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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byss : 추락한 자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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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킹
작품등록일 :
2022.04.05 17:26
최근연재일 :
2023.02.26 12:33
연재수 :
1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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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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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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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화 미운 오리 새끼(2)

DUMMY

데일러스의 이야기에 아그리사는 덧붙여 말했다.


“난 이자가 마녀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아. 난 이렇게 강한 녀석을 적으로 만나는 것도 좋지만 내 길드원이고 그룹원으로 함께 할 수 있어 좋아. 안 그래?”


아그리사의 말에 대부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은 아직 불만인 듯 투덜거리긴 했지만, 더 이상의 큰 소리는 새어 나오지 않았다. 류미는 울먹이며 아그리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아그리사. 날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감동이야.”


“아... 그만 좀 울어줄래? 그렇다고 어깨에 기대라는 말도 아니야.”


처진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델테로도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우쿨렐레를 다시 잡고 음악을 연주했다.


- - - - -


3층 데일러스의 집무실


배를 잔뜩 채운 데일러스는 만족스러운 듯 이를 정성스럽게 쑤시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스피제리가 불편한 표정과 자세로 소파에 기대앉아 데일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속이 메스꺼워졌다. 당장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체할 것 만 같았다. 데일러스는 천연덕스럽게 스피제리에게 말을 붙였다.


“커피 마실래? 아니면 차?”


“됐어. 너나 많이 드시고 어떻게 된 일인지나 말해.”


데일러스는 한숨을 크게 한번 내쉬고는 그라인더를 마법을 이용하여 돌리며 이틀 전 경기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스피제리는 곰곰이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이라고? 어떤 책이었는데?”


“글쎄 그냥 따분해 보이는 책이랄까? 왜 있잖아. 뜨거운 냄비를 올려두는 용도로 쓰이거나 잠자기 전에 읽기에 좋은 책 같은 것 말이야. 두껍고 그림 없는 책. 휘두르면 상대의 머리통 정도는 쉽게 부술 것 같은 뭐 그런 거? 왜 아는 거라도 있어?”


“아냐 아무것도. 진짜로 그게 전부야?”


“뭐가 더 있어야 하냐? 진짜 그게 끝이야.”


“흠... 책을 이용해서 공격했다라... 마술사라며 그냥 마법 보조형 책 같은 건 아니었어?”


“장사 하루 이틀 하나 그렇게 보이진 않았어. 나도 처음에는 출중한 실력을 가진 것 같아서 길드로 초대하기는 했는데 뭐랄까... 모험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전체적으로 엉망이었어. 아무튼 간에 내가 보기엔 그 책이 뭔가 강력한 힘을 주는 것 같아.”


데일러스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스피제리의 반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두드렸다.


너무 작게 두드려서 한번 더 두드리는 소리에 누군가 방문을 두르렸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데일러스는 소리만으로도 누가 방문을 두드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를 스피제리와 되도록 마주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와주겠어요?”


“됐어. 이야기 나눠. 난 그만 바일라에게 가볼게. 그리고 제발 바일라 좀 잘 부탁할게.”


“야. 커피 한잔하고 가라니까.”


데일러스는 커피잔을 들어 보이며 최대한 귀엽고 깜찍하게 윙크했다. 스피제리는 으르렁대며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보이고는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류미가 서 있었다.


류미는 눈앞에 서 있는 짧게 세운 머리에 험상궂게 생긴 남자와 마주 보았다. 류미는 인턴답게 최대한 목소리에 자신감과 패기를 담아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인턴 길드원 류미라고 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할게요.”


“아하. 이분이 길드 유명인사인 그분이셨군.”


스피제리가 쌍심지를 켜고 류미를 내려다보았다. 스피제리는 류미의 어깨를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류미는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스피제리는 단검을 빼들고는 넘어진 류미의 목에 가져다 댔다.


순간 자신을 무섭게 내려다보던 아버지의 얼굴이 스피제리의 얼굴을 통해 투영되며 지나갔다.


