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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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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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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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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새로운 출발

DUMMY

류미는 시선을 회피했다. 여태껏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었다. 사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대로 사용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손톱 부근에 난 부스러미를 뜯으며 류미가 망설이자 데일러스는 문으로 걸어가 바깥을 살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잠갔다.


그가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자 고민하던 류미는 조심스레 가방에서 낡은 책을 꺼내 보여주었다.


데일러스는 소파로 와서 앉아 우선 눈으로 책을 살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낡아 있었다.


표지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그냥 평범한 검은색 책이었다. 손을 뻗어 책을 만지려 하자 책은 데일러스의 손길을 거부하듯 파지직 거리며, 손끝으로 강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강력한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이 정도로 봉인되어 있는 책이라면 굉장한 유물 무기임이 틀림없었다.


“복잡한 결계가 처져있군요. 매우 위험한 물건인 건 확실하네요. 류미님에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걸 보아선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요. 마치 누군가 류미님에게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요. 이런 무시무시한 고서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게 이런 종류의 아이템들의 대부분은 저주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사용자의 생명력까지 갉아먹어버리죠. 그럼에도 계속 사용하실 생각이시겠죠?”


류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마저 없다면 류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특별하고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데일러스도 류미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흠... 곤란하군요.”


류미는 데일러스의 입에서 길드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올까 봐 노심초사하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류미는 지금은 다루지 못하는 이 힘을 자신이 제어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버드네이즈와 폴리를 만나고 난 후 생겼다. 자신은 없었지만, 버드네이즈라면 그 방법을 가르쳐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처럼 찾아온 취직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데일러스는 입술을 꽉 깨물고 계속해서 돌리고 있던 펜을 놓고 류미를 향해 웃었다. 류미는 데일러스의 웃음의 의미를 걱정했다.


“전형적인 모험가의 성격을 타고나셨군요. 류미님은 인정하시지는 않겠지만 강력한 그 힘을 즐기고 계신 것 같네요.”


류미는 긴장했다. 데일러스를 설득시켜야 했다. 만약 들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파의 부드러운 시트를 매만지며 류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제가 꼭 제어할 수 있도록 해볼게요. 아그리사님도 그랬잖아요. 이렇게 강력한 마법이 있다면 좋을 거라고요. 길드의 미래를 위해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해볼게요! 더 강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이 책이 위험한지 유용한지 자세한 정보는 모르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데일러스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녀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후작의 딸이고 악한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만약 그녀가 길드를 나가 평판이 좋지 못한 길드라도 들어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까지 해보았다. 위험한 자의 손에 넘어가는 것보다는 자신의 통제하에 류미가 활동하는 게 더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위험한 물건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데일러스는 의자에서 일어나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창가를 내다보았다. 류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소리가 너무 커 데일러스에게도 분명 들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두 가지의 약속을 하셔야 합니다.”


“네.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제가 옆에서 도와드릴 테니 기본적인 마법 훈련을 다시 배우세요. 그리고 1년 안에 책의 도움 없이 마술사 직업 특성에 맞게 모두가 인정할 만한 마술을 개발해 보세요.”


류미는 데일러스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 말씀은 책이 없이도 싸울 수 있는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쪽이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걱정인 건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올지이고 정작 류미님이 힘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용되는 게 너무나도 걱정이네요. 그건 욕심을 넘어서 무책임한 행동이 될 겁니다.”


“네 명심할게요.”


“힘든 시간이 될 거예요. 훌륭하게 성장해 보여주세요.”


- - - - -


1년 2개월 후


류미는 다시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피비린내 나는 경기장에 홀로 섰다. 류미의 머리엔 버드네이즈와 똑같은 탑햇을 쓰고 있었고, 1년 사이 많이 자란 긴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류미의 로브였다. 허름하기 짝이 없었던 보라색 로브를 벗어던지고 데일러스가 길드의 재봉술 장인 필슨에게 부탁하여 특별히 새롭게 제작한 로브였다.


검은색의 로브는 다른 로브와는 조금 다르게 허리부터는 앞이 트여 있었고, 짧은 검은색 속바지를 입고 있었다.


