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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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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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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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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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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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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 그룹결성!(3)

DUMMY

드롱은 저택 뒤쪽에 있는 작은 집으로 류미와 아그리사를 안내했다. 집안에는 벽난로와 테이블 하나 그리고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의자에는 아지트 내에서 처음 보는 노인이 의자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글라디아 싱글 몰트라는 이름의 술병과 금주의 마법 일간지라는 책이 있었고, 잔에는 얼음 2개가 띄어져 있었다.


“데미안 아저씨. 안녕하세요.”


데미안은 술잔을 기울이며 드롱에게 손을 들어 인사했고, 아그리사와 류미를 안경 너머로 쳐다보았다.


“이쪽은 신입 길드원 류미님이고 이쪽에 계신 오크 숙녀분은 아시죠?”


아그리사는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류미님. 여기 앉아 계신 잘생긴 분은 길드 문지기 데미안 아저씨세요. 항구와 이곳 아지트를 연결해 주는 차원 문 관리사세요.”


“안녕하세요. 류미에요.”


“반갑네. 차원문 관리사 데미안일세. 그냥 데미안 아저씨라고 불러도 좋고 편한대로 불러.”


데미안은 몰트를 쭉 들이켜고 의자에서 일어나 벽난로를 향해 주문을 시전했다. 눈을 감고 손끝을 피아노 치듯 움직이자 다 타버린 숯 더미에서 푸른색 불꽃이 일면서 벽난로에 딱 맞는 네모난 구멍이 나왔다.


류미는 놀란 듯 입을 벌렸고 데미안은 별것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털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잔에 술을 채웠다.


“재미나게 놀다 오게들.”


“감사합니다. 아저씨. 뭐 필요한 것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돌아오는 길에 사 올게요.”


데미안은 마시고 있는 병을 들어 흔들었다.


“알겠습니다. 어디를 가든 구할 수 있는 거죠? 나중에 꼭 사 올게요.”


데미안은 엄지를 올려 보였다. 류미는 드롱을 따라 벽난로 안으로 들어갔다.


- - - - -


평화의 항구


항구의 낮은 밤에 보았던 화려하고 수많은 불빛이 수놓았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외곽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자극했다. 썩어 말라비틀어진 바다 생물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고 그나마 멀쩡한 녀석들은 갈매기의 밥이 되고 있었다.


류미는 비릿한 향이 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바다는 좋아했다. 류미는 몸을 기지개를 켜듯 팔을 쭉 뻗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출항을 기다리는 선원들이 파이프를 입에 물고 수다를 떨고 있었고, 조업을 다녀온 어부들은 물고기의 신선도를 위해 빠르게 부두에 실어 날라 상인들에게 물고기 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그럼 난 간다. 데이트... 잘하고. 아지트에서 보자.”


“아니... 데이트가...”


당황한 류미가 오해를 풀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그리사는 후드를 둘러쓰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분위기를 풍기며 부둣가를 따라 유유히 걸어갔다.


아그리사의 후드 사이로 나온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운치있었다. 드롱은 바지 뒤쪽 주머니에서 구매할 물건이 쪽지를 꺼내고는 방향을 잡고 류미를 안내했다.


“류미님. 그럼 그룹이 된 기념으로 우리도 데이트를 즐기러 가볼까요?”


“네!?”


“큭큭. 농담입니다. 역시 반응이 좋으시군요. 우선 모험에 필요한 물건을 몇 가지 구매해야 하니까 상점가부터 들러 봐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곳이 간편 수리 도구함을 판매하는 곳이니 그곳부터 가도록 하죠.”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류미는 드롱을 따라 잘 포장된 길을 걸었다. 상쾌한 공기만큼이나 발걸음이 가벼웠고 기분도 좋았다. 억압받다 풀려난 자유인이 된 것만 같았다.


술집이 밀집해 있는 부둣가 지역을 벗어나 항구 중심부에 다다르자 주말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고 아이의 손을 양쪽에서 잡고 외식을 즐기러 나온 가족들도 보였다.


