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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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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조회수 :
8,467
추천수 :
77
글자수 :
955,741

작성
22.04.17 01:04
조회
256
추천
4
글자
12쪽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DUMMY

“저를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섭정님.”


크리스탐은 읽던 책을 잠시 내려두곤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검은색 안경을 곱게 접어 책 위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난간에 기댄 채 왕궁을 내려다보았다.


3층 테라스에선 왕의 정원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그곳에선 어린 왕이 최정예 군대인 카르딤 기사단 병사들의 사열식을 보고 박수로 격려해주고 있었다.


백여 명 정도로 구성된 카르딤 기사단은 황금빛 판금 갑옷과 가볍고 긴 장검 그리고 역오각형에 그리폰 얼굴이 그려진 방패를 등에 멨고 금빛 투구 위쪽엔 그리폰의 날개 모양을 딴 화려한 장식이 있었다.


전투를 함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겉멋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또한 카르딤 기사단의 위용을 나타내는 상징 중 하나였다.


그들은 위튼데일 최북단 가시 성채로 진군을 시작하려 했다. 임무를 맡은 최고 사령관 가일랜드는 말에 올라타 검을 앞으로 뻗었고 출진을 알렸다.


“전군! 출정한다!”


가일랜드는 과거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이었고 모험가이자 영웅으로 칭송받는 자였다.


“아~ 저 풍채 좀 봐. 마치 한 마리의 곰 같군.”


“인연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동향이기도 하고 사냥을 나갔다 만난 도적 무리로부터 폐하와 날 구해준 적이 있었지. 도끼를 휘두르며 혼자 놈들을 소탕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해.”


“혼자서 말입니까? 정말 대단하네요. 소문엔 곰도 맨손으로 때려잡는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흐흐. 그러고도 남을 사내지.”


크리스탐은 에이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손가락을 움직여 토닥여주었다.


“자네가 아는 것과는 달리 난 출신을 그리 따지지 않네. 자네 같은 경우는 조금 특이한 경우이기에 그런 거지. 딸이 있는 아비인 날 이해해주길 바라네.”


냉혈한이라고 생각한 그가 딸의 이야기에 푸근한 미소를 짓자 에이든은 처음으로 그에게서 인간미를 느꼈다.


“충분히 그 마음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후~ 이제 가일랜드가 가니 북부도 이제 설인들의 침략으로부터 안정화 될 테지.”


무거운 판금 신발이 정원을 박차며 쿵쿵거리는 소리가 대도서관까지 들려왔다. 그들의 위용은 하늘 바다를 찔렀다.


에이든은 어느새 크리스탐과 난간에 나란히 서서 그들의 진군을 지켜보았다. 언뜻 보기엔 가일랜드는 크리스탐 섭정이 내려다보고 있는 대도서관 3층을 의식하는 듯 시선을 잠시 돌렸다.


크리스탐은 손을 살짝 들어 보였고 그에 답하듯 사령관은 주먹을 쥔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


“자네도 사령관처럼 좋은 검술 솜씨를 가지고 있다던데. 인성도 바르고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예전엔 아니었지만, 지금은 자네를 보는 내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 내 생각엔 저 갑옷을 자네도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에이든은 난간에서 재빨리 떨어져 절도있게 차렷 자세를 취하며 왕국과 섭정에 대한 충성심을 증거로 경례를 했다.


“후후. 그래 이번 기회에 자네의 가치를 증명해 보게.”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섭정은 자리로 돌아와 앉아 아직 식지 않고 아직 따뜻한 찻잔을 감싸 쥐며 말했다.


“다음 주 왕궁에서 건국기념일 행사가 열리고 건국을 기념하는 화합의 자리이니만큼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걸세. 각지에서 왕국까지 오는 귀족들을 위해 매년 왕국에서 호위병들을 보내준다네. 왕께서 그들의 활약을 치하함과 동시에 왕국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영광스러운 일에 동참할 수 있으매 기쁩니다.”


“하지만 꼭 그런 자리엔 불청객이 끼기 마련이지. 빛나는 자리를 더럽히려는 자를 그냥 둘 순 없지 않겠나.”


