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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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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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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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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위기의 숲(4)

DUMMY

류미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잠시 자리에 앉아 쉬고 싶었던 드롱은 그냥 등을 기댄 채 누웠다가 한숨을 내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와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드롱은 프링스에게 또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쯧쯧. 젊은 놈이 저렇게 게을러터져서야 여자들한테 사랑이나 받겠나. 자고로 남자란 성실하고 부지런해야 하는 법인데 저 썩을 것은... 쯧쯧.”


“뭐라고요!?”


“귀는 쓸데없이 밝아 가지고... 아 뭐하고 서 있나! 빨리 가서 따와야 내가 연구를 진행하지! 굼벵이를 삶아 먹었나? 느려터져서.”


류미는 씩씩대는 드롱의 팔을 붙들고 억지로 잡아 끌어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집 모퉁이를 돌려고 할 때 프링스는 창문을 벌컥 열어 재끼고는 지나가는 류미와 드롱을 다급하게 붙잡아 세웠다.


“아 참! 산딸기를 먹으러 오는 곰들이 있으니 조심해. 개중에 평범한 회색곰도 있지만, 마력에 물든 회색곰도 있으니 죽기 싫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거기 가서 죽어 딸기밭에 갈 때마다 자네들의 시체를 보며 죄책감에 빠지게 하지 말라고. 알겠지? 그리고 혹시나 평범한 회색곰이 나온다면 그 녀석도 데리고 와주면 좋고. 물론 두 사람도 살아서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말이야. 그건 내 사례하겠네.”


이래서 테일러 중기사가 왜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류미와 드롱은 말없이 딸기를 수집했다.


드롱은 방패를 자루 삼아 딸기를 모았다. 잠깐이었지만 조용히 딸기를 따는 일과 먹는 두 가지 일에만 집중했다. 여유 있게 딸기를 다 따고 회색곰이 나타나기를 잠시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집으로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는 프링스는 이미 연구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호로록거리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오! 돌아왔군. 빨리 내 연구 결과를 자네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


프링스는 흥얼거리며 몸을 들썩였고 열매를 조금 떼어내어 손톱만 한 크기로 다시 잘랐다. 그리고 다른 방에서 우리에 들어있는 하얀 쥐를 가지고 나왔다.


류미와 드롱은 코를 막고 프링스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프링스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붉은색 과즙이 흐르는 열매를 쥐에게 주었다. 쥐는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 채 코를 바삐 움직이며 열매를 탐색했고, 탐색이 끝나자 열매에 코를 박고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열매를 먹은 쥐의 뼈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부서지며 뒤틀리더니 뼈가 몸속에서 스스로 살아 움직이듯 새롭게 조각조각 맞춰지기 시작했고, 휠체어에 앉아 걷지 못하던 사람이 기적적인 힘을 얻어 일어나는 것처럼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섰다.


눈은 빨갛게 충혈이 되고 이빨은 더 크고 날카롭게 변했으며 손과 발의 근육이 발달하기 시작하더니 괴성을 지르며 류미와 드롱을 향해 달려들며 공격적으로 변했다.


광폭해진 쥐는 철장을 들이받기 시작하더니 생각을 바꾸어 철장을 손으로 잡고 양쪽으로 벌리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기세였다.


쥐가 철창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나오려 할 때 프링스는 새로 개발해 낸 약처럼 보이는 물약을 쥐의 머리 위로 천천히 쏟아부었고 몸에서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바닥을 뒹굴며 먹었던 열매를 전부 토해내기 시작했다.


한참을 피와 열매를 토해내던 쥐의 뼈가 서서히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왔다. 기이한 현상에 두 사람은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았고 한동안 가만히 누워 가쁜 숨을 내쉬고 있던 쥐는 프링스가 다른 물약을 몇 방울 떨어뜨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찍찍거리며 우리 안을 돌아다녔다.


류미와 드롱은 방금 일어난 엄청난 일을 보고 놀란 눈으로 프링스를 쳐다보았다. 으쓱해진 프링스는 껄껄 웃었다.


