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523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5.08 23:55
조회
88
추천
1
글자
13쪽

15화 그룹결성!(1)

DUMMY

류미와 약속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훈련을 지켜 봐왔던 데일러스는 책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나가 소진되어 바닥난 주인은 보통 기절하거나 바닥에 주저앉아야 할 정도로 체력과 마나의 소진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렇게 소환된 소환수는 제어가 불가능했다.


그나마 그녀의 주문으로 불러낸 작은 소환수는 괜찮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나약했다.


“내가 보기엔 더 정진해야 될 것 같아. 저 실력으로 만약 필드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글린데일 근방 숲이나 로디네스 숲에서 마력에 물든 야생동물 정도도 겨우 사냥할 거야. 아니면 목숨을 잃게 되겠지.”


“벌써부터 그런 걱정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모험가에겐 흔한 일이잖아.”


“그래도 마법사 기본기는 탄탄하네. 예리한 라이트닝 볼이었어. 단지 네 성에 안 찬 것뿐이지. 안 그래?”


데일러스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아직 멀었어. 더 단련해야 해. 남은 건 필드에서 직접 부딪혀 보면서 익혀야겠지.”


“좋은 멘토를 붙여서 같이 모험을 보내면 될 것 같아.”


“로디네스 숲에서부터 시작하면 될 것 같은데 누굴 붙여 주면 좋을지 고민 좀 해봐야겠어.”


- - - - -


인턴들의 시험이 모두 끝이 나고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하는 새로운 그룹 만들기를 하기 위해 전 길드원들은 식당에 모여 앉았다.


류미는 아직 경기장에서의 일을 회상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1년 동안 같이 훈련한 메슬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 류미. 아깐 정말 대단했어! 합격이라니 믿고 있었다고! 그동안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야.”


“오빠도 축하해. 이게 다 메슬리 오빠가 옆에서 응원해 준 덕분이야.”


데일러스가 뒤쪽에서 투표함을 들고 식당 안으로 들어오자 시끌벅적하던 식당이 일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기침 소리와 긴장한 듯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데일러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길드원들 앞에 섰다.


“오늘 시험을 치르느라 인턴분들 고생하셨고요.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탈락하신 분들도 오늘 밤만큼은 함께 즐겼으면 합니다. 즐기기에 앞서 지금부터 팀장 투표를 시작하겠습니다. 나눠드리는 용지에 팀장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주시면 됩니다.”


데일러스는 투명한 유리잔을 들어 목을 적셨다.


“그리고 올해엔 전 혼자 떠날 생각이니 혹시라도 절 마음에 품고 계셨던 분들에게는 미리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야겠네요. 다들 절 너무 좋아하시지만, 이번엔 뽑지 말아 주세요.”


“우~ 그럴 생각 전혀 없었는데 무슨 소릴 하시는 거죠? 몹시 불쾌하네요.”


“쳇... 내 맘도 몰라주고...”


식당 여기저기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류미는 마지막 졸업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자세를 고쳐 잡고 앉아 펜 끝을 깨물며 긴장을 풀었다.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고, 오랫동안 손꼽아 기다려오던 날이었다. 많은 득표를 한 3명이 각 팀의 팀장이 되어 한 팀당 5명의 팀원을 뽑는 형식이었다.


류미는 이 광경을 작년 이맘때쯤 뒤편에 앉아 수습생들과 함께 지켜본 적이 있었다. 잔인한 그룹 만들기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했고 보통은 가장 합이 맞는 사람들끼리 그룹을 맺게 됐다.


그래서 가장 먼저 팀으로 초대받는 사람들은 실력도 갖추었고 평소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초대받지 못한 길드원들은 좌절함과 동시에 헤어 나올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 혼자 아지트에 남아 다시 연습하거나, 길드를 완전히 떠나버리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남은 사람들을 추려 따로 그룹을 맺기도 하지만 오래 유지되는 그룹은 많지 않았다.


또 스피제리처럼 종종 혼자 퀘스트를 즐기는 걸 좋아해 그룹을 만드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류미는 펜을 들고 곰곰이 신중하게 생각하고는 데일러스의 이름을 크게 적었고 그 뒤에 하트를 살포시 그려 넣었다.


