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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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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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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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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0.04.1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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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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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연말 연휴 -2-

DUMMY

49화. 연말 연휴 -2-



엘리스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이제 더 이상 숙취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텐시와 류연은 자고 있었다. 둘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침대에서 나온 엘리스는 부스스한 금발을 헝클어뜨리며 욕실로 갔다.


‘아. 개운해.’


머리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욕실에서 나온 엘리스는 의상실로 갔다. 의상실에는 엘프 시녀들이 먼저 와 엘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너도 잘 잤니?”


엘프 시녀들도 엘리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최대한 어른스럽게 보이게 해 주세요.”


“그래.”


엘리스는 오늘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엘리스의 외출복은 나이에 맞는 귀여운 것들밖에 없었다. 의상 담당 시녀인 케이트는 텐시의 외출복을 가지고 왔다.


‘조금 크네.’


텐시는 엘리스보다 길쭉길쭉했다. 텐시의 옷을 입자 소매 밖으로 손이 나오지 않았고, 치마 밑단은 땅에 질질 끌렸다. 엘리스는 옷을 벗으려 했다.


“아냐. 이럴 때는.”


케이트는 소매와 치마 밑단을 적당히 접어 안쪽에 묶었다. 그제야 옷은 제 것처럼 맞았다.


그 다음엔 머리였다. 엘리스는 머리 스타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날이 날인만큼 머리 스타일에도 신경 쓰기로 했다.


머리 담당 시녀인 카밀은 엘리스의 풍성한 금발을 빗어 내렸다. 그리고 가위를 들고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다 됐나요?”


“아직.”


카밀은 스타일링 기구를 가져와 엘리스의 머리 끝에 볼륨을 넣었다. 스타일링 기구가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목 뒤쪽이 따끔거려왔다. 그렇지만 엘리스는 예뻐지기 위해 참았다.


“다 됐다.”


머리에 리본을 얹고 옅게 화장을 하는 것으로 단장은 끝이 났다. 단장을 마친 엘리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너무 예쁘게 잘 됐어요.”


“그렇지? 전하랑 데이트 잘 하고 와.”


“네.”


옆에 세워놓았던 검을 허리에 찬 엘리스는 약속 장소인 왕궁 후문으로 갔다.



왕궁 후문에는 근위병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엘리스가 경례를 하자 근위병들도 경례를 했다.


‘아직 안 왔나.’


류연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엘리스는 잠시 류연을 기다렸다.


“티그리샤 자작님. 모시러 왔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루엔.”


류연도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엘리스는 하마터면 류연을 못 알아볼 뻔했다.


“변장했네?”


“응.”


류연은 국왕이었다. 맨얼굴로 다닌다면 어딜 가나 이목이 집중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엘리스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진다.


류연은 손을 내밀었다. 엘리스는 류연의 손을 잡았다. 왕궁을 벗어난 둘은 시내로 향했다.


**


“완전 다른 애가 됐는데?”


“조금 예뻐지긴 했지.”


엘리스는 원래도 아주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꾸미기까지 하자 그 예쁘장함은 극에 달했다.


“루엔은 맨얼굴이 나은데. 맨얼굴로 오지.”


“어쩔 수 없었어. 맨얼굴로 왔다간 이렇게 다니지 못했을 거야. 어디 갈래?”


“브런치 먹으러 가자.”


금강산도 식후경이었다. 엘리스는 번화가의 유명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에서 엘리스는 생크림 케이크와 와플을, 류연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루엔은 커피만 마실 거야? 브런치는?”


“난 됐어. 네 거 좀 나눠먹지 뭐.”


“안 나눠줄 건데?”


“에이. 우리 엘리스가 설마.”


류연은 엘리스와 브런치를 나눠 먹었다. 브런치는 아주 맛있었다. 류연은 다른 브런치를 더 시킬까도 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음 일정은 쇼핑이었다. 엘리스와 류연은 상점가로 갔다. 축제 기간이라 상점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엘리스는 제일 먼저 서점에 들러 책 몇 권을 샀다. 그리고 장난감 가게로 갔다. 진열된 장난감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엘리스는 인형과 잡동사니 몇 개를 집어왔다.


“다 골랐어?”


“응.”


장난감을 더 고르고 싶은 눈치였지만 엘리스는 더 고르지 않았다. 류연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했다.


“이제 뭐하지?”


“옷 사러 가자. 옷장에 텐시 옷만 있더라.”


“옷은 별로 생각 없는데.”


“연회 때 입었던 옷도 그렇고 이것도 텐시 옷이잖아. 사러 가자.”


류연은 엘리스를 데리고 옷가게로 갔다. 상점가에서 가장 큰 가게인 만큼 안에는 옷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류연은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반면 엘리스는 바닥만 보고 있었다.


“엘리스가 직접 골라 봐.”


