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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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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944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20.03.13 01:07
조회
357
추천
5
글자
11쪽

동부지구의 종말 -3-

DUMMY

41화. 동부지구의 종말 -3-



어쩌다보니 집결지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엘리스와 텐시였다.


주변을 확인한 엘리스는 류연이 준 보조 열쇠를 돌려 잠긴 식당 문을 열었다. 불 꺼진 식당 안에는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둘은 탁자와 의자를 피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냥 1층에 있을까?”


복도는 깜깜했다. 엘리스는 텐시의 손을 꽉 잡았다.


“겁 참 많네. 나 먼저 간다. 노숙자처럼 계단에서 자던지.”


삐걱거리는 바닥과 어둠이 무섭기는 텐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텐시는 애써 씩씩한 척하며 계단을 올라갔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더 무서웠던 엘리스는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


“여기서 루엔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래.”


방 안은 아늑했다. 불을 밝힐 스탠드도 있었고 잘 정돈된 침대도 있었다. 엘리스는 창문에 두터운 커튼을 쳤다.


“엘리스. 불침번 서. 내가 먼저 쉴 거야.”


텐시는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


“그래. 알았어.”



“텐시. 일어나. 한 시간 지났어.”


“벌써?”


조금 더 쉬고 싶었지만 엘리스에게 투정부리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텐시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암.’


역시 불침번을 서는 건 지루한 일이었다. 게다가 장소도 외부가 아니라 아늑한 실내였다. 텐시는 몰려오는 졸음에 하품을 연신 해 댔다.


“째깍- 째깍-.”


벽에 걸린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텐시는 이대로 별 일 없이 날이 밝고 미네르바와 류연이 오기를 바랐다.


“바스락-.”


‘미네르바? 루엔인가?’


시계의 분침이 원판을 한 바퀴 돌 때쯤, 1층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굳게 닫힌 문을 지그시 응시하던 텐시는 귀를 쫑긋 세웠다.


“엘리스. 누가 온 것 같아.”


“정말?”


텐시는 엘리스를 깨웠다. 엘리스는 이제 막 2층으로 올라온 발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더니 박차고 일어나 검을 들었다.


“저거 루엔 아니야. 적이야.”


“진짜? 확실해?”


“응.”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발소리는 복도 중간쯤에서 끊겼다. 둘은 적습에 대비했다.


“쉬이이이익-.”


“피해!!!”


“쨍그랑-.”


텐시는 엘리스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창문을 깨고 들어온 화살이 커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둘은 모서리에 바짝 붙었다.


“어쩌지?”


모서리는 체구가 작은 둘이 서 있기에도 공간이 부족했다. 화살에 맞지 않으려면 둘 중 한명은 이곳에서 나와야 했다.


“도망칠 방법은 있어. 근데 벌집이 될 각오를 해야 돼.”


“뭔데?”


“아까 보니까 저기 바닥이 열리더라.”


텐시는 바닥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으로 가려면 창문 앞을 통과해야 했다.


불필요한 도박을 원치 않았던 엘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텐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어쩌게?”


“내가 복도의 적을 혼자 상대할게. 텐시는 여기서 버텨.”


“뭐?”


자신이 희생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밖의 적은 모서리에서 버티기만 해도 되었지만 복도의 적은 직접 맞닥뜨려야 했다.


“아까 나한테 피도 줬잖아.”


“으 닭살 돋아. 알았어. 잘 부탁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텐시는 엘리스를 보내기로 했다.


“이불로 창을 가려줄게. 석궁이 재장전 되기 전에 밖으로 나가.”


텐시는 끌어온 이불을 창문을 향해 펼쳤다. 석궁의 화살이 두꺼운 이불을 뚫고 박혔다. 그 틈을 타 엘리스는 복도로 나갔다.


**


복도는 여전히 깜깜했다. 프로즌 스피릿이 맑은 소리를 내며 검집에서 뽑아져 나왔다. 엘리스는 어둠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느껴지는 살기로 보아 적의 정체는 아까 따라오던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인 듯 했다.


‘큰일인데.’


아직 소드 엑스퍼트에 오르지 못한 엘리스는 어둠 속에서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 반면 용병은 눈에 내공을 모아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살피고 있을 것이었다.


엘리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용병이 먼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좁은 복도라 공격하는 쪽의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대치는 계속되었다. 지금 엘리스에게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용병은 쉽사리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온다.’


이 싸움은 인내심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패배하는 싸움이었다. 엘리스보다 인내심이 먼저 바닥난 용병은 검기를 믿고 달려들었다.


엘리스는 용병이 지근거리까지 다가올 때까지 미동도 않고 있었다. 용병의 검이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저길 공격하면 될 것 같아.’


내면의 무언가가 엘리스에게 길을 열어 주었다. 엘리스는 용병에게 찌르기를 먹였다.


“푹.”


엘리스의 찌르기는 용병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용병은 달려들던 자세 그대로 무너졌다. 희미한 푸른빛이 감도는 프로즌 스피릿의 날을 따라 핏방울이 떨어졌다.



“휴.”


이번에는 피의 유혹에도 빠지지 않았다. 검을 회수한 엘리스는 방 안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다.


“펑!!!”


안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위협을 느낀 엘리스는 계단 쪽으로 재빨리 몸을 날렸다.


**


노만을 암살하고 척살조에 합류한 진은 모서리에 숨은 텐시에게 재차 석궁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텐시가 완벽한 사각으로 숨어버린 터라 석궁 사격은 이제 효과가 없었다.


속전속결은 암살자의 생명이었다. 날이 슬슬 밝아오고 있었다. 초조해진 진은 정면 승부를 택했다.