개표가 시작되었고, 보넬, 바일라, 발데라비노가 작년과 마찬가지로 그룹을 이끄는 그룹장이 되었다.


사실상 저 팀장들이 이끄는 그룹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많은 경험과 성공은 보장되어 있을 정도로 그들의 실력은 출중했다.


특히나 값비싸고 좋은 장비를 획득할 수 있어서 보넬의 그룹은 이미 실력자들로 가득 차 있었고, 바일라의 그룹은 여성 멤버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초대를 기다리는 건 류미를 포함한 대부분 경험이 부족한 신입 멤버들이었다. 발데라비노의 전 멤버 올가는 혼자가 되신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고향으로 떠나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려 했다.


발데라비노의 팀에서 필요로 하는 건 마법사였기에 류미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었다. 기대하지 않는 척 태연하게 앉아 있었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저희는 히알루님을 영입하겠습니다.”


히알루는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식당이 떠나가라 함성을 내질렀다. 약간은 그 모습이 약 올리는 것 같아 꼴 보기 싫었다.


마지막으로 발데라비노 팀장의 그룹으로 히알루가 들어가자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두 손 모아 지켜보던 길드원들은 큰 실망감에 울상을 짓고 있었지만 류미는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기 싫어 마지못해 박수를 쳐주며 그를 축하해 주었고,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며 식당을 뛰쳐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류미도 마찬가지로 지명되지는 못했지만, 탈락자들이 만드는 그룹도 따로 있었기에 희망을 가지고 축하해 주며 울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다짐을 하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실망감도 컸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류미의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스텔린과 요리사들은 처진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주방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통을 줄줄이 들고 나와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동안 틈틈이 만들어 놓은 수제 술이었다.


“이런 날 술이 빠질 수 없지. 안 그래? 그동안 이날을 위해 우리 주방 식구들이 잠을 줄여가며 열심히 준비했지. 그리고 뒤쪽에 기죽어 있는 사람들 언제까지 그렇게 패배자처럼 기죽어 있을 거야. 나라라도 망했냐!? 내년에도 기회가 있고 너희들끼리 따로 만들어도 되잖아. 그러니까 오늘만큼은 모든 걸 잊고 밤새도록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마셔보자고!”


그룹이 안 된 길드원들은 조금씩 얼굴에 미소를 되찾으며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류미도 함께 하고 싶기는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럴 정도로 다 잊고 웃고 떠들며 자리에 앉아 있을 쿨한 성격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류미의 마음을 짓눌렀다.


더는 딱딱하고 불편한 식당 의자에 앉아 있고 싶지 않아 류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식당 밖으로 빠져나갔다.


“류미! 어디 가는 거야? 한잔해야지!”


눈치 없는 스텔린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덕분에 길드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데일러스는 류미를 따라가려던 스텔린을 잡아끌었다.


“혼자 있고 싶을 거야. 그냥 둬.”


“흠. 꼬맹이 녀석...”


류미는 허리를 굽히고 팔을 늘어뜨리고는 터덜터덜 저택의 현관문을 열고 밖에 있는 벤치에 한숨을 내쉬며 기대앉아 하늘 바다를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심해어들의 빛이 밝고 많이 보이는 하늘 바다의 모습이었다. 류미는 숨을 내쉬며 쌀쌀하지만 상쾌한 산 공기를 들이마셨다.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다.


류미는 에이든에게서 선물 받은 핀을 빼 내려다보았다. 문득 에이든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길드에 들어오기 전 에이든이 도망치듯 그렇게 가버려서 미처 그에게 집 주소를 물어보지 못해 편지 한 통도 나누지 못했다.


그래도 생일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류미는 기다렸지만 역시나 그날도 똑같았다.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면 슬픔에 젖었었겠지만 지금은 류미의 마음은 무덤덤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해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에이든을 생각할 겨를 없이 바빠 그랬는지 류미도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아니면 또 상처받을까 겁나 그냥 에이든이 다른 곳으로 배치받았거나 사정이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다.


류미가 잡생각에 빠져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고 맥주잔을 든 남자가 나왔다. 남자는 주위를 살피고는 류미가 앉아 있는 쉼터 쪽을 바라보고는 곧장 걸어왔다.


