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927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20.01.21 00:26
조회
379
추천
6
글자
10쪽

배틀메이지 루엔 –2-

DUMMY

34화. 배틀메이지 루엔 –2-



텐시의 말대로 아레나는 하이란 스타디움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아레나는 수용 가능 인원만 1만 5천명으로, 웬만한 현대의 경기장에도 안 밀리는 크기였다.


아레나 내부는 아케인의 건축물답게 매우 복잡했다. 류연은 겨우 선수 대기실을 찾아갔다.


“참가번호 27번. 루엔입니다.”


류연은 아레나 직원에게 서부지구에서 발급해준 토큰을 제시했다. 직원은 토큰을 확인하고는 다시 돌려주었다. 류연은 선수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놈이 나타났습니다.’


‘알았다. 괜히 자극하지 말고 일단 감시만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상부와의 통신을 마친 아레나 직원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직원이 계기판을 만지자 선수 대기실 천장에 설치된 마법 수정 중 몇 개가 류연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


감각이 좋은 류연은 마법 수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에 대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저런 사소한 것에 발끈해 대회를 망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대신 류연은 분장실로 갔다. 분장실에는 다양한 옷가지가 있었다.


‘오. 이게 좋겠다.’


중세풍의 화려한 의상들 사이에서 류연은 달에 갇힌 세계에서 쓰던 것과 같은 흑과 백의 가면을 발견했다.


가면은 환술 기능도 없고 무늬만 같은 물건이었지만 류연은 가면을 쓰자 웬지 모를 안정감을 느꼈다.


‘유리는 잘 있겠지.’


동시에 잠들어 있을 유리에 대한 걱정도 되었다. 그렇지만 류연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잘 있을 거야. 유리는 강하니까.’


가면을 벗고 살짝 눈가를 훔친 류연은 의상을 몇 벌 더 골랐다. 탈의실로 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류연은 동화 속의 흑기사 같은 모습이 되었다.


‘멋진데?’


류연은 거울을 보며 포즈를 취해 보았다. 조금 있자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경기 시작 15분 전입니다. 선수들은 집합해주십시오.”



선수들이 모두 모이자 직원은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주의사항은 클람이 말한 것과 별 차이 없었다.


“자. 지금부터 경기 방식을 설명하겠습니다. 질문은 설명이 끝나고 해 주십시오.”


경기 방식은 무제한 난투였다. 공간 증강 마법이 걸려 있는 경기장 안에서 본선 진출자 네 명이 선출될 때까지 상대 선수를 쓰러뜨리면 되었다. 워낙 단순한 방식이었기에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 이것을 착용해 주십시오.”


직원들은 상자에서 얇은 조끼를 꺼내 선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조끼에는 앞뒤로 숫자가 커다랗게 박혀 있었다.


‘에이. 망토는 못 입겠네.’


류연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조끼를 입으려면 망토를 벗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입장하겠습니다. 입장하셔서 자신의 번호가 적힌 발판 위에 서 주시면 되겠습니다.”

“선수 입장!!”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통하는 문 앞에 서자 직원은 경쾌하게 외쳤다. 곧 문이 열리며 눈부신 조명 불빛이 선수 대기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


“야. 텐시. 왜 이리 늦었어.”


“화장실 좀 쓰느라. 늦은 것도 아니네. 딱 맞게 왔잖아.”


미네르바를 따라 화장실에 다녀온 텐시는 자리에 앉았다. 텐시는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고는 팝콘을 한 움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의심스러운데.’


엘리스는 텐시를 더 추궁하려 했다.


“선수 입장합니다!!!”


“와아아아아!!!”


하지만 그때 함성과 함께 사방에서 폭죽이 터져 나왔다. 엘리스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함성을 질렀다.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로 이동해주십시오!!!”


“저기 루엔 있다.”


엘리스는 손가락으로 류연을 가리켰다.


“어디? 아. 저기 있네. 가면은 제법 괜찮은데···. 옷은 좀 촌스럽다. 저게 뭐야. 장례식장 온 것도 아니고.”


“루엔이라면 다 좋지만 그 말은 인정.”


“선수 준비!!! 3···. 2···. 1···. 개막전 시작됐습니다!!!”


불투명한 막이 경기장을 둘러쌌다. 발판 위에 서 있던 선수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들은 무작위로 경기장 안에 배치되었다.