시전자의 마나 소모를 줄여주는 마법이 주입된 로브는 마치 드레스 같으면서도 아주 긴 망토 같아 보였고, 류미의 가녀린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로브였다.


류미는 1년 사이 표정부터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그려져 있었고, 긴장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표정과 걸맞게 자세 또한 위풍당당했다.


“1년간 이를 갈고 피와 땀을 흘려가며 훈련하여 다시 이 자리에 돌아온 이 시대 최고의 마법사이자 마술사인 하이브리드 소환술사 류미! 끔찍한 혼종을 불러내는 그녀는 직업까지도 혼종이네요. 정말이지 최악입니다. 구역질 나네요. 과연 그녀는 1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가 되네요.”


관중들은 그동안 고생한 류미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호해 주었다. 그에 화답하듯 여유 있는 모습으로 류미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과연 엄청나게 성장해버렸다고 자부하는 그녀가 이자를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군요. 끔찍한 혼종의 첫 번째 상대는 포악하고 날렵한 옛 글러드족 전사입니다.”


전사는 우레와 같은 분노를 분출하며 경기장에 등장했다. 글런드는 피부가 단단하고 매끄러웠고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손에 든 무기도 위협적이지만 가장 조심해야 할 무기는 그들의 종족 특성인 길게 튀어나온 입과 꼬리였다. 입은 방패를 부숴버릴 만큼 치악력이 높았고 꼬리치기에 맞으면 사람의 정강이 정도는 충분히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글런드는 기본적인 방어 아이템인 철로 만든 둥근 방패와 검의 날 끝과 허리가 반달 모양처럼 휘어져 있는 코페쉬를 착용하고 있었다.


류미는 포효를 내지르며 건방을 떨고 있는 글런드보다 빠르게 손에서 티슈 한 장을 꺼내어 글런드전사 머리 위로 날려 보냈다. 티슈는 종이비행기처럼 변형해 줄은 매단 듯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류미가 중지와 엄지를 이용해 손가락 튕기자 티슈가 펼쳐지고 안에서 쇠못이 달린 쇠공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공격에 주춤했지만 특유의 반사 신경으로 재빠르게 피한 전사는 신체의 균형을 하체에 두고 류미를 향해 몸을 회전하며 용수철처럼 앞으로 튕겨져왔다.


류미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얼음벽을 불러내어 회전하는 타이밍에 그의 앞에 세웠다. 전사는 벽에 머리를 때려 박고는 쓰라린 듯 매만졌다.


류미는 벽 옆으로 빠르게 건너와 장미 꽃잎을 흩뿌렸고, 꽃잎은 곧 표창으로 변해 전사에게 날아갔다. 방패로 몇 개는 막아내기는 했지만, 몇 개는 두꺼운 살점에 박혔다. 두꺼운 피부에 장식된 정도였다.


글런드가 몸을 흔들자 그것도 이내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어느새 날려 보낸 티슈가 그의 머리 위로 다시 날아와 쇠공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쇠공은 전사의 꼬리를 찧었다. 꼬리를 부상당한 글런드 전사의 속도는 급속도로 저하됐다.


류미는 신음하는 글런드를 보고 로브의 소매 속에서 트럼프 카드를 꺼내 꽃잎을 뿌릴 때와 마찬가지로 위쪽으로 흩뿌려 던졌다.

카드는 머리 위로 여기저기 흩어지며 공중에 뿌려졌고 주문을 외웠다.


“플레임 브레스”


52장의 카드에서 불꽃이 일며 일제히 전사를 향해 화염을 토해냈다. 잘 익은 악어 고기 냄새가 경기장에 퍼졌다. 화염 공격에 당한 글런드 전사는 통구이가 되어 쓰러졌다.


류미는 모자를 빙글빙글 돌려 펼쳐 사용했던 아이템을 불러왔다. 그 모습은 마치 청소기 같았고 모자는 무한의 가방처럼 저장 공간이 꽤 넓은 듯 보였다.


