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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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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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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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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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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위기의 숲(5)

DUMMY

“이래서는 끝이 없겠는데요? 아직도 한참이나 더 모아야 해요. 아 그리고 테일러 중기사님이 부탁한 검은 발톱 크루거라는 녀석도 사냥해야 해요.”


“흐흠. 가만있어보자. 중기사님이 그 크루거라는 녀석이 곰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네. 크고 난폭한 녀석이니 조심하라고 하셨죠.”


“그 녀석을 찾아서 처리하면 추가 식량을 모으는 것도 같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만약 크루거도 마력에 잔뜩 물든 녀석이면 다시 이곳까지 와야 할 텐데. 다 처리하지 못하고 가려니 조금 찝찝하기도 하고요.”


“우리 보조마법사 류미님은 다 좋은데 너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게 문제에요.”


“아앗. 그런가요? 그래도 기왕이면 순서대로 처리하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요.”


“언제까지고 이 녀석들을 찾아 이 근방을 샅샅이 뒤질 수는 없잖아요. 우선 최종목표인 녀석도 곰이라고 했으니 녀석을 찾아가서 쓰러뜨려 봐요. 혹시 알아요. 깨끗한 녀석일지? 그럼 이 고생 안 해도 될지도 모르잖아요.”


“알겠어요. 제가 뭐 힘이 있나요? 전 리더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갈 뿐입니다.”


“후훗. 그런 자세 아주 마음에 듭니다. 동업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엄연히 제가 류미님의 선생님이기도 하니까요. 리더이자 선생님인 절 따라오는 게 맞겠죠? 절 믿어보세요. 경험상 가장 골치 아픈 녀석부터 처리하면 나머지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가실까요?”


“어째 좀 놀리는 것 같기도 한데 기분 탓이겠죠?”


“아유 그럼요! 제가 어찌 감히 선생님에게 그러겠어요.”


“에헴! 그렇다면 잠시 두루마리 좀 볼게요.”


드롱은 류미가 가지고 있던 지도와 퀘스트 두루마리를 펼쳐 최근에 크루거가 목격됐다는 곳을 살펴보며 주변을 살폈다.


“이 근처 같기는 한데 좀 더 북서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북서쪽 발트 산맥 근처에 있는 버려진 폐광이라고 적혀 있네요.”


드롱은 두루마리를 접고 근처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울창한 숲속이라 나무에 가려 커다란 산맥이 보이지 않았다. 드롱은 판금 갑옷을 입었음에도 날렵해 한 마리의 곰처럼 나무를 타고 올라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저 멀리 유달리 우뚝 솟은 발트 산맥이 보였다. 드롱이 앞장섰고 류미는 뒤를 따라 산맥을 향해 길을 나섰다. 류미는 드롱을 따라가다가 뭔가를 잊은 듯 뒤를 돌아 뛰어갔다.


“아! 맞다. 우리의 귀중한 뒷다리 챙겨 가야지.”


드롱은 그런 류미를 보며 놀려댔다.


“교육생! 뭐합니까? 정신 차립니다.”


“꽤 역할극에 심취하시는 타입이시군요!?”


“흐흐. 재밌잖아요.”


가까워 보였던 산맥은 생각보다 꽤 멀리 있었다. 기분 탓이긴 하지만 가면 갈수록 더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드롱은 이런 생활에 익숙한 듯 휘파람까지 불며 가뿐하게 걸어 다녔지만, 그와 반대로 류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팔을 늘어뜨린 채 살아 움직이는 시체가 되어 드롱의 뒤를 따라갔다.


류미는 앞으로 걸어가는 길 보다는 다시 돌아가는 길이 더 걱정됐다. 지친 류미가 앞서가던 드롱의 팔을 붙잡았다.


“헉헉. 드롱님 저 도저히 안 되겠어요. 숨을 너무 거칠게 쉬었더니 이대로 가다간 내장까지 다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류미는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주저앉고는 몸을 뒤로 넘겨 벌러덩 바닥에 드러누웠다. 옷이 더러워지는 것 따위 가쁜 숨을 내뱉느라 신경 쓰지 않았다.


‘우지끈’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엉덩이가 조금 불편했지만, 지금은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앞에 있던 드롱은 웃으며 류미의 앞으로 다가와 앉아 소매를 걷고 땀을 흘리는 류미에게 갑옷 안에 있던 손수건을 내밀었다. 향긋한 향이 났다.


손수건을 받아들고 먼지 때문에 색이 탁해져 갈색을 띠는 땀을 닦아냈다. 드롱은 가방을 열어 여관에서 받아 온 물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켜 마른 목을 축였다. 그리고 시선을 돌리다 우연히 류미가 뭔가를 깔고 누워있다는 걸 알아챘다.