관중석의 네 면에 설치된 대형 수정에 진행 상황이 나왔다. 관중들은 집중해서 그것을 보기 시작했다.


**


‘미궁 같은 곳이네.’


공간 증강 마법이 활성화되자 경기장은 미궁으로 변했다. 미궁에서는 함부로 움직이다간 낭패를 본다.


‘최대한 버티는 쪽으로 가자.’


그리고 정통 마법사들을 상대로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류연은 최대한 교전을 회피하기로 했다.


“파이어 볼.”


그러나 선수들은 류연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용히 구조물 뒤로 가 숨었음에도 불덩이가 날아왔다.


‘이크.’


궤적을 예상해 몸을 살짝 틀어 피하면 심판이나 해설자에게 의심을 살 수가 있었다. 류연은 약간 우스꽝스럽게 몸을 굴려 불덩이를 피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손에 마력을 모아 반격을 준비했다.


“헤이스트.”


가속 마법은 거는 척만 했다. 류연은 마법사를 향해 달렸다. 마법사는 놀라 급히 2격의 시전에 들어갔다.


“윈드 커터.”


그러나 류연의 손에 바람의 칼날이 먼저 생겨났다. 마법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류연은 마법사의 목을 날렸다. 마법사가 준비하고 있던 파이어 볼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휴.”


“체인 라이트닝.”


난투는 역시 난투었다. 숨 돌릴 새도 없이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류연은 곧바로 다시 전투에 임해야 했다.



‘근데 좀 이상한데.’


아무리 난투라 해도 전투가 너무 잦았다. 류연은 이미 일곱 명을 쓰러뜨렸다. 그런데도 공격은 줄어들지 않았다. 방금도 청색의 섬광이 날아와 귀 옆에서 터졌다.


‘나만 노리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어.’


그리고 그 의심은 곧 확신이 되었다. 미궁의 구조를 익힌 류연은 마법사 둘을 유인해 만나게 해 보았다. 그래도 공격은 여전히 자신한테로 집중되었다.


‘해보자는 거지.’


그렇지만 이 정도에 무너질 순 없었다. 류연은 협공해오는 마법사들을 상대해 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중이떠중이들은 정리되었다. 남은 마법사들에게는 속성으로 익힌 마법이 잘 먹히지 않았다. 아이스 스피어를 생성해 접근하려던 류연은 체인 라이트닝에 두들겨 맞고 한참 뒤로 물러나야 했다.


“아야.”


체인 라이트닝은 제르미온이 시전한 기가 라이데인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하지만 변이하지 않은 맨몸으로 맞기에는 많이 아팠다.


‘괜찮은 방법이 없나.’


현재 경기장 안에 남은 인원은 여섯 명이었다. 적당한 상대를 찾아 여기저기 찔러보던 류연은 검은 로브를 착용한 흑마법사를 발견했다.


‘저거다.’


흑마법사는 스켈레톤 소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류연은 흑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잠깐 빌린다.”


전에 스켈레톤 사단을 도하시킬 때, 유리는 일부 스켈레톤의 지휘를 류연에게 맡겼었다. 그때의 감각을 되살려 류연은 지배력을 발휘했다.


스켈레톤 소대의 지휘권을 빼앗긴 흑마법사는 당황했다. 하지만 마왕 급의 마력 순도를 가진 류연을 상대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합.”


휘적거리며 움직이던 스켈레톤 소대가 절도 있게 류연의 앞에 도열했다. 류연이 명령을 내리자 스켈레톤들은 경기장 곳곳으로 흩어졌다.


**


“저게 뭐야.”


“켄이 조종하는 스켈레톤이잖아.”


“훠이. 훠이. 여긴 없어. 저리 가.”


남은 네 명의 마법사는 경기장 중앙에 모여 서로 적당히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들은 공동 목표인 류연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죽칠 생각이었다.


“켄 녀석. 조종하는 연습 좀 더 하라니까.”


이리저리 배회하는 스켈레톤에 신경이 거슬린 마법사들은 짜증을 냈다. 그들은 경기가 끝나면 후배인 켄을 질책하기로 마음먹었다.


“푹.”


배회하던 스켈레톤은 갑자기 적의를 드러냈다. 방심하고 있던 마법사들의 등에 녹슨 검이 꽂혔다.


정신 집중 중에 당하는 공격은 마법사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준비하고 있던 마법이 역류하며 그들을 덮쳤다.


