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다킹★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60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30 23:00
조회
132
추천
1
글자
11쪽

11화 혼돈(2)

DUMMY

폴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류미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차가운 손으로 닦아주었다.


“누나 난 괜찮아. 난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어. 힘들게 기사단 공부도 안 해도 되고 무서운 아빠도 없는걸. 난 정말 공부하라며 닦달하는 아빠의 모습이 정말 싫었어. 내겐 누나뿐이었단 걸 누나도 잘 알잖아.”


“주인님. 폴리는 걱정하지 마세요. 저와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모처럼 오셨으니 이곳에 대해 안내해 드리죠.”


류미는 눈물을 닦아내고 그를 따라나섰다.


“이곳은 아주 오래전 제가 만든 동물원? 아니야. 흠 쉽게 표현하자면 영혼 보관소? 같은 거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영혼 보관소요?"


“제가 살아생전에 가장 즐겼던 취미 생활이 괴물들을 수집하는 것이었죠. 조금은 변태 같은 취향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죠. 싫든 좋든 지금은 류미양 소유의 보관소가 되었지만요. 이젠 전 그렇게 되면 류미양의 보관서에서 영혼을 관리하는 관리자 정도가 되는 셈이군요.”


“제... 제가요? 왜요? 아니 어째서죠?”


“그때도 주절주절 제가 설명해 드렸지만 울기만 하셨죠. 별거 없습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지금 책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은 류미님이니까요.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그만하죠. 그럼 이곳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드릴게요. 이쪽으로.”


버드네이즈는 뒷짐을 지고 가까운 책장으로 걸어가 책을 빼 들었다. 낡은 책을 펼쳐 류미에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평범한 책처럼 보이지만 조금은 다릅니다. 이곳에 꽂혀 있는 책들과 안에 동봉되어 있는 알약엔 악명 높고 세상을 공포로 떨게 한 난폭한 지상 생물들의 영혼이 들어있습니다. 수 세대에 걸쳐 제가 모아온 수집품이죠. 오래된 건 수억 년도 넘은 것도 있습니다.”


“수억 년이라고요?”


버드네이즈는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그러곤 미소 지으며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저는 그곳에서 수많은 제국의 흥망을 지켜보았죠. 뭐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요. 지하세계의 생활보다 지상의 생활은 우리가 보내는 시간보다 몇 배는 훨씬 빨리 흐릅니다. 그리고 이 보관소의 시간은 훨씬 느리게 흐르죠.”


“...”


“영혼 보관소의 용도는 단순히 이들을 수집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책의 주인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도서관으로 들어와 그들의 힘을 빌려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으니 아마도 모험가이신 류미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저도 이 녀석들 덕분에 다른 영혼들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됐죠. 성격은 가지각색이지만 류미양에게는 나긋나긋한 친구들이 될 겁니다. 아마도요. 뭐 물론 그렇지 않은 녀석도 있긴 하지만요.”


“그런데 버드네이즈님은 어쩌다가 이곳에 들어오시게 된 거죠? 수 세대에 걸쳐서 이 생물들을 모아 오셨다는 건... 그런데 애초에 인간이 그렇게 오랫동안 살 수나 있나요?”


“뭐 다른 힘을 빌린다면 가능은 합니다.”


“힘?”


버드네이즈는 못 들은 척 아니면 말하기 싫은 듯 미간이 움찔거렸다.


“어쨌든 전 죽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제 영혼과 책을 연결되도록 설계했죠. 제시간은 끝없이 흘렀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보시다시피 이곳에서 삶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영원한 삶에 무기력해지지 않게 스스로 단련하고 또 악한 자의 손에 책이 넘어가 이 몬스터들이 해방되어 날뛰는 것 그리고 악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번 이곳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뭐 이곳에 있는 생물 중 제가 제일 끔찍할 정도로 무섭지만 말이에요.”


“...”


그의 겉모습은 여느 곳에 존재하는 평범한 마술사의 모습이었지만, 그가 이곳의 생물들을 살아생전에 잡았다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에는 보기보다 굉장히 강한 존재라는 이야기도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린다면 이놈들을 사용하는 데엔 많은 양의 마력이 필요로 합니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류미님의 실력에 따라 여기 있는 친구들도 더 강해지고 통제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요. 어찌 되었건 아무쪼록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아! 켄티넨탈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군요. 주인님 아쉽지만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주인님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책의 사용법은 알아내셨으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도 해드리지요.”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류미의 뒤편에는 나무로 된 문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바깥쪽에서 켄티넨탈의 영혼이 류미의 뒤로 다가와 류미를 내려다보았다.


켄티넨탈은 이를 들어낸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소름 끼칠 정도로 사악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 안녕?”


켄티넨탈은 반응하지 않았고 웃는 얼굴로 내려다 보기만 했다.


“켄티넨탈은 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데리고 가겠습니다. 오랜만에 바깥 외출에 무척이나 피곤할 테니까요. 가자. 고생했다.”


켄티넨탈은 버드네이즈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렸고, 폴리는 류미에게 손 인사를 하고 곧장 달려가 켄티넨탈의 털이 복슬복슬한 손을 잡고 따라갔다.


류미는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을 느꼈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땐 그들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후 류미는 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문을 연 것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길드저택 의무실 안


꿈처럼 생생한 기억이었지만 눈을 떠 천장을 바라보자 기억이 모두 사라져 이어지지 않고 특정한 기억만 남아 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하피와 싸우고 있었다는 생각만 들 뿐 무언가를 생각해 보려 했지만 잘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냥 조금 독특한 꿈이었던 것일까?


