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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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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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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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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8화 암살작전

DUMMY

1년 전 위튼데일 로디몬 마을


에이든은 로디몬 마을 주점 구석진 자리에 자리 잡았다. 탁자 위에는 맥주 한 잔과 먹다 남은 도마뱀 튀김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고, 그 위로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얼굴과 손을 비비며 튀김을 맛보았다.


에이든은 손을 저어 귀찮게 구는 파리를 내쫓아 버리고 무릎 위에 푸른빛이 돌고 칼날이 물결 모양을 한 플람베르크를 올려 정성스럽게 손질했다.


몇 달 치의 월급을 털어 마련한 값비싼 무기였다. 그래서 더 애지중지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에이든은 무기 손질에 집중해 있었지만, 모든 신경은 주위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의 행동까지 주시하고 있었다.


주점 입구 두 번째 테이블에 앉은 세 명의 무리와 바에 앉아있는 두 명의 기분 나쁜 시선이 자신을 향해 힐끔거리고 있다는 걸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에이든의 무기나 노리는 도적 패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무기를 노렸다면 무기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방금 문을 열고 곧장 에이든에게로 힘차게 걸어오는 자였다.


역시나 그자는 빈자리를 모두 지나쳐 굳이 에이든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는 에이든의 반대편 자리에 앉아 에이든의 맥주에 손을 내밀었다.


에이든은 주머니에서 5젠트 3개를 꺼내 탁자 위에 올리고 앞으로 내밀었다.


“지저분하게 남이 마시던 건 건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부랑자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돈이 모자란다면 이걸 쓰시던지.”


에이든의 반대편에 앉은 남자는 괴기스러운 웃음소리로 비아냥거리며 에이든에게 말했다.


“경비대장 양반이 야박하시군. 곧 임무를 진행해야 할 시간인데 새 맥주를 마시는 건 좀 그러니 한 모금만 마시겠소.”


에이든은 다시 동전을 거두어들이고는 눈동자만 움직여 반대편에 앉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구레나룻에서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친 커튼 타입의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밝은 갈색의 눈동자를 품은 눈은 바늘구멍처럼 작았다.


그자는 김빠진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쩝쩝거리며 다시 탁자에 내려놓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코드네임이 수호자가 맞소?”


에이든은 알아볼 수 있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사내를 보며 읊조렸다.


“밤?”


“그렇소. 내가 밤이오. 그럼 대장을 만났으니 계획한 일을 시작하시죠. 우리는 준비가 다 되어 있으니...”


밤이라는 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점 안에 흩어져 있던 나머지 다섯 명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나 그의 행동에 반응했다.


에이든은 검을 닦던 천을 갈색 부츠 안으로 밀어 넣고는 일어나 검을 등에 멘 자루에 넣고는 옆에 두었던 활과 화살집을 집어 들었다. 에이든은 주점 밖을 나가기 전 후드를 뒤집어썼다. 그러고는 곧장 문밖을 나서서 가시 성채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위험한 퀘스트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외모치고는 어째 조금 평범해 보였다. 물론 외모별로 잘하는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에이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시성채


가시 성채는 매우 험준한 산 중턱에 있었다. 양쪽으로 나누어진 골짜기 사이를 방어하는 외 성채가 있었고, 왼쪽 산맥을 따라 깊은 골짜기에 본 성채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어온 북방의 괴물들의 공격을 막고 위튼데일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성채였다.

수백 년 동안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고 버텨온 성채였지만, 최근 병력 부족과 식량부족으로 성채는 그 명맥을 이어 나가기 힘들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쳐있었다.


성주인 후작 하틴 게일은 사실상 가문의 마지막 자손이었다. 그의 아들은 몇 년 전 자객들에 의해 죽었고, 하나 남은 딸도 죽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게일은 실권을 잡고 왕국을 제 손 주무르듯 휘젓고 있는 크리스탐을 제거하기 위해 아들이 죽던 날 같은 후작 피틴 로산과 거병하려 했으나 그날 설인들의 공격으로 거병하지 못하게 됐고, 거병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원 병력과 식량마저 끊어져 버렸다.


다시 심기일전하여 거병하려 했지만, 이번엔 로산이 다시 깨어난 글런드군과 싸우다 전사했다는 소식과 함께 게일은 완전히 의욕을 잃고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런 게일의 숨통을 끊기 위해 크리스탐은 병력을 보내지 않았다.


