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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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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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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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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은 것과 잃은 것 (13)

DUMMY

콜텐의 황궁은 떠들썩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황궁에서 가장 거대한 식당 안은 다분히 시끄러웠다.

황궁의 대식당에는 여러 인물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각각 외교, 법무, 행정, 문화, 국방, 교통, 산업 등을 대표하는 대신들이었다.

대신들은 직사각형 식탁의 양옆에 죽 앉아 있었다. 서로 마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식탁의 가장 상석에는 그들을 불러 모은 장본인인 자드가 앉아 있었다.

식당에는 칙칙한 중년들과 노년들만 가득했고, 그래서 분위기는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다만 연령대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분위기가 시들시들했던 것은 아니다.

그 기묘한 분위기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대신들이 그 식당에 옹기종기 모인 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대신들은 저녁을 먹지 말고 식당으로 모이라는 자드의 요청(물론 명령에 가까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맨 처음 식당에 나타난 것은 행정대신이었다.

그는 자드가 가장 많이 찾는 관료였다.

행정대신은 어째서 회의 장소가 침대가 아니라 식당인지 의문을 품긴 했지만, 그럼에도 편한 마음으로 자드의 왼편에 착석했다.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산업대신이다.

산업대신은 행정대신과 마찬가지로 익숙한 동작으로 자드의 오른편에 착석했다.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법무대신이었다.

그는 두 대신이 식당에 와있다는 사실에 다소 놀란 기색을 보이며 착석했다.

이후 몇몇 대신들이 더 등장했다.

그리고 나중에 등장한 대신일수록 더욱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국방대신의 경우, 식당 안의 면면을 확인하자마자 기겁한 얼굴로 식당 문을 다시 닫는 기행까지 선보였다.


참고로 그 어색함과 기묘한 분위기는 대신들이 수줍음이 많다거나, 혹은 서로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여서 형성된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신들은 그저 그 상황이 낯설었다.

아침이면 늘 같은 시간에 황궁으로 출근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모든 대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신들의 단절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시 황제의 중태다.

늘 몸이 약했던 아드리안 황제는 전쟁 당시 북부의 찬바람을 맞은 뒤부터 병세가 완전히 악화되어버렸다.

그렇게 황제가 침상에 드러누운 뒤로 대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얼핏 생각하기에 황제의 부재와 회의는 어떤 연관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사안 사이에는 일반인들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우선 회의에서 실질적인 황제의 역할을 보자면 아주 소박하다고 할 수 있다.

어전회의에서 황제의 역할이란, 각 분야를 담당하는 대신들의 말에 귀 기울이다가, 마지막에 가서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것에 그친다.

물론 그것이 황제의 능력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한 개인이 국방과 외교와 문화, 교육, 축산, 식품, 국토 관리, 예산 처리에 전부 능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능력이야 어찌 됐든, 황제의 그 단순한 행동과 역할은 언제나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 전문가일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이 모든 전문가에게 존경 받는 일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은 여기까지 듣고도 여전히 이해가 어렵겠지만, 회의의 양상을 잠시 지켜보면 어째서 그런 허수아비 같은 역할이 가장 중요한지 명백해진다.


일반적인 시민들이 우러러 보는 소위 유능한 정치인들의 긴요한 회의란 보통 이런 식이다.


예컨대 농림대신은 국방대신의 '전쟁에 대비해 곡물 생산량을 늘려야 하니, 농지를 더 많이 개간하자'는 말에 콧방귀를 뀐다.

농림대신은 더 많은 농지를 지으면 생산량이 더 많아질 거라는 낡아 빠진 생각을 일축해버린다.

농지 개간에 인력을 소모할 바엔, 쿠니들의 기술을 응용해 다모작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반대로 국방대신은 농림대신의 '농지를 더 많이 개간하기 위해, 군인들 중 일부를 농부로 차출하자'는 의견을 이해하지 못한다.

전쟁은 당연히 더 많은 보병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

국방대신은 농부를 징집해도 모자랄 판에, 군인을 농부로 만드는 것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그쯤에서 두 대신의 바로 옆에 있던 기획재정대신이 '농군을 늘리고, 농지를 더 개간하기 위해 대신들의 녹봉을 전폭 감축하겠다'고 말한다.

그 후에는 그때까지 서로 대립하던 국방대신과 농림대신이 합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회의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며, 바로 여기서 허수아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일단 황제는 한 대신이 주장을 열변할 때마다, 상석에서 그것이 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양 고개를 끄덕여준다.

물론 다른 대신이 그것과 정반대의 주장을 피력해도, 황제는 똑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준다.

그렇게 물레방아처럼 의견이 몇 바퀴 돌다 보면, 첨예하고 고루하게 대립하던 의견이, 놀랍게도 어느 순간 갑자기 합치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러니까 여기서 황제의 역할은 남자들의 은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남자란 나이나 외모, 혹은 성격이나 가치관이 어떻든 간에, 예외 없이 평생 한 가지의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혀 산다.