“류미님의 엉덩이가 굉장히 중요한 무언가를 깔아뭉개고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지쳐서 더는 못 간다고 산송장처럼 드러누웠던 류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드롱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뭔가 깔아뭉갠 것 같은 기분은 들었지만, 그냥 나뭇가지 정도일 거로 생각했는데 설마 벌레나 도마뱀 같은 걸 깔아뭉개버린 줄 알고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드롱의 망토 뒤로 숨었다. 류미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으힝! 뭔데 그래요. 도마뱀이에요? 아니면... 벌레?”


류미의 엉덩이에 짓눌려진 썩은 풀들을 걷어내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나무판자가 모습을 보였다.


그건 다름 아닌 경고 표지판이었다. 오래전부터 바닥에 놓여 있었는지 이끼와 흙들로 더럽혀져 있었다.


드롱은 부러진 표지판을 들어 올려 흙을 털어내고 이끼를 떼어내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경고문구를 확인했다.


“이것 보세요. 류미님. 놈을 찾은 것 같아요! 경고 표지판이 이런 곳에 떨어져 있었다니. 표지판이 이곳에 있으니 적어도 100m 근방에 놈이 숨어 사는 폐광이 있을 거예요.”


“아... 저 금방 일어났어요. 하나도 못 쉬었다고요. 그러니 다시 누울게요.”


드롱은 드러누우며 투덜거리는 류미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아~ 진짜로 딱 5분만요.”


“그럼 활력 물약을 한 병 드릴게요. 됐죠? 그런데 명심하셔야 할 게 있어요. 활력 물약이 다 좋은데 비싸기도 비싸지만, 이 물약을 너무 많이 복용하게 되면 몸에 내성이 생겨요. 그럼 정작 써야 할 땐 쓰지 못하니 하루에 2잔 이상 마시시면 안 돼요. 아직 체력이 안 받쳐주는 초보 모험가이시니 드리기는 하겠지만 되도록 안 먹고 체력을 키우는 걸로 해요. 알겠죠?”


“암요! 암요! 그럴게요.”


류미는 싱글벙글 웃으며 활력 물약을 받고 그대로 목구멍 안으로 몽땅 털어 넣었다. 류미의 얼굴에 생기가 돌며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을 느꼈다. 류미는 자기가 앞장서겠다며 냉큼 폐광을 찾아 나섰다. 산맥 쪽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닥에 나뒹구는 오래된 동물의 뼈가 많이 보였고 중간중간 사람의 뼈와 같은 동족인 곰의 뼈도 보였다.


“세상에나 이녀석 자기 종족까지 잡아먹고 있었어요.”


“지독한 녀석이군요. 동족까지 잡아먹을 정도라면 정말 큰 녀석이겠는데요?”


중기사 테일러가 경고했던 대로 꽤 포악한 녀석인 것 같았다. 자신만만하게 앞서가던 류미는 겁이 났는지 제자리에 멈춰서서 드롱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드롱을 앞세워 보냈다.


드롱은 사방에 널린 뼈들 사이에서 아직 붉은색 살점에 파리와 구더기 등 벌레가 들끓는 뼈를 발견했다. 놈이 먹고 버린 지 길어봐야 이틀 정도는 되어 보였다.


“먹다 버린 지 얼마 안 된 뼈네요. 이 근방 어딘가에 동굴이 있겠군요.”


드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색하게 무너진 바위무더기 뒤쪽으로 오래되어 무너진 인부 휴게실이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에 잠식되어 있었고 심하게 부식된 천장은 무너져 벽과 바닥에 비스듬하게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인부들의 땀을 식혀준 벤치엔 이름 모를 버섯들이 자라나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옆으로 동그랗게 뚫려있는 광산 입구가 보였다. 드롱과 류미는 무기를 들고 자세를 낮춘 뒤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동굴 근처로 걸어갔다.


동굴 안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바람을 따라 부패한 사체의 냄새가 풍겨왔다. 드롱은 미간을 찌푸리며 코를 틀어막았다. 귀를 기울이자 끔찍한 무언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얼마나 큰 녀석이 안에 있길래 이런 끔찍한 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적어도 지금까지 상대한 녀석들보다는 훨씬 큰 녀석인 건 알겠어요. 어떻게 할까요. 류미님. 작전을 세워봐요.”


“폐광이라고 했으니 안쪽은 분명 막혀 있을 거예요. 제가 화염 마법을 안쪽으로 날려 볼게요. 그럼 녀석도 놀라서 뛰어나오지 않을까요? 그럼 그때 방심하고 있는 놈을 드롱님이 날려버리면 될 것 같은데.”


