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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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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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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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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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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인연(4)

DUMMY

경비병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옆에 있는 다른 경비병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르할? 이봐. 조르핀. 다르할이라고 아는가?”


“족장님한테 동생이 있다는 말은 아는데 다르할은 글쎄 처음 들어보는데.”


다른 경비병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장은 경비병들을 진정시키고 청했다.


“아마도 날 모른다는 건 내가 족장님의 명을 받고 다른 오크들과 함께 오랫동안 바다에 나가 있어서 그럴 거야. 그것까지도 모르겠다면 자네들의 복무일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럴 테지. 안 그런가? 그러니 우리의 심장을 향해 겨눈 활을 거두어 준다면 내 족장의 인장이 찍힌 두루마리를 보여주겠네. 설마 이 많은 경비병이 우릴 향해 활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슨 허튼수작이라도 부릴 수 있겠나?”


“좋다. 다르할인지 뭔지 당신만 이쪽으로 와라.”


다르할은 천천히 재킷 안쪽 주머니에 있는 구겨진 두루마리를 꺼내 경비병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그리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썬송에서 태어나 자라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선장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지라 긴장하며 바라보았고 에이든도 마차에서 내려 어둠 속에 서 있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둔기와 방패 가까이에 손을 놓고 바라보았다. 두루마리를 건네받은 경비병은 횃불로 걸어가 두루마리를 펼쳐 읽고는 경비탑에 있는 궁수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무기를 거둬라!”


경비 탑에 있던 궁수들은 그의 손짓에 걸어둔 화살을 뺐다. 아그리사와 에이든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두루마리를 확인한 경비병은 선장을 향해 걸어와 두루마리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인장은 확인했지만, 우리는 다르할이 누군지 모르오. 그러니 경비병들이 당신들 옆에서 철저히 감시할 테니 조심하시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겠지?”


“물론이오. 많은 세월을 바다 괴수와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수십 번이나 넘기고 항해하며 겨우 내 고향 땅인 썬송에 도착했는데 당신이라면 그러고 싶겠소?”


경비병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무를 이어 만든 거대한 요새의 문이 열렸다. 선장은 아그리사의 옆으로 돌아와 앉았고, 짐마차가 다시 움직였다.


마차 옆을 경비병들이 에워싼 채로 가장 앞에 늑대를 탄 경비병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마을에 있는 치료소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마을엔 삐거덕거리는 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고요했고 어두웠다.


마차는 치료소 앞에 멈춰 서고 일행은 치료소로 들어갔다. 선장은 늑대를 타고 있던 경비병의 안내를 받으며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고, 아그리사와 에이든은 경비병들의 감시하에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한숨 돌린 일행은 그동안 몸에 누적되어 있던 긴장이 풀리며 극도의 피로감이 엄청난 무게로 몸을 짓눌렀다.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에이든과 아그리사는 소파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에이든은 꿈속에서 폐허가 된 항구 갯바위에 류미와 함께 서 있었다. 하늘 바다는 온통 잿빛이었고 바다엔 셀 수 없을 만큼의 시체들이 떠다녔고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전쟁의 폭풍이 막 지나간 듯했다. 처음 마주하는 바닷가 풍경이었다. 세찬 파도와 바닷바람에도 류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먼바다를 바라보았고, 에이든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류미에게 다가가 검게 그을린 작은 손을 잡았다. 설인의 손바닥만큼이나 차가웠고, 무거웠으며 거칠었다. 차가움을 더해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에이든의 손끝으로 극도의 냉기가 전달되어 칼에 베이는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에이든은 마주 잡은 손을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고통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이가 부러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은 꿈이었지만 생생하게 전달됐다. 마주 잡은 손에 상처가 생기고 살점이 찢어지며 따뜻하고 붉은 피가 손바닥을 타고 내려오다 그대로 얼어버렸다.


에이든의 손이 떨어지자 풍선처럼 공중으로 떠오른 류미는 바다를 향해 날아갔고, 잿빛 안개와 핏빛 바다 그 경계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류미....”


에이든은 꿈에서 깨어나 주위를 살폈다. 꿈에서 깨어난 에이든은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나 달려가면 류미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에이든은 먼지로 뒤덮인 자신의 새카만 손을 내려다보았다.


잠에 취해 곯아떨어져 씻지도 못해 지저분했다. 주먹을 꽉 쥐자 몸에 힘이 들어가고 몽롱했던 몸이 재가동됐다.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자 어째서인지 치료소에는 오크들이 북적거렸고, 대부분이 단단히 무장한 전사들이었다.


병실에 있던 다르할은 자리에서 일어나 덩치가 큰 오크와 이마를 맞댄 후 격한 포옹을 나누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에이든은 소파 끝에 걸터앉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선장은 오크와의 포옹을 끝내고 에이든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에이든의 시선이 잠깐 흐릿해졌었고, 어느새 선장은 눈앞까지 와 있었다.


“형님. 이쪽으로 와 보세요. 제가 아까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여기에 앉아 있는 멋진 모험가가 제 목숨을 구해주었습니다! 잘 주무셨소? 모험가여.”


선장의 뒤에서 완벽하게 근육으로 뒤덮인 황소만 한 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보았을 때 보다 더 거대했다. 그냥 몸이 양팔 사이에 끼어 있을 정도였다.


그의 팔뚝은 트롤만큼 두꺼웠고, 덩치는 설인만큼 컸지만, 얼굴은 세상 온순해 보였다. 그를 보자 이 모습이 완벽한 오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 오크는 두껍고 단단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난 다르할의 형이자 강철 심장 부족 족장인 타르가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족장님. 전 에이든이라고 합니다.”


“내 동생을 구해주어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동안 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느라 고생한 동생이었는데 어떻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요.”


