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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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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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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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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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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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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복전쟁 시작 -2-

DUMMY

55화. 정복전쟁 시작 -2-

베아트리체.png

주요 일정을 마친 류연은 미뤄왔던 일을 해결하기로 했다. 그 일이란 데모닉 워커를 깨우는 것이었다.


류연은 엘리스, 텐시, 미네르바, 데미안을 데리고 추수감사제가 한창인 로렌을 빠져 나왔다.


류연이 간 곳은 로렌 근교의 야산이었다. 초가을이라 아직 날씨가 더웠지만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자 공기가 서늘했다.


“다 왔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걷자 분지가 나왔다. 류연과 데미안은 등에 업은 데모닉 워커를 내려놓았다. 미네르바는 평평한 바위 위에 돗자리를 폈다. 엘리스와 텐시는 그 위로 올라갔다.


“마스터. 명심해라. 이번에 깨워야 할 이들의 이름은 데미오스와 이카르트다. 그들이 있어야 군대의 체계가 잡힌다.”


“알았어. 귀에 딱지 앉겠다. 여기 오면서 벌써 세 번이나 말했잖아. 걔들은 진짜 말 잘 듣는 거지?”


“그렇다.”


데모닉 워커를 분지 중앙으로 가져 간 류연은 의식을 시작했다. 텐시는 이번에도 가까이 가서 의식을 보려 했다. 미네르바는 텐시를 붙잡았다.


“루엔 방해하지 말고 그냥 여기 있어.”


“가까이서 보고 싶단 말이야. 데모닉 워커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하고.”


떼를 쓰던 텐시는 결국 꿀밤을 한 대 맞았다. 무력으로 텐시의 불만을 잠재운 미네르바는 가방에서 과일을 꺼내 깎았다. 텐시는 미네르바의 허벅지 위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치. 미네르바는 맨날 폭력이야.”


“네가 말을 안 들으니까 그렇지.”


“나중에 봐. 내가 어른만 되면 미네르바는 내 한 주먹거리도 안될 테니까.”


“열심히 해 보셔. 그때 되면 나도 더 강해져 있을 거니까.”


미네르바는 텐시에게 과일 한 조각을 건넸다. 텐시는 그것을 우물거리며 먹었다.



영혼 결정의 기억은 추상화처럼 그려져 있어 알아보기 어려웠다. 류연은 마족들의 기억을 한참동안 살피고 나서야 마침내 데미오스의 영혼 결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았다. 근데 서열 2위가 아니네?’


그런데 2군단장 데미오스는 데미안의 말과 달리 서열 3위였다.


그렇지만 더 이상 정신을 집중하는 것은 무리였다. 류연은 나중에 데미안을 추궁하기로 하고 일단 데미오스를 깨우기로 했다.


“군단장 데미오스가 류시드님을 뵙습니다.”


이후 과정은 데미안 때와 같았다. 류연은 데미오스와 한 판 붙었다. 전보다는 실력이 늘어 데미안보다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데미오스 역시 어려운 상대였다. 류연은 쓰러진 데미오스를 질질 끌고 일행에게 갔다.



‘이 자식.’


데미안은 찔리는 게 있는지 계속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류연은 돗자리 위로 올라갔다.


“데미안.”


“왜. 마스터. 무슨 문제 있나?”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류연의 질문에 데미안은 먹던 도시락을 황급히 내려놓고 마족 군대의 지휘 체계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그래. 알았어. 네 말이 맞아. 그러니 밥부터 먹고 이야기 해.”


밥을 먹고 싶었던 류연은 데미안을 진정시켰다. 데미안은 그제야 연설을 멈추었다.


“믿어줘서 고맙다 마스터.”


“루엔. 깡통한테 속지 마. 내 직감이 저거 사기래.”


“작은 뾰족귀. 내가 언제 거짓말 한적 있냐?”


“며칠 전에 밑장 빼다 걸려 놓고는 뭐래.”


“둘 다 그만해. 이카르트까지 깨워 보면 알겠지.”


도시락을 다 먹은 류연은 돗자리 위에 누웠다. 눈을 감고 잠시 쉬자 무거웠던 머리가 다시 맑아졌다. 류연은 남은 데모닉 워커를 들고 분지 중앙으로 갔다.


**


데미안의 말만 듣고 데미오스와 이카르트를 깨운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 데미오스와 이카르트는 어느 정도 힘을 되찾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었다.


셋이 모이자 마족들은 완전 자기들 세상인 것 마냥 행동했다. 세 마족은 류연의 지시대로 차분히 수련을 하지 않고 몰려다니며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결국 사고를 쳤다.


“와아아아앙.”


