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헌터 전문학교 4학년(3)
F-1 골드레디버그 게이트를 처리한 지 이틀이 지나 금요일이 되었다. 설혁과 효민은 학교 강의가 끝나자 설혁의 집에 모여 사냥할 준비를 했다.
“ 오랜만에 F-3 슬라임 게이트에 들어가네. ”
“ 동글아! 이번에는 빨리 게이트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 ”
“ 최대한 오래 있어야지. 게이트 안에서 오래 있을수록 마나량이 많이 늘잖아!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얼굴을 붉혔다.
“ 그렇긴 한데. 맨땅에서 볼일 보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이왕이면 빨리 사냥을 끝내고 게이트 안에서 최대한 화장실 안가고 게이트 밖으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손뼉을 쳤다.
“ 흐흐흐, 내가 누구냐. 그럴지 알고 준비했지. ”
설혁은 핸드폰을 꺼내 이동식 푸세식 화장실 사진을 효민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효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와! 설마 이걸 준비한 거야? ”
“ 응, 냄새는 좀 나겠지만 그래도 맨땅에 볼일 보는 것 보다는 좋을거야. 게이트 입구로 배달 요청을 해놨으니 지금 가면 도착해 있을 거야. ”
“ 그렇다면 바로 가자. ”
효민과 설혁은 침대를 챙겨서 게이트로 출발했다. 둘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 그런데, 화장실은 사냥 끝나고 나면 어떻게 하게? ”
“ 그건 사냥 끝나고 30만 원 주면 알아서 처리해 주겠데. ”
“ 내용물까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응. 내용물까지. ”
“ 근데 이동식 화장실 한 개 가격이 얼마인데? ”
효민의 질문에 설혁이 대답했다.
“ 별로 비싸진 않아, 120만 원. ”
“ 뭐? 120만 원? ”
120만원이라는 말에 효민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설혁은 120만원을 화장실을 사는데 쓰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자약했다.
“ 응 120만원. 공중화장실처럼 생긴 화장실이라 문을 닫으면 슬라임이 공격할까 걱정할 필요 없이 볼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이야. 게이트 안에서 이런 화장실을 쓸 수 있는데 120만원이면 싸게 먹히는 거지.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리 그래도 사냥을 하면서 장비 때문에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 하나 때문에 사냥할 때마다 120만원, 아니 처리비도 30만원이 드니 150만원이네. 어쨌든 사냥할 때마다 150만 원을 쓰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냐?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저었다.
“ 저번에 내가 응가 하는데 슬라임의 습격을 받아 거기를 스윽 닦였어. 너 그런 일 당하고 싶니?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슬라임이 거기를 닦아? ”
“ 응, 묻은 걸 먹으려고 했는지 마나장도 없애고 엉덩이에 달려들더라. ”
“ 막지 그랬어.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 한참 힘을 주는 도중이라 움직일 수가 없었어. ”
“ 저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은 슬라임이 자신의 그곳을 닦는 상상을 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 후우, 정말 끔찍했겠다.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저었다.
“ 기분은 좀 묘했는데 덕분에 휴지는 필요 없는 것은 좋았어. 비데 쓴 기분이었어. ”
“ 우웩, 싫어. 동글아 화장실 잘 샀어. 어차피 슬라임이 100마리 이상만 나오면 손해는 안 보겠지. ”
“ 응. 그래서 너한테 말 안 하고 샀어. ”
“ 잘 했어. ”
설혁의 경험담을 들은 효민은 설혁이 화장실을 샀다는 말에 마구 칭찬을 해주었다.
“ 그런데 게이트 안에서 화장실은 어떻게 옮길 거야?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씩 웃었다.
“ 접이식 대차도 하나 샀지. 그 위에 올려서 운반하면 돼. 대차는 2만 원 밖에 안 하더라. ”
“ 우리 동글이 준비 많이 했구나! 그럼 일요일 밤까지 게이트 안에서 수련하자.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지하철이 원하는 역에 도착했다. 둘은 침대를 들고 게이트로 이동했다.
게이트 입구 앞에 트럭이 한 대 서 있었다. 그 트럭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실려 있었다. 설혁은 운전석 창문을 두드려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설혁의 신호를 받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 주문해서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설마 게이트 안에 화장실을 가지고 들어갈 생각이에요? ”
“ 네! ”
“ 허! 거참. 살다 살다 게이트 안에 화장실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
“ 제 장은 소중하니까요. ”
“ 흐흐흐, 재미있는 분이군요. 그럼 여기에 화장실을 내려놓고 저는 가보겠습니다. ”
남자는 화장실을 게이트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그러자 설혁이 대차에 화장실을 올리고 끌기 시작했다.
“ 효민아. 침대가 무거우면 화장실 안에 넣어놔. 어차피 새것이라 깨끗해. ”
“ 싫어. 아무리 깨끗해도 화장실은 화장실이야. ”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들어간 F-3 게이트는 전과는 다른 사막지형이었다.
