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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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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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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0.03.3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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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성동격서의 계 -1-

DUMMY

45화. 성동격서의 계 -1-



“루엔. 저기 초소가 보여.”


“그러네.”


돌아올 때는 확실히 피로가 덜했다. 쌀쌀했지만 날씨가 좋았고, 인원이 많다보니 체력 소모가 적었던 것이었다.


숲의 입구에 위치한 초소에 데미안과 예비 데모닉 워커를 남겨 둔 류연은 엘포리안 요새로 갔다.



“다들 잘들 하고 있었나요?”


미네르바가 자리를 비웠음에도 엘프 전사들은 조장들의 지시에 따라 성실히 훈련을 하고 근무를 섰다.


류연이 보기에도 엘포리안 요새는 잘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표정은 약간 굳어있었다. 아마 뭔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왜? 무슨 문제 있어?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여.”


“그게 아니라···. 인간 기사들이 훈련하는 걸 봤을 때 말인데.”


미네르바는 로렌시아 왕국 기사들의 훈련을 보고 느낀 바를 말했다. 미네르바가 보기에 인간 기사들의 훈련은 엘프 전사들에 비해 역동적이었다.


“미네르바. 좋은 지적이긴 한데, 비교는 하지 마. 엘프 전사들은 지금 충분히 잘 해주고 있어.”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미네르바가 말한 건 인간과 엘프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 엘프 전사들만이 가진 장점도 있잖아.”


엘프 전사들은 대체로 성실하고, 또 정직했다. 숲의 수호와 종족의 안녕이라는 뚜렷하고 건전한 목표도 있었다.


“인간 기사들이 역동적으로 보이는 건, 인간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욕망이기 때문이야. 같은 엘프라도 텐시를 봐. 그 차이야.”


욕망은 나약한 인간이 내재한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욕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과 같았다. 군주는 이 까다로운 욕망을 잘 다스려야 했다. 류연은 그것까지 미네르바한테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내지 마. 지금의 방법이 엘프들에게는 가장 적합해. 정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배움이 필요한 엘프 전사들을 뽑아 교대로 로렌에 보내던지.”


“그렇게 할게. 내가 잠깐 욕심이 났었나봐.”



밤이 되었다. 밀린 업무를 마저 처리한 미네르바는 엘리스와 텐시를 데리러 요새 안의 공터로 갔다. 두 소녀는 흙투성이가 될 때까지 신나게 놀고 있었다.


“루엔은?”


“아직 엘프 전사들 지도 중.”


미네르바는 둘을 숙소로 데려가 깨끗이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미네르바는 어디서 잘 거야?”


“나는 내 집에서 자야지. 집무실 바로 옆이야.”


“그래? 그럼 루엔은 어디서 잘 거야?”


엘리스와 텐시는 합심해 미네르바를 놀렸다. 미네르바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린 여기서 얌전히 있을게. 내일 아침에 보자.”


“야. 너희들···.”


불을 끈 미네르바는 상기된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


미네르바는 빨개진 얼굴을 누가 볼까봐 엘포리안 요새 중앙에 위치한 자신의 집까지 빠르게 뛰었다.


엘포리안 요새에는 숲의 힘이 완전히 미치지 않는다. 엘프의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근원적인 힘은 적용되었지만 자동 온도 조절 같은 생활환경의 최적화는 없었다.


“후.”


가쁜 숨결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자 새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잠시 숨을 돌린 미네르바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불 꺼진 방을 보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일부터는 다시 혼자라 생각하니 갑자기 쓸쓸해졌다. 미네르바는 잠시 현관에 멍하니 서 있었다.


미네르바도 여느 엘프들처럼 외로움을 크게 느끼지 않았었다. 그러나 류연과 뜨거운 사랑을 나눈 이후부터는 종종 이 새로운 감정, 외로움을 느꼈다.


억지로 세면을 마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미네르바는 난로도 켜지 않고 이불 위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 있으니 방 안이 너무나 넓게 느껴졌다.



“으음.”


미네르바는 잠깐 잠이 들었었다. 찌뿌둥하게 선잠에서 깬 미네르바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방 안은 따뜻했다. 위에는 이불이 덮어져 있었고 마법 난로는 은은하게 온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파에는 류연이 담요를 덮고 누워 있었다.


“루엔. 자?”


“막 잠들려던 참이었어.”


“루엔이 덮어준 거야?”


“응. 난로도 안 켜고, 이불도 안 덮고 자길래.”


“고마워. 루엔. 이리 와. 같이 자자.”


미네르바는 응석을 부렸다. 류연은 미네르바의 침대로 들어갔다. 침대는 둘이 눕기에도 충분했다.


‘향긋한 냄새.’


류연은 미네르바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네르바에게선 포근한 살 냄새가 풍겨져 왔다.


**


“미네르바 장로님. 식사 가져왔습니다. 혹시 어디 편찮으십니까?”


미네르바와 류연은 동이 틀 무렵까지 사랑을 나누다 잠이 들었다. 둘은 미네르바의 비서 실비아가 늦은 오전 직접 찾아올 때까지 깨지 않았다.


“루엔. 어쩌지?”


이대로 나간다면 실비아가 바로 알아차릴 것이었다. 미네르바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냥 당당하게 나가면 되지. 부끄러워 할 것 없어. 씻고 와. 대충 정리해 놓을게.”


“늦잠을 잤어. 미안. 곧 나갈게.”


실비아에게 답한 미네르바는 욕실로 갔다. 미네르바가 샤워를 하는 동안 류연은 방을 정리했다. 정리를 마칠 때쯤 미네르바가 욕실에서 나왔다.