셋의 타깃은 주로 엘리스였다. 반응이 미적지근한 미네르바나 당한 것의 배로 갚아주는 텐시와 달리 엘리스는 적당한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마족들은 엘리스가 가장 아끼는 봉제인형을 가지고 도망치다 그것을 망가뜨려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엘리스는 데미오스를 넘어뜨려 발로 짓밟았다.


“무슨 일이야?”


엘리스는 훌쩍이며 마족들의 만행을 류연에게 고했다. 류연은 도망친 데미안과 이카르트를 붙잡아 왔다. 그리고 엘리스와 함께 신나게 밟았다.


“재밌겠다. 나도 같이 밟을래.”


텐시는 슬쩍 끼어들었다. 세 마족은 오늘 반파에 가까운 중상을 입었다. 그래도 그들은 못돼먹은 행실을 고치지 않을 것이었다.



“자. 다 됐다.”


“고마워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뜯어진 봉제인형을 꿰매 주었다. 실밥 위에 리본까지 달아놓자 봉제인형은 새 것처럼 되었다. 엘리스는 봉제인형을 끌어안았다.


“엘리스. 미안.”


류연은 엘리스에게 사과했다. 엘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루엔이 미안할 건 없어. 근데 쟤들 마계에서도 저러고 다녔을까?”


“그렇진 않았을 거야. 저래 보여도 저들 휘하에 수많은 마족이 있었다고 들었어. 몸이 약해져 정신도 어려진 것이겠지.”


“그럼 이래보면 어떨까? 데미안과 데미오스 사이의 마족을 깨우는 거야. 1군단장이 서열 1위, 2군단장이 서열 3위라면 데미안이 말하지 않은 서열 2위가 있을 듯 해. 서열 2위가 뮬렌 후작님 같은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르잖아.”


“서열 2위도 말썽을 부리면?”


“그게 그거지. 깡통 셋이나 넷이나.”


“그래 한 번 해 보자. 당장 아케인에 연락 넣어야겠다.”


“마력은 충분해?”


“한 기 정도는 더 깨울 수 있어.”


겨울이 되면 눈이 내려 아케인에서 물건이 오기가 힘들다. 류연은 아케인에 연락을 넣었다.


**


주문한 데모닉 워커는 초겨울이 시작될 무렵 로렌에 도착했다. 류연은 세 마족에게 들키지 않게 혼자 조용히 교외로 나왔다.


‘후.’


데미안은 이번 전쟁에서 상당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류연은 데모닉 워커를 활성화 시키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다.


계약을 맺고 소환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매번 서열 싸움을 해야 했다. 그리고 서열 싸움에 힘을 소진한 마족은 급격히 쇠약해졌다.


한 기를 활성화시키는데 드는 마력과 정신력의 소모를 생각하면 마족 군대는 현재로선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렇지만 마족들을 영혼 결정 채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류연은 의식을 시작했다.



“군단 총사 베아트리체가 류시드님을 뵙습니다.”


류연은 세 번이나 정신을 잃고 나서야 원하는 영혼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걸걸한 여자 목소리가 막 활성화된 데모닉 워커에서 들려왔다.


가장 위험한 순간은 데모닉 워커를 활성화시킨 직후였다. 전에 깨운 셋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적의를 드러냈었다. 류연은 바짝 긴장했다.


‘?’


그러나 베아트리체는 셋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베아트리체는 인공 데몬하츠에 저장된 마력을 폭주시키지 않고 차분히 전신으로 흘려보냈다. 데모닉 워커에 각인된 마법 문양이 빛나며 데모닉 워커가 활성화되었다.


류연은 베아트리체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렸다. 베아트리체는 해가 맞은편 산꼭대기에 걸쳐질 때가 되서야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서 선명한 안광이 흘러나왔다.


“류시드님···? 아니 당신 누구야.”


절도 있게 두 걸음 뒤로 뛴 베아트리체는 류연을 경계했다. 움직임으로 보아 베아트리체는 지금 하급 블레이드 나이트 정도였다.


베아트리체는 대화가 통하는 상대였다. 베아트리체를 진정시킨 류연은 대화를 이어갔다. 류연에게 별다른 속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베아트리체는 대화에 임했다.


“나는 류시드님을 계승한 루엔이다.”


자기소개를 한 류연은 그동안의 일을 요약해 말했다. 그럼에도 베아트리체는 반신반의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요?”


“이거면 되겠나?”


류연은 파멸의 검을 소환했다. 아직 들 수는 없었지만 래쉬포트 공작과의 대결에서 성장해 자의로 소환은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파멸의 검을 확인한 베아트리체는 부복했다.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제가 계승자님을 부를 호칭을 정해 주십시오.”


“루엔이라 불러도 되고 마스터라 불러도 돼. 네가 편한 대로 불러.”


“마스터라 부르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해. 그리고 이거.”


