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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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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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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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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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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0.03.2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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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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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텐시령 아케인 -3-

DUMMY

44화. 텐시령 아케인 -3-



류연의 부탁 이후 텐시의 장난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엘리스는 점차 긴장을 풀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텐시는 포기한 게 아니었다. 다만 잠시 물러나 기회를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넷 중 아침잠이 가장 적은 텐시는 이른 아침 조용히 일어났다.


욕실로 간 텐시는 붓에 물감을 묻혀 왔다. 텐시는 엘리스의 침대로 가 붓을 놀렸다. 텐시의 장난에도 엘리스는 여전히 꿈나라였다.


‘킥킥.’


엘리스의 얼굴에 수염과 눈썹을 그린 텐시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자신의 침대로 가 누웠다.



엘리스는 텐시의 도발에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게 대응했다. 세수를 하고 나온 엘리스의 손에는 흰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웬 장갑?”


“텐시. 너 큰일 난 것 같은데?”


“무슨 큰일? 얼굴에 수염 난 애가 장갑 하나 낀 게 뭔 대수야.”


엘리스의 얼굴에는 아직 수염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텐시는 다시 킥킥거렸다.


“탁.”


“이게 무슨···.”


엘리스는 장갑을 벗어 텐시의 얼굴에 던졌다. 텐시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린텔 백작. 나. 엘리스 티그리샤 준남작이 너에게 정식 결투를 신청한다.”


“아이고 무서워라. 그래 결투를 받아들이겠다. 언제 어디서 할래?”


텐시는 코웃음 쳤다. 사과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 당장. 연무장으로 내려와라.”


**


엘리스와 텐시는 마주보고 섰다. 결투의 입회인은 미네르바와 류연이었다.


“제한 시간 30분. 그전에 한쪽이 항복하거나 전투불능에 빠지면 즉시 종료. 쉐도우 리프의 능력 사용 외에는 공격 방식의 제한은 없어. 그럼 시작.”


엘리스는 차분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불같은 분노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텐시는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엘리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챙.”


엘리스는 텐시의 변칙적인 찌르기를 막아냈다. 텐시는 소검과 단검을 휘둘러 엘리스를 몰아붙이려 했다.


‘이, 이게.’


비슷하거나 조금 강한 상대인 엘리스를 상대해 보니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났다. 텐시는 엘리스의 정석적인 수비에 지쳐갔다.


텐시가 주춤한 틈을 타 엘리스는 야금야금 승기를 잡아갔다. 텐시는 타고난 전투 센스와 임기응변으로 버텨봤지만 이대로라면 패배는 기정사실이었다.


연무장이란 제한 장소가 있었기에 도망 다니며 시간을 벌수도 없었다. 미스트 미라젠의 은신 능력으로 궁지에서 벗어난 텐시는 힘을 모았다.


‘아직 부족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성공한다면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었다. 충분히 힘을 비축한 텐시는 소검에 검기를 끌어올려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깡!”


엘리스는 어렵사리 텐시의 공격을 막아냈다. 반면 텐시는 이번 공격을 준비하느라 자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엘리스는 재빨리 발을 걸었다. 텐시는 완전히 균형을 잃고 볼썽사납게 앞으로 넘어졌다.


“텐시. 백작이 됐으면 제발 철 좀 들어.”


프로즌 스피릿을 검집에 집어넣은 엘리스는 텐시의 목에 팔을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힘을 줬다. 텐시는 벼락 맞은 개구리처럼 움찔하더니 게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


“이제 안 개기겠지. 루엔. 이렇게 하라는 거 맞아?”


“그래. 좀 심하긴 했지만.”


일행은 지금 병동에 와 있었다. 엘리스의 조르기에 당한 텐시는 아직 기절해 있었다. 미네르바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텐시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후회하는 거야?”


“응. 그때 힘들어도 텐시를 거둬들였어야 했는데.”


“미네르바도 할 일이 엄청 많았다며. 어쩔 수 없지. 텐시가 얌전한 애도 아니고.”


미네르바는 늘 텐시를 독립시킨 일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엘리스는 미네르바를 위로했다. 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엘리스, 미네르바. 나 잠시 일 보고 올게. 텐시 간호 좀 부탁해.”


“응.” “알았어.”