“루엔도 씻고 와. 옷 준비해 놓을게.”



옷을 입은 미네르바와 류연은 현관 앞에 섰다. 류연은 미네르바의 손을 잡았다.


“당황하지 마.”


“노력해 볼게.”


미네르바는 문을 열었다. 앞에는 실비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 장로님···? 왜 수호자님과 함께···?”


실비아는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아침 식사를 떨어뜨릴 뻔했다. 미네르바는 멋쩍게 말했다.


“나랑 수호자님은 미래를 약속한 사이야.”


“아. 예···. 제가 실례했습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집무실에서 뵙겠습니다.”


식사를 내려놓은 실비아는 당황해 도망치듯 미네르바의 집을 떠났다. 미네르바와 류연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잘 했어 미네르바.”


“부끄러워···.”


“괜찮아. 그리고 앞으로는 다른 장로들이 미네르바를 무시하지 못할 거야.”


장로회에는 신임 장로인 미네르바를 무시하는 장로들이 몇 있었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류연과 미래를 약속한 사이임을 알게 되면 그들은 알아서 귀를 내릴 것이었다.


**


“이제 출발하자. 루엔 짐은 우리가 챙겼어.”


엘리스는 류연의 배낭을 가지고 왔다. 류연은 그것을 등에 맸다.


“로렌에 돌아가서 연락할게.”


“응.”


미네르바와 이별의 입맞춤을 나눈 류연은 로렌으로 출발했다. 엘프 전사들이 나와 일행을 배웅했다.


‘루엔···.’


지금 헤어지면 내년에나 볼 수 있을 것이었다. 점이 되어 사라져가는 류연을 지켜보던 미네르바는 눈물을 흘렸다.



일행은 외곽 초소에서 데미안과 만났다. 짐마차를 외곽 초소에 인계한 류연은 데미안과 데모닉 워커를 하나씩 등에 업었다.


엘리스와 텐시가 소드 엑스퍼트에 오른 터라 일행의 이동 속도는 전보다 빨라졌다. 넷은 늦은 저녁 노스우드에 도착했다.


“정말입니까?”


류연은 노스우드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노스우드의 영주 한스 준남작은 갑자기 나타나 재촉하는 국왕에게 로렌시아 왕국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쾅!”


“고정하십시오. 전하.”


류연은 책상을 내려쳤다. 나무로 된 책상이 단번에 부서졌다. 한스 준남작은 땀을 뻘뻘 흘리며 류연을 진정시켰다.


로렌시아 왕국은 지금 위기에 빠져 있었다. 류연의 부재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적대 세력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이었다.


일단 땅을 빼앗긴 3국이 북진했다. 시드미안 백작은 그것에 대응해 전력의 절반을 이끌고 출전했다. 그 이유로 수도 로렌에는 공백이 생겨버렸다.


국정 운영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였던 귀족가는 그 틈을 타 반란을 일으켰다. 펜하르트 백작은 남은 병력을 데리고 진압에 나섰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내 이놈들을···. 엘리스, 텐시, 데미안. 준비해. 당장 로렌을 구원하러 간다.”


그렇다면 3국의 병력을 막고 있는 시드미안 백작도 고전하고 있을 것이었다. 류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루엔. 진정해. 오늘은 너무 늦었어. 다들 지치기도 했고. 심지어 데미안은 완전히 퍼졌어.”


류연도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고는 있었다.


“으음. 어쩔 수 없지. 내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하자.”


걱정이 되긴 했지만 류연은 노스우드에서 잠시 휴식하기로 결정했다. 한스 준남작은 서둘러 공관에 쉴 자리를 마련했다.


**


방전된 데미안은 새벽에도 일어나지 못했다. 한스 준남작에게 데미안과 예비 데모닉 워커를 부탁한 류연은 출발 준비를 했다.


“이거라도 타고 가십시오.”


한스 준남작은 노스우드가 가진 짐말 두 마리를 전부 끌고 왔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엘리스, 텐시. 나한테 매달려. 뛰어서 간다.”


노스우드의 말은 노쇠해 탈것으로써의 가치가 없었다. 엘리스를 안고 텐시를 업은 류연은 두꺼운 모포를 위에 덮었다.


“꽉 잡아. 출발한다.”


류연은 위기에 빠진 수도 로렌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 왔어.”


류연은 하루 반나절 거리를 네 시간 만에 주파했다. 저 멀리 로렌의 성곽이 눈에 들어왔다.


“으엑. 멀미 나.”


“나도.”


류연에게 매달려있던 엘리스와 텐시는 땅으로 내려와 물을 마셨다.


“루엔. 저기 봐.”


물통을 집어넣은 텐시는 손가락으로 먼지구름을 가리켰다. 로렌 북문 앞에 약 천 명 정도의 병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


“우리도 싸울래. 텐시. 준비하자.”


엘리스와 텐시는 검을 꺼냈다.


“위험할 텐데.”


“괜찮아. 이제 우리도 이모탈 아머가 생겼잖아.”


엘리스는 동부지구가 보관하고 있던 양질의 이모탈 아머를 하나 받았다. 잠시 고민하던 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따라와.”



도착했을 때, 로렌 북문은 함락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비병들은 성벽에 의지해 방어하고는 있었으나 오래 버티진 못할 듯 했다.


별동대에 북문이 뚫리면 로렌은 위기에 빠진다.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에게 빠르게 다시 한 번 주의사항을 숙지시켰다.


“전장에선 언제나 등 뒤를 조심해야 돼. 전에 훈련한대로 잘할 수 있지?”


두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형을 갖춘 셋은 북문을 공격중인 3국 별동대를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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