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졸업(6)
설혁은 대단했지만 효민의 재생력도 대단했다. 파인애플 TOP를 마시고 한동안 쓰러져 있던 효민은 1시간쯤 지나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듯 생글생글 웃으며 일어났다.
“ 동글아! 동글아! ”
“ 효민아! 왜? ”
“ 히히, 아무것도 아냐. 그냥 불러보고 싶어서 불러봤어. 이제 슬슬 사냥터를 알아볼까?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몸은 괜찮고? ”
“ 응, 카페인을 과다 섭취했는지 흥분상태가 가라앉지 않네. 지금 딱 사냥하기 좋은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렸다.
“ 효민아! 사실 그거 카페인 아니고 단백질인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검지를 세워 입술을 가리며 말했다.
“ 쉿,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에요. ”
“ 응. ”
설혁과 효민은 머리를 맞대고 다음 사냥터를 알아보았다.
“ D-2 게이트를 가볼까? 아니면 D-3 게이트를 가볼까?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사냥터를 알아보았다. E급 게이트와는 달리 D급 게이트부터는 D-2 게이트의 숫자나 D-3 게이트의 숫자가 아주 적었다. 만약 D급 게이트가 E급이나 F급 게이트처럼 많았다면 지구는 이미 괴수에게 점령당했을 것이다.
“ D-2 게이트는 12개 밖에 없고 D-3 게이트는 3개 밖에 없네. 게다가 셋 중의 하나는 청룡 길드에서 이미 찜해놨어. ”
효민이 중얼거리자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그러네. 게다가 다 지방이고. 서울 근처에는 D-2 이상의 규모를 가진 게이트가 없네. ”
둘은 고민을 하다가 게이트 조사팀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 저기요. D급 게이트도 탐색해 줄 수 있나요? ”
“ 죄송합니다. D급 괴수의 감지력은 상상 이상이라 잘못했다가는 D급 괴수를 입구로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에 D급 게이트부터는 탐색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E-3 게이트를 처리하시죠! E-3 게이트라면 언제든지 탐색해 드리겠습니다. ”
“ 아니에요. 그럼 편히 쉬세요. ”
전화를 끊은 효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 아, 고작 D급 괴수 몇 마리를 잡으러 D-1 게이트에 들어가야 하나? 이 몸이 마나 커피 좀 마시겠다는데 괴수들이 도움을 안 주네. ”
“ 흐흐흐 TOP로 만족해! 오늘 사냥 접고 TOP 한잔 더?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아침에 마신 TOP는 이미 다 소화되었거든. 난 이번에는 하얀 우유가 안 들어간 커피로 배를 채우고 싶어! ”
효민이 D급 괴수 사냥에 강렬한 의지를 보이자 설혁이 손을 들었다.
“ 그래? 그러면 D-3 게이트 예약하자. 차로 2시간이면 될 거야. 내가 기사 부를게. ”
“ 헤헤헤. 그럴까? ”
설혁은 협회에서 붙여준 기사를 불렀다. 기사가 차를 끌고 오자 효민과 설혁은 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D-3 게이트는 안면도에 있었다.
“ 사냥하러 안면도까지 가신다니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서울에도 게이트는 많을 건데. ”
기사인 김한석이 의아해하자 설혁이 설명해 주었다.
“ 아! 서울 근처에는 D-3 게이트가 없어서요. ”
그 순간 김한석이 놀라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는 끼익 소리를 내며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러자 김한석이 둘에게 사과했다.
“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요. 얼음공주 팀이 D급이 된 건 얼마 안 되었잖아요. 그것도 두 분 중에 효민 씨만 D급이잖아요. ”
“ 상관없어요. 저는 효민의 이동수단일 뿐이니. ”
설혁이 태연하게 말하자 김한석은 똥줄이 타서 둘을 만류했다.