“류미님? 정신이 좀 드세요?”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류미의 옆에서 귓가를 간지럽혔고 재스민 향이 방안 가득 퍼져 있었다.


류미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하얀색 리넨 로브를 입고 진한 검은색 머리카락에 웨이브가 적당히 들어간 올림머리를 한 여사제가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로 류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콧대는 날카로웠고 오른손 약지에는 여사제들이 쓰는 둥글고 푸른빛을 뿜어내는 형태를 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여자가 봐도 예쁜 얼굴이었다.

마치 새초롬하게 피어난 한 송이 꽃 같았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오른손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고 하피에게 긁혔던 왼팔을 조심히 들어 입고 있는 셔츠 소매를 걷어 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시집도 안 갔는데 큼지막한 상처가 몸에 새겨지는 건 원치 않았다.


“왼팔의 상처는...?”


사제는 열을 재기 위해 류미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허수아비는 마법으로 빚어낸 피조물이라 경기장 밖을 나오게 되면 상처는 사라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흉터 하나 남지 않았으니까요. 아 경기장에서 죽는다면 그건 영원히 죽지만요. 뭐 그런 일은 흔한 일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고 좀 쉬고 계시겠어요? 데일러스님에게 류미님이 깨어났다고 말씀드리고 올게요.”


“감사합니다. 사제님.”


상처 하나 남지 않는다니 천만다행이었다. 류미는 불현듯 자신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책을 사용했다는 걸 알고는 자신의 책을 찾기 위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에 걸린 옷걸이에 자신의 가방이 걸려 있었다. 다행히도 가방 속에 책이 들어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침대 끝에 기대어 앉아 오른손 손바닥을 펼쳐보았다. 희미하게 남은 검은 피가 피부 속에 점처럼 남아 있었다.


류미는 평범한 마법사이자 마술사이지만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살아남고 싶었고, 본능적으로 가방에 급히 손을 넣어 경기장에서 책을 펼쳤다. 어째서 그런 생존 본능이 생겨나게 됐는지 아직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살아남았다. 하지만 걱정됐다. 무시무시한 괴물을 본 길드원들의 반응과 그들의 시선이었다.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 또 어떻게 생각을 할지 아마도 누구 하나 이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걸 모를 게 뻔했다. 류미 본인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스스로는 이 힘을 거부하고는 있지만, 그 의지만큼이나 가지고 싶다는 욕구 또한 끓어올랐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데일러스는 문에 자그맣게 나 있는 창을 통해 바일라가 누워있는 병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퀘스트를 끝마치고 아지트로 돌아온 바일라의 연인 스피제리는 병실에 누워있는 바일라의 곁에 앉아 슬픔에 잠긴 채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하필이면 스피제리가 돌아오는 날 이런 일이 생겨 꽤 곤란하게 됐다.


“마스터. 류미양이 깨어났어요.”


데일러스는 문에서 떨어져 여사제와 함께 전 길드원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붉은색 바탕에 페이즐리 꽃무늬로 장식된 양탄자가 길게 깔린 복도를 걸었다.


“특별한 이상은 없었어요. 그런데 손에 남겨져 있는 검은 흉터는 지속적으로 푸른빛을 이용해 치유해 봐도 지워지지 않았어요. 반점처럼 말이에요.”


“고생 많으셨어요. 플로렌스. 아직 식전이죠?”


“전 나중에 바일라님의 상처를 좀 살펴보고 할게요. 이상하게도 회복이 늦네요.”


데일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방안에 바일라를 보고 있는 플로렌스를 뒤로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뒤이어 얼굴이 잔뜩 구겨진 채로 병실에서 나온 스피제리가 플로렌스를 지나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먹잇감을 뒤쫓는 늑대처럼 데일러스의 뒤쪽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데일러스! 거기서. 어딜 내빼고 있는 거야! 비겁한 자식.”


스피제리는 데일러스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후 멱살을 잡았다. 눈에서는 레이저라도 나올 듯 데일러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빼다니? 그리고 난 명색이 길드장이야. 말조심해. 둘만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길드장이라고 불러. 스피제리 부 길드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30화 인연(6) 22.06.04 49 1 12쪽
29 29화 인연(5) 22.06.02 49 1 13쪽
28 28화 인연(4) 22.05.30 53 1 12쪽
27 27화 인연(3) 22.05.29 57 1 12쪽
26 26화 인연(2) 22.05.28 58 1 13쪽
25 25화 인연(1) 22.05.26 60 1 12쪽
24 24화 위기의 숲(4) 22.05.23 62 1 12쪽
23 23화 위기의 숲(3) 22.05.22 63 1 13쪽
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2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20 20화 늙은 호랑이(2) 22.05.16 64 1 13쪽
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6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8 1 13쪽
17 17화 그룹결성!(3) 22.05.12 75 1 12쪽
16 16화 그룹결성!(2) 22.05.09 83 1 12쪽
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14 14화 새로운 출발 22.05.07 91 1 13쪽
13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2 1 12쪽
12 12화 미운 오리 새끼(1) 22.05.01 127 1 11쪽
» 11화 혼돈(2) 22.04.30 133 1 11쪽
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69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5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6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6 6 13쪽
3 3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3)[수정] 22.04.11 325 6 11쪽
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2 6 12쪽
1 1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1)[수정] 22.04.08 563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