아직 북부를 지키는 방패로서의 쓸모가 있었기에 왕은 크리스탐 섭정의 말에 따라 당장은 그를 용서했고 다시 왕국의 후작으로서 받아들였다.


대신 크리스탐은 이름있는 길드에서 지원자들을 모집했다. 그리고 로디몬 마을로 모여 에이든을 대장으로 한 암살자들이 성채로 향하고 있었다.


에이든과 암살자들은 새벽이 되고 빛이 뜰 때쯤 본 성채 근처 숲에 도착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사냥 시즌이기는 했지만, 게일이 언제 사냥을 나설지 알 수가 없었기에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일행들은 큰 바위 세 개가 나란히 붙어 뒤쪽이 잘 보이지 않는 자리에 땅을 파 큰 구덩이를 만들고 안쪽에 침낭을 깔아두었다. 에이든은 망원경을 이용해 성채를 정찰했다.


성채 위쪽으로 올라오는 연기가 보이지 않았고, 불빛이 전혀 없었다.


“아직 식전인 것 같군. 우리도 잠깐 휴식을 좀 가집시다.”


첫 경계는 애꾸눈을 하고 복면을 쓰고 있는 나이가 지긋한 늙은 늑대라는 코드네임을 쓰는 자가 섰다. 그는 곧장 활시위를 당겨 맞출 수 있게 화살을 끼우고는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그날 게일은 사냥을 나서지 않았다. 사냥하면서 가장 힘든 건 역시 사냥감을 기다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설레게 하는 게 사냥의 묘미였다.


물론 에이든은 암살하는 일에는 흥미가 없었고 살을 에는 추위를 피해 빨리 일을 끝마치고 근무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며칠째 게일의 그림자조차 구경할 수 없었다. 열흘째 되던 날 챙겨온 식량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에이든은 어릴 때의 솜씨를 발휘해 마력에 물들지 않은 토끼 몇 마리를 겨우 잡아, 와 일행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일행들은 시체처럼 며칠 사이에 몰라보게 핼쑥해져 있었다. 불을 지필 수 없어 에이든은 능숙하게 가죽을 벗기고 손질을 한 후 핏물을 흐르는 물에 씻어 제거했다.


후추와 소금으로 약간의 간을 해 놓은 생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코드네임 쓸쓸한 자가 말했다.


“경비대장 나리가 이런 재주가 있으셨군요. 혹시 어디 출신이십니까?”


에이든은 밤새 경비를 서고 토끼 사냥을 다녀온 터라 대꾸할 힘도 없어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한 몸을 뉠 자신의 침낭에 드러누워 파들파들 떨리는 눈을 감았다.


에이든은 며칠 동안 이 암살자들과 함께 지내보았지만, 그들은 평범한 퀘스터들이었다. 섭정은 늘 철두철미하게 일 처리를 하는데 이렇게 실력이 떨어지는 자들을 함께 보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냥하다 생긴 실수를 가장으로 암살한다는 계획이기는 했지만, 목표 대상의 성채 근방에서 사냥이라니 이런 사람 냄새가 풀풀 나는 곳에 야생동물들이 돌아다닐 리가 없었다.


계획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았고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전문 암살자들이 아니었다. 그냥 활 좀 쏘아본 정도이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들이 의뢰를 받고 암살 퀘스트를 하러 온건 순전히 높은 보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있었고, 특히 늙은 늑대라는 사내는 시집을 가지 못한 딸이 셋이나 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보수를 받게 되면 둘째 딸의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때 경계를 서던 밤이 손을 뻗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일행들은 일제히 자세를 숙이고 활을 꺼내 들었다.


에이든은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다. 손만 겨우 뻗어 자신의 검을 옆으로 바짝 붙여놓고는 앉아 있었다. 게일과 옆을 호위하는 남자가 보였다. 밤은 조용히 속삭였다.


“목표를 포함한 호위병 한 명이라 일이 쉽게 끝나겠군. 첫발은 내게 맡겨 주시오. 그리고 이 거리에서 놈의 심장을 정확하게 뚫는 걸 감상이나 하시오.”


게일은 멀리서 걸어서 올라오고 있었다. 밤은 조심스레 활시위를 당겼고 화살촉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에이든은 여전히 구덩이 속에 있었고, 고기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늙은 늑대의 입이 움직임을 멈추었고 숨을 참았다.