부둣가 지역은 거센 바닷바람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건물들이 많이 노후화되어 있거나 칠해놓은 색상이 바래 칙칙했던 것과는 다르게 항구 중심부 대부분의 가게는 새로 지어져 있었고, 알록달록한 밝은 색상들이 어우러져 동화책에서나 나오는 가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범한 마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블록으로 만든 장난감 집 같았다. 드롱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갔고. 그 노랫소리 박자에 맞춰 류미의 나무 신발이 또각거리며 박자를 맞추었다.


드롱은 류미의 발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멈춰서 류미의 신발을 내려다보았다.


“류미님. 지금 신고 있는 신발 안 불편하세요? 소리만 들어도 그런데. 특히나 이곳은 포장된 길이라 더 아파 보여요.”


류미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발목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아 신발이요? 글쎄요. 전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신어 와서 그런지 크게 불편하거나 하는 점은 못 느끼겠는데요.”


드롱은 주위를 둘러보며 신발가게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아무리 불편한 점을 못 느낀다고는 하나 듣고 보는 드롱이 오히려 불편했다.


마침 바로 옆에 빨간색 벽돌로 지어진 신발가게가 있었다. 초록색 문의 창 사이로 진열대에 가지런히 놓인 신발들이 보였다.


“제가 소리에 민감해서 안 되겠어요. 마침 여기에 신발가게도 있으니 여기에 들렸다가요”


“전 진짜 괜찮아요. 드롱님.”


류미는 신발가게로 들어가는 드롱의 옷 끝을 붙잡았지만, 드롱은 무작정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액운을 막아준다는 동으로 만든 올빼미 모양의 문종이 딸랑거리며 날개짓했다. 가게 안쪽엔 한 노인이 아침 신문을 읽고 있었다.


노인은 안경을 슬쩍 내려 안경 사이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류미와 드롱을 바라보곤 얼른 신물을 접어 테이블에 내려놓은 뒤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나왔다.


류미는 우물쭈물하며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진열된 신발을 구경했다. 어려서부터 줄곧 나무 신발을 신은 류미는 가게 안에 진열된 예쁜 구두를 보고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연신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고, 혹시 때라도 탈까 봐 차마 만져보지는 못하고 얼굴을 신발 가까이 들이밀고 감상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찾으시는 신발이 있으신가요?”


“하급 마법사용 마력 신발을 찾고 있어요. 저기 여성분이 신을 건데 좋은 신발로 골라주시겠어요?.”


“전 정말 괜찮아요. 드롱님 저 하나도 안 불편해요. 진짜예요. 그리고 제가 수중에 가진 돈이 별로 없어서. 아시잖아요. 인턴 월급은 얼마 되지않는다는 거...”


류미는 불편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제자리에서 점프를 하고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드롱은 힐끔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노인은 오랜만에 온 손님들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재빠르게 류미의 발 크기와 길이를 눈으로 쟀고 미소를 잃지 않았다.


크기와 길이를 확인한 주인장은 얼른 창가에 있는 진열대로 가 가격이 적절하면서 마력을 올려주는 마법이 부여된 하급 구두를 골라왔다.


류미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크리스털과 진주로 장식된 검은색 구두와 흰색 구두 두 켤레를 들고 왔다.


“이 신발들은 어떠신가요? 새로 제작한 신상 구두입니다. 아름답게 장신 된 발목 스트랩이 달려있고, 조금 얇기는 하지만 구두 바닥에 폭신한 깔창이 깔려있어 오랜 모험에도 발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해 빨리 피로해지는 걸 방지해주죠. 아주 편안할 겁니다. 거기다 보너스로 아름답기까지 하죠. 그래서 최고급 장비를 쓰시는 분들도 멋을 위해 일부러 사서 신기도 한답니다.”