“역시 난 천재라니까! 대단하지?”


“어떻게 된 거죠? 방금 쥐가 소름 끼칠정도로...”


프링스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새로운 통으로 옮겨진 쥐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검은 마법 덩어리를 주입 시킨 악의 열매일세.”


드롱의 목소리가 커졌다.


“악의 열매라고요? 설마 설마 했는데...”


류미는 두 사람의 얼굴이 심각해진 걸 보고는 질문했다.


“두 분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우리가 사용하고 남은 마나의 불순물을 한데 모아 검은 마법을 주입 시키면 검은 마나 덩어리가 만들어져. 아주 불안정한 물체이지. 그 덩어리를 액화시켜 과일나무에 주입 시키게 되면 그 나무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게 되면서 이런 악의 열매를 맺게 된다네. 그 물질이 몸속에 남아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가 되면 그 상태로 또 변이를 일으키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면 돌연변이가 탄생하게 돼. 그렇게 태어난 생물들이 글런드와 트롤들이지.”


“네에!?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봐요. 글런드는 불의 군대가 만들어 낸 피조물이라고 특성 학교에서 배웠는데 열매를 먹어서 그렇게 됐다고요? 그런데 트롤들도 그렇게 된 건지는 전혀 몰랐어요.”


“피조물이라고 보기엔... 좀 거리가 있는 것 같군. 뭐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들의 기원도 모르다니 귀족 놈들 대체 특성 학교에서 뭘 가르치는 게야. 그런데 좀 배웠다는 처자가 이렇게 몰라서야 어떻게 퀘스트를 하겠나.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지금 하는 일의 중요성과 이 퀘스트를 통해 자네들이 무언가를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하는 거야.”


“...네.”


“물론 살아가는 데에는 젠트도 중요하지만, 지식도 아주 중요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자네들이 이번 임무를 안전하게 끝내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네.”


류미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소파에 앉았고, 드롱도 류미를 따라 옆에 앉아 프링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글런드는 원래 남서부 지역에 있는 코랄 늪과 가르독 늪에 사는 평범한 육식 동물이었네. 교묘한 불의 군대는 서부대륙에서 다크 엘프와 추락한 인간들의 연합군과 힘겹게 싸우고 있었고, 동부에서는 오크와 임프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있었지. 전선이 이중화가 된 불의 군대에는 자신들을 도울 다른 세력이 필요했어. 그래서 안드릭스 대륙 오크와 임프들이 신경 쓰고 있지 않고 버려진 땅을 먼저 공략했네. 그곳이 바로 그들이 살던 늪일세. 불의 군대는 늪에 열매를 뿌렸고, 멋모르고 그 열매를 집어 먹은 악어는 불의 군대의 힘에 의해 돌연변이로 다시 태어나 세력을 빠르게 키워나갔지. 본래 악어들은 지상에서는 별 볼 일 없을지 몰라도 수영 실력 하나만큼은 뛰어나단 말이야.”


프링스는 텅 빈 찻잔을 테이블위에 바닥에 내려 놓고 팔짱을 꼈다.


“오크와 임프들도 그들의 존재를 뒤늦게 알아차렸지만,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괴수어가 사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었기에 그들이 오지 못할 거로 생각했어. 하지만 그들을 너무 과소평가했지. 글런드는 그들의 예상을 깨고 폭풍우가 치던 날 밤. 바다를 건너 미넬리아와 평화의 항구를 급습했고 임프의 수도인 미넬리아는 거의 함락 직전까지 내몰렸었지만, 임프 군대는 마법사들을 앞세워 가까스로 그들을 막아내는 데에 성공하면서 글런드군을 수도에서 몰아낼 수 있었지. 그 때문에 오크는 대륙에서 글런드군 외에 또 다른 적과 싸워야 했네.”


“트롤...”