관중들은 가볍게 글런드 전사를 처리한 류미에게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데일러스와 바일라도 객석에 앉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바일라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


“1년 사이에 저렇게 성장하다니. 대단한데?”


“흠...”


“놀랍군요. 1년간 류미양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낸 것 같습니다. 굴복시키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군요! 그래서 이번 상대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불러내겠습니다. 마지네 고원의 강력한 사냥꾼 켄타로우스!”


켄타로우스는 앞발을 들어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자신의 위용을 과시했다. 류미는 탑햇을 벗어 양손으로 껴안고 로브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쓴 채 그의 공격을 기다렸다.


켄타로우스는 투창을 하기 위해 거리와 각도를 쟀다. 조준을 마친 창은 바람을 가르며 적당한 궤도를 그리며 정확히 류미의 몸 쪽으로 날아왔다. 창이 로브를 뚫고 땅에 박혔다.


관중들은 숨죽이며 류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류미가 쓰고 있던 탑햇과 망토는 힘없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류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켄타로우스는 류미가 서 있었던 곳으로 달려가 창을 뽑고 망토를 뒤적거리며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관중들 모두 어리둥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경기장 어디에도 류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켄타로우스는 주위를 서성거리며 코를 바삐 움직여 사냥감을 찾고 있었다. 놈이 뒤돌아서 있던 순간 류미가 쓰고 있던 탑햇이 흔들거리며 부풀어 오르더니 류미가 모자 안에서 튀어나왔고, 류미는 양손에 전기를 가득 모아 켄타로우스를 향해 쏘았다.


켄타로우스는 마비되어 몸에 힘이 빠지며 잠시 주춤거렸다. 정신을 차린 켄타로우스는 다시 류미에게 달려왔지만, 류미는 거대한 카드 5장을 꺼내 경기장 여기저기로 퍼뜨리고 바로 앞에 있던 카드 안으로 들어갔다.


켄타로우스는 창을 뻗어 카드를 뚫어 버렸지만, 카드에 구멍만 날뿐 류미는 또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또다시 반대편 카드에서 류미가 나와 라이트닝 볼을 시전했다. 연속되는 전기 공격에 켄타로우스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졌다.


켄타로우스는 류미에게 다시 창을 날렸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류미는 카드 속으로 숨어들었다.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었지만, 더 맞는다면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한 켄타로우스는 신중하게 기다렸다.


창을 가지러 가자니 뒤쪽에서 나올 것 같았고, 가만히 있자니 무기가 없었다. 두려움에 몸을 떨며 하는 수없이 켄타로우스는 뒤쪽을 살피며 창을 가지러 달려갔다.


이번엔 왼쪽에서 나와 한방 그다음은 오른쪽에서 한방 정신 없이 쏟아지는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데미지가 누적된 켄타로우스는 무릎을 꿇었고 그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동시에 허수아비의 본래 형태로 돌아왔다.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류미의 몸은 마치 전류가 흐르듯 짜릿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데일러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반응에 바일라는 물었다.


“어째 반응이 차가운 것 같네?”


“겉멋만 들어가지고 기술들이 전부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해. 이렇게 훤히 드러난 경기장에서야 통하겠지만 지형지물로 가득한 바깥에선 저런 마법은 통하지 않아. 너도 알고 있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리고 류미님을 봐. 마나를 저렇게나 낭비하다니. 상대가 머리를 쓰지 않아서 다행이지 차분하게 남은 카드를 차례대로 찢고 모자 쪽으로 달려갔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거야. 만약 최후의 수단으로 소환수를 불렀다고 해도 마나가 바닥난 지금의 상태에서 저번처럼 류미가 정신을 또 잃었을 테고 상대가 호락호락하게 소환하게 내버려 둘 상황도 아니었을 거야. 책을 꺼내자마자 창이 날아들었겠지?”


“네 말에 동의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생각일 뿐이야.”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 하지만 약점이 너무 많아 기술들도 전부 허술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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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위기의 숲(4) 22.05.23 63 1 12쪽
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4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4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6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2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7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7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5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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