드롱은 노인의 손에 들고 있는 구두 중 류미의 원피스와 잘 어울릴 것 같은 검은색 구두를 건네받고 류미에게 보여주었다.


류미의 시선을 충분히 사로잡을 만큼 구두는 아름다웠다. 구두의 앞부분은 둥근 형태였고, 굽의 높이도 적당했다.


“이쪽에 앉아 보세요.”


“아...”


드롱은 류미를 가녀린 손목을 잡고 의자로 이끌었다. 류미는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흥분과 긴장감이 극에 달한 류미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내려다보았다.


드롱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류미의 나무 신발을 벗겼다. 류미에게 그 모습은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주님은 동화 속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류미의 발은 여기저기 쓸린 상처로 채워져 있었고, 상처에 상처가 더해져 딱딱한 갑옷을 완전히 무장한 병사처럼 굳은살들이 잡혀 있었다.


드롱은 류미가 편안하다고 말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굳은살이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느껴질 뿐 발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다행히 구두는 원래 류미의 것이었던 것 처럼 딱 맞아 들어갔다. 신발은 녹색 빛을 내며 류미의 발을 감싸 안았다.


드롱은 일어나 류미가 마음껏 신발을 볼 수 있게 한 발짝 뒤쪽으로 물러나 뒷짐을 쥐고 섰다. 류미는 발에 신겨진 구두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 보았다.


거울에 비친 검은색 원피스와도 꽤 잘 어울렸고, 데일러스가 제작해 준 로브에도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걸음걸이가 가벼워지고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이 확실히 달랐다.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더는 속마음을 숨길 수 없었고 배시시 웃었다.


“네... 너무 예뻐요.”


드롱은 지갑을 꺼내 신발값을 지불했다.


“같은 그룹이 된 기념으로 사드리는 거니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그리고 공짜로 사드리는 건 아닙니다. 앞으로 필드에 나가면 위험한 일들이 널려 있어요.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고요. 퀘스트 할 때 실수하지 말고 잘 도와달라는 의미로 사드리는 거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말아 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드롱님 잘 신을게요. 그리고 꼭 갚아 드릴게요.”


류미는 드롱이 신발값을 지불하고 있을 때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며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보았다.


20년 동안 좁디좁은 감옥에서 생활하던 발가락이 자유를 맞아 힘차게 신발 안을 탐험했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살도 덩달아 연해지고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손님. 신고 오셨던 신발은 어떻게 할까요?”


새 신발에 정신이 팔려 있던 류미는 신발가게 주인의 손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나무 신발을 바라보았다.


류미가 가족에게서 버려지던 날 가방 안에 들어 있었던 신발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은 나무 신발과도 같았고, 몸과 마음이 자랄 때마다 속을 긁어내야 했다.


더 이상 긁어낼 수 없을 때 류미의 성장은 그것에 맞게 멈춰 키 작은 꼬마 숙녀가 되었다. 속은 늘 상처로 곪아 터졌고 뾰족하게 튀어나온 가시에 찔려 피와 진물이 흘러나왔고 피가 흥건히 젖어나온 신발을 절벅거리며 걸어야 했다.


그땐 느끼지 못했었던 지난날의 설움과 힘들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분노해 자신을 사정없이 내려치던 화난 아버지.

홀로 넓은 식당에 앉아 밥 한 톨씩 세어가며 꾸역꾸역 먹던 우울하기 짝이 없었던 학창 시절 외톨이의 모습 등 자신을 얽매어 왔던 과거의 일부분을 몸에서 떼어내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모두 태워 없애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낡은 나무 신발은 류미 그 자체였다.


“....”


“손님?”


“땔감으로 써주세요. 사과 껍질만큼이나 얇아져서 불에 잘 탈 거에요.”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재가되어 멀리 날아가 새로운 세상과 새로운 주인을 만나 멋진 신발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새로운 집, 친구, 동료, 그리고 미래를 향해 가게 문을 열고 드롱과 함께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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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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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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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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