“이봐. 아가씨. 내가 경고하나 하지.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을 가지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도 제어하지 못할 힘을 함부로 휘두르는 거 아니야. 또다시 내게 얼마 전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다시는 그 힘을 못 쓰게 그 마른 손목을 잘라주겠어. 알겠어?”


류미는 턱밑까지 와 있는 단검에 말문이 막혀 입만 벌린 채 침만 겨우 꿀꺽 삼켰다. 스피제리는 콧방귀를 뀌고는 푸른빛이 도는 단검을 허리춤에 찬 칼집에 집어넣고 가버렸다.


류미는 스피제리의 눈과 그의 단검을 보는 순간 지워졌었던 또 다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류미의 기억 속엔 분노한 아버지 게일이 류미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그 충격에 나가떨어진 류미는 붉게 달아올라 부푼 볼을 붙잡고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게일은 류미를 극도로 싫어했었다. 이유를 꼽자면 아들 폴리가 8살이 되던 해였다. 아들을 대군주가 이끌고 있는 그리핀 기사단에 보내기 위해 특별히 수도에서 유능한 기사를 선생님으로 모셔와 과외를 시켜가며 공부하고 있었는데, 게일의 바램과는 다르게 폴리는 매일같이 공부를 멀리하고 류미와 어울려 다니며 마술놀이나 하며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일은 류미가 일부러 폴리의 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기는 했다.


류미도 다른 귀족의 아이들처럼 주이스 특성 학교를 다니며 마법도 배우고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여러 번 부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게일에게 류미는 빨리 혼기가 차면 시집이나 보내야 하는 짐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와 반대로 폴리는 가문을 계승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폴리도 아버지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폴리는 고작해야 7살이었다. 계승이란 뜻도 모를 나이였고,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놀고 싶을 때였다.

그리고 사랑을 한창 사랑을 갈구할 나이였다.


폴리가 공부에 흥미를 잃고 류미를 더 찾는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다. 엄마를 일찍이 잃은 폴리는 늘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했다.


그런 엄마의 빈자리를 게일은 성채와 나랏일로 등한시했고, 채워지지 못한 그리움은 류미를 통해 충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폴리는 더 류미를 의지하고 따랐다.


사실 류미도 폴리와 마찬가지로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였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마술에 더 심취했고, 그것은 그들에겐 유일한 놀이이자 연결고리였다.


“네년이 폴리를 죽였다.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하지 않고서야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내가 출발하기 전에 누누이 말했지. 밖으로 나가지 말고 성채에 얌전히 있으라고 그게 그렇게 지키기 어려웠던 거냐!”


게일은 류미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댔다. 류미의 앞에서는 냉혈한처럼 차가운 게일도 그날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류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말해봐! 이 쓸모없는 계집 같으니. 죽어도 네가 백 번은 더 죽었어야 했는데, 하필... 폴리가... 넌 이제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 당장 이곳에서 떠나거라! 네가 태어나던 그날부터 불행했었다. 진즉에 내쳤어야 했는데!”


그전까지 류미는 정신을 놓고 목석같이 멍하니 맞기만 했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류미의 모습에 게일은 더 분노했었다.


잠시 떠나있던 류미의 정신이 돌아오며 폴리의 죽음을 받아들인 류미는 그제야 눈물이 핑 돌며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류미는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아버지 게일에게 잘못을 빌었다.


“류미, 넌 항상 우리 가문의 골칫덩어리였어. 언제나 말이야! 이젠 네 뒤치다꺼리하는 것도 지긋지긋 하구나. 그래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너의 목을 베고 폴리의 무덤에 바치겠다.”


이성을 잃은 게일은 고민할 것도 없이 벽난로 위에 오래전부터 걸어놓은 가문의 검을 빼 들었다.


움직이는 것만으로 공기를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검을 빼 들고 광폭해진 멧돼지처럼 이성을 잃자 게일의 조언자이자 동료 그리고 오랜 친구인 로건이 게일을 막아섰다.


“게일 자네 미쳤나?”


“내가 오늘 저년을 내 손으로 죽이고 놈과 제대로 한판 붙을 걸세. 이젠 내게 잃을 건 아무것도 없어.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했는데 잘 됐어. 이렇게 된 이상 끝장을 보겠어.”