혼자 있고 싶었던 류미는 제발 그가 자신에게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이란 없었다. 그가 조명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얼굴이 보였다.


드롱이라는 전사였다. 그는 그룹 활동보다는 홀로 다니는 길드원 중 한 명이었다. 드롱은 류미의 옆으로 다가와 버터처럼 느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류미님 옆에 앉아도 괜찮을까요?”


류미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서 맥주까지 가지고 나온 드롱에게 ‘싫어요’라고 대답하기도 미안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드롱은 류미의 옆에 앉아 레몬향이 가미된 맥주를 건넸고 류미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야! 오늘은 심해어들이 많이 보이는 날이네요.”


류미는 대답 대신에 맥주를 입으로 가져가 꿀꺽꿀꺽 마셨다. 사실 류미는 술이라는 걸 처음 마셔보았다.


많이 마셔본 척 능숙하게 입안으로 털어 넣었지만, 목 끝을 파고드는 탄산가스에 얼굴을 잔뜩 구겼다. 그냥 신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드롱은 류미의 얼굴을 보고는 웃으며 자신의 잔과 류미의 잔을 바꾸었다.


류미는 다른 잔에 담겨 있던 드롱의 맥주를 조금 마셔보았다. 드롱의 맥주에서는 달콤한 사과향이 났다. 천천히 향을 음미하며 입속으로 천천히 맥주를 더 넣었다.


향긋한 사과향이 입안을 채우면서 씁쓸한 맛, 조금 신맛과 함께 달콤한 맛이 조화를 이루었다. 류미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류미님을 보고 있으면 예전 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게 어색하고 낯설고 말이에요. 저도 경기장에서 꽤 멋지게 데뷔했다고 생각했는데 지명되지 못했었죠.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뽑히지 못하니 허무하더라고요. 저도 그때 이곳에 나와 하늘 바다를 올려다봤었죠. 류미님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렇게 맥주 한 잔 가져다주며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정도?”


류미는 드롱의 이야기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은 채 계속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스텔린님한테 일대일 개인 교습도 받았었어요. 세상 있는 욕 없는 욕 다 들었었던 것 같아요.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밥을 먹거나 쉴 때에도 기술책을 읽으면서 공부도 했죠. 그리고 1년 뒤에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식당에 모여 앉아 있을 때 전 생각 했죠. 이러다가 1순위 뽑혀서 날 두고 서로 경쟁하는 거 아니야? 하면서 생각했거든요. 후후.”


아무런 반응 없이 맥주만 마시던 류미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에 공감의 감정을 느끼며 깔깔 웃으면서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닦아내곤 드롱의 말에 맞장구쳤다.


“맞아요. 사실 저도 방금 그랬어요. 아 민망하다. 그래서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는데요?”


술기운이 올라와 체리처럼 붉게 달아오른 류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류미가 미소를 짓자 드롱도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어떻게 되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누구에게도 지명을 못 받았죠. 다들 모험을 하기 위해 아지트를 떠나고, 전 홀로 방에 앉아 고민했어요. 그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시험도 무난하게 통과했겠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그냥 혼자서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무작정 짐을 챙겨서 떠났어요.”


드롱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 보였고 류미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위 골렘이랑 싸우다가 뼈가 부러져서 몇 달간 치료소 신세를 지기도 하고, 마녀와 싸우다 붙잡혀서 마녀의 저녁 식사에 메인 재료가 될 뻔하기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게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여태 이 질긴 목숨이 붙어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드롱의 얼굴에 머금고 있었던 미소가 옅어졌다.


“저와 길드에 같이 들어왔었던 동기들은 지금 모두 죽었거든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인연(6) 22.06.04 50 1 12쪽
29 29화 인연(5) 22.06.02 50 1 13쪽
28 28화 인연(4) 22.05.30 53 1 12쪽
27 27화 인연(3) 22.05.29 58 1 12쪽
26 26화 인연(2) 22.05.28 59 1 13쪽
25 25화 인연(1) 22.05.26 61 1 12쪽
24 24화 위기의 숲(4) 22.05.23 63 1 12쪽
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4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5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6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 15화 그룹결성!(1) 22.05.08 89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2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8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50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7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5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4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