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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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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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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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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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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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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인연(3)

DUMMY

오크의 땅 썬송.


숲속에 있는 동물들도 모두 잠이 들어버린 늦은 새벽. 아직은 차가운 숲속을 뚫고 복수라는 이름으로 달려드는 도적 떼를 따돌리고 짐마차는 썬송으로 간신히 진입했다.


말들이 모두 지쳐 개울가 근처에 짐마차를 세웠다. 관문을 통과한 이곳부터는 안전했다. 아그리사는 개울로 양동이를 들고 내려가 말들이 마실 물을 떠 왔다.


“몸은 좀 어때요?”


어둠 속에서 선장의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편안함에 잠이 들어있었다.


“괜찮아요. 상처도 다 아물었고 고통을 견뎌내느라 힘을 너무 써서 잠시 잠이 든 것 같아요. 이쯤 왔으면 도적단은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가도 될 것 같네요.”


“다행이네요.”


남자는 짐칸에서 내려와 꽈배기처럼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대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아 마차 바퀴에 등을 기댄 채 개울가를 바라보며 앉았다.


아그리사도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아그리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으... 추워! 그쪽은 다친 곳은 없어요? 아까 혼자 격렬하게 싸웠잖아요.”


긁히고 찢어진 작은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별것 아닌 상처라 아그리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색이 모험가인데 그런 풋내기 도적들에게 당하면 창피하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요? 전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에이든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그리사는 그의 손을 맞잡고 인사했고 서로의 손이 거칠다고 느꼈으며 그 안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아그리사에요. 덕분에 무사히 탈출했어요.”


“그랬나요? 전 잘 모르겠는데. 아까는 혼자서 다 처리하셔서 오히려 제가 편하게 왔죠.”


“뭐하나 물어봐도 돼요?”


“갑자기 뜬금없기는 하지만 궁금하시면 뭐든 물어보세요. 최대한 성실하게 답해 드리려고 노력해볼 테니.”


“아까 낮에 보니 선장에게 치유 마법도 사용하시고 검술도 꽤 하시는 것 같던데 그렇다고 전사도 아니신 것 같고 사제도 아니신 것 같은데 어떤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고 계신 거죠?”


에이든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팔짱을 껴 턱을 잡았다.


“쓰읍. 글쎄요. 저도 이 직업을 가지게 된 게 얼마 되지 않아 정확히 설명해 드리기는 힘들지만, 빛을 이용해 치유와 공격 마법을 섞어가며 무기를 휘두르는 기사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들어본 적 없는 직업이네요. 빛을 사용하는 기사라... 줄이면 빛의 기사가 되겠네요. 작년에도 처음 들어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났었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직접 개발하신 건가요?”


“왜요? 배우고 싶으세요?”


“네.”


농담으로 그냥 던져본 말이었는데 에이든은 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적잖이 당황했다. 몸을 뒤로 젖혀 그녀와의 거리를 두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늑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에이든에게는 아직 해야 할 임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 로건의 가르침 덕분에 힘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아직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 건 물론이거니와 그럴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다.


빨리 류미의 행방을 알아내고 탈리도 찾아 바할랜으로 가야 했다. 그래서 에이든은 정중히 아그리사의 부탁을 거절했다.


“당돌하시기까지 하시군요. 차마 정의로움이 몸에 배어계신 아가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제게는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이 끝난 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가르쳐 드릴게요.”


아그리사는 에이든의 거절에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그리사는 재킷 안쪽 셔츠의 단추를 하나둘 풀어헤쳤고 가슴이 거의 반 정도가 드러났다.


그녀는 가슴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고 꼼지락거렸다. 에이든은 황급히 시선을 돌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절 어떤 사람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하려는 행동을 멈추세요! 이건 경고입니다.”


“뭐래.”


아그리사는 무언가를 꺼내 에이든에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밤이라 잘 보이지 않아 손바닥에 작은 빛을 만들어 아그리사가 내민 것을 살펴보았다.


새하얀 빛 속에 류미의 모습이 보였다. 놀란 에이든은 급히 갑옷 안쪽에 넣어두었던 사진을 찾기 위해 더듬거렸다.


“당신이 아까 마차로 뛰어오를 때 떨어뜨린 사진이에요. 이 사진에 있는 아이 류미님 맞죠?”


에이든은 사진을 찾는 것을 멈추고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떨리는 손끝을 그녀에게 숨길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서로를 경계했다. 에이든은 클로에가 보낸 암살자라고 생각했고, 잔뜩 긴장했다. 방패를 꺼내고 둔기를 휘두르기엔 상대와 너무 가까웠기에 거리를 더 둬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단검을 휘두름에 있어 꽤 능통했었다.


에이든의 손이 무기로 향하자 아그리사도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저 남자를 도발한 것 같았다.


“당신 정체가 뭐야.”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거지?”


아그리사는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향해 손을 이동시켜 손잡이를 살포시 잡았다.


에이든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즉시 보호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가 암살자였다면, 즉시 행동했을 것으로 생각했고, 단검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클로에는 오크들을 증오했다.


그녀가 오크를 써서 굳이 목을 노릴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긴장을 풀지는 않았다.


“잠시만요. 서로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화로 풀어봅시다.”


에이든이 침착하게 두 손을 들어 중재에 나서자 아그리사도 긴장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단검에 올려놓은 손은 붙여놓은 것처럼 떼지 않았고, 언제든지 갑옷 사이로 우뚝 솟은 에이든의 두꺼운 목을 베어낼 준비를 했다.


에이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할지 잠시 고민했다. 우선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된 부분부터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천천히 품 안에 있던 사진 꺼내 보였다.