류연이 간 곳은 켄의 병실이었다. 켄은 최근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였다. 켄은 류연이 들어오자 소심하게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전에 준결승전에서 뵀었던 켄입니다···.”


“그래 켄. 앞으로 몸담을 곳은 있나?”


“아직 없습니다.”


“그럼 나를 섬겨라. 데이모스의 역겨운 마력을 버리고.”


“예?”


스승 노만에게 신체개조를 당하고 버림받은 켄은 아직 소속을 정하지 못했다. 류연은 켄을 가신으로 들여 아케인에 남겨둘 생각이었다.


물론 아케인에는 클람이 있긴 했다. 하지만 클람과의 인연은 아직 그리 길지 않았다.


반면 켄에게 마력을 하사해 종속시키면 그는 절대 배신을 할 수 없었다.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었다. 류연의 말을 들은 켄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마력을 전해주겠다.”

“흑마법사 켄은 마왕 테유리아 폰 데마체리스의 제 1 군단장 루엔 데마체리스 로렌시아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예. 마력에 맹세하겠습니다.”


켄의 이마에 손을 올린 류연은 데몬하츠에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전해진 순도 높은 마력은 데이모스 휘하 중급 마물로부터 받은 조잡한 마력을 소멸시키고 자리 잡았다.


“의식은 종료되었다. 새로운 명령을 내릴 때까지 휴식을 취하고 있도록.”


류연의 마력을 받은 켄은 전체적으로 체격이 건장해졌다. 심약해 보이는 인상도 많이 개선되었다. 류연은 켄의 성장을 기대하며 병실 밖으로 나왔다.


**


“그럼 아케인을 잘 부탁드립니다.”


“예.”


클람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린 류연은 일행과 엘프들을 데리고 조용히 아케인을 떠났다. 클람과 켄, 그리고 전 서부지구 인원 몇 명만이 나와 일행을 배웅했다.



돌아오는 길은 평온했다. 쌀쌀한 바람과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 울긋불긋한 단풍이 늦가을이 왔음을 알려주었다. 류연은 데미안과 대화를 나누었다.


“마스터.”


‘부탁할 게 있나 보군.’


데미안은 평소보다 공손해져 있었다. 짐마차에 실린 데모닉 워커 때문인 듯 했다.


“왜?”


“다음 데모닉 워커를 활성화시킬 때, 내가 원하는 마족을 깨워 줄 수 있을까? 아니. 있겠습니까?”


‘단순한 놈.’


영혼 결정 중에는 데미안과 관계가 껄끄러운 마족이 있는 모양이었다. 류연은 그것을 일단 모른 척 했다.


“보고. 일단 이름을 알려줘 봐. 참고는 할게.”


데미안은 두 마족의 이름을 말했다. 류연은 그 이름들을 수첩에 적었다.


“그건 그렇고. 사이먼이 소환한 히드라랑 싸울 때, 대검이 내 앞에 잠깐 나타났었다. 그 대검은 무엇인가?”


데미안은 전보다 많이 활성화된 마법공학 신체의 안면부를 움직여 경이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를 조금 다시 보게 됐다. 마스터의 설명대로라면 그 검의 정체는 임페리얼 데몬이다. 임페리얼 데몬은 정점에 오른 악마만이 들 수 있는 보구다.”


“거 참. 내가 류시드님을 계승한 게 맞다니까. 몇 번을 말해도 안 믿네.”


데미안은 고개를 저었다.


“마스터가 류시드님의 계승자란 건 중요하지 않다. 마족에게 중요한 건 오직 힘이다. 내가 보기엔 마스터의 힘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수련과 경험을 통해 힘을 더 쌓도록 해라.”


마족 중에서도 힘의 논리를 가장 잘 따르는 악마들의 보구답게 임페리얼 데몬 또한 강자만을 주인으로 인정했다. 류연이 임페리얼 데몬을 들어 올린 건 우연에 가까웠다.


만약 자격이 없는 자가 억지로 임페리얼 데몬을 들려 한다면 파멸의 폭풍에 역으로 삼켜진다 했다. 류연은 자신의 부족함을 다시금 자각했다.


**


“텐시 나 음료수 좀 줘.”


“싫어. 내가 혼자 다 마실 거야.”


“어허.”


엘리스는 팔을 벌렸다. 텐시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호되게 당한 몸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었다.