에이든은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묵직함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왕국 팔씨름왕 바크의 손보다도 족히 2배는 더 커 보였다.


인상과 말투에선 푸근한 평범한 중년 오크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내면에 흐르는 힘이 느꼈고 두근거렸다. 고작 악수 정도로 이렇게 압도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거기에다가 왕국 최고사령관 가일랜드에게서 볼 수 없는 푸근함까지 갖추고 있어 부족한 면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족장의 모습이었다. 왜 족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모험가여.”


“에이든이라 불러 주십시오.”


식사라는 이야기에 굶주린 그의 텅 빈 뱃속에서 요동쳤다. 하필이면 그때 치료소 안에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고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다. 모두 에이든을 바라보았고 창피함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에이든의 뱃가죽은 이미 팽팽하게 늘어나 이젠 더 이상 늘어날 수 없는 고무줄처럼 축 처졌고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에이든은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초대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에이든님. 그런데 아그리사 양이 보이지 않는군요. 같이 계셨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에이든은 뒤돌아 그녀가 잠들었었던 가죽 소파를 내려다보았다. 앉아 있던 소파의 가죽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그녀의 온기도 채취도 사라지고 차가운 냉기로 채워져 있었다. 언제 이곳을 빠져나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흠... 글쎄요. 화장실을 간 게 아닐까요? 잘 모르겠네요.”


에이든은 혹시나 아그리사가 사라져서 혹시나 식사 초대를 받지 못하지는 않을까 발을 동동 구르며 걱정했다. 그녀가 괜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고를 치고 있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신은 에이든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족장님. 바깥에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뭐!? 어디인가?”


“치료소 바로 앞입니다.”


경비병들은 족장을 따라 우르르 바깥으로 뛰어나갔고, 에이든도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는 아그리사가 서 있었고, 그녀의 앞으로 4명의 오크 전사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오크 전사와 아그리사가 서로를 마주 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아그리사는 에이든이 제발 저지르지 않기를 바랐던 일을 저질렀다. 아그리사는 전사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멍청하고 비겁한 녀석! 네가 그러고도 강철 심장 부족의 자손이야!? 섬길 자가 없어서 교만하고 겁쟁이인 요르그의 밑으로 들어가 개노릇을 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한심한 놈. 이 일을 하늘 바다에 계신 아버지가 아신다면 얼마나 슬퍼하시겠어.”


뺨을 맞은 오크는 분노로 휩싸이며 거친 욕설을 퍼붓고는 아그리사를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그러는 넌 대체 어디서 뭐 하다가 이제야 나타난 건데? 모험가? 길드? 흥! 혼자 살겠다고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고작 하는 그거냐? 네가 떠나고 어머니는 병이 들어 아프시지, 조르딕은 굶어서 삐쩍 말라만 가지. 부족이 내게 해준 게 뭔데? 족장도 쫄쫄 굶으며 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판국에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멍청하게 앉아서 부족이 어떻고 명예가 어떻고 떠들어대며 지난날의 명예와 영광에 취해 굶어 죽었어야 해?”


“...”


“아니. 난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아. 누나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지금 현재 부족의 모습을 보라고!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야!”


아그리사의 눈가가 촉촉해지며 다시 손을 올려 그를 때리려 했다. 에이든은 족장이 나서기 전에 자기가 먼저 나서야겠다고 생각하고, 냉큼 달려나가 아그리사를 말렸다.


“아그리사! 그만 하세요. 어린아이들도 보고 있잖아요.”


족장 타르가르는 헛기침을 해 두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두 오크 사이에 서서 중재했다. 이성을 되찾은 아그리사는 족장에게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족장님. 족장님이 여기에 계신 줄도 모르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아그리사에게 뺨을 맞은 전사는 아그리사의 남동생이었고 이름은 코르두스였다. 전사는 아직 화가 누그러지지 않은 듯 족장이 보는 앞에서 대놓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 모험가니 길드니 떠들더니 결국엔 저런 약골 인간 따위와 연애질이나 하고 있었군. 그럼 그렇지. 퉤! 저어어엉말 잘났어! 부족이고 족장이고 잘 돌아가네.”


“코르두스! 자네도 이제 그만하게. 자네가 여기 있다는 건 내게 볼일이 있어서가 아닌가?”


“흥! 자 여기 저희 족장님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족장님. 부족원들 관리 좀 똑바로 하시죠. 감히 산울림 부족 전사에게 손찌검을 하다니요. 만약 이 일을 대족장님께서 아시게 된다면 이번 달 보급은 없을 겁니다. 그럼 주민들은 굶게 되겠죠.”


“...”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늘일은 없었던 걸로 해드릴테니.”


서신을 전달한 아그리사의 남동생 코르두스는 쓰러진 전사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에이든의 옆을 지나며 어깨에 손을 올리고 경고했다.


“이봐. 약골 녀석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타르가르 족장만 아니었다면 내가 널 납작하게 뭉개 버렸을 테니까.”


싸움이 끝나자 주민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아그리사는 뒤를 돌아 눈물을 훔쳤다. 아그리사가 바랬던 가족 상봉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었다.


기쁨에 포옹하고 그동안 힘들게 벌어온 젠트와 선물 상자를 열어보며 모두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꿈꿔왔었다. 동생 코르두스가 부족을 버리고 다른 부족의 일원이 됐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마을을 떠나 돈을 벌러 가는 누나에게 매달려 울부짖던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생이었다. 이제 사랑스럽게 누나를 부르던 코르두스는 없었다.


사랑이라는 감정 그릇에 대신 반항심과 분노로 채워진 동생이었다. 서운함과 배신감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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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6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5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6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4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9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2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8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50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1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7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7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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