‘꼬마 엘프 정도야.’


진은 자신의 전투 능력을 굳게 믿고 있었다. 하킴의 직속 제자인 진은 실제로 소드 엑스퍼트를 암살한 경력도 있었다. 석궁을 버린 진은 끝 방 창틀을 향해 뛰었다.


“쉬이익-.”


진이 창틀을 넘는 순간 단검이 날아왔다. 진은 단검을 피하느라 안정저인 착지에 실패했다. 단검을 역수로 쥔 텐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대는 진에게 달려들었다.


좁은 공간에서의 초 근접전은 텐시의 장기였다. 텐시는 진이 검을 휘두를 거리를 전혀 주지 않았다.


‘쳇.’


하지만 텐시는 공격력이 부족해 진에게 결정타를 먹이지 못했다.


방 안에 수많은 칼자국을 내고 나서야 텐시와 진 간의 전투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텐시는 이 소강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시 초 근접전에 돌입하기는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생포하려 했는데. 안 되겠다.”


사이먼이 진에게 내린 명령은 텐시를 생포해 오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텐시는 만만찮은 상대였다. 진은 받을 보수의 절반을 포기하고 텐시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전투 중간중간에 깔아 놨던 마법 실이 당겨졌다. 마법 실은 올가미가 되어 텐시를 멀리서부터 죄여왔다. 이것에 걸리면 연약한 텐시의 몸은 조각날 것이었다.


“그 정도론 나 못 잡아.”


텐시는 진을 향해 쉐도우 리프를 겨누었다. 쉐도우 리프가 짙은 녹색으로 빛났다.


“펑!!!”


산성 가스가 방 안에서 폭발했다. 마법 실 다발을 당기고 있던 진은 그것을 그대로 뒤집어썼다. 진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우앗.’


텐시는 가스가 자신을 덮치기 전에 바닥에 난 구멍으로 뛰었다.


**


엘리스와 텐시는 1층에서 만났다. 텐시는 주방에서 커다란 스프 냄비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야. 무슨 일이야.”


“위력 조절을 잘못했어. 이거 생각보다 훨씬 쌔네.”


텐시는 허리춤에 묶어 둔 쉐도우 리프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쉐도우 리프에 내장된 마법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진을 녹여버린 가스는 식당 건물 벽도 함께 녹여버렸다.


“넌 어떻게 무사한 건데.”


“너처럼 1층으로 뛰었으니까. 시끄럽고. 밥이나 먹자.”


텐시는 스프 냄비를 엘리스에게 떠넘겼다. 엘리스는 스프 냄비를 들고 뒤뚱뒤뚱 텐시를 따라 식당 현관으로 나왔다.


둘은 여기서 식은 스프를 먹으며 미네르바와 류연을 기다리기로 했다.



류연은 일행 중 맨 마지막으로 집결지에 도착했다. 엉망이 된 식당의 현관에는 엘리스, 텐시, 미네르바가 커다란 냄비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다.


“루엔~.”


냄비에 얼굴을 파묻고 스프를 흡입하던 엘리스는 류연을 보자마자 달려왔다. 엘리스의 코에 묻은 스프를 손가락으로 훔쳐낸 류연은 엘리스를 안아 올렸다.


“다들 괜찮아?”


“우린 괜찮아. 루엔은 많이 다친 것 같은데?”


목덜미까지 생긴 화상의 흔적을 본 엘리스는 울상이 되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곧 나을 거야.”


셋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피로 얼룩진 의복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은 마치 피난민 무리 같았다.


게다가 미네르바의 허벅지를 베고 잠든 텐시 위에 낡은 담요를 덮어놨다 보니 그 을씨년스러움은 더했다.


“루엔도 좀 먹어.”


류연의 품에서 내려온 엘리스는 냄비를 들고 왔다. 냄비 안에는 식은 스프가 반쯤 들어 있었다.


“식당 안에 숟가락이나 국자 없었어?”


“있었는데, 독 때문에 못 쓰게 됐어. 안 먹을 거야?”


엘리스는 아직 배가 고팠는지 스프를 한 움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미네르바도 스프를 손에 모아 얼굴을 돌리고 먹었다.


류연도 앉아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았지만 밥이 먼저였다.



“여기서 자면 안 돼. 치료받고 숙소에 가서 편히 자자.”


하늘은 이제 완전히 훤해졌다. 곧 도시가 깨어날 시간이었다. 류연이 스프를 마저 먹는 동안 엘리스와 미네르바는 잠이 들었다. 엘리스를 업은 류연은 미네르바를 조심스레 깨웠다.


“으음. 알았어.”


입가에 묻은 침과 스프를 닦아낸 미네르바는 텐시를 업었다. 류연과 미네르바는 아직 어스름이 남아있는 골목을 따라 걸었다.


“저기···. 루엔.”


“왜?”


“그때 그···. 있잖아. 루엔이···.”


미네르바는 부끄러움에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미안. 미네르바.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 알다시피 인간의 욕구는 가끔 제어가 안 되거든. 사과할게.”


‘그게 아닌데···.’


사과를 바라고 한 말이 아니었다. 미네르바의 입술이 달싹였다. 하지만 피곤했던 류연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둘은 말없이 숙소까지 걸었다. 숙소 앞에는 데미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부하 노릇은 톡톡히 하네. 먹여주고 재워준 보람이 있어.’


“마스터.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게 말이다.”


데미안은 내심 걱정한 듯 했다. 류연은 데미안에게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데미안. 지금부터 네가 해야 할 일을 말해주겠다. 내가 깨어날 때까지 일행의 안전을 책임져라.”


“알았다.”


류연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서부지구의 직원들이 나와 넷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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