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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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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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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2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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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0.03.10 00:51
조회
367
추천
5
글자
11쪽

동부지구의 종말 -2-

DUMMY

40화. 동부지구의 종말 -2-



저 멀리서부터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혔다.


사이먼은 허물어진 분수대 뒤에 숨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류연은 지체 없이 그쪽으로 달렸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달려가던 류연은 풍압에 밀려났다. 류연과 사이먼 사이에 키메라가 소환되었다.


‘크다.’


사이먼의 키메라, 히드라는 머리가 셋 달린 거대한 뱀이었다. 사이먼은 류연의 공격이 닿지 않는 상공에 떠 키메라를 조종했다.


히드라는 가공할 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제르미온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지친 류연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류연은 강기를 날려 히드라의 오른쪽 목을 날렸다. 절단부에서 독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류연은 검막을 쳐 독액을 막아냈다.


‘?’


고개를 들어 위를 본 류연은 경악했다. 분명 하나를 베었는데, 히드라의 머리는 두 개가 더 자라나 네 개가 되어 있었다. 히드라는 새로 자라난 머리를 흐느적거리며 공격해 왔다.


“하압-.”


류연은 마지막 힘을 짜내 비기를 사용했다. 류연 주변에 생긴 검영이 히드라의 두꺼운 뱃가죽을 뚫고 쑤셔 박혔다.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든 검영은 사방으로 퍼지며 히드라의 내부를 휘저었다.


‘이런.’


하지만 히드라는 멀쩡했다. 류연은 최근 수련에 소홀했던 자신을 속으로 탓했다.


‘체력 훈련이 부족했어.’

‘새로운 비기 개발에도 신경 썼어야 했는데.’


고전의 이유는 차고 넘쳤다.


‘아티팩트도 하나 마련해둘걸.’


아티팩트란 의존하면 본신이 강해지는데 방해가 되지만 만약의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코멧 브레이커에는 유지보수 기능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도망치던 류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졌다. 일곱 개까지 늘어난 히드라의 대가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다가왔다.


‘저건.’


류연 앞에 대검이 나타났다. 류연은 뭔가에 이끌리듯 땅에 박힌 대검을 뽑았다. 대검은 류연에게 강력한 힘을 전해주었다.


류연은 대검으로 히드라를 겨누었다. 대검에서 쏘아진 파멸의 폭풍이 히드라와 사이먼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류연은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다. 눈을 떴을 때, 대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코멧 브레이커를 지팡이 삼아 자리에서 일어난 류연은 용병의 시체에서 겉옷을 벗겨 걸쳤다.


‘앗 따거.’


폭풍의 여파로 류연은 상반신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 옷이 닿자 상처가 화끈거렸다. 분수대에서 얼굴을 대충 씻어낸 류연은 집결지로 향했다.


**


먼저 서부지구로 출발한 일행 쪽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류연이 중앙 광장에서 동부지구의 정예를 묶어주고 있었지만 준수한 실력의 척살조가 새로 포위망을 갖추었다.


“클람님. 제가 막겠습니다. 먼저 서부지구로 가십시오.”


“안 돼. 미네르바. 혼자선 무리야. 우리도 함께 할게. 클람님만 보내.”


“너희들도 가. 루엔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제법 강해.”


검을 뽑은 엘리스와 텐시는 미네르바의 등 뒤로 가 섰다. 전장에서 명령에 불복종 하는 것은 금기 사항이었지만 미네르바는 약간 물렁한 지휘관이었다.


“그래. 해 보자. 텐시가 저지른 말썽을 처리하는 게 지금까지 한 두 번이냐.”


그러나 이번 전투에서 두 소녀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상대의 수준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엘리스와 텐시는 가끔씩 활약하긴 했지만 아직 소드 엑스퍼트의 경지에 오르지 못해 용병들의 공격에 이리저리 도망만 다녀야 했다.


