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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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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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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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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0.01.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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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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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배틀메이지 루엔 -4-

DUMMY

36화. 배틀메이지 루엔 -4-



사실 예선전은 전투 감각만으로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전투 감각만으로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류연은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마법 수련에 몰두했다. 그리고 어느덧 본선 1차전 날이 되었다.


선수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류연은 분장실로 들어가 가면을 썼다. 이는 검을 닦는 것과 비슷한, 마음을 다잡는 일종의 행위였다.


‘나가볼까.’


물론 의상도 착용했다. 엘리스와 텐시는 의상이 촌스럽다고 했지만 류연은 이 의상이 마음에 들었다.



“선수 입장합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루키, 루엔입니다!!!”


아레나의 관중들은 류연의 변칙적인 마법 운용을 기대하며 환호했다.


“또 저 옷이야.”


“저 옷의 어디가 좋은 걸까? 모양도 별로고, 색도 칙칙하고. 루엔이 살던 곳에서는 다들 저런 옷을 입었나?”


엘리스와 텐시는 관중석에서 투덜거렸다.


“경기 시작됐습니다. 경기장은 고대 사원. 북쪽에는 루엔이, 남쪽에는 지난 대회의 준우승자 아놀드가 위치합니다.”


**


경기가 시작되자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류연은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샥.”


못난이 동상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류연은 재빨리 사각으로 이동했다. 기존에 있던 자리에 얼음덩이가 터지며 사방으로 튀었다. 아놀드는 동상 옆으로 모습을 반쯤 드러내고 있었다.


‘뻔한 수작이군.’


류연은 다가가지 않았다. 방금 얼음덩이를 날린 아놀드는 분신일 것이었다. 만약 분신에 속아 넓은 공간으로 나온다면 뒤에 있을 본체에게 공격당했을 것이었다.


류연은 경기장을 크게 돌았다. 돌며 류연은 종종 아놀드의 분신과 만났지만 그냥 피하거나 가속 마법을 거는 척 하며 통과했다.


‘저기다.’


류연은 제단 근처에서 지하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공동이 나왔다. 공동의 구석에는 아놀드가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류연은 아놀드를 향해 다가갔다.


“라이트닝 쇼크.”


류연의 손가락에 섬광이 맺혔다. 하지만 류연은 아놀드를 직접 찌르지 않았다. 류연이 손가락으로 찌른 곳은 미세한 기운의 준동이 느껴지는 허공이었다.


“으헉.”


마지막 분신을 만들어놓고 기습을 준비하던 아놀드는 감전되어 쓰러졌다. 아놀드가 전투 불능이 되자 심판의 깃발이 올라갔다.


“경기 끝났습니다!!! 루엔. 마지막 분신까지 간파하고 승리를 거둡니다. 뛰어난 통찰력이었습니다!!!”


판짜기 전략은 의표를 찔리면 쉽게 무너진다. 달에 갇힌 세계에서 판을 많이 짜본 류연은 의표를 찌르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15분 만에 본선 1차전 경기를 끝낸 류연은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퇴장했다.



“아놀드가 졌다고? 이러다 진짜 우승하는 거 아냐?”


“···.”


경기 결과를 보고받은 노만은 책상을 내려쳤다. 비서가 가져온 메모리얼 크리스탈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비서는 값비싼 메모리얼 크리스탈을 주워 재빨리 챙겼다.


“척살조로부터 연락은 없었나?”


“오늘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고 합니다.”


텐시는 본선 경기들에는 배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배당도 낮았고 일행의 눈을 속이기가 더 이상 불가했던 것이었다. 결국 가판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용병들은 헛물을 켰다.


“나가 봐.”


다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린 노먼은 비서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묵례를 한 비서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 그 새끼들이 온 뒤론 되는 게 없어.”


예전에도 누군가 노만과 비슷한 말을 하긴 했었다.


**


“누가 내 욕을 하나? 귀가 간지럽네.”


“숙소에 가서 귀 청소해 줄게.”


“고마워 미네르바.”


그렇지만 노만의 험담은 류연에게 오히려 득이 되었다.


“나도 해 줄 수 있는데···.”


“마음만 받을게 엘리스. 조금 더 커서 해줘.”


류연은 엘리스를 어깨 위에 얹었다. 엘리스의 얼굴이 방긋 하고 펴졌다.



“루엔. 자?”


“책 읽고 있었어. 어제 도서관에서 몇 권 빌려 왔거든.”


머리카락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으며 욕실에서 나온 미네르바는 류연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귀 청소해 줄게. 여기 머리 올려.”


얇은 란제리 한 장만 걸친 미네르바는 자신의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책을 탁자에 올려놓은 류연은 그 위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미네르바의 탄탄한 허벅지에서는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져 왔다.


“얼굴을 반대로 해야지. 아냐. 그냥 있어.”


어쩌다 보니 류연은 미네르바 쪽으로 얼굴을 하게 되었다. 헛기침을 한 미네르바는 류연의 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루엔 귀는 청소하기 쉽네. 엘프 귀는 청소하기 까다로운데.”


“···.”


“루엔 뭐해?”


류연이 계속 대답이 없자 미네르바는 류연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리고 류연을 한 대 때렸다.


“루엔은 변태야.”