그 강렬한 한 가지 욕구란, 자신이 인정할 만한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요는 이렇다.

대신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진실로 대륙과 남부, 그리고 황제와 신민들을 위한 기막힌 정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대신들은 자신이 대륙과, 황제와, 신민들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인정받기를 원하기는 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인정해줄 사람은 보다 권위가 높은 사람, 보다 인망이나 품격이 고매한 사람, 보다 뛰어난 사람일수록 좋다.

당연히 황제가 가장 적합하다.

황제란 대륙 누구보다 위 조건에 부합하는 자리이며, 인물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황제의 단순한 끄덕거림은 언제나 삐걱대는 회의의 윤활유가 된다.


하지만 황제는 몇 년 전부터 줄곧 침상에만 누워 있었고, 그 탓에 어전회의는 그동안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현재 식당에는 몇 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대신들도 수두룩했다.

도무지 나이에 맞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겠지만, 대신들은 다소 쭈뼛거렸고, 낯설어했고, 또 쑥스러워하기까지 했다.

식당 안의 그런 어색한 기류를 휘저어 놓은 것은 자드였다.


"그리 긴장할 것들 없네. 간단히 식사나 하자고 부른 것이니까."


놀랍게도 자드는 그 모임에서 뚜쟁이 역할을 자처했다.

자드는 시종을 불렀고, 시종들은 서로 어색하게 바라보는 대신들 앞에 술잔과 음식을 잔뜩 늘어놓았다.

심지어 자드는 마주 본 대신들 사이에 물꼬를 트는 일까지 떠맡았다.

자드의 숱한 노력 덕에 어색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대신들은 곧 그 자리가 딱딱한 회의가 아니라 자드의 말처럼 일종의 회식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단절의 기간은 길었지만, 술이 들어가자 오히려 그 기간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대신들이 완전히 긴장을 내려 놓은 것을 확인한 자드는 그 순간부터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식당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무렵, 한 대신이 자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공작께선 정말 무슨 일로 저희들을 전부 모으셨습니까. 이만한 분들이 전부 한 자리에 모였다면 중대한 사안이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만."


"특별한 일은 아니야. 나는 그저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자네들을 불렀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거든."


질문을 던진 대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 대신들에게 묻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식당에 모인 대신들 중 자드의 말을 이해하는 이는 없었다. 결국 대신은 자드에게 다시 물어야 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잘 모르겠군요. 개국 기념일도 아니고, 헌법 제정일도 아니고... 아, 혹시 레이디 마를렌의 생일입니까?"


자드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내 딸은 여름에 태어났지. 오늘은 뭐라고 할까. 그래, 아직 정확한 명칭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통일 기념일이나 통일의 날 정도로 명명하는 것이 좋겠군. 오늘은 통일을 기념하는 날로 해두지."


통일이라는 말에 대신들이 일제히 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국방대신과 외교대신이 앉아 있었다.

종교전쟁 이후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어진 부서를 맡고 있던 두 대신은 부담스러움에 질식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대신들은 계속해서 그 둘에게 시선을 보냈다.

국방대신은 몇십 년 동안 받지 못했던 기대에 찬 눈빛을 받으며 하는 수 없이 자드에게 질문했다.


"오늘이 통일을 기념하는 날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통일은 예전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기념일도 따로 있고 말입니다."


"그건 완전한 통일이 아니었지.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완전한 통일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거야."


"완전한 통일이 아니라니요? 대륙은 이미 하나잖습니까. 통일을 하려면 그 전에 분단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지적이군 국방대신. 내가 말하는 통일의 대상은 당연히 북부야. 사실 거기밖에 없지."


자드에게서 번뜩이는 눈빛, 혹은 잡아먹을 듯한 시선, 혹은 사나운 표정이나 비틀린 입매 같은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드는 그저 황궁 앞의 뜰에 산책이나 함께 가자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자드의 발언 이후 식당의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번에는 외교대신이 대표로 나섰다.


"자...잠시만 공작. 지금 북부와 전쟁을 벌인다는 말이오? 하지만 국방대신의 말처럼 전쟁은 적국과 하는 것이고, 북부는 이미 저희들의 땅이오.

물론 관료를 파견할 수 없기에 행정적으로 분리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남부와 북부의 구분은 무의미하오. 우리들은 이미 북부를 정복했고, 지금 북부는 엄연히 황제의 땅이잖소."


"글쎄, 통일 이후에도 남부에선 여전히 영지전이 일어나고 있잖나. 영지전은 황제의 땅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그렇다면 북부와 남부의 영지전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잖나?"


외교대신은 당치도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영지전은 이제 전쟁이라기보다 일종의 풍습에 가깝다는 걸 공작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소. 그것은 연례행사 같은 것이오. 그야 가끔 사상자가 나오긴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말이오.

게다가 영지전은 어찌 됐든 타 영지와 벌이는 것이오. 하지만 북부와의 전쟁은... 어느 귀족이 자신의 영지민을 학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소. 우리들에겐 북부와 전쟁할 이유도, 명분도 없소."


