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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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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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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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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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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6화 평화의 항구

DUMMY

대지를 밝혀주던 따스한 빛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고 주위는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거의 다 온 것 같아. 류미?”


유니콘의 따뜻한 온기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에이든의 심장 소리에 편안함을 느꼈는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자는 모습도 귀엽네.”


에이든은 그녀의 볼을 살짝 어루만지고는 그녀가 좀 더 잘 수 있게 두고 류미의 가냘픈 허리를 왼손으로 감싸 떨어지지 않게 해주었다.


평화의 항구


항구 외곽 오래된 병영에 도착한 에이든은 류미를 조심스레 흔들어 깨웠다. 류미는 그제야 눈을 비비며 일어나 평화의 항구를 밝혀주는 화려한 불빛의 향연을 바라보았다. 왜 빛의 도시라고도 불려오는지 알 수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평화의 항구는 동맹과는 관계없이 모든 종족이 평화롭게 모이는 유일한 장소였기에 가게의 형태와 판매하는 음식도 다 제각각이었다.


류미는 다양한 종족이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마을에 있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연신 고개를 돌려 이곳저곳을 바라보느라 매우 바빴고 눈이 즐거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우락부락한 오크 선원들은 부지런히 수송선을 오르내리며 임프의 도시 미넬리아에서 가지고 온 진귀한 물건들을 부두로 옮겼고, 임프 부부는 고향 미넬리아로 가기 위해 항구 벤치에 앉아 잠시 음료를 마시며 쉬고 있었다.


“낄낄낄. 여보 끙끙대며 상자를 나르는 오크들 좀 봐. 정말 미개하다니까.”


남성 임프는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며 호기롭게 벤치에서 내려와 팔을 걷어붙이고 주머니 속에서 마법봉을 꺼내 들었다.


허공에 빙글빙글 도는 노란색 마법진을 새겨 오크가 들고 가는 물건을 조심스레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의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지 임프는 입을 꽉 다물고 손끝에 힘을 주곤 등에 달린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상자들이 쌓인 곳으로 옮겨놓았다.


“우와아아아! 멋있어!”


그 모습에 흥분한 오크 선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우르르 임프 부부에게 달려가 둘러싸곤 임금에 대해 흥정했다.


“상자 개당 10젠트 어떤가!?”


“뭐... 뭐야! 저리들 가! 네놈들에게서 생선 냄새랑 땀 냄새가 섞여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뭐야!? 이 자식이! 그럼 조금 떨어져서 얘기 할게.”


그들은 인간들이 이곳에 자리 잡기 전부터 있었던 토착 종족이었다. 날개는 퇴화하여 비행용으로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도 저항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은 아직 남아 있어 완전 무용지물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엔 작은 뿔 한 쌍이 돋아나 있었다. 뿔의 모양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뿔의 형태와 크기로 서로의 매력을 뽐낸다고 했다.


“류미? 어디로 가야 해?”


“아! 항구 근처 녹슨 닻 여관이라고 했는데 알고 있어?”


“글쎄 나도 업무차 항구 언저리까지는 와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안쪽까지 들어와 본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항구 투사나 인간 상인이 보이면 물어보자.”


에이든이 말한 말을 듣지 못한 건지 옆으로 켄타로우스 무리가 또각또각 발굽 소리를 내며 지나가자 류미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홀린 듯 뒤돌아 켄타로우스에게 길을 물으려 했고, 그런 그녀를 에이든이 겨우 뜯어말렸다.


“괜히 말 걸지 마. 호기심에 말을 걸었다가는 뒷발에 차일 수도 있어. 누가 봐도 얼굴에 ‘말 걸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잖아?”


“응...”


류미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지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호기심이 충만한 류미와는 달리 에이든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칼 손잡이에 손을 올려두었다.


도시의 이름이 평화의 항구일 뿐이지. 이곳은 무법천지였다. 언제 어디서든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류미의 생각보단 위험한 곳이었다.


다행히 근처를 지나던 배불뚝이 선원에게 여관의 위치를 물었고, 그는 껄껄 웃으며 잘 안다는 듯 목적지를 흔쾌히 잘 설명해 주었고 잘 찾아 도착할 수 있었다.


“많이 헤매지는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얼른 들어가 봐. 시험 잘 보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


“여러모로 고마워. 네 덕분에 늦지 않게 잘 도착했어.”


“아니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근데 우리 또 볼 수는 있는 거겠지?”


“뭐야. 꼭 내가 죽으러 가는 사람처럼 말하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왠지 오랫동안 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혹시 모르지. 떨어져서 바로 10분 뒤에 술집 앞에서 엉엉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류미는 여관의 문을 열기 위해 닻 모양으로 된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에이든이 류미의 로브 끝을 살짝 잡곤 류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에이든이 류미의 손목을 낚아챘다. 심장이 요동쳤다.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고, 에이든은 류미의 손을 펼쳐 손안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이거 받아. 별건 아니고 마을에서 순찰하다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 하나 샀어. 내가 이런 걸 처음 사봐서. 마음에 안 들면 안 해도 돼.”


“이게 뭔데?”


손안에는 앙증맞고 귀여운 빨간색 하트 모양의 작은 머리핀이 있었다.


“너무 예쁘다.”


“아 그래? 다행이다.”


“고마워! 잘하고 다닐게.”


에이든은 쑥스러운 듯 연신 머리카락을 자꾸 쓸어내렸다. 류미의 볼이 발그레해지고 뜨거운 볼에 손을 올려 감쌌다.


