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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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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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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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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시의 성인식 -1-

DUMMY

59화. 텐시의 성인식 -1-



류연이 프렐리아 대륙에 온 지도 벌써 8년이 되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류연은 거의 나이를 먹지 않았다.


반면 엘리스와 텐시는 그동안 많이 자랐다. 아직 앳돼 보이는 건 여전했지만 둘 다 키는 훌쩍 자라 류연의 가슴까지 왔다.


심지어 대륙력 1470년생인 텐시는 오늘부로 성인이었다. 현대였다면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할 나이였지만, 열 두 살이면 프렐리아 대륙에선 성인인 것이었다.



로렌이나 엘프의 숲까지 갈 여력이 안 되었기에 텐시의 성인식은 로렌시아 왕국군의 현재 주둔지인 쟈벨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류연은 아침 일찍 일어나 단장을 했다.


면도를 마친 류연은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미용사가 한동안 관리하지 못해 덥수룩하던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자 이제 가 볼까?’


턱시도에 나비넥타이까지 맨 류연은 기름을 발라 머리를 올렸다. 현대의 포마드 헤어스타일은 프렐리아 대륙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머리를 세팅한 류연은 공관으로 쓰고 있는 구 쟈렌 왕궁의 홀로 내려갔다.


홀에는 엘리스와 미네르바가 먼저 와 있었다. 텐시보다 한 살 어린 엘리스는 먼저 어른이 된 텐시가 부러운 듯 했고, 미네르바는 약간 심란해 보였다.


“시간이 진짜 빠르네.”


“그러게. 미네르바를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니.”


셋은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조금 있자 한껏 꾸민 텐시가 내려왔다. 틀어 올린 머리만큼이나 텐시는 들떠 있었다.


텐시가 내려오자 초대받은 하객들은 착석했다. 사회를 맡은 류연은 텐시와 함께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럼 지금부터 그린텔 양의 성인식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성인식은 가족들만 참석해 조촐하게 열린다. 이렇게 성대하게 성인식을 치르는 어린이는 로렌시아 왕국을 통틀어 텐시가 유일할 것이었다.


뭐 텐시라면 그래도 되었다. 그 정도도 못해줄 것이었으면 엘프의 숲에서 데려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류연은 짧은 축사를 낭독했다.


“제가 엘프의 숲에서 그린텔 양을 만난 지도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린 소녀였던 그린텔 양은 성장해 한 명의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린텔 양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하며 이 축사를 바칩니다.”


축사의 낭독이 끝나자 하객들은 모두 박수를 쳤다. 형식적으로만 텐시를 성인으로 취급하던 미네르바와 엘프 전사들도 텐시를 성인으로 인정했다.



그 다음은 축하 선물 증정 시간이었다. 하객들은 준비해온 선물을 꺼냈다. 가장 첫 번째 순서는 류연이었다.


“자.”


류연의 선물은 다용도 오우거 가죽 벨트였다. 이 벨트는 옆면에 홈이 나 있어 단검이나 마법 실을 꽂아둘 수 있었고, 버클에는 이공간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고마워 루엔.”


드레스를 입고 있어 당장 벨트를 차 볼 수는 없었다. 텐시는 벨트를 곱게 말아 옆에 올려놓았다. 세련된 디자인의 벨트는 패션 면에서도 괜찮을 듯 했다.


다음 차례는 엘리스였다. 엘리스는 준비한 선물을 들고 단상 위로 올라왔다.


“텐시. 성인이 된 걸 축하해.”


엘리스가 준비한 선물은 소꿉놀이 세트였다. 이 소꿉놀이 세트는 쟈렌에서 가장 큰 잡화점에 진열되어 있던 물건으로 텐시는 어제만 해도 이것을 매우 가지고 싶어 했었다.


“고마워 엘리스. 근데 난 이제 어른이라 이런 거 가지고 안 놀아. 받기는 할게.”


‘못돼먹은 아기 엘프 같으니라고.’


지금 텐시의 입꼬리는 씰룩이고 있었다. 용돈 제한에 걸려 사지 못했던 소꿉놀이 세트를 받은 게 굉장히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텐시는 엘리스에게 으스대기 위해 아닌 척 하고 있었다.


쌀쌀맞은 텐시의 반응에 엘리스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단상을 내려온 엘리스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미네르바는 엘리스의 등을 쓸어 주었다.


“티그리샤 양. 그린텔 양이 아직 미숙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한 것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류연의 사회에 들썩이던 엘리스의 어깨가 점차 가라앉았다. 엘리스가 울음을 그친 것을 확인한 류연은 다시 식을 진행했다.


“다음 차례는 미네르바 전투 장로님입니다.”


미네르바는 텐시에게 활을 선물했다. 미네르바는 텐시의 단궁에 부속품을 추가해 즉석해서 완제품 장궁을 조립했다.