“ 두 분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단 두 분이서 D-3 게이트를 들어간다는 건 너무 위험한 짓 아닙니까? D-3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참으시죠! ”
김한석은 사촌 형인 김진만에게서 얼음공주팀이 E-3 게이트 정리에 전념하게 하라는 특명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얼음공주 팀이 난데없이 D-3 게이트를 정리하겠다고 하니 당황을 했다. 그래도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둘을 설득했다. 그러나 설혁과 효민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 걱정하지 마요. 우리 능력은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요. ”
효민의 당당한 말을 들은 김진만은 결국 효민을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D-3 게이트로 걸어 들어가는 설혁의 손에 자신이 즐겨 먹는 사탕 하나를 쥐여 주었다.
“ 이게 뭡니까? ”
설혁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설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더라고요. 괜히 능력 뛰어난 여자를 만나 사지로 들어가는데 죽을 때 죽더라도 굶어 죽지는 말라고요. ”
김한석의 말을 들은 설혁은 김한석과 악수를 했다.
“ 흐흐흐, 사탕 고맙게 먹겠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능력 있는 남자입니다. ”
설혁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그, 밤 능력 때문에 공주님의 눈에 띄어 사지로 들어가게 된 것 아닙니까. ”
“ 어허. 저 그쪽으로만 잘난 놈 아닙니다. 그럼 이만. 저는 저의 공주님을 업어야 해서. ”
설혁은 말을 마치고 게이트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효민에게 뛰어가 효민을 업었다. 그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동글을 보면서 김한석은 다짐했다.
“ 나는 탈것이 되더라도 조금은 덜 유능한 여자의 탈것이 되어야겠어. 물론 외모는 좀 따지겠지만 말이야. ”
한편 효민을 업고 게이트 안에 들어온 설혁은 감탄을 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설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칼바람이 휘몰아쳤다.
설혁은 등에 업힌 효민에 말했다.
“ 효민아 춥지 않아? ”
“ 동글이 너는? ”
“ 나? 난 추위 같은 것 못 느끼지. ”
“ 동글이, 완전 사기야. 난 추워. ”
효민이 설혁의 등에 딱 달라붙자 설혁이 걱정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 효민아! 많이 추워? ”
“ 아니. 빨리 커피를 마시면 몸이 풀릴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그렇다면 바로 따끈따끈한 커피를 마시러 가겠습니다. ”
설혁은 효민을 업고 빠르게 달렸다.
“ 효민아! 날씨가 추우니 마나장으로 바람과 찬 기운을 막아! ”
“ 알았어. ”
설혁의 말에 효민이 마나장을 펼쳤다. 그러자 설혁은 안심하고 설원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설혁은 효민을 업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뛰어다니는데 E급 괴수는커녕 F급 괴수도 보이지 않았다.
“ E, F급 괴수들이 다 어디 갔지? ”
“ D급 괴수들이 다 잡아먹은 것 아냐? ”
“ 그럼 우리야 땡큐지. ”
설혁은 효민과 대화를 나누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괴수는 보이지 않았다. 괴수는 보이지 않았지만 설혁의 기감으로는 괴수가 잔뜩 모여 있는 곳이 느껴졌다.
“ 이쪽인데. ”
설혁은 괴수들의 마나를 감지하여 괴수가 모여있는 곳으로 왔다. 그런데 지상에는 눈밭뿐이었다. 그러자 설혁이 인상을 썼다.
“ 아씨 괴수들이 땅 밑에 있나 봐. ”
“ 그럼 네가 또 지진을 일으키면 되겠네. 그럼 괴수들이 튀어나오던지. 우리가 땅속에 파고들던지 둘 중에 하나는 되겠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알았어. 효민아 마나장을 마나를 잔뜩 불어넣어. 이 아래쪽에는 D급 괴수가 적어도 1,000마리는 있을 거니 일시에 공격받으면 마나장이 뚫릴 수도 있어. ”
“ 응, 알았어.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은 긴장된 표정으로 마나장에 자신의 마나의 절반을 불어 넣었다. 그 순간 마나장이 주황색으로 변했다. 서혁은 효민의 마나장이 엄청나게 강화된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발을 굴렀다.