공간이 멈춘 듯 떠들썩하던 항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거리엔 가로등이 별처럼 반짝였고, 여관 앞을 밝히는 가로등은 두 사람만을 위해 비추어 주는듯했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동안 서로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때 여관 문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고 배가 산만하고 뚱뚱한 두 남자가 술이 떡이 되어 비틀대며 나왔다.


“꺄악!”


류미는 두 사람에게 밀려 앞으로 넘어졌고, 에이든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넘어지는 류미를 껴안았다. 류미는 에이든의 품속에 쏙 들어왔다.


“괜찮아?”


“응. 괜찮아.”


뚱뚱한 남자들 뒤로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괴상하게 생긴 사람이 나와 취객에게 인사했다.


“오빠들 조심히 가고 내일 또 와요!”


“그래그래! 내일 보자고.”


에이든은 암살자가 등 뒤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하는 것처럼 등 꼴이 오싹해졌다. 머리를 아무리 흔들고 눈을 비벼 다시 바라보아도 그녀는 누가 뭐래도 여자가 아닌 아주 듬직한 남자였다. 심지어 어깨도 에이든보다 넓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에이든의 품에 있던 류미는 놀라 얼른 에이든의 품에서 떨어져 사과했고, 목석같이 굳어 반응 없는 에이든을 올려다보았다.


에이든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민머리 남성은 손뼉을 치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배배 꼬더니 슬금슬금 다가왔다.


“어머! 어쩜 좋아! 잘생긴 오빠 안녕! 한잔하러 온 거야?”


“아... 아뇨. 전...”


“너~무 잘됐다. 마침 자리가 있는데 들어와. 내가 끝내주게 잘해줄게. 으흐흐.”


이번엔 등 뒤를 베인 느낌이었다. 겁에 질린 에이든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고르곤을 마주했을 때도 이런 공포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에이든이었다.


류미의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여자와 엇비슷하다고 느꼈지만 뒤돌아서서 공포의 대상을 마주해보니 남자가 서 있었다. 류미도 처음엔 압도적으로 위협적인 몸을 보자 온몸이 저릿했다.


“으악!”


류미의 기겁하는 소리에 남성은 매우 불쾌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곤 턱은 최대한 당기고 어깨를 부풀리고는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뭐야. 이 난쟁이 똥자루는 뭘 봐. 뒤지고 싶냐? 잠깐. 네 녀석!? 꼴을 보아하니 사장님이 말하던 그 꼬맹이인가 본데? 그 고르곤 숲에서 버섯을 따고 다닌다는 율무라고 했던가?”


“아... 저... 저요?”


“응. 너요.”


“어... 고르곤 숲에서 버섯을 채집하기는 하지만... 제 이름은 류미인데요.”


“율무나 류미나. 주방에 있는 요리사 스텔린에게 가봐. 사장님한테 가는 길을 안내해 줄 테니까. 그리고 빨리빨리 다녀라. 첫날부터 지각이나 하고 너 때문에 퇴근도 못 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네!? 지각을 했나요? 분명 날짜는...”


“아 겁나 말 많네. 확!”


“죄... 죄송합니다.”


험상궂은 표정을 하던 남성은 다시 시선을 에이든에게로 돌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곤 음흉하게 웃었다.


“내가 이 동네 오빠들 다 아는데 오빤 처음 보는데 이름이 뭐야?” 모험가야 오빠? 어머 저 근육 좀 봐. 한번 만져봐도 될까? 이리 가까이 와봐.”


덩치와 근육은 에이든보다 본인이 더 대단해 보였다. 만약 두 사람이 육탄전을 벌인다면 무조건 에이든이 질 것 같았다. 사색이 된 에이든은 뒷걸음질 쳤다. 되도록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사... 살려 주세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 에이든은 그 말을 남기고는 류미에게 간단하게 손 인사를 한 후 쏜살같이 도망쳤다.


“류미야! 일단 병영에 가 있을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그쪽으로 와!”


“응! 고마워!”


남성은 아쉽다는 듯 양손 바닥을 마주치곤 살살 비볐고 아직도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 류미를 본 남성은 다시 표정을 싹 바꾸곤 류미의 목덜미를 덥석 잡아 고개를 여관 안쪽으로 돌려세우며 말했다.


“내 입에서 한 번만 더 주방으로 가라는 말이 나오면 넌 오늘 먼지가 될 줄 알아라.”


“네!”


녹슨 닻 여관 안


류미는 남성을 피해 허리를 최대한 굽히고 재빨리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쪽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방금 나간 두 사람 자리를 제외하고는 2층 테이블까지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관 안쪽은 치즈와 빵에 바른 버터 냄새 그리고 맥주, 와인 냄새가 뒤섞여 코를 심하게 자극했고, 그중에서도 극심한 냄새는 모험가들이 낮 동안 흘렸던 땀 냄새와 바다 냄새가 뒤섞여 만들어 내는 오묘한 향이었다.


여관의 특성상 침실도 있어야 했지만, 침실이라고 부를 만한 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방을 제외한 빈자리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구석진 곳엔 소파가 여럿 놓여 있었다.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손님들은 소파에 지친 몸을 기대어 단잠을 청했고, 테이블에 엎드려서 잠을 자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방으로 가려면 2개의 테이블 정도 지나가야 있었다. 주방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고기를 썰고 있는 소리, 음식이 기름 속에서 지글지글 익는 소리만 있었다.


빈 술병과 먹다 남은 닭 뼈가 나뒹굴었고, 심지어 검까지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류미는 그 틈을 빠르게 지나갔고, 하마터면 그릇을 밟고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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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5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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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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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50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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