“류미와 전 특성 학교 동창입니다. 사진은 류미에게 받은 것이고요.”


그의 말대로 류미는 특성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을 아그리사도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증명해봐.”


에이든은 조심스럽게 갑옷 안쪽에 있는 다른 사진을 내밀었다. 그 사진에는 류미가 길드로 들어가기 사흘 전 포로딘 마을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집으러 돌아가던 중 사진사에게 값을 지불하고 분수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 류미는 아주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그리사는 사진을 유심히 보고는 사진들을 모두 돌려주었다.


“그렇군요. 스토커인 줄 알았어요. 오해했네요.”


“스토커라니요. 말씀이 심하시네요. 그럼 그쪽은?”


“전 류미님과 같은 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그리사라고 해요.”


“그럼 증명해보셔야죠?”


아그리사는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그녀와 같은 길드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 없었다. 우선 길드 메달을 내보였다.


“길드 메달이라도 보여 드릴게요. 이 메달로 제 신분이 증명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아그리사가 내민 메달을 받아들고는 메달을 살펴보았다. 메달에는 앞면에는 닻이 그려져 있었고, 뒷면에는 망토를 둘러쓴 사람의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혹시나 메달만으로도 신분을 증명하지 못해 잘생긴 이 남자의 얼굴에 상처를 내야 할 순간이 오게 될까 봐 걱정된 아그리사는 입김을 뿜어내며 메달에 대해서 주저리 설명해 주었다.


“은둔자.”


아그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든은 엄지손가락으로 메달을 튕겨 아그리사에게 돌려주었다.


“길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시죠? 설마 류미님이 말해주신 건가요? 규정상 길드에 관해 떠벌리고 다니면 징계받게 될 텐데.”


“이미 그쪽도 충분히 설명해 준 것 같은데요.”


“앗...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비밀로 해드릴 테니 류미에게도 제가 길드 이름을 떠벌린 것에 대해 비밀로 해주세요.”


“알겠어요.”


“그럼 이제 서로 오해가 풀린 거죠?”


“뭐 그렇다고 봐야죠. 그런데 혹시 좀 전에 하셔야 한다는 그 일 중에 류미님이 연관이 되어있는 건가요? 사진까지 챙겨 다니시는 걸 보니 왠지 그런 것 같아서 물어보는 거예요.”


성채를 떠나오기 전 게일 후작은 에이든을 앉혀 놓고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거듭 강조하며 신신당부했지만, 오크이고 류미와 같은 길드 사람이니 조금은 말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류미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혹시 류미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알고 계신다면 가르쳐 주시겠어요?”


아그리사는 바지를 툴툴 털고 일어났다. 그녀의 눈빛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을 뿜어냈다. 그녀의 목소리가 늑대의 울음소리처럼 에이든의 귓가를 울리고 심장을 차갑게 만들었다.


부드럽고 차가운 소리가 에이든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


“조건이 있어요.”


에이든은 예상했지만, 조금 당황했다. 갑자기 조건이라니.


“네? 무슨...”


짐마차 짐칸에서 기척이 느껴지고 선장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아그리사는 행동을 멈추고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마을은 아직인가요? 으... 추워. 몸이 시리도록 추운 걸 보아하니 썬송에 진입하기는 했나 보군요.”


뭔가 곤란한 조건을 내걸까 봐 에이든은 재빨리 자리를 피해 선장에게 다가갔고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척했다.


“좀 더 누워계시죠.”


상처는 진작에 나았지만, 에이든은 선장을 다시 자리에 눕혔다. 그녀의 따가운 시선이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빨리 아그리사가 고삐를 잡고 출발해 주기를 바랐다.


“거의 도착했으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제 쉴 만큼 쉰 것 같으니 자 어서 출발하시죠.”


아그리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에이든을 노려봤다. 에이든은 그녀가 어떤 부탁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선장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그가 중상을 당해서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휴식을 취한 말들은 언제고 다시 뛸 준비를 마친 듯 푸드덕거렸다.

아그리사는 고삐를 잡고 말들을 몰아 다시 마을로 향했다.


멀리 불빛이 바람에 흔들리며 춤추는 게 보였고 불빛 아래 사슬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횃불을 든 경비병들이 마중을 나와 짐마차를 멈춰 세웠다.


“정지! 멈추시오. 지금은 마을로 들어갈 수 없으니 아침 해가 밝거든 다시 오시오.”


“잠시만요. 짐칸에 상처를 입은 오크가 있어요.”


“그런 건 난 잘 모르겠고 해가 뜨기 전까지는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족장님이 분부가 있었소. 양해해주시오.”


아그리사는 뒤쪽에 있는 에이든에게 전달될 수 있게 목소리를 키웠다.


“어떻게 하죠? 이 못생긴 경비병이 지금은 들어갈 수 없다는데요.”


“이봐. 뭐라고?”


짐칸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형태가 보였다. 선장이 몸을 끙끙대며 짐칸을 내려와 경비병에게 다가갔다. 선장은 이미 상처 부위가 다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아마 심적 충격이 컸던 것 같았다. 경비병은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선장은 서둘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내려 했다. 그러자 경비병은 잔뜩 몸을 웅크리고 도끼를 치켜세워 위협했다.


“멈춰라! 허튼수작 부리면 경비 탑에 있는 궁수들이 너희들을 고슴도치로 만들어 줄 테니까.”


경비 탑 위에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활시위에 화살을 걸어 일행들을 향해 겨누었다. 아무리 실력 좋고 빠른 암살자라고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거리였고 숫자도 많았다.


“진정하게! 난 족장님의 동생 다르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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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4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5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6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2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8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50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7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5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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