“파지직.” “쾅.” “쩡-.”


마법사들은 숯덩이가 되거나 얼음 조각상이 되어 생을 마감했다. 그것을 본 흑마법사 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본선 진출 축하드립니다.”


류연은 능글맞게 흑마법사 켄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경기 끝났습니다!!! 뛰어난 기지를 발휘해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루엔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슈퍼 루키의 등장입니다!!!”


“루엔!!! 루엔!!! 루엔!!!”


본선 진출자는 류연과 켄이었다. 류연은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의료 마법사들이 와 부상자와 사망자들을 수습해 갔다.


**


“루엔~”


류연은 아레나 정문에서 일행과 만났다. 류연을 가장 먼저 발견한 미네르바는 한달음에 달려와 안겼다. 류연은 품에 안긴 미네르바를 번쩍 들었다. 미네르바는 지금 세상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미네르바만 안아줘?”


“맞아. 내가 제일 열심히 응원했는데.”


반면 엘리스와 텐시는 뾰로통해졌다. 미네르바를 질투 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지만 어서 빨리 류연의 어깨 위로 올라가고 싶어서였다.


두 소녀의 성화에 류연은 미네르바를 땅에 내렸다. 미네르바는 아쉬워하며 류연의 옆으로 가 섰다.


“웃차.”


류연은 어깨 위에 엘리스와 텐시를 얹었다. 어린이는 매일매일 큰다는 말이 있다. 로렌에서 출발할 때보다도 두 소녀는 자라 있었다.


“좋아?”


“응. 좋아. 미안. 미네르바.”


“아냐. 난 괜찮아.”


“그래도 나랑 엘리스가 미네르바 한 명 보다 가볍지? 이거 비밀인데, 미네르바 요즘 3키로나 쪘대. 아까도 루엔이 사 준 간식 혼자 다 먹었어.”


“야!”


미네르바는 텐시의 등을 가볍게, 그러나 평소보다는 쌔게 한 대 때렸다.


“치. 맞는 말해도 폭력이야. 루엔 봤지? 저게 미네르바의 본성이야.”


“아니거든?”


넷은 유치한 대화를 나누며 숙소로 돌아왔다. 경기에 출전하고 엘리스와 텐시를 무등 태워 오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류연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개의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2 성녀 오로라 -2- 20.06.02 302 4 12쪽
121 성녀 오로라 -1- 20.05.29 317 5 10쪽
120 센츄어리 신성왕국 -2- 20.05.26 305 5 11쪽
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5 5 11쪽
118 텐시의 성인식 -1- 20.05.19 325 5 9쪽
117 정복전쟁 시작 -5- 20.05.15 326 6 9쪽
116 정복전쟁 시작 -4- 20.05.12 324 5 9쪽
115 정복전쟁 시작 -3- 20.05.08 330 6 11쪽
114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5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112 소드 마스터를 베다 -2- 20.04.28 323 6 13쪽
111 소드 마스터를 베다 -1- 20.04.24 335 6 10쪽
110 군웅할거 -2- 20.04.21 334 5 10쪽
109 군웅할거 -1- 20.04.17 366 4 11쪽
108 연말 연휴 -2- 20.04.14 340 5 9쪽
107 연말 연휴 -1- 20.04.10 355 5 9쪽
106 성동격서의 계 -3- 20.04.07 334 5 9쪽
105 성동격서의 계 -2- 20.04.03 349 5 13쪽
104 성동격서의 계 -1- 20.03.31 364 6 10쪽
103 텐시령 아케인 -3- 20.03.24 344 5 10쪽
102 텐시령 아케인 -2- 20.03.20 336 5 11쪽
101 텐시령 아케인 -1- 20.03.17 360 4 11쪽
100 동부지구의 종말 -3- 20.03.13 357 5 11쪽
99 동부지구의 종말 -2- 20.03.10 367 5 11쪽
98 동부지구의 종말 -1- 20.03.06 385 5 11쪽
97 배틀메이지 루엔 -6- 20.02.04 373 6 11쪽
96 배틀메이지 루엔 -5- 20.01.31 356 6 11쪽
95 배틀메이지 루엔 -4- 20.01.28 459 6 10쪽
94 배틀메이지 루엔 -3- 20.01.24 435 6 9쪽
» 배틀메이지 루엔 –2- 20.01.21 380 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