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효민의 예상과 달리 설혁의 발밑이 그냥 뚫렸다. 두꺼운 눈 층 아래에 엄청나게 깊은 동굴이 있었다.
설혁과 효민은 바닥으로 낙하했다. 그러나 효민이나 설혁은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효민은 설혁이 자신을 보호해 줄거라는 강렬한 믿음과 함께 자신의 단단한 마나장을 믿었고 설혁은 몸이 강해지고 난 뒤 위기감이란 것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널따란 동굴 바닥에는 하얀 뱀 모양의 괴수 1,000마리가 뒤엉켜 있었다.
설혁과 효민은 그 가운데 떨어졌다. 설혁과 효민이 떨어졌지만, 뱀들은 자기들끼리 뒤엉켜 자기들만의 일을 하는 데만 열중할 뿐이었다. 그것을 본 효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동글아! 이것들이 단체로 TOP 마시고 있어. ”
“ 감히 나의 효민이 앞에서 이런 요망한 행동을 하다니 다 죽여 버릴 거야. ”
설혁이 한 손에 주먹을 불끈 쥐자 효민이 업힌 채로 설혁의 팔을 붙잡았다.
“ 네가 죽여봤자 아무 소용없잖아! 커피는 내가 마셔야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의 눈이 흔들렸다.
“ 효민아! 이렇게 많은 D급 괴수를 네가 죽이면 커피 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뱀에게서 TOP의 향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내가 괴수로부터 TOP의 향을 느낄 정도면 내 몸이 엄청 강해질 건데 그럼 넌 TOP보다 진한 루왁 커피를 나에게 먹이면 되잖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우리 효민이 천재인데? ”
“ 그럼, 내가 누구 여친인데. 너의 천재 기운을 내가 얼마나 많이 흡수했는데 이 정도 생각은 해야지. 히히히 여기는 해변에 있는 게이트니 피죽이 쏟아져도 파도가 다 쓸어 가겠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경악했다.
“ 효민아! 설마 너? ”
“ 한 방 쏘고 나면 마나 오링이니까 나 잘 지켜줘. ”
말을 마친 효민은 온몸의 마나를 마나장에 불어 넣었다. 그러자 마나장 자체가 마나탄이 되었다. 구형태의 마나탄은 부풀어 오르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효민의 몸과 옷을 제외한 모든 것이 구 형태로 퍼져나가는 마나탄 앞에 휩쓸렸다. 설혁의 옷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1,000마리의 D급 괴수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 하앙. 엄청난 것이 들어와! ”
강대한 마나가 동시에 몸속에 들어오자 효민은 쾌감에 빠져 정신을 잃었다. 설혁은 알몸 상태로 업고 있던 효민의 몸을 돌려 앞으로 안았다. 효민의 눈은 풀려 있었고 혀를 빼문 상태였다. 그런 효민을 본 설혁이 짜증을 순간적으로 짜증을 냈다.
“ 아씨 나도 효민이 몸 생각해서 이 정도까지는 안 하는데. 빌어먹을 뱀들. ”
설혁은 짜증을 냈지만 이미 뱀들은 떼죽음을 당하면서 효민에게 TOP의 맛을 선사한 뒤였다. 신기한 것은 설혁 자신의 옷도 모두 사라졌는데 효민의 옷만큼은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설혁은 효민의 잠바를 벗겨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 마나라는 이름의 카페인 많이 먹었으니 혈액순환이 잘 되어 추위는 안 타겠지. ”
설혁은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1,000마리의 괴수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지만 1,000개의 마정석 남아 있었다. 그것을 본 설혁이 미소를 지었다.