목을 움츠린 텐시는 파들파들 떨며 물병을 건넸다. 입으로는 꿍얼거리긴 했으나 겁먹은 개가 짖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아. 시원하다. 잘 마셨어 텐시.”


엘리스가 물병을 돌려주려 하자 텐시는 놀라 미네르바의 등으로 올라갔다. 미네르바는 말없이 어깨를 들썩여 텐시를 업었다.


‘미네르바. 잘 해봐.’


‘응.’


엘리스와 미네르바는 눈짓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엘리스는 텐시와 미네르바의 관계 개선을 바라며 눈치껏 슬쩍 빠졌다.



“미네르바···.”


“왜?”


“아직도 화났어?”


“좀.”


“정말···. 미안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미네르바는 나한테 제일 소중한 사람인데···.”


텐시는 훌쩍였다. 악어의 눈물이 아닌 진심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었다. 투명하고 따뜻한 물방울이 미네르바의 목덜미에 뚝뚝 떨어졌다.


미네르바는 팔을 뒤로 해 업힌 텐시를 받혔다. 그리고 예전 텐시가 잠을 자려 하지 않을 때 불러주던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며 한참 걸었다.


“텐시.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면 안 돼.”


“절대 안 그럴게.”


미네르바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텐시는 아래로 내려왔다. 미네르바는 텐시를 꽉 안았다.


“나도 텐시한테 미안해.”


“뭐가?”


“내가 그때 조금 더 어른스러웠다면···. 텐시가 더 밝게 자랄 수 있었을 텐데. 말썽도 덜 부리고, 다른 엘프 친구들도 많이 있었을 거고.”


“언제 적 이야기야. 나는 미네르바 다 용서 했어. 그리고 미네르바 덕에 숲에서 안 쫓겨날 수 있었잖아.”


텐시도 처음에는 미네르바를 많이 원망했었다. 텐시는 혼자 많이 울기도 했고 미네르바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장난도 쳤다.


그래도 텐시는 미네르바를 용서했다. 장난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텐시도 팔을 뻗어 미네르바를 안았다.


“텐시가 나보다 더 어른 같네. 용서해줘서 고마워.”


“뭘.”


한동안 서먹했던 둘의 관계는 훈훈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때마침 류연이 야영을 지시했다. 모두는 각자 맡은 일을 하러 분주히 움직였다.



“용서하지 않겠다.”


한 복면인이 약간 거리를 두고 야영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아케인에서부터 일행을 멀리서 따라왔었다. 그 복면인은 바로 잭이었다.


“탁-.”


하지만 소드 엑스퍼트 급인 잭의 실력으로는 류연의 감각을 속일 방법이 없었다. 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간 잭은 후일을 기약하며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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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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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정복전쟁 시작 -5- 20.05.15 326 6 9쪽
116 정복전쟁 시작 -4- 20.05.12 324 5 9쪽
115 정복전쟁 시작 -3- 20.05.08 330 6 11쪽
114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5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112 소드 마스터를 베다 -2- 20.04.28 323 6 13쪽
111 소드 마스터를 베다 -1- 20.04.24 335 6 10쪽
110 군웅할거 -2- 20.04.21 334 5 10쪽
109 군웅할거 -1- 20.04.17 366 4 11쪽
108 연말 연휴 -2- 20.04.14 339 5 9쪽
107 연말 연휴 -1- 20.04.10 354 5 9쪽
106 성동격서의 계 -3- 20.04.07 333 5 9쪽
105 성동격서의 계 -2- 20.04.03 348 5 13쪽
104 성동격서의 계 -1- 20.03.31 364 6 10쪽
» 텐시령 아케인 -3- 20.03.24 344 5 10쪽
102 텐시령 아케인 -2- 20.03.20 336 5 11쪽
101 텐시령 아케인 -1- 20.03.17 360 4 11쪽
100 동부지구의 종말 -3- 20.03.13 357 5 11쪽
99 동부지구의 종말 -2- 20.03.10 367 5 11쪽
98 동부지구의 종말 -1- 20.03.06 385 5 11쪽
97 배틀메이지 루엔 -6- 20.02.04 373 6 11쪽
96 배틀메이지 루엔 -5- 20.01.31 356 6 11쪽
95 배틀메이지 루엔 -4- 20.01.28 459 6 10쪽
94 배틀메이지 루엔 -3- 20.01.24 43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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