데모닉 워커가 활성화되자 베아트리체의 피부는 추위를 느끼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체의 강인한 얼굴은 미동도 않고 있었지만 날렵한 근육질의 나신은 그녀 자신도 모르게 떨고 있었다. 류연은 망토를 벗어 베아트리체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그럼 이만 돌아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가면서 해 줄게.”


“예.”


**


류연은 베아트리체를 데리고 로렌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밤이었지만 도시의 불빛이 어둠이 짙게 깔린 로렌 시내를 훤히 비추고 있었다.


“인간들의 저력이 대단하군요.”


“여기보다 더 큰 도시도 많아. 내가 태어난 곳만 해도 로렌보다 수십 배나 크다고.”


류연은 로렌부터 서울까지 인간 세상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천오백 년 전에 인간 세상을 방문했던 베아트리체는 인간들이 이룬 문명에 놀라워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벌써 왕궁에 도착했다. 류연을 알아본 왕궁 근위병은 경례를 했다. 류연은 왕궁 후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 다들 데리고 올게.”


“예. 마스터.”



엘리스, 텐시, 미네르바는 각자의 방에서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류연은 셋을 불러냈다.


“이번에도 깡통이려나.”


“설마. 이번에도 깡통이면 나 마족 안할래.”


엘리스와 텐시는 로비로 내려가며 조잘거렸다. 류연은 셋에게 베아트리체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군단 총사 베아트리체라고 합니다. 오면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네르바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해. 난 엘리스야. 쟨 텐시.”


“언니 강해 보인다. 미네르바보다 싸움 잘해?”


텐시는 까불거렸다. 미네르바의 표정이 굳는 것을 본 류연은 텐시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화재를 돌렸다.


“엘리스. 깡통들은 어디 있어?”


“아까 술 창고에서 위스키 꺼내 가던데? 어디 숨어서 마시고들 있겠지.”



“다들 잘 있었어?”


베아트리체는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나 베아트리체를 본 세 마족의 반응은 대단했다. 데미오스와 이카르트는 놀라 술잔을 떨어뜨렸고 데미안은 달아나려 했다.


“여보. 왜 도망가? 나 안 반가워?”


‘여보?’


바보 트리오, 깡통 등의 소리를 듣고 있긴 했지만 세 마족은 삼천 년을 넘게 살아왔다.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충분히 결혼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상대가 베아트리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데미안은 프렐리아 대륙에서 싱글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잔꾀를 부린 것이었다. 류연은 하마터면 그것에 속아 마족 군대의 핵심 중 한 명인 베아트리체를 늦게 깨울 뻔했다.


그리고 더 가관인 것이 있었다. 데미안들의 정신 연령은 어려진 게 아니었다. 아주 예전부터 셋과 함께했던 베아트리체는 그들의 유치한 행동에 얼굴이 자주 화끈거렸다고 했다. 그것까지 들은 넷은 경악했다.


“마스터 이제 쉬세요. 내일 아침까지 버릇 고쳐 놓을게요.”


“그, 그래. 잘 부탁한다.”


류연은 두 소녀와 미네르바를 데리고 위로 올라갔다. 등 뒤로 세 마족의 처절한 절규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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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6 5 11쪽
118 텐시의 성인식 -1- 20.05.19 325 5 9쪽
117 정복전쟁 시작 -5- 20.05.15 327 6 9쪽
116 정복전쟁 시작 -4- 20.05.12 324 5 9쪽
115 정복전쟁 시작 -3- 20.05.08 330 6 11쪽
»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6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112 소드 마스터를 베다 -2- 20.04.28 324 6 13쪽
111 소드 마스터를 베다 -1- 20.04.24 337 6 10쪽
110 군웅할거 -2- 20.04.21 336 5 10쪽
109 군웅할거 -1- 20.04.17 367 4 11쪽
108 연말 연휴 -2- 20.04.14 341 5 9쪽
107 연말 연휴 -1- 20.04.10 356 5 9쪽
106 성동격서의 계 -3- 20.04.07 334 5 9쪽
105 성동격서의 계 -2- 20.04.03 350 5 13쪽
104 성동격서의 계 -1- 20.03.31 365 6 10쪽
103 텐시령 아케인 -3- 20.03.24 344 5 10쪽
102 텐시령 아케인 -2- 20.03.20 336 5 11쪽
101 텐시령 아케인 -1- 20.03.17 361 4 11쪽
100 동부지구의 종말 -3- 20.03.13 358 5 11쪽
99 동부지구의 종말 -2- 20.03.10 368 5 11쪽
98 동부지구의 종말 -1- 20.03.06 386 5 11쪽
97 배틀메이지 루엔 -6- 20.02.04 373 6 11쪽
96 배틀메이지 루엔 -5- 20.01.31 356 6 11쪽
95 배틀메이지 루엔 -4- 20.01.28 460 6 10쪽
94 배틀메이지 루엔 -3- 20.01.24 43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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