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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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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73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23 23:06
조회
185
추천
2
글자
12쪽

8화 길드(2)

DUMMY

“네!? 그럼 어떻게 지금까지 고르곤 숲같이 위험한 지역에서 채집을 해오신 거죠?”


류미는 얼굴을 살살 긁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그냥 고르곤이 다니지 않는 곳을 아는 거죠. 간단하답니다.”


“혹시나 여쭈어보는 건데 류미님 등급이 3성 마법사는 맞으시죠?”


“아닌데요. 전 1성 마법사예요. 주 직업은 마술사고요. 제가 말한 적이 없었던가요?”


“흡! 아...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랑 헷갈렸나 봐요.”


데일러스는 뭔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2성도 아니고 겨우 초보자 딱지를 뗀 1성 마법사라니. 류미는 모른겠다는 듯 멀뚱멀뚱 데일러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또다시 경기장에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르곤이 로드래스맨의 방패에 황갈색의 브레스를 뿜고 있었고 방패는 녹아내릴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다.


열이 오를 대로 오른 방패를 더는 들고 있을 수는 없었다. 로드래스맨은 비명과 함께 방패를 바닥에 던져 버렸다. 뒤로 살짝 물러서서 양손 스탠딩 자세를 취했다.


방패를 잃은 로드래스맨은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 되었고 미래는 예측이 가능했다. 그는 브레스를 피할 정도로 날렵하지도 않았고 양손 스탠딩 자세를 많이 취해보지 않은 듯 어색함이 뚝뚝 묻어 나왔다.


로드래스맨은 이번엔 공격적으로 고르곤에게 달려 들었고 고르곤도 뿔을 잔뜩 세우고 달려들었다. 로드래스맨은 고르곤의 등을 노렸다.


점프하여 칼을 등에 꽂아 넣을 생각이었지만, 반사 신경은 고르곤이 우위에 있었다. 로드래스맨의 점프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서더니 빤히 위를 올려다보며 그가 내려오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단단하고 날카로운 뿔로 그를 들이 받았다.


로드래스맨의 판금 갑옷은 천 조각처럼 갈기갈기 찢겨 나갔고, 복부에서 대량 출혈이 났다. 더 이상의 싸움은 가망이 없어 보였는지 사회자는 시합을 중지시켰다.


벨리아란은 묵직한 앞발로 짓밟으려 하는 고르곤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고르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며 환영이 사라졌다.


정적이 흐르고 최선을 다해 싸운 로드래스맨에게 관중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의 한 쪽문에서 여사제와 들것을 든 사람들이 뛰어 들어왔다.


사제는 빠르게 응급 치료를 시전했고, 로드래스맨은 들것에 실려 나가며 힘겹게 오른손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는 엄지손가락을 척하니 세워 보였다.


“류미님도 몸을 풀면서 준비하세요. 바로 다음 차례입니다. 아그리사 경기장으로 가시죠.”


데일러스의 앞쪽에 누군가 앉아 있었다. 격렬한 움직임을 위해 댕기머리를 한쪽 어깨로 흘려내리고 갈색 피부를 한 아리따운 여성 오크였다.


오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고 거대한 양날 도끼를 손에 들고 유유히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류미에게는 오크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류미는 로드래스맨이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더 긴장한 듯 이빨을 이용해 연신 입술을 물어뜯었다.


데일러스의 옆으로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검은색의 가죽점퍼와 타이즈를 착용하고 등에는 활을 멘 여성이 요염한 걸음으로 마치 한 마리의 흑표범처럼 걸어왔다.


여성은 어금니로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지루하다는 기지개를 켰다. 주머니에서 잔여의 말린 육포를 꺼내 데일러스에게 주었다.


“고마워. 바일라.”


바일라는 류미를 힐긋 바라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며 말했다.


“대기자가 한 분 더 계셨네?”