섭정의 눈이 번뜩였고 그에 답하듯 에이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의지를 내비쳤다. 크리스탐은 주위를 살폈고, 도서관 안쪽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그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주머니 안쪽에서 꼬깃꼬깃한 쪽지 하나를 꺼냈다.


에이든은 쪽지를 받아들고 펼쳐보았다. 북부를 지키고 있는 하틴 게일 후작의 암살에 대한 계획이 적혀 있었다.


“카르딤 기사단이 단순히 설인들을 저지하려고 가는 것이 아니군요.”


“눈치는 빨라 마음에 드는군.”


왕국에서 후작은 왕국에 딱 두 사람이 있었는데 북쪽 가시 성채에 게일, 서쪽 바할랜에 위치한 수호 성채에 있는 피틴 로산이 있었다.


두 후작은 왕국을 위협할만한 인물들이었고 과거엔 실제로 그럴 뻔한 적도 있었다. 그 사실은 코흘리개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땐 미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분명 기회가 생긴다면 역모를 꾸미고도 남을 자들이야. 이참에 그 싹을 잘라내야 해.”


에이든은 크리스탐이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정의로써 놈을 제거하리라 다짐했다.


“실망스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크리스탐은 에이든이 든 쪽지를 빼앗아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는 바람에 날려 보냈다.


- - - - -


글린데일 빛나는 호숫가


며칠 후 류미는 지나가 있는 보육원에 들렀다. 한 손에는 동그랗게 말린 막대사탕과 여자아이가 좋아할 만한 분홍색 봉제 토끼 인형을 들고 있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보육원은 아이들의 뛰노는 해맑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밖에 나와 한가로이 놀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흙을 파내 주물럭거리며 소꿉장난을 하거나 그네, 시소를 탔고 남자아이들은 공을 차고 나무 아래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 휘두르며 전쟁놀이를 했다. 류미는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류미의 고향엔 같이 떠들며 웃고 지낼 친구가 없었다. 후작의 딸이라는 칭호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유년 시절 류미의 친구가 되어준 건 남동생 폴리뿐이었다.


폴리와의 옛 추억에 빠져들려고 할 때쯤 보육원 넝쿨 담장을 따라 에이든과 지나가 손을 잡고 걸어왔다.


“지나!~ 언니 왔어!”


“언니!”


지나는 그동안 놀아준 에이든의 손을 뿌리치고 풀밭을 거침없이 달려와 품에 안겼다. 류미 또한 품에 들어온 지나를 힘껏 안아주었다.


“언니! 보고싶었어!”


지나는 류미의 볼에 입을 맞추며 솔직한 감정을 쏟아냈다.


“몸이 왜 이렇게 말랐어. 혹시 보육원에서 밥을 안 주거나 막 그래?”


“아닌데? 오늘 아침에도 닭고기 나왔고 저녁엔 돼지고기 나온다고 사제님이 그러셨어.”


“그럼 다행이긴 한데.”


지나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많이 야위어있었다. 아마도 낯선 환경과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일 거라 생각되니 애틋하고 애처로웠다. 류미는 가지고 온 선물을 내밀곤 지나의 반응을 살폈다.


“짠! 언니가 우리 지나 줄려고 선물을 사 왔지!”


“와! 언니 최고! 에이든 오빠는 맨날 와도 빈손으로 오는데.”


초록색 윗부분에선 사과 맛이 났고, 다음 빨간색에선 체리 맛이 났다. 사탕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나는 환하게 웃었고 류미는 흐뭇하게 웃으며 사탕을 맛있게 지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형을 한쪽에 꼭 껴안고 사탕을 핥아먹었다.


“그래서 불만이에요? 작은 아가씨?”


에이든은 서운했는지 입이 오리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류미는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에이든에게 인사했다.


“안녕~”


“응. 안녕.”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매일같이 만나 다시 우정을 쌓기 시작했고 둘은 떨어져 있었던 시간만큼이나 빠르게 가까워져 예전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지나는 행여나 사탕을 빼앗길세라 눈을 가늘게 뜨고 에이든을 노려보며 저만치 떨어진 벤치로 도망갔다.


“아마 오늘이 지나를 보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안 그래도 널 만나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여기에 있었네. 다행이야.”