그의 실크처럼 부드러운 흰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밤이 활을 쏘려는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든은 처음에 그냥 입구에 있는 자들이 소리를 내는 잡음이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 생각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늙은 늑대의 머리가 떨어져서 밤송이처럼 나뒹굴기 전까지는.


“크헝!~”


“으아악! 컥!”


산을 뒤흔드는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들리고는 구덩이 위로 설인만 한 호랑이 두 마리가 일행들의 목을 사정없이 물어뜯고 던져 버렸고, 밤은 바위 사이로 굴러 활을 쏘았다.


옆구리에 명중시키기는 했지만, 활 따위로 저 집채만 한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밤도 기대하지 않았다. 밤은 서둘러 롱소드를 꺼내 호랑이 앞에 들이밀었다.


순식간에 에이든과 밤을 제외한 일행들은 두 동강 났고, 에이든은 구덩이 안쪽으로 손을 뻗는 호랑이를 상대하느라 바빴다.


아마 이들은 토끼의 피 냄새를 쫓아 여기까지 온 듯했다. 물론 그전에 구린내가 나는 사람의 냄새를 맡았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크르릉!”


사람의 얼굴보다 훨씬 큰 호랑이의 발이 구덩이 안까지 들어와 에이든의 팔과 다리를 할퀴고는 끌어내려 했다.


“헉! 크읍...! 젠장! 이건 또 뭐야!”


에이든은 손을 더듬거리며 자신의 활과 화살을 집어 들어 재빨리 호랑이 눈을 향해 쏘았다. 호랑이는 눈에 화살이 박힌 채 비명을 지르며 뒤쪽으로 물러났다.


에이든은 자신의 칼을 칼집에서 뽑으려 했지만 협소한 공간 때문에 제대로 뽑을 수가 없었고, 뽑는다고 해도 찌르는 용도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호랑이가 살짝 뒤로 물러나더니 구덩이 위쪽으로 올라가 땅을 미친 듯이 파기 시작했다.


에이든의 머리 위로 흙더미가 마구 떨어졌고, 곧 호랑이 발톱이 머리 위쪽을 훑고 지나갔다. 구덩이가 드러나자 에이든은 재빨리 바깥으로 튀어 나가 검을 뽑고 상황을 살폈다.


“밤! 어디 있소!?”


밤은 머리가 찌그러진 채 산 아래로 굴러떨어져 있었고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댄 채 영원한 휴식을 위한 여정을 떠난 상태였고 다른 호랑이 한 마리는 어느새 에이든의 근처까지 다가온 게일과 그의 호위병에게 발톱을 휘두르며 위협하고 있었다.


게일은 무턱대고 덤벼들다 허벅지에 상처를 입어 한쪽 발을 선 채로 방어에만 집중했고, 옆에 있던 호위병이 단신으로 호랑이와 맞서 싸웠다.


왼쪽 눈을 다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호랑이의 발길질은 번번이 빗나갔고 어쩌다 호기롭게 들어온 공격은 에이든의 검에 가로막혔다.


“후~! 호랑이가 내 마지막 상대가 되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안타깝지만 널 죽여야만 하겠구나.”


기회를 잡은 에이든은 호랑이의 왼팔 공격을 피하고 호랑이의 왼쪽을 파고들었다. 호랑이도 에이든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돌았지만, 한쪽 눈을 잃은 호랑이는 느렸고 따라잡지 못했다.


에이든은 날아드는 호랑이의 발목을 베고 또다시 왼쪽으로 돌아 등 뒤를 잡는 데 성공했다. 마무리 일격을 날리기 위해 에이든은 도약하여 호랑이의 등에 칼을 꽂아 넣고 비틀었다.

그르렁거리는 신음을 남긴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헉... 헉...”


옆에서 게일과 싸우고 있던 호랑이는 다른 호랑이가 쓰러지자 불리하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돌려 줄행랑쳤다.


에이든은 호랑이의 등 뒤에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게일도 바닥에 드러누웠다. 게일의 호위병이 에이든에게 다가왔다.


에이든은 다시 일어나 검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방심하고 있는 호위병을 베고 누워있는 게일만 처리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상황이었다.


검을 뽑으려 힘을 주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발톱 공격을 잘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온전히 전투에 집중한 탓에 맞았는지도 몰랐던 것일 뿐 부상이 심했다.

호위병이 걸어오면서 무언가 말을 한 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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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4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7 1 13쪽
» 18화 암살작전 22.05.14 6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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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1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7 1 11쪽
11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70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6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7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7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5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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