“ 와! 사막이다. 사막은 처음이야. ”
효민은 끝없이 펼쳐진 모래밭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좋아했다. 설혁은 그런 효민을 보며 웃으며 화장실을 끌고 갔다. 그러나 웃음은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사라졌다.
“ 윽 모래에 바퀴가 빠져서 끌고 가기 힘들어. ”
설혁이 힘들어하자 효민이 뒤에서 밀어주었다.
“ 효민아 고마워. ”
“ 고맙긴. 나를 위해 준비한 건데 뭐.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너에게 받아보는 세 번째 선물인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세 번째 선물이 화장실이라 미안하다. ”
“ 아냐. 내 소중한 엉덩이를 보호해주는 훌륭한 선물인데 미안해 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네 선물 마음에 들어! ”
“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마워. ”
둘은 농담을 하며 모래밭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괜찮다 싶은 모래 언덕이 나오자 그곳에 화장실과 침대를 설치했다.
“ 수련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슬슬 슬라임을 모아볼까? ”
“ 너 또 냄새나는 삭힌 괴수 고기 통조림 뿌리려고 그러지? ”
“ 응. ”
“ 아! 슬라임이 꽃향기를 좋아했으면 좋았을 건데. ”
효민의 한탄을 들은 설혁이 씩 웃었다.
“ 그랬으면 화장실도 필요 없었겠지. ”
“ 음, 그렇네! 슬라임이 꽃향기를 좋아했으면 엉덩이에 달려들 일이 없을 테니 말이야. ”
설혁은 효민과 이야기를 나누며 냄새가 심한 삭힌 괴수 고기 통조림을 사방에 뿌렸다. 이게 냄새가 얼마나 강하냐면 괴수의 경우 1km 밖에서도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통조림을 다 뿌린 설혁은 효민과 같이 침대 위에 올라갔다. 그리고 둘은 마주 보고 앉아 숨쉬기 운동을 시작했다.
“ 이제는 입에 숨 안 불어 넣어주는 거야? ”
숨쉬기 운동을 하며 설혁이 효민에게 물어보자 효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응. 너 이제 각성 했잖아. ”
“ 그래도 마나가 부족해. 네가 주지 않겠다면 내가 네 숨결을 훔칠 수밖에. ”
“ 으이구. ”
설혁이 달라붙자 효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얌전히 설혁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설혁과 입을 맞췄다. 설혁과 입을 맞춘 효민은 순식간에 설혁을 밀치며 소리쳤다.
“ 야! 누가 통조림 먹고 뽀뽀하래. ”
“ 아! 미안. 슬라임이 하도 좋아하길래. 얼마나 맛있나 싶어 살짝 맛만 봤는데. ”
“ 아! 끔찍해. 동굴이 너 한 번만 더 이상한 것 먹고 뽀뽀하면 가만히 안 둘 거야. 숨쉬기 운동도 따로 해! ”
“ 응. 미안. ”
썩은 내 나는 고기 통조림을 먹고 효민의 입에 뽀뽀한 죄로 효민에게 혼난 설혁은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둘이 따로 숨쉬기 운동을 했다. 그렇게 둘이서 숨쉬기 운동을 하고 있으니 통조림 냄새를 맡은 슬라임이 떼로 몰려왔다.
“ 와! 이번에도 숫자가 어마어마하네. 동글아 네가 다 죽일 수 있지?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응. 늦어도 일요일 밤에는 집에 돌아갈 수 있게 해줄게. ”
“ 그럼 너만 믿고 큰 거 한 방 날려볼까? ”
효민의 자신의 마나를 모두 손에 모았다. 일반 F급 헌터 마나 보유량의 몇십 배나 되는 효민의 마나가 효민의 손에 모여들었다.
“ 마나탄. ”
효민은 온몸의 마나를 단 한 번의 마나탄에 모두 실었다. 효민의 마나 탄은 굉장했다. 슬라임의 마나장을 날리는 것뿐 아니라 슬라임의 몸도 한 번에 터트렸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를 동시에 터트린 것이다. 효민의 강력한 마나탄을 본 설혁이 엄지를 들어 올렸다.
“ 우와! 화력 하나 만큼은 끝내주는구나! 이 정도 화력이면 E급 괴수도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
설혁의 칭찬을 들으며 효민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히히히. 굉장하지? 근데 피로가 확 몰려온다. ”
말을 마친 효민이 침대에 거꾸러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손만 들어 올려 휘휘 돌리며 말했다.
“ 마나가 찰 때마다 공중에 마나탄을 날려서 마나 바닥상태를 유지할 테니 슬라임은 알아서 처리해줘. ”
“ 알겠습니다. 공주님. 누워 있다가 배고프면 말씀만 하세요. 즉시 라면을 끓여서 대령해 주겠나이다.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라면? 여기 불 피우면 큰일 나잖아!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 발열팩을 준비했지. ”
“ 동글이 최고. 사막에서 먹는 라면이라니. 엄청 낭만적일 것 같아! ”
효민의