“ D-3 게이트가 돈이 되네. 세금 빼고도 900억은 벌었겠어. ”
그리고 잠시 후 게이트가 설혁과 효민, 그리고 마정석을 뱉어내었다. 괴수의 사체는 너무 가는 가루가 되어서인지 게이트가 뱉어내지 않았다.
설혁은 2월의 찬 공기 속에서 알몸에 잠바만 허리에 두르고 해변에 떨어진 마정석을 모두 주웠다. 그리고 협회에 연락해 게이트를 정리했음을 보고 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효민을 안고 김한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헐, 공주님은 괜찮은 거예요? ”
“ 네! 한 번에 1,000마리의 D급 괴수를 몰살시키고 기절한 것뿐이에요. ”
“ 헐, 해변이 깨끗하던데 사체조차 남지 않게 깨끗하게 죽였나 보네요. ”
“ 네! 백사 괴수였는데 마정석 말고는 건진 게 없네요. ”
설혁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정말 아쉬워했다.
“ 어휴, 백사라면 남자에게 정말 좋다는 놈 아닙니까? ”
“ 그렇죠. 사체가 남았으면 한 마리당 1억은 더 받을 수 있는 놈이죠. ”
“ 아깝네요. ”
“ 아뇨, 가루조차 남지 않았다는데 만족을 합니다. ”
설혁은 효민에게 엄청난 쾌감을 준 괴수들에게 분노를 느꼈다. ‘ 앞으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마리씩 차근차근 잡게 해야지. ’ 설혁이 생각에 빠져 있는데 김한석이 물었다.
“ 그런데 옷은 어디 간 겁니까? ”
“ 효민이가. ”
설혁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설마! 뱀고기를 먹은 효민 양이 몸이 뜨거워서 설혁씨를? ”
“ 그런 거 아니거든요. ”
설혁과 김한석이 이야기하는 사이 효민이 정신을 차렸다. 효민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설혁에게 사과를 했다.
“ 동글아 미안. 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만 기절하고 말았어. ”
효민의 말을 들은 김한석이 놀라서 룸미러를 통해 설혁을 쳐다보았다. 허리에 두른 잠바가 벌어져 있고 그 사이로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흉악한 흉기가 드러나 있었다.
“ 헐, 누가 탈것이야? ”
“ 뭐라고요? ”
“ 아뇨. 아무 말 안 했습니다. ”
설혁의 실체를 알게 된 김한석은 자신의 롤 모델인 설혁이 탈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공주님을 업고 다니면서 하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 부은 것일까? 아니면 많이 흔들려서 늘어난 것일까? ’ 김한석은 진실은 몰랐지만, 그날부터 하던 운동을 바꾸었다. 운동하면서 김한석은 주문을 외우게 되었다.
“ 자라나라. 자라나라. ”
무엇을 향해서 하는 말인지는 말 안 하겠지만 김한석은 고개를 숙이고 운동을 하면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한편 집에 도착한 설혁은 효민에게 계좌를 보여 주었다.
“ 효민아! 900억 들어왔어! ”
“ 헤에. 그럼 간만에 용고기 먹으러 갈까? 이제 우리 동글이도 용고기를 먹을 때가 온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 말은? ”
“ 졸업식이 모레니까 내일 하루쯤은 집에서 보내자고. 설마 싫어? ”
“ 으흐흐흐. ”
효민의 말에 설혁은 짐승 같은 웃음소리로 대답을 해줬다. 그리고 그날 둘은 용고기를 2인분씩 먹었다. 그리고 효민은 루왁 커피가 무슨 맛인지 알게 되었다.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효민을 향해 설혁이 한마디 해줬다.
“ 루왁 커피 맛은 좋았어? 다음에는 베트남 커피를 마시자. 진한 코코넛 밀크 맛의 베트남 커피를 맛보여 줄게. “
“ 동글이 변태. 도대체 나에게 뭘 먹이려는 거야? ”
효민은 변태라는 말을 남기고 천국으로 가버렸다. 반복학습을 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이름을 바꾸는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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