게일은 칼을 빼 들고 류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로건은 폴리를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알겠네. 자네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네.”


“이해한다고? 부모도 형제도 없는 고아인 자네가 내 마음을 이해한다고? 크크. 말도 안 돼. 자넨 죽었다가 깨어나도 갈기갈기 찢어지는 이 내 마음을 알 수 없을 거야.”


“그래. 알겠으니 일단 그 칼은 내려놓고 얘기하자고. 내 이리 간청하네. 이게 크리스탐이 한 짓인지 아닌지 모르잖나! 그리고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겠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게일은 자신의 뒤쪽에 있던 책상을 반 토막 내버리고는 칼을 집어던졌다.


가만히 서 있던 게일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내쉬었다. 이성을 조금은 되찾은 게일은 금고로 걸어가 젠트가 잔뜩 든 자루를 들고 왔다.


“로건 류미를 엠버에게 데려가 주게. 그래 하나 남은 피붙이마저 잃을 순 없지. 그렇지만 난 도저히 저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살 자신이 없네. 자꾸... 폴리가...”


로건은 게일의 생각이 힘들게 내려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마 게일의 정신 상태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었다.


로건은 게일이 생각을 바꿔버리기 전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저항하며 우는 류미를 데리고 방을 나갔다.


오랫동안 잠을 자며 이동할 수 있게 로건은 수면 물약을 바나나맛 우유에 타 류미에게 먹이고 은퇴 후 고르곤의 숲 외곽에 살고 있는 옛 보모였던 엠버에게 데리고 갔다.


수면 물약의 부작용으로 류미의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며칠이 지워진 채로...


류미가 눈을 뜨고 일어났을 때는 지금 지내고 있는 허름하기 짝이 없는 작은 오두막집이었고, 게일이 준 돈으로 보모 엠버와 함께 지독한 냄새와 무시무시한 야수들이 들끓는 고르고픈의 숲에서 지내야 했다.


그래도 이곳에서 류미는 그토록 바라고 바랬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류미님. 괜찮으세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데일러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류미는 데일러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며 애써 웃음 지었지만, 쓴웃음을 숨길 수 없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죄송해요. 원래 저렇게 성격이 괴팍하지는 않은데 바일라가 많이 다쳐서 그래요. 애인을 정말 끔찍하게 아끼거든요. 그런 정신으로 길드에 좀 공헌해 주면 좋으련만.”


“죄송해요. 저 하나 때문에 경기장에서도 그렇고 식당에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닙니다. 그건... 음 뭐랄까 이야깃거리일 뿐이죠. 안 그래도 류미님과 그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어요. 들어오시죠.”


데일러스의 방은 작은 책상과 의자 하나, 3개가 붙어 있는 소파와 왼쪽 벽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마법 서적이 꽂힌 책장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진 작은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류미는 데일러스의 안내를 받아 방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그녀의 앞에는 예쁜 찻잔에 담긴 차가 놓였다. 데일러스는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펜을 빙글 돌리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류미양이 사용하신 그 책에 관해서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마법은 무슨 마법이었죠? 과소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다 할 특별한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지도 않으신 것도 그렇고 보유하신 마력보다 훨씬 강력한 놈이 튀어나온 것 같아 보이던데. 가장 문제인 건 놈을 류미님이 전혀 통제를 못 하시던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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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위기의 숲(2) 22.05.21 63 1 13쪽
21 21화 위기의 숲(1) 22.05.19 6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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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그룹결성!(1) 22.05.08 8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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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화 미운 오리 새끼(2) 22.05.05 10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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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혼돈(1) 22.04.28 149 1 11쪽
9 9화 길드(3) 22.04.25 169 2 12쪽
8 8화 길드(2) 22.04.23 185 2 12쪽
7 7화 길드(1) 22.04.21 206 4 11쪽
6 6화 평화의 항구 22.04.18 240 4 11쪽
5 5화 갈림길에 선 두 남녀[수정] 22.04.17 257 4 12쪽
4 4화 의문의 남자[수정] 22.04.15 286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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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2)[수정] 22.04.09 36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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