"자네의 말은 적절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얘기처럼 들리는군."


"그야... 가능하긴 할 거요. 북부가 모반을 꾀하고 있다거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위험한 짓을 벌이고 있을 경우는 그렇소.

다만 그렇다고 해도 그 일은 부하에게 엄벌을 내리는 정도에서 그쳐야 하오. 부하가 일처리에 미숙하다거나, 혹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부하와 전쟁을 하는 상사는 없지 않소."


자드는 옅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잔을 테이블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자드의 행동에 맞춰서 대신들이 우물쭈물하며 각자의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자드가 잔을 비웠고, 대신들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잔을 비웠다.

자드는 의자를 식탁과 사선이 되도록 튼 후에, 식탁 위에 팔꿈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얼굴을 받쳤다.

무척이나 품위 없고 예절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그런 점을 지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 자세로 한참 동안 뭔가 고민하던 자드가 이번에는 기획재정대신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만약 북부에서 남부의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면 자네는 어찌하겠나?"


식당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기획재정대신은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했다.


"예? 그야... 직접적인 모반으로 볼 수는 없지만 중대한 일임은 확실합니다. 결국 모든 요인들의 기저에는 돈이 있고, 전쟁이란 언제나 돈이 많은 쪽에서 가난한 쪽을 상대로 벌이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북부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지하 자원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어쨌든 그 광업이라는 것은 저희에게 광업권을 승인 받아야 하고, 지분도 대부분 저희에게 있잖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자네는 혹시 최근에 무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에 대해 알고 있나?"


"연초 사업 말입니까? 물론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금액이 생각보다 훨씬 방대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업은 공작께서 주관하신 것 아닙니까. 아무래도 저보다는 공작께서 더 소상히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됩니다만..."


그쯤에서 자드는 다시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았다. 자드는 깊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 말처럼 나야 자세히 알고 있지. 도둑놈들과 북부놈들이 세관을 거치지 않고서, 그 막대한 양의 연초를 유통하고 있다는 것 말이야.

내 생각에 그건 명확하게 남부의 부를 훔쳐가는 짓이야. 자네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대신들은 이번에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자드를 바라보았다.

자드가 말한 내용을 모르는 인물은 없었지만, 자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챈 사람 또한 없었다.

그 사업이 세관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대외비였다.

공작 본인이 주관한 사업이었기에 대신들은 거기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자드는 대신들의 반응을 살피다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그런데 자네들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군. 그 사업은 내가 주관한 사업이 아니야. 그것은 도둑놈들과, 이 자리에 있는 어떤 대신이 결탁해서 벌이고 있는 사업이지."


"아무래도 제 이해력이 부족해서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업을 저희들 중 한 명이 벌였다는 것이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중얼거리듯 말하던 기획재정대신은 도중에 어떤 사실을 깨닫고서 놀란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에 모인 대신들 전부가 기획재정대신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튼 한 부서를 대표하는 자리는 운으로 오를 수 없는 법이다.

대신들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자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때까지 작은 소요로 차 있던 식당에 갑자기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다.

식당의 분위기는, 공중에 팔을 휘두르면 그대로 생채기가 날 것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자드는 그 엄숙한 분위기에 만족하며 대신들의 면면을 한 명씩 훑기 시작했다.

자드와 눈이 마주친 대신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거나, 딴청을 피워댔다.

지그시 대신들을 관찰하던 자드의 시선이 마침내 한 대신의 얼굴에 머물렀다.

예술부 대신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 말입니까?"


자드는 예술부 대신을 바라보며 동정 섞인 어조로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야. 자네가 그런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를 줄 몰랐네. 우리는 꽤 오래 보았지. 온정에 기대 용서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하군.

그러니까... 자네는 불법적으로 연초를 유통함으로써 남부의 재정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동시에 북부의 배를 살찌웠네. 미안하게 됐네만, 자네는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해. 우리가 자네를 용서해도 선량하고 애국심 넘치는 시민들이 자네를 용서하지 않겠지."


말이 끝나자마자 예술부 대신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예술부 대신의 손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휙휙 돌리며 옆에 있던 다른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부 대신은 그 자리에 모인 모든 대신들이 자신을 이미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곧 예술부 대신이 도무지 앉아있을 기력도 없다는 듯 흐물흐물하게 식탁에 엎어졌다.

자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자를 효수해라. 장소는, 그래 절구바위 쪽이 적당하겠군. 그곳은 콜텐의 명소니 가장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겠지."


대신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동시에 그제서야 자드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명소에 효수된 대신의 머리는 시민들에게 경각심과 분노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경우 시민들의 분노가 향할 곳은 명백했다.

시민들은 이미 머리만 남은 예술부 대신에게 분노를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시민들은 간사한 방법으로 남부의 부를 탐하는 북부와, 그들과 결탁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정보 길드에게 분노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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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얻은 것과 잃은 것 (13) 24.02.10 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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