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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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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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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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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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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미운 오리 새끼(1)

DUMMY

주변에 있던 길드원들이 두 사람을 보며 웅성거렸고 스피제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했다. 스피제리는 이를 꽉 깨물고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고 조용히 속삭였다.


“좋아. 네 방에서 이야기하지.”


“밥 좀 먹고 하면 안 될까?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야.”


“뭐라고 임마!? 지금 바일라는 열이 40도 넘어 밥도 못 먹고 사경을 헤매며 힘들어하는데 지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


이젠 데일러스의 표정도 스피제리와 어느정도 비슷해졌다.

스피제리는 분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복도에 놓인 탁자 위의 꽃병을 발로 걷어차 깨뜨렸다. 그러고는 분이 안 풀리는 지 소릴 내지르고 다시 바일라가 있는 병실로 돌아갔다.


“바보 같은 놈. 쯧쯧. 바일라가 아끼는 꽃병인데. 넌 나중에 죽었다.”


20년을 함께한 길드 동료이자 친구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병실에 누워있었다. 데일러스라고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그렇지만 당장엔 굶주린 배를 채우고 싶었다.


길드 저택안 식당


식당에는 이미 길드원들이 모여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6개가 놓여 있었으며 테이블마다 잘 익어 윤기가 흐르는 특제 칠면조 훈제요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 위쪽으로는 눈꽃 모양을 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조명이 2개가 달려 있었다. 식당은 평소와 같이 왁자지껄한 분위기였고 길드 전문 음악가 델테로가 우쿨렐레를 튕기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띄울 신나는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데일러스가 식당으로 들어오는 걸 발견한 길드원들은 수저를 든손으로 길드장을 향해 손 인사를 하거나 자기 쪽의 빈 테이블로 오라고 손짓했다. 데일러스는 길드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먼저 배식대 앞으로 가 섰다.


스텔린도 부상을 당하기는 했지만 언제나처럼 수습 요리사들과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분주하게 자신의 자리에 서서 요리를 하고 있었고 오늘은 그의 장기인 계란 프라이가 올라간 매콤한 파스타였다.


데일러스는 파스타 한 접시와 피클 3조각 그리고 작은 접시에 잘 썰어 담은 달콤 쌉싸름한 아무도 건들지 않는 늪지 해초를 들고 테이블에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2그룹 파티장 발데라비노가 앉아 칠면조 요리를 맛보고 있었다. 파스타는 이미 2접시나 해치운 상태였다.


“역시나 무섭게 먹어치우고 있구먼. 잘생긴 2그룹 대장 발데라비노. 브로이덴 벌목지에서의 퀘스트는 어땠어?”


식탐 대장인 발데라비노는 입에 잔뜩 파스타를 머금은 상태였다. 볼이 빵빵해질 정도로 가득 찬 입안에 뭔가를 더 넣고 싶은지 그의 손은 바삐 움직였다.


양상추를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찢어 그 위에 칠면조고기를 얹은 다음 감싸 이미 가득 찬 입에 욱여넣고는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부풀어 오른 그의 입에서 음식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어억~! 나쁘지 않았어. 젠트도 꽤 벌었고 쓸만한 갑옷과 무기도 얻어왔지 나중에 공용 창고에 한번 가봐 초보자나 중급자들이 쓸만한 장비들이 꽤 있을 거야.”


“잘 됐군. 기존에 있던 사원들이랑 오늘 새로 들어온 신입들에게 고루 분배해 주면 되겠군.”


발데라비노는 빈 그릇을 쌓아 올려 빈 그릇을 주방으로 가져가던 핀리에게 건네주고 입가심으로 가져온 샐러리에 마요네즈를 듬뿍 찍어 거칠게 한 입 베어 물으며 말했다.


“좀 골치 아픈 일도 있었어. 설인이랑 트롤들이 최근 그곳에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는 것 정도? 꽤나 귀찮아질 것 같아. 냄새나는 놈들. 생각하니 입맛이 싹 사라지네.”


그러면서도 그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칠면조 고기를 손으로 찢어 입으로 가져와 넣는 걸 멈추지 않았고 데일러스는 입에 넣으려던 계란 프라이를 다시 파스타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설인이랑 트롤이? 정말 안 어울리는 조합인데? 수년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 적대관계였잖아?”


“그렇지.”


“좋은 소식이 아닌 건 확실하군. 정말로 네 말대로 꽤 귀찮아지겠어. 나중에 게시판에 북부로 가는 길드원들은 조심하라고 좀 써놔야겠어.”


“그래 그래야 돼. 놈들 무리가 벌목지나 마을에 빈번하게 나타나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어서 사상자도 꽤 많아. 그나마 게들랭 대군주가 그곳을 지키니 그 정도지 다른 사령관 같았으면 아마 금방 무너 졌을 거야.”


“그 돌머리들이 게릴라전을 펼친다라...”


“대군주가 잘 막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주둔한 병사들이 후방으로 빠지고 있었어. 그래서 사실상 북쪽 옛 오크의 영토는 그들이 차지한 것 같아.”


“병사들을 뒤로 빼고 있다고? 왜지? 브로이덴까지 완전히 저들에게 내줄 생각인가?”


“나도 몰라. 내가 알면 여기 있겠냐? 경비대 간부로 근무하겠지.”


발데라비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한 그릇을 더 가지고 와 다시 식사를 시작했고 말 걸지 말라고 시위라도 하듯 곧 그의 입은 음식으로 가득해졌다.


데일러스는 쩝쩝거리며 눈을 돌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아그리사를 힐끗 바라보았다. 아그리사도 분명 이야기를 들은 듯했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시끌시끌하던 식당에 눈보라라도 불어닥친 듯 싸늘해지며 조용해졌고 수군거리는 소리만이 식당을 채웠다.