엘리스는 마지못해 옷 몇 벌을 가져왔다. 엘리스가 가져온 옷은 단색의 상하의 세 벌이었다. 류연은 잠시 그것들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눈여겨본 드레스를 가지고 왔다.


“이거 한 번 입고 나와 볼래?”


엘리스는 탈의실로 가 류연이 골라준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드레스는 엘리스한테 아주 잘 맞았다.


“나 어때?”


“정말 예뻐. 이거 입고 다니자. 텐시 옷은 이리 줘.”


류연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엘리스는 적극적으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엘리스는 아까 고른 옷들 외에도 다양한 옷들을 가지고 왔다.


“옷 사는 것도 재밌네.”


“그렇지? 봄 되면 또 오자. 봄옷도 별로 없잖아.”


“근데 루엔은 옷 안 사? 루엔도 골라.”


“난 옷 많아. 왕이다 보니 선물로도 계속 들어오고.”


“그래도.”


텐시의 옷이 든 종이봉투를 류연에게 넘긴 엘리스는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엘리스는 검정색 목도리를 사 왔다.


“내 꺼야?”


“너무 루엔에게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봉급 모은 걸로 샀어.”


“고마워. 잘 하고 다닐게.”


류연은 목도리를 목에 둘렀다. 목도리는 입고 있는 회색 코트와 잘 어울렸다.


**


점심을 먹고는 인형극을 보러 극장에 갔다. 극장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류연은 표를 사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공연을 맡은 환상극단 판타지아는 프렐리아 대륙에서 제법 이름난 유랑극단이었다. 환상극단 판타지아는 로렌에서 올 겨울을 보낼 예정이었다.


“기대된다.”


엘리스는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곧 객석의 불이 꺼지고 막이 올랐다.


엘리스 또래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극이다 보니 어른이 보기에는 약간 유치한 면이 있었다. 인형극에서 잠시 눈을 뗀 류연은 인형극에 열중하고 있는 엘리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인형극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네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류연은 어린이들이 많아 극장이 다소 산만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막이 내리고 무대 인사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었다.


엘리스와 류연은 극장을 나왔다.


“너무 재밌었어.”


“재밌긴 하더라. 좀 유치하긴 하지만.”


“왕궁에 극단을 초대하면 안 될까? 한 번 더 보고 싶어.”


“안 될 건 없지.”


저녁 식사는 페어리 힐즈에서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예약되어 있었다. 엘리스는 그곳까지 가는 내내 인형극에 대해 조잘거렸다.


**


“예약 하셨습니까?”


“베타 이름으로 일곱 시에 두 명 예약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명부를 확인한 웨이터는 둘을 2층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 2층 창가 자리는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였다. 웨이터가 건네준 메뉴판을 훑어 본 류연은 C 코스를 두 개 주문했다.



“식사 나왔습니다.”


식사의 메인은 스테이크와 민물 가재 요리였다. 빈 접시를 치운 웨이터는 그것들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프렐리아 대륙의 민물 가재는 랍스터와 비슷한 맛이었다. 엘리스는 민물 가재 세 마리를 눈 깜짝할 새 해치웠다.


“잘 먹네. 진작 잡아다 요리해 줄걸.”


바위 밑에 사는 민물 가재는 잡기가 어려워 가격이 비쌌다. 그러나 웨이터에게 잡는 과정을 들어보니 자신이라면 쉽게 잡을 수 있었을 듯 했다.


“그것보다도···.”


“?”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나랑 둘이서 데이트 하면 안 돼? 바쁘면 가끔씩이라도. 쇼핑 안 해도 되고, 연극 안 봐도 되고, 근사한 저녁 안 먹어도 괜찮아. 난 루엔만 있으면 돼.”


“데이트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무조건 시간 낼 테니까. 그리고 다른 소원 하나 더 들어줄게. 이번 건 너무 소박하다.”


“정말? 알았어. 생각해 볼게.”


엘리스와 류연은 만찬을 즐겼다. 눈이 잠시 그쳐 지평선과 구름 사이로 노을이 졌다. 창으로 들어온 황금빛 광원이 레스토랑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었다.


**


왕궁에 돌아 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혼자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던 텐시는 뚱한 얼굴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해. 춥다. 들어가자.”


“루엔 기다리고 있었어. 엘리스. 재밌었겠다.”


“응. 텐시는 소원 정했어?”


텐시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볼래.”


“그래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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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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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정복전쟁 시작 -5- 20.05.15 326 6 9쪽
116 정복전쟁 시작 -4- 20.05.12 324 5 9쪽
115 정복전쟁 시작 -3- 20.05.08 330 6 11쪽
114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5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112 소드 마스터를 베다 -2- 20.04.28 324 6 13쪽
111 소드 마스터를 베다 -1- 20.04.24 336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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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군웅할거 -1- 20.04.17 36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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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텐시령 아케인 -2- 20.03.20 33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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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배틀메이지 루엔 -5- 20.01.31 35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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