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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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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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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6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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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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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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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7화 길드(1)

DUMMY

우여곡절 끝에 주방으로 도달한 안쪽엔 검은 피부에 땀이 흘러 정교하게 단련된 근육이 빛나는 요리사가 중식도를 들고 고기를 해체하고 있었다.


류미는 그런 근육은 태어나 처음 보았다. 근육 너무 많아 팔이 접힐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요리사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식칼을 꽉 움켜쥐고는 뒤를 돌아 류미를 노려보았다.


“감히 나의 신성한 요리 시간을 방해하는 놈은 대체... 응? 뭐야 넌. 여긴 미성년자 출입 금지 구역이다. 얼른 나가려무나.”


“아... 안녕하세요. 길드에...”


“쉿! 이젠 하다 하다 꼬맹이들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된 건가? 곧 길드가 망하려나 보군.”


요리사는 검지를 들어 올려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 후 식칼을 들어 지하로 연결되는 것 같은 작은 문을 가리켰다. 류미는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문으로 향했다.


이건 류미가 기대하던 길드 아지트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 나 사기 당한거 아냐? 무슨 길드가 이래.”


류미가 상상한 길드 아지트는 크고 화려한 저택에 복도 벽에는 대단한 화가의 그림이 걸려있고, 천장에는 방사형 모양의 샹들리에와 바닥엔 고급 양탄자 그리고 마당에서는 길드원들의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기대와는 많이 어긋나 실망하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고르곤 숲을 전전하며 백수로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주방장을 믿고 지하로 내려갔다.


밑으로 향하는 계단은 좁았고 컴컴해 발 한번 잘못 디뎠다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끝도 없이 굴러떨어질지도 몰라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드문드문 횃불이 벽에 걸려있어서 계단은 희미하게나마 보이기는 했다. 횃불을 따라 내려가자 계단의 끝이 보였고 앞이 가로막혀 있었다.


“분명 아래로 내려가라고 하셨는데.”


귀신이라도 나올까 봐 불안해진 류미는 서둘러 가로막고 있는 벽을 살펴보았고 불빛이 희미하게 벽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앞을 가로막은 문이 있는 것 같았다. 손을 더듬어 문고리를 찾아냈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류미는 헛기침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낯익은 사람이 책상 위에 양발을 올리고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류미는 조심히 다가가 졸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고 그의 얼굴에 상흔을 확인하곤 그가 데일러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류미는 각종 서류로 어지럽혀진 책상을 ‘똑똑’ 두드렸다. 그는 처음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한 번 더 두드리자 데일러스는 화들짝 놀라고는 정자세로 앉아 갑자기 콧노래를 부르며 책상에 펴 놓은 양피지에 뭔가를 적는 시늉을 했다.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류미의 물음에 데일러스는 능청스럽게 펜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하하 아뇨! 전 잠을 잔 게 아니라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겁니다. 류미양?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전 가끔 이렇게 사색에 잠기곤 하거든요.”


누가 봐도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려니 했다.


“가지고 오신 준비물은 뒤에 보이는 류미님 이름이 적힌 단지 안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이력서는 저한테 주시고요.”


류미는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이력서를 데일러스가 앉아 있는 책상에 올려두었고 가방 속에 잘 묶어둔 늪지 해초를 자신의 이름이 적힌 단지 안에 넣었다.


데일러스는 멋들어지게 하품을 한 후 이력서를 훑어 내려갔고 기대고 있던 등받이에서 벌떡 일어나 정자세로 바꾸어 류미의 이력서에 적힌 가족란을 유심히 본 후 류미를 한번 힐끗 올려다보았다.


“어... 이력서에는 사실만을 기재하셔야 하는 것 아시죠?”


“물론이죠.”


데일러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뒤쪽에 있던 벽을 툭툭 건드렸다. 평범했던 벽에 룬 문자가 새겨지더니 빙글빙글 돌다가 멈추곤 문처럼 변했다.


“따라오세요.”


그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건 넓은 원형 경기장이었다. 경기장 안쪽에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전사가 포효하며 검과 방패를 휘두르고 있었다.


손에는 푸른색 빛이 도는 철제 방패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녹색 빛을 머금은 검을 들고 있었고, 관중석에는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아 느긋하게 경기장에 있는 전사를 바라보았다.


전사는 호기롭게 고함을 지르고는 훈련용 허수아비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 내리치고 방패로 밀쳐내며 연습을 이어갔다.


허수아비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치던 전사는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려 단상에 있는 남자에게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단상에 서서 하품을 하며 쪼그려 앉아 있던 남자는 일어나 마이크 앞에 섰다.


사회자로 보이는 남자는 나비넥타이를 반듯하게 고쳐매고 목소리를 가다듬기 위해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힘차게 외쳤다.


“자 이번 시험 참가자는 아쉰베일에서 온 강인하고 용맹하면서도 전형적이면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방어형 전사 로드래스맨입니다! 그가 하나 마나 한 연습을 마치고 드디어 준비된 것 같군요.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죠. 빨리 그가 뭉개져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보고 싶군요. 벨리아란 그럼 바로 시험을 시작하죠!”