데일러스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식당 입구로 향해 있었고 그곳엔 류미가 플로렌스 여사제와 함께 식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류미는 플로렌스를 따라 쭈뼛쭈뼛 걸어들어와 배식대 앞에 서서 집게로 파스타를 집어 담으며 곁눈질로 힐끔힐끔 주위를 살폈다. 길드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걸 느낀 류미는 가만히 멈춰 섰다.


덩달아 플로렌스도 멍하니 류미 옆에 서 있게 됐다. 류미는 집중된 이목이 부담스러운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누구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지막하게 그녀를 비관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녀...”


그 소리는 메아리처럼 퍼져 나가 다른 곳에서도 들려오더니 점점 그 소리가 커졌다.


“마녀!”


“마녀! 당장 이곳에서 나가!”


류미는 쪼그려 앉아 파스타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고 귀를 막고 울먹였다. 류미는 환호는 아니더라도 가벼운 환영인사 정도는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한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에겐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으로 남았는지 삿대질과 욕을 섞어가며 류미를 마녀로 몰아세웠다.


류미의 직업인 마술사는 환영받는 직업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자연의 원소를 이용하는 마법사와 달리 마녀들이 주로 사용하는 암흑 마법을 이용했기에 왕국에서는 인식이 별로 좋지 못했고 거기에 더해져 어제 소환된 몬스터의 행동은 다른 길드원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엔 충분했다.


분위기가 심각할 정도로 험악해지려 하자 데일러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조용!”


아그리사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데일러스를 힐끗 한번 바라보고는 류미를 향해 걸어가 류미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속삭였다.


“일어나. 네가 이렇게 웅크리면 저들에게는 넌 오늘 저녁 칠면조보다 훨씬 맛 좋은 안줏거리가 될 뿐이야. 너도 그런 걸 원하지는 않겠지?”


아그리사는 파스타 그릇과 류미의 손을 잡고 자기가 앉아 있던 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사람들은 조용히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류미에 이어 아그리사에게까지 불똥을 튀겼다.


“처음부터 이곳에 오크가 있다니 말이 돼!? 판자 더미에서 사는 것들은 역시...”


“마녀와 오크라니 정말 잘 어울리는군! 한 쌍의 바퀴벌레들이야.”


이제는 하다못해 먹던 훈제요리와 파스타 면까지 집어서 그들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파스타 면 가닥과 칠면조 요리가 머리카락과 옷 그리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주방 안에서 요리를 하던 스텔린은 고함을 내지르며 식당 밖으로 나왔다.


“내 식당에서 뭣들 하는 거야!”


스텔린은 앞치마를 벗어 바닥에 내던지고 중식도를 거칠게 휘두르며 포효했다. 수십 명의 목소리를 압도할 만큼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전부 나가 너희는 처먹을 자격이 없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려서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네놈들이 감히 먹을 걸 집어던져?”


스텔린의 패기에 다들 우물쭈물하며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데일러스는 남아 있던 음식을 입속으로 욱여넣고는 음식을 씹으며 스텔린을 막아섰다.


데일러스는 상황을 쭉 지켜보며 마녀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을 모두 기억해 두고 있었다.


“꺼억. 후... 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데일러스는 충만해진 배를 쓸어내리며 큰 소리를 내었던 길드원들을 보며 말했다.


“알베르도. 넌 3번이나 시험을 치르고 난 후 길드원이 됐지? 제니아와 크리스 너희 둘은 왕국에서 쫓기는 범죄자 출신이고, 잭 당신은 글도 못 읽는 까막눈이죠? 조이와 로 부모가 없는 고아 출신. 네빌 넌 탈영병이지. 자 그럼 이 자리를 빌려서 새로 저희 길드원이 된 류미양을 정식으로 소개하죠. 뭐 아직 최종 합격한 건 아니지만... 이름은 류미 20살이고 위튼데일 하틴 게일 후작의 장녀입니다.”


후작의 딸이라는 이야기에 길드원들은 다들 놀라며 식당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어떤 사람들과는 다르게 글을 읽고 쓰는 데에 문제가 없고 전과 기록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비난하신 분들도 해내지 못한 하피를 상대로 이겼죠. 그런데 류미양이 왜 지금 이렇게 비난받아야 하나요. 그건 바로 지금 여러분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 알고 있었던 범주 외의 사람을 보아서 낯설어서 그런 겁니다. 그 말인즉 경계하는 거죠. 나와는 다른 혹은 내가 알던 상식에서 벗어나게 되면 거부하는 것. 스스로가 몰랐었던 자신만의 울타리가 있었던 겁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았던 울타리가 남을 공격하는 수단이 되어 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질타를 보내던 사람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누구도 데일러스의 지적에 반발하지 못했다. 데일러스는 테이블에 놓인 초록빛 사과를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물고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의 아픈 이야기를 후벼 파고자 이 이야기를 꺼낸 건 절대 아닙니다. 나도 알고 서로가 알다시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영겁의 세월을 지나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한 걸 잘 알고있죠. 자 이번엔 반대로 얘기를 해봅시다. 알베르도 비록 실력은 조금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인내심이 강하고 근성이 있습니다. 실력이야 천천히 키워나가면 되는 거죠. 제니아와 크리스는 길바닥에서 굶주림에 어쩔 수 없이 빵 몇 조각을 훔쳐 절도범이 되었었지만,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죠. 어찌 되었든 이렇게 모두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모여 길드 활동을 하고 그룹 활동을 하듯이 새로운 가족이 될 류미양 또 한 우리와 다른 부분도 있고 부족한 면도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 말이 틀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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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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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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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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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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