“그래. 트롤들이지. 원래 그들은 하늘 가는 쉼터와 꿈의 숲에 살던 요정들이었어. 지금은 그림자 숲으로 불리고 있지. 요정들 대부분이 오크와 함께 고원에서 싸우는 동안 불의 군대는 쉼터에 열매를 뿌렸고, 역병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요정들부터 시작해서 요정족 전체에 파도처럼 빠르게 퍼져나갔지. 결국엔 대부분이 열매에 중독되어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버렸고 글런드와 트롤에게 당한 오크는 패퇴했지. 임프를 제외하고 그나마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했던 우리 인간들이 서부에서 승리를 거둔 후 엘프와 함께 안드릭스 대륙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전세를 다시 역전시킬 수 있었던 거야.”


류미는 손뼉을 쳤다.


“연금술사님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오래된 역사를 줄줄 꿰고 계신 거예요? 사실 학교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배워서 이런 자세한 내용은 처음 들었어요.”


“그래도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다는 것 자체가 요즘 젊은이치고는 훌륭한 거야. 뭐 얼마나 제대로 배웠는지가 중요하겠지만 말이야.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역사는 반드시 반복되기 마련이기 때문이야. 그들과의 전쟁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잠시 물러나 다시 우리의 목을 노릴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 바로 지금 오늘처럼 말이야.”


프링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군. 이 전쟁이 가시화되기 전에 끝내야 하네. 내가 여기 미리 몇 병 만들어 두었으니. 우선 임시로 몇 개 챙겨가. 오늘부터 대량으로 찍어내야 할 것 같으니 말이야. 가서 그 네모 머리 중기사에게 말해둬 비용은 꽤 비쌀 거라고.”


프링스는 정화 물약이 든 작은 자루를 류미에게 건네주었다.


“혹시 모르니 드롱님이 반을 가지고 계세요. 제가 나머지 반을 가지고 있을게요.”


“네.”


“연금술사님.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그리고 물약 잘 쓸게요!”


프링스는 뒷짐을 지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류미에게 낡은 책 한 권을 건네주었다. 책에는 비법의 연금술이라는 제목과 함께 프링스가 엄지를 들고 윙크하는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내 자네들이 따온 딸기를 보았는데, 류미양은 손이 작고 고아서 그런지 딸기도 참 예쁘게 잘 땄던데. 저 녀석이 따온 건 다 물러터져서... 에효~”


“섭섭하네요. 영감님. 저는 뭐 아무것도 안 챙겨 주시나요!?”


“자네가 따온 딸기나 다 챙겨가게 다 물러져서 쓰지도 못해! 멍청하면 힘이라도 좋아야 한다더니 딱! 자네 같은 사람을 보고 한 말이군.”


“뭐라고요!?”


드롱은 툴툴거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쓰레기를 툭 걷어찼다. 프링스는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으며 다시 류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서 특별히 내가 편찬한 책을 선물하는 거야. 장담하는데 분명 모험할 때 유용하게 쓰일 거야. 본 직업 말고 또 다른 기술 하나 정도는 따로 배워둬야 모험 중에 팔이나 다리 하나가 잘리게 되더라도 남은 생을 길바닥에서 빌어먹지 않고 살 수 있지. 내 머릿속에 든 건 많은데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제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따로 남길 곳이 없으니 아가씨에게 다 줄게.”


류미는 책을 소중히 품에 껴안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걸 정말 제가 받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공부할게요!”


“그래그래. 밤이 늦었으니 어서들 가봐. 밤길에 회색곰 조심하고. 나중에 네모 머리에게 말해 사람들을 보내라고 하게. 항상 몸조심하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안부 잘 전할게요. 그리고 또 봬요.”


프링스는 이별이 아쉬운지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마당까지 따라 나와 류미와 드롱을 향해 손을 들어 배웅해 주었다.


류미는 마른 손을 천천히 흔드는 프링스를 보며 마음이 찡했다. 드롱은 가는 내내 프링스를 흉보며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마지막에는 좋은 분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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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3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4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6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8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5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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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69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5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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