벨리아란은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특별한 마법사였다. 그는 대상자의 정신과 신체를 투영하여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시험 대상자의 능력에 알맞은 몬스터를 불러내는 몇 안 되는 특별한 마법 해석가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훈련용 허수아비에 주문을 걸어 넣었다. 훈련용 허수아비에서 붉은빛이 번쩍였고 기이한 형태로 변하며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며 형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붉은빛에 노출된 훈련용 허수아비는 외형을 갖추더니 순식간에 코볼트의 모습으로 변했다. 코볼트는 아무렇게나 각진 둔기를 들고 울부짖었다.


“아... 코볼트라니요. 실망스럽군요. 로드래스맨 역시나 생각했던 것만큼 강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온갖 멋진 행동은 다 하더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보죠? 하하 그래도 사력을 다해 목숨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하며 경기를 관람하겠습니다.”


로드래스맨은 해설자를 올려다보며 최선을 다해 입으로 심한 욕을 내뱉었다.


“땅속에 굴을 파고 살며 시궁창 냄새가 나고 똥처럼 못생긴 코볼트와의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징이 울리며 경기 시작을 알렸다. 관중들은 일제히 로드래스맨에게 박수와 격려 보냈다. 류미는 처음 보는 실전 전투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꽉 쥐고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류미가 본 전투의 모습은 학교 실습시간에 무기도 없이 상대와 대련을 하던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생사를 두고 싸우는 전투였다.


“흐야앗!”


로드래스맨의 짧고 큰 기합 소리와 함께 로드래스맨은 코볼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질세라 코볼트도 특유의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로드래스맨은 코볼트의 둔기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가볍게 방패를 들어 올려 막았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 뒤쪽에서 로드래스맨의 칼이 코볼트의 몸통으로 날아갔다.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지만 적중했다.


“키에엑!”


코볼트는 비명을 지르며 칼이 지나간 자신의 옆구리를 만져 보곤 괜찮은 듯 이번엔 신중히 로드래스맨을 보고 주위를 돌았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로드래스맨은 검을 빙글 돌리며 방어 자세는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코볼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코볼트는 검을 피해 둔기를 휘둘렀고, 로드래스맨은 몸을 회전시켜 방패로 코볼트의 둔기를 받아쳤다. 이어서 검을 가로로 날려 코볼트의 배를 갈랐다. 코볼트는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다. 로드래스맨은 자세를 고쳐잡고 코볼트에게서 떨어졌다. 다시 코볼트에게서 붉은빛이 났고, 또 다른 형태로 변형이 일어났다.


이번엔 사나운 고르곤의 형태로 바뀌었다. 로드래스맨은 심호흡하며 다시 방패를 세우고 검을 고쳐 잡았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어서 두 번째 시험인 무시무시하고 난폭한 고르곤과의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용케도 코볼트를 제압한 로드래스맨 과연 늪지의 최강자 고르곤을 상대로 어떤 시합을 펼칠지 궁금하군요! 전 고르곤에게 한 표를 걸도록 하죠.”


“잠깐... 난이도가 너무 확 올라가는 거 아냐? 다음 상대로는 놀이나 정예병 정도는 나와야지... 이건... 좀”


로드래스맨의 불만을 뒤로하고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더욱 커졌다. 황소 같은 외모에 단단한 피부를 가진 고르곤은 지상에선 상대가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특히나 고르곤이 내뿜는 숨결에 살짝만 맞아도 살점이 아이스크림 녹듯 녹았고 강철도 흐물흐물하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맹독을 지니고 있었다.


로드래스맨은 옆걸음질 치며 고르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고르곤은 관중들의 환호 소리에 흥분한 듯 로드래스맨을 바라보며 울부짖었고 금방이라도 사나운 뿔과 숨결로 녹여버릴 것처럼 노려보았다.


고르곤은 발밑의 흙을 골라 최대 속도로 달려나갈 수 있게 했다. 로드래스맨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흥분한 고르곤이 제 발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고르곤이 포효하며 로드래스맨에게 달려들었다. 침착히 기다린 후 고르곤의 뿔이 방패에 닿으려 할 때 로드래스맨은 이번에도 옆으로 신속히 피해 빙글 돌아 고르곤의 속도에 맞춰 옆구리를 검으로 그었다.


쇠와 바위가 부딪히며 긁히는 소리가 들리며 검 끝에 불꽃이 튀었다. 류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앗! 아 빗나갔다.”


“아뇨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고르곤의 피부가 단단했을 뿐이죠.”


“아 그렇군요. 고르곤의 피부는 검을 튕겨낼 만큼 무척 단단한가 보죠?”


데일러스는 고르곤 숲을 돌아다니며 채집하는 류미가 그걸 모른다는 것에 대해 놀랬다. 검붉은 버섯은 고르곤 숲에서만 나는 특이하고 희귀한 독버섯이었다.


그런 위험천만한 곳을 거닐면서 고르곤의 피부가 바위처럼 단단하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에 데일러스는 몹시 당황했다. 자칭 인재를 볼 줄 안다는 그의 길드 내에서의 명성에 금이 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모르셨던 건 아니시죠? 고르곤과 싸워 보신 적 없으세요?”


“당연하죠. 아마 만났더라면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었을까요? 뭐 있었다고 해도 팔 한쪽이 없는 불구가 되어 있었겠네요. 헤헷.”


류미는 당연한 말을 하는 데일러스의 어깨를 가볍게 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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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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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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