“음. 나쁘지 않군요. 좋아요. 그렇게 해보죠.”


“광산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지도 모르니 조금 물러서 주세요. 제가 날려 보낼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큰 불덩어리를 놈에게 날려버릴 거니까요.”


류미는 단단히 마음먹은 듯 가방에서 가장 큰 마나 물약을 꺼내 뚜껑을 열고 물약을 마셨다. 크게 심호흡한 뒤 류미는 큰 원을 그리며 불꽃을 양손 끝에 뭉쳐 모으기 시작했고 목표를 응시하고 조준했다. 드롱도 침을 꿀꺽 삼키고 동굴 안쪽을 응시하며 무기를 고쳐 잡았다.


“갑니다!”


주변의 공기를 모두 태워버릴 정도로 거대하고 강렬한 열기가 몰아쳤고 그 영향으로 류미의 머리카락과 망토가 휘날렸고 류미는 얼굴을 찡그리고 한쪽 눈을 질끈 감았다.


불덩어리가 동굴 안쪽을 향해 날아갔다. 잠시 후에 동굴의 벽에 닿은 불덩어리가 터지며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동굴 바깥까지 불길이 치솟았다.


“쿠와앙!”


안쪽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폭발과 불길에 휩싸인 거대한 회색곰 크루거가 모습을 드러냈고, 당황한 크루거는 털에 붙은 불꽃을 털어내기 위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크루거의 털은 구불구불 말려 꼭 파마라도 한 듯 꼴이 엉망이 되었다. 드롱은 무방비 상태인 크루거를 향해 달려가 그의 다리를 베고, 다음 공격으로 엉덩이를 찔렀다. 놈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마음껏 공격했다.


처음에는 당황해 당하기만 하던 크루거는 정신을 차리고 포효하며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나 자신을 공격 중인 드롱을 밀어내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어리둥절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분노한 크루거는 드롱을 노려보았다.


역시나 보통의 곰은 아니었다. 집채만 한 큰 키를 가진 거구의 회색곰이었다. 분명 놈의 몸에 치명타가 될만한 공격을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한지 놈은 씩씩거리며 굳건하게 서 있었다.


드롱은 그의 놀라운 방어력에 놀란 듯 잠시 주춤했지만, 우렁차게 기합을 넣고 다시 공격을 이어 나갔다. 방패를 던져 놈의 얼굴을 공격했다. 방패는 턱에 적중했고 놈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그 사이 드롱은 점프해 검으로 배를 찔렀다. 이 야수는 두꺼운 가죽 덕분인지 끔찍하게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분노한 크루거는 드롱을 왼팔 손등으로 드롱을 강하게 밀쳐 냈다.


“팡!”


“큭...”


가까스로 방패를 이용해 막아냈지만, 압도적인 그의 공격은 신경을 타고 뼈까지 전달됐다. 연속공격을 펼치는 크루거를 향해 류미는 충격 마법으로 크루거의 얼굴을 가격하고 아이스 볼을 난사했다.


류미의 공격은 그에겐 한낱 눈뭉치 수준에 불과했지만, 놈의 시선을 잠깐이라도 돌릴 수 있었다. 크루거는 귀찮게 날아오는 얼음덩어리를 손으로 쳐내느라 바빴고, 그 틈에 드롱은 뒤로 조금 물러나 회복 물약을 마셨다.


왼손 떨림이 잦아들자 곧장 크루거의 다리 사이로 빠르게 돌격했다. 크루거는 양손을 휘둘러 드롱을 공격했다. 드롱은 측면을 공격하기 위해 재빠르게 옆으로 방향을 틀었고, 왼쪽 다리를 다시 베었다.


덩치에 비해 스피드도 상당했다. 어느새 그는 드롱을 따라 몸을 틀어 양팔로 드롱을 내리찍었다.


“스트롱 쉴드!”


방패의 단단함을 극도로 올려 육중한 크루거의 내려찍기 공격을 막아냈다. 드롱의 발이 땅에 박혀버릴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종아리가 욱신거리고 아렸다. 이어지는 공격에 드롱은 힘없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크윽... 이 녀석 생각보다 너무 강한데? 이런 초보자 모험지역에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있을 줄이야. 네놈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잡는다.”


“괜찮으세요. 드롱님?”


드롱은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네! 아직 쌩쌩합니다.”


“제가 놈을 유인하고 있을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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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4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4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6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6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7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5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9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3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4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9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51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1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8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9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7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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