에이든의 웃는 얼굴은 먹구름이 드리운 것처럼 어두워졌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에이든은 류미의 손을 잡았다. 류미의 손톱은 오랜 늪지 생활로 거뭇거뭇한 때가 끼어 있었고 끝이 들쑥날쑥하며 건조해 거칠거칠했다.


류미는 창피해 황급히 손을 빼곤 뒤돌아서서 숲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길드에 초청받은 건 좋았지만, 다시 만난 에이든과의 이별이 다가오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바라고 기다렸던 기회였기에 류미는 포기할 수 없었고 에이든 또한 그녀가 얼마나 그 꿈에 대해 갈망하고 있는지 알았기에 붙잡을 수 없었다.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기에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봄바람에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구불구불 말린 류미의 머리칼을 스쳐 지나갔다. 짧은 침묵이었지만, 잠깐의 침묵을 깨고 에이든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면접이 내일이었지?”


“응. 내일 아침. 이제 출발해야지.”


“에!? 지금 출발하면 늦는 거 아냐? 늦은 저녁에나 도착할 텐데? 물론 유니콘을 탄다는 가정하에 말이지.”


“헐! 진짜? 그렇게 멀리 있었던 거야? 몰랐어. 버섯가게 아저씨가 고르곤 숲만 넘어가면 금방이라고 하시길래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지. 어떻게 하지? 이러다가 늦어 버리겠어.”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부탁인데 이번엔 내 호의를 거절하지 말아줘. 알겠지?”


“응... 고마워. 그럼 신세 좀 질게.”


잠시라도 그와 함께 있고픈 마음이 더 컸기 때문에 류미는 거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병영 안쪽에서 에이든은 황금빛이 도는 뿔을 가진 유니콘 한 마리를 데리고 나왔다.


“유니콘은 처음 타보지?”


“응. 갈기 좀 봐. 머리카락처럼 엄청 부드러워.”


유니콘의 걸음걸이엔 가볍고 도도함이 묻어났고, 연녹색의 유니콘은 기세등등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낯선 사람을 자신의 등 뒤에 태운다는 불편함 때문인지 연신 뜨거운 콧김을 쏟아내며 불만을 표시했다. 에이든이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만져주자 조금 진정된 듯 류미에게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주었다.


에이든은 류미의 허리를 양손으로 감싸 힘껏 유니콘의 위로 올려주었다. 유니콘도 긴장한 듯 경직되었다.


뒤이어 에이든이 능숙하게 류미의 뒤로 올라탔고, 에이든이 유니콘의 뒷다리를 가볍게 톡톡 두 번 두드리자 한발 한발 땅을 박차고 걸어 나아갔다.


속도가 점점 붙자 류미는 붙들 곳이 없어 안장 앞부분을 잡고 겨우 버텼다.


“편하게 나한테 기대도 괜찮아. 너무 경직된 채로 가다 보면 나중에 허리 아파. 그러다 시험을 망쳐도 난 모른다?”


류미는 조금씩 허리 쪽에 충격이 가해지자 에이든이 말 한대로 슬쩍 에이든에게 기대고 고삐를 잡고있는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등 뒤로 에이든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와 탄탄한 복근이 느껴졌다.


류미의 볼은 금세 붉게 변했다. 이상하리만큼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류미는 물 밖으로 튀어나와 펄떡 꺼리는 물고기처럼 날뛰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키지 않으려 천천히 심호흡했다.


“응? 무서워? 천천히 달릴까?”


“아... 아니. 조금 긴장해서 그래.”


한걸음 내달릴 때마다 류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재스민 향이 에이든을 코끝을 자극했다. 향기로웠다. 대놓고 냄새를 맡고 싶은 기분을 억눌렀다.


처음엔 조금 포장된 길을 달려서 괜찮았지만, 숲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갈 때마다 길이 미끄럽고 울퉁불퉁해졌다. 일정했던 흔들림이 뒤죽박죽 요동쳤다.


“낙마하지 않으려면 긴장해야 해. 이제 평탄한 길이 끝나고 굴곡진 길이 나올 테니까.”


평온했던 길의 끝. 새로운 길로 들어선 류미와 에이든의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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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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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늙은 호랑이(1) 22.05.15 66 1 13쪽
18 18화 암살작전 22.05.14 6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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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69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5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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