“아! 응. 여기 옆에 계신 분은 내가 말했었지. 류미님. 고르곤 숲의 정복자라고 내가 소개를 하기는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일라는 류미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 놀라는 듯했다. 바일라는 잠깐 눈을 껌뻑거리며 류미를 바라보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녀의 머리색만큼이나 햇빛에 검게 탄 바일라의 손은 오크의 손만큼이나 거칠었다.


“반가워요. 고르곤의 숲의 정복자님.”


“네에!? 아니에요! 전 그냥 평범한... 마술사일 뿐이에요.”


맞잡은 손의 떨림에 바일라는 류미가 꽤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는지 한 손을 더 포개어 류미의 손을 감싸주며 토닥여 주었다. 류미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만, 끝이 파르르 떨렸다.


경기장이 또다시 떠들썩해졌다. 경기장엔 검은 숲 거미가 몸을 뒤집고 다리를 오므린 채 쓰러져 있었다.


류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기장에 들어간 지 몇 분도 되지 않은 여성 오크는 거대한 검은 숲 거미를 순식간에 제압했다.


그녀는 자신의 키보다 크고 양쪽으로 날이 있는 양날 도끼를 움켜쥐고는 가벼운 나뭇가지를 붙잡고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그녀의 움직임은 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백조와도 같았다.


바일라도 뒤돌아서서 오크 여성이 만들어 놓은 조각품을 보며 감탄을 토해내며 박수를 보냈다.


“아그리사! 아그리사!”


“어때 바일라. 내가 말했잖아. 인재를 알아보는 눈은 좋다고.”


바일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안목을 인정했다. 아그리사는 무대에 올라서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는 소프라노처럼 순식간에 관중들을 휘어잡았다.


객석에서 보내는 힘찬 박수 소리와 함성소리는 아그리사의 움직임을 더욱 유연하게 해주었다. 관중들은 그녀의 움직임을 연속 촬영을 하듯 하나하나 놓치지 않았고, 로드래스맨을 쓰러트렸던 고르곤조차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힘차게 달려오는 고르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날카롭고 단단한 고르곤의 뿔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지만, 그녀는 여유롭게 기다렸다.


옆으로 슬쩍 비켜서서 달려가는 고르곤의 뿔을 잡아채곤 등에 올라탔다. 고르곤이 펄쩍거리며 저항하기 시작했고, 다리로 고르곤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은 아그리사는 묵직한 도끼로 고르곤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었다.


단단했던 고르곤의 피부가 찢겨 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고르곤의 피부를 뚫고 들어간 도끼도 산산이 부서져버리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고르곤을 쓰러뜨리기에는 충분했다.


고르곤은 앞으로 달려가며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꼬꾸라졌다. 미세한 움직임이 잠깐 있었지만 일어나지는 못했다.


아그리사는 부러진 도끼를 바닥에 두곤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윽고 관중들은 아그리사의 이름 연호했다.


사회자는 물론 벨리아란도 멈춰 섰다. 전사 신입생이 고르곤을 저렇게 손쉽게 처리한 건 길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데일러스는 벨리아란에게 검지와 중지를 붙여 머리 위로 올리고 좌우로 흔들었다.


대련에서는 항복을 뜻하는 행동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뜻하기도 했다. 제스처를 본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그녀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녀는 머리카락과 옷에 묻은 흙먼지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툭툭 털어내고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의료진에게 손을 내저으며 빠져나갔고 우물쭈물 거리던 의무진도 그녀를 따라 경기장을 나갔다.


데일러스는 뒤돌아서서 류미에게 경기장으로 내려가는 길을 터주었다. 류미의 다리가 후들거렸고,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바일라는 류미의 옆에 앉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 못해요. 사실 한 번도 제대로 싸워 보지 않았는걸요.”


데일러스는 그녀가 다치기 전에 알아서 빠르게 포기해 주자 오히려 반가워했고 그와는 반대로 바일라는 류미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고는 말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데일러스는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난 처음부터 정말 강했다고. 내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지. 흐흐흐.”