이 완제품 장궁은 판금 갑옷마저 뚫어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활대에 소형화 마법 문양과 경량화 마법 문양이 각인되어 있어 휴대 또한 편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완제품 장궁에는 텐시를 한 명의 엘프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빈 활을 몇 번 튕겨 본 텐시는 장궁을 소형화해 벨트와 소꿉놀이 세트 옆에 내려놓았다.


텐시가 활을 내려놓자 미네르바는 눈물을 글썽이며 덕담을 시작했다.


“···. 훌륭한 엘프로 자라줘서 고마워.”


미네르바의 덕담은 아주 길었다. 약간 지루해 할 법도 했지만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류연의 지적 때문이었는지 텐시는 의젓하게 그것을 경청했다.


“고마워 미네르바.”


덕담이 끝나자 텐시는 미네르바를 안았다. 미네르바도 팔로 텐시를 부드럽게 감쌌다. 류연은 텐시가 살며시 포옹을 풀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선물 증정 다음 순서는 폐회식 및 식사였다. 폐회사를 간단히 읊은 류연은 식사를 준비시켰다.


“그럼 여기서 그린텔 양의 성인식을 마치겠습니다. 곧 식사가 준비될 예정이니 즐기다 돌아가 주십시오.”


**


“엘리스. 너무 신경 쓰지 마.”


엘리스는 풀이 죽어 있었다. 류연은 텐시가 음식을 가지러 간 동안 엘리스를 달랬다.


“텐시는 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좋아할 줄 알았는데···.”


“괜히 저러는 거야. 으스대려고.”


“진짜?”


“그렇다니까. 정 신경 쓰이면 이렇게 해 봐.”


“어떻게?”


“소꿉놀이는 혼자서 하면 재미없잖아. 그리고 텐시는 나나 미네르바보다 너랑 노는 걸 더 좋아하지?”


“응.”


“엘리스가 같이 안한다 해봐. 그러면 바로 본심을 드러낼걸?”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엘리스는 기운을 되찾았다. 텐시는 잠깐 사이에 기운을 되찾은 엘리스의 모습에 의아해 했다.


“나 먼저 올라갈게. 잘 먹었어 텐시.”


식사를 마친 엘리스는 숙소로 올라갔다. 류연과 미네르바까지 잠시 밖으로 나가자 텐시는 혼자가 되었다. 배도 불렀고 선물을 열어 보고 싶었던 텐시는 받은 선물들을 들고 뒤뚱뒤뚱 숙소로 올라갔다.


**


텐시는 류연에게 받은 벨트의 홈에 단검을 꽂고 마법 실을 감았다. 미네르바에게 받은 활은 잘 닦아 케이스에 보관했다. 다른 선물도 마저 확인한 텐시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나 문제는 엘리스에게 받은 소꿉놀이 세트였다. 텐시는 그것을 가지고 놀고 싶었지만 엘리스한테 한 말이 있어 그러지 못했다.


‘아 씨. 그냥 사과할까.’


텐시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유치한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불을 덮은 텐시는 억지로 잠을 청했다. 그러나 오늘따라 잠도 오지 않았다. 텐시는 일어나 엘리스의 방으로 갔다.


“야. 엘리스.”


“왜?”


“아까 보니 소꿉놀이 하고 싶은 눈치던데? 이 언니가 선심 썼다. 하자. 이리 와.”


“됐네요. 어른은 소꿉놀이 안 한다면서요.”


텐시는 자존심과 소꿉놀이 사이에서 갈등했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소꿉놀이는 하지 못한다. 소꿉놀이를 하려면 자존심을 버려야 했다.


“엘리스. 같이 소꿉놀이 하자.”


결국 텐시는 소꿉놀이를 택했다. 마음씨 착한 엘리스는 텐시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둘은 함께 소꿉놀이를 했다. 이 소꿉놀이 세트는 역대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


류연은 신나게 소꿉놀이를 하는 엘리스와 텐시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엘리스. 루엔도 같이 놀고 싶나봐.”


“루엔. 와서 같이 해. 루엔한테 딱 맞는 역할이 있어.”


“그래. 뭔데?”


“두 어여쁜 아가씨를 모시는 충직한 집사.”


“이것들이.”


“꺄하하. 루엔. 간지러워.”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를 간지럽혔다. 그렇지만 류연은 성실히 맡은 배역에 임했다.



“루엔.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그래.”


셋은 저녁까지 소꿉놀이를 하고 놀았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엘리스와 텐시는 소꿉놀이 세트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이제 몇 년 있으면 더 못 보겠지.’


둘은 또 금세 자랄 것이었다.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를 보며 아쉽게 웃었다. 오늘따라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이 더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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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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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정복전쟁 시작 -5- 20.05.15 326 6 9쪽
116 정복전쟁 시작 -4- 20.05.12 324 5 9쪽
115 정복전쟁 시작 -3- 20.05.08 330 6 11쪽
114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5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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