류연을 밀어낸 미네르바는 이불로 몸을 가렸다.


“미안 미네르바. 미네르바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 말에 미네르바는 이불을 살짝 내렸다. 류연은 미네르바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미네르바의 얼굴이 빨개지며 이불을 쥐고 있던 미네르바의 손에 힘이 풀렸다.


“~.”


그때였다. 거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류연은 입술을 뗐다.


“미네르바. 오늘은 여기까지만.”


“어···. 그래.”


흘러내린 란제리를 급히 올린 미네르바는 재빨리 자신의 침대로 가 자는 척 했다. 조금 있자 문이 열렸다.


**


“엘리스. 거기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걸?”


“왜? 너 또 손잡이에 장난쳐놨지?”


“방금 전까지 같이 목욕했는데 어떻게 장난을 쳐.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그래.”


이상한 낌새를 느낀 텐시는 방에 들어가지 않고 소파에 앉았다. 엘리스는 갸우뚱하며 텐시 옆에 앉았다. 잠시 적막이 흘렀다. 이 적막을 먼저 깬 것은 엘리스였다.


“근데 무슨 근거로 낌새가 이상하다는 건데?”


“내 직감이야.”


텐시는 예전에 사랑을 나누는 중인 엘프 커플에게 장난을 쳤다 호되게 혼난 적이 있었다. 하도 장난을 많이 치고 다녀 머리는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몸은 그때 혼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뭐야. 나 들어갈래.”


“그러니까 안 된대도.”


텐시는 엘리스를 붙잡았다. 그리고 조금 있다 놓아주었다.


“이제 들어가도 될 듯 해.”


“뭐야 진짜.”


텐시에게 화를 낸 엘리스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 왔어.”


류연은 책을 보고 있었고 미네르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 자고 있었다. 그렇지만 방 안에 만연한 어색한 공기를 감출 순 없었다.


‘텐시는 많은 걸 알고 있구나.’


하지만 엘리스는 그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았다. 으스대는 텐시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엘리스와 텐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침대로 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미네르바는 류연의 본선 2차전에 방해가 될까봐 복잡한 마음을 내색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 가 묵묵히 책을 읽었다.


‘바보. 거긴 뭐 없어.’


텐시는 숙소 내의 휴게 공간에 비치된 잡지들을 읽었다. 잡지에는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텐시는 미네르바에게 이를 말해줄까도 했지만 괜히 으스대고 싶어서 그러지 않았다.


류연은 자신이 미네르바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줄도 모르고 대회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본선 2차전을 통과해 준결승에 안착했다.


**


“켄을 내 연구실로 데려오라.”


류연의 준결승 상대는 켄이었다. 초조해진 노만은 켄을 추가 개조하기로 했다.


“아아악.”


용병들이 지하 감옥의 문을 열자 켄은 발악했다. 켄이 휘두른 손톱에 용병 몇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지원이 오고 나서야 용병들은 켄에게 마력을 제어하는 팔찌를 채울 수 있었다.


“켄. 나에게 배움을 구걸하며 네가 뭐라 그랬지?”


“크롸롸!!!”


켄은 증오에 찬 괴성으로 대답했다.


“너는 그때 마나에 맹세하며 마법만 가르쳐주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날 너무 원망하지 말거라.”


가르쳐 온 정이 있을 법도 했지만 노만은 일말의 자비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지금 노만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위뿐이었다. 용병의 도움을 받아 켄을 수술대 위에 묶은 노만은 날카로운 단검을 들었다.


“키에에에엑!!!!”


마취 따윈 없었다. 날이 피부를 파고들자 켄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조용히 해.”


그렇지만 노만은 아랑곳하지 않고 개조 수술을 계속해 나갔다.


**


“2주 만에 돌아왔습니다. 드디어 준결승전입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 입장합니다. 루엔 선수와 켄 선수입니다.”


“예선전에서 만난 적이 있는 두 선수입니다. 당시 루엔 선수는 켄 선수가 소환한 언데드를 조종해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오늘도 루엔 선수의 센스 플레이, 기대해 보겠습니다. 경기 시작됩니다!!!”



이번 경기장은 지형지물이 하나도 없는 투기장이었다. 류연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켄을 유심히 살폈다.


‘정상이 아니군.’


육안으로 보기에도 켄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생체 반응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미약했지만 가끔씩 활화산처럼 용솟음쳤다. 류연은 켄과의 거리를 조심스레 좁혔다.


“위이이잉.”


켄의 어깨가 열렸다. 열린 틈 사이로 나온 것은 기계장치가 달린 원통이었다. 전에 개틀링건을 쏴 봤던 류연은 바짝 긴장했다.


“푸슈슈슉.”


원통은 회전하며 쇠못을 고속으로 뱉어냈다. 류연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몸을 뒤로 젖혀 못을 피해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켄의 입에서 불줄기가 쏘아지며 바닥을 달구었다. 불줄기는 계속해서 류연을 따라왔다. 류연은 텀블링을 하며 경기장 끝까지 물러났다.


‘이크.’


한 발짝 더 뒤로 가면 장외 실격이었다. 류연은 난간에 한손으로 매달렸다.


‘어쩌지.’


켄은 공격을 멈추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류연은 어서 빨리 돌파구를 찾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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