바일라는 데일러스의 입을 뭉개버리고 말을 이어갔다.


“이 시험은 류미님이 어느 정도의 레벨을 갖추고 계신지 보기 위한 것이에요. 모두 다 처음엔 힘들고 어렵고 두려움에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잃고는 해요. 저도 그랬고 아마도 아그리사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벽을 허무는 건 내가 아니고 여기 있는 길드장도 아닐 거예요. 그 벽은 류미님 당신만이 허물 수 있어요. 남들보다 조금 늦어도 서툴러도 괜찮아요. 여기 있는 모두 그걸 비난하지 않아요. 오히려 응원해 줄 거예요. 로드래스맨처럼 잠시 주춤할 수는 있어도 그는 다시 일어나서 싸울 거예요. 류미양 또한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전 믿어요.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류미는 바일라의 말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는지 인상을 쓰고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방울을 소매로 훔쳐냈다.


바일라는 류미가 경기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길을 터주었다. 계단이 울렁울렁 춤을 추며 흔들리는 것 같았고, 속이 메스꺼웠다.


마지막으로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는 류미는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신발 소리만이 경기장에 들릴 뿐 관객들은 숨죽이고 류미를 지켜보았다.


경기장의 중간에 도착한 류미는 언제나 그랬듯 나무 신발을 벗어 가방에 챙겨 넣었다.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시며 고르곤 숲을 마음속에 그려 넣었다.


발가락을 펼쳐 바닥을 꼼지락거렸다. 경기장에 흩뿌려진 피뭍은 모래가 류미의 발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들어왔다. 손끝까지 내려온 로브를 접어 올리고 가방에서 마나 물약을 꺼내 끝까지 들이켰다.


사회자는 류미의 행동을 주시하곤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고르곤 숲에서 온 귀여운 마법사... 가 아니라 마술사!? 과연 광대 따위에게 이 시험을 치를 만한 힘이 있을까요? 세 번째 시험 응시자 류미가 준비를 마친 것 같군요. 벨리아란 시험을 시작하죠! 류미양 시합 전 몸풀기가 필요하십니까?”


류미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관객들은 류미가 마술사라고 하자 웅성거렸다. 흔한 직업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경기장 가운데 또다시 붉은빛이 나타났다. 류미는 적어도 자신이 코볼트를 불러낼 정도의 실력이라고 생각했고, 코볼트를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코볼트는 이번에도 공격적으로 달려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붉은빛의 형태는 코볼트가 아닌 날개가 달린 기이한 모습으로 변했다. 사회자는 흥분하며 해설을 시작했다.


“아! 류미양과 싸우는 상대는 하피의 숲에 사는 난폭한 하늘 사냥꾼 하피입니다!”


데일러스는 깜짝 놀라 벨리아란을 바라보았다. 1성 마법사이자 마술사인 류미의 힘이 그 정도로 강력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벨리아란은 문제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바일라도 놀라 데일러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다.


“뭐야? 실화야? 무서워서 벌벌 떨던 사람이 하피를 불러낼 정도의 힘을 가졌다고?”


“끙... 뭐지? 아냐. 내 눈은 정확해. 하피가 나와서는 안돼.”


하피는 얼굴과 몸은 사람의 형태를 지녔으나, 팔과 다리는 새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뾰족하게 돋아난 다리는 독수리의 발처럼 날카로웠고, 거대한 날개를 이용해 빠르게 날고 움직일 수 있었다.


외모는 인간과는 비슷하기는 하지만 하피에게는 인간적인 사고방식은 찾아볼 수 없었고 사실상 거의 야수에 가까웠다. 하피는 등장하자마자 관중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비명을 내질렀고 고막을 찢을 듯 시끄러웠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모두 귀를 막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류미도 마찬가지로 귀를 막고 있어 사용해야 할 주문을 생각하기조차 어려웠다.


코볼트가 아닌 뜬금없는 하피의 등장에 류미는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하피는 높이 날아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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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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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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