 특권 의식을 싫어했고, 반골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그 당시 외톨이였던 동혁을 잘 챙겨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훗날 이런 고집불통인 성격 때문에 신창가에서 배척을 당해 쫓겨났었다.

모두 다 모여서 다과를 먹고 한참 떠들다가 얼마 후, 이곳에서 가장 연장자인 장수완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 지겹게 여기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노는게?”

“좋죠. 어차피 이틀은 여기 더 있어야 하는데 술이나 마시죠.”

“근데 이틀이나 머물러야 돼?”

“후후,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너무 사랑하셔서 좀 더 오래 보고 싶어하시거든.”

“아, 꼰대들! 진짜 싫다--!!”

이 말에 장아름이 삐진 듯 투덜거리며 참견했다.

“근데 진짜 술집 갈거야? 오빠들! 여기 미성년자도 있는거 몰라?”

“그럼 넌 빠지든가. 너 빼고는 전부 어른이야.”

“치잇! 재미 없게.”

배수현은 거울로 립스틱을 바르며 권태로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가더라도 좀 괜찮은데 가자고. 괜히 어중이 떠중이 있는데는 시끄럽기만 하더라. 저번에 클럽 잘못 들어가서 웬 덜떨어진 양아치들이 부킹하자고 덤비는데 그것들 쳐내느라 혼났어. 진짜 자괴감 오지게 들더라. 내 수준이 고작해야 저런 것들하고 묶인다는게.”

“어이구, 꼴에 또 급을 따지셔?”

“왜 좀 따지면 안 돼?”

“저 완전 재수 없는 것 알지? 요즘 이클립스가 잘나간다고 자기가 무슨 공주라도 된 모양이네?”

“우리? 잘 나가지. 너무 잘나가서 탈인걸? 근데 수완 오빠는 어떻고? 자기도 똑같으면서 씹선비인척 하는게 오지셔.”

“내가 언제?”

“아, 모르면 됐거든!”

장수완은 언성을 높이며 날을 세웠다.

“이게 아주 날이 가면 갈수록 입이 걸레가 되네? 에휴.”

“오빠나 앞가림 제대로 하셔. 남의 밑에서 눈치밥이나 먹는 것보다 차라리 독립을 하는게 어때? 윗쪽으로 갈수록 고인물이 많아서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들걸? 애처럼 아버지만 믿지 말고.”

“그래도 싫다. 더럽게 돈을 벌면 좋냐? 수현아. 너 같은 애를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뭐라고 하는데?”

배수현은 피식 웃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졸부!”

“큭큭, 질투하는거야? 천하의 수완 오빠가?”

“질투가 뭔데? 먹는거야”

“내가 말을 말자.”

“누가 할 소리!”

둘 다 보통은 넘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를 지단장으로 두고 있는 장수완이나, 용병단장의 딸인 배수현은 눈하나 까딱 하지 않고 받아쳤던 것이다.

그럼에도 둘은 어느 일정선은 넘지 않았다.

웃음 속에 칼날이 있다는 것처럼 둘은 티격태격 다투다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화제로 대화를 이어갔던 것이다.

얼마 후, 장수완의 제안으로 이들은 이번에 새로 생긴 ‘스카이 클럽’이라는 크리쳐 돔을 방문했다. 이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장아름 때문인데 그 후, 성인들끼리 모여 다른 곳을 갈 예정이었다.

크리쳐 돔 Creature Dome은 비행마수를 인위적으로 길들여 하늘을 나는 체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놀이 시설이다.

기본적으로 이 놀이 공간은 에어돔을 구축해야 하는데다 비행마수 자체가 워낙에 값 비싼 몬스터인 관계로 특권층이 아니면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1회 이용권만 수백만원이 넘는 까닭에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한다.

장세창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하는 중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장한 스카이 클럽이 듣기로는 시설이 끝내준다 하더라.”

배수현은 보통 때와 달리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였다.

“근데 그거 무섭지 않아?”

“흐흐, 그래서 니네가 아직 멀었다는거야. 아직까지 크리쳐 돔도 가보지 못하고 그 나이 먹고 뭐 했냐?”

“그게 뭐 대단하다고.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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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34장 3막. 화랑 +2 19.03.21 1,646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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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33장 3막. 역천의 힘 +6 19.03.15 1,832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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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32장 3막. 장가장 +4 19.03.12 1,753 35 12쪽
122 32장 2막. 장가장 +4 19.03.11 1,714 37 12쪽
121 32장 1막. 장가장 +5 19.03.10 1,862 46 11쪽
120 31장 6막. 크리처 돔 19.03.09 1,795 40 12쪽
119 31장 5막. 크리처 돔 +2 19.03.08 1,840 47 12쪽
118 31장 4막. 크리처 돔 +1 19.03.07 1,894 44 11쪽
117 31장 3막. 크리처 돔 +3 19.03.05 1,843 39 12쪽
116 31장 2막. 크리처 돔 +2 19.03.04 1,846 43 12쪽
» 31장 1막. 크리처 돔 +1 19.03.03 1,990 40 12쪽
114 30장 3막. 부총령 +4 19.03.01 2,068 52 12쪽
113 30장 2막. 부총령 19.02.27 2,066 45 12쪽
112 30장 1막. 부총령 +3 19.02.26 2,042 44 12쪽
111 29장 3막. 아버지 +1 19.02.25 2,049 44 12쪽
110 29장 2막. 아버지 +3 19.02.24 2,130 44 12쪽
109 29장 1막. 아버지 +2 19.02.23 2,236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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