“안되겠다. 너희들은 도망가. 소드 엑스퍼트 급들은 최대한 막아볼게.”


보다 못한 미네르바는 둘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미네르바는 쌍검을 휘둘러 길을 열어주었다.


“잡아라!!!”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 한 명을 대장으로 삼은 용병들은 추격을 개시했다. 엘리스와 텐시는 아케인의 밤거리를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미네르바는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 열 명을 혼자 상대해야 했다. 열 명의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은 지금까지 그녀 인생에 있어 가장 버거운 적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은 블레이드 나이트의 경지를 목전에 둔 미네르바보다 떨어졌지만 수가 원채 많아 미네르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진형을 갖춘 용병들은 거리를 좁혀왔다.


‘할 수 있어.’


엘프들의 검술은 류연에 의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네르바의 검술도 마찬가지였다. 류연의 집중 지도 이후 빈틈투성이였던 미네르바의 검술은 약점이 많이 개선되었다. 미네르바는 무희가 춤을 추듯 쌍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챙. 챙. 챙.”


검기와 검기가 맞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미네르바의 검에 실린 힘을 당해낼 수 없었던 용병들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됐다.’


담벼락에 붙으면 뒤가 노려지지 않는다. 용병들의 압박에서 벗어난 미네르바는 담벼락에 바싹 붙었다.


미네르바는 재개된 용병들의 공세를 막아내며 모서리로 이동했다. 모서리에서는 최대 세 명만 상대하면 되었다. 자리를 잡느라 얕은 상처를 입긴 했지만 적을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들이대던 두 명의 용병이 나가떨어지고, 남은 인원이 중상을 입거나 고전하자 방관하던 마법사들이 가세했다.


“윽.”


모서리에서는 마법을 피할 수 없었다. 정령을 소환해 마법 공격을 일부 막아내던 미네르바는 결국 어렵사리 잡은 자리를 버려야 했다.


“헉. 헉.”


뒤를 지켜주던 벽이 사라지자 체력과 내공의 소모가 대폭 증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미네르바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아악.”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막아내던 미네르바는 옆구리에 검상을 입었다. 착용한 가죽 갑옷 위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전장에서 상처를 입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이정도로 큰 상처를 입어본 경험이 없었다.


죽지는 않을 상처였지만 당황한 미네르바는 자세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때다. 밀어 붙여라.”


용병들은 개미떼처럼 달려들었다. 살기가 실린 검에 미네르바의 귀 옆 머리카락이 뭉텅 잘려나갔다. 그제야 미네르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미네르바. 정신 차리자. 여기서 내가 무너지면 끝이야. 그리고 이걸 넘어서야 블레이드 나이트의 경지에 오를 수 있어.’


류연은 한 단계 성장하려면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미네르바는 정신을 집중했다. 용병의 검 끝이 심장을 향해 찔러지고 있었다. 미네르바는 쌍검을 교차해 그것을 막아냈다.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 피가 계속 베어 나왔지만 이제 그것은 미네르바의 정신을 흐트러뜨릴 수 없었다.


‘느려.’


용병들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그들의 검로가 눈에 훤히 보였다. 미네르바는 감으로만 막아내던 공격들까지도 확실히 알고 막아냈다.


미네르바는 내공이 전신을 순환하는 것을 느꼈다. 무아지경에 빠진 미네르바는 힘을 끌어냈다.


‘후.’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자 검에서 흐릿한 검사가 솟구쳤다. 미네르바는 검을 휘둘러 덤벼오는 용병들을 조각냈다.


용병들이 전부 쓰러지자 마법사들은 줄행랑쳤다. 미네르바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블레이드 나이트의 경지에 오른 것이었다.


‘엘리스, 텐시.’


고비를 넘기고 나자 미네르바는 먼저 보낸 두 소녀가 걱정되었다. 물의 정령을 소환해 대충 피를 씻어낸 미네르바는 류연이 전에 말한 집결지를 향해 달렸다.


**


미네르바의 걱정은 기우였다. 늑대는 영리한 토끼를 잡지 못했다.


아케인에서의 추격전은 완전 둘의 무대였다. 분명 쫓기는 입장이었지만 엘리스와 텐시는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용병들은 담벼락에서 지붕으로, 지붕에서 간판으로, 간판에서 난간으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두 소녀를 매번 놓쳤다.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도 마찬가지였다. 힘과 속도는 충분했지만 센스가 부족했던 소드 엑스퍼트 급 용병은 매번 토끼몰이에 실패했다.


“꺄하하하하.”


텐시는 거기에 한술 더 떠 반격까지 가했다. 텐시가 투척한 단검이 뒤따라오던 용병의 미간에 박혔다. 돈을 따 한껏 고양되어있던 텐시는 솟구치는 희열에 미친 듯이 웃어댔다.


“웃차.”


둘은 낡은 목재 사다리를 타고 5층 건물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 건물의 옥상에는 용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 죽이기 싫다고 징징될 생각 마.”


“응···. 알았어.”


텐시는 울 것 같은 얼굴의 엘리스를 쏘아 붙였다. 마음을 겨우 다잡은 엘리스는 검을 뽑았다.



엘리스와 텐시는 눈 뜨면 싸우고, 자기 전까지 치고받고, 매번 다른 주제로 다투는 사이였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전투 시 합은 아주 잘 맞았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두 소녀는 건장한 성인 일곱을 손쉽게 무찔렀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용병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옥상 바닥에 누웠다. 건물 옥상에는 혈향이 가득해졌다.


“다친 데 없지? 얼른 가자. 힘들어도 가서 쉬어. 곧 서부지구야.”


“텐시. 조금만···.”


엘리스는 이제 혈향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충동 때문에 당장은 움직이지 못하고 마력을 진정시켜야 했다.


“또 저런다. 어머~ 내 몸속에는 괴물이 살고 있어요. 이거냐?”


밑에서 용병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 잃은 도끼를 옥상 문 밑에 비스듬히 세운 텐시는 막간을 타 빈정거렸다.


막아둔 문이 쿵쿵거렸다. 손잡이가 삐걱거리는 게 문은 금방에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짝!”


엘리스에게 다가간 텐시는 아주 약간의 감정을 실어 엘리스의 뺨을 때렸다. 엘리스가 약간 정신이 들자 텐시는 자신의 팔목을 내밀었다.


“돈 딴 김에 선심 썼다. 적당히 마셔.”


엘리스는 정신없이 피를 마셨다. 현기증을 느낀 텐시는 피를 더 마시려는 엘리스를 팔목에서 떼어냈다.


“이제 그만 마셔.”


“미안해···.”


“으. 침. 됐고. 뛸 준비나 해.“


둘은 옥상 난간으로 갔다.


“저기 간판까지 뛸 수 있겠어?”


간판까지의 거리는 10미터, 지금 있는 건물은 5층이었다. 엘리스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스가 못 미더웠던 텐시는 엘리스의 손을 잡았다.


“얘랑 다정한 사이로 보이고 싶지 않은데. 어쨌든, 셋 세면 바로 뛰어.”

“3···. 2···. 1···.”


“쿵.”


하마터면 둘 다 다리가 부러질 뻔했다. 간판 밑에 차양막이 설치되어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바닥으로 한 번 더 착지한 텐시는 먼저 내려간 엘리스를 잡아끌었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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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센츄어리 신성왕국 –1- 20.05.22 325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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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정복전쟁 시작 -2- 20.05.05 325 4 12쪽
113 정복전쟁 시작 -1- 20.05.01 324 5 9쪽
112 소드 마스터를 베다 -2- 20.04.28 32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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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군웅할거 -1- 20.04.17 36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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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연말 연휴 -1- 20.04.10 35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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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배틀메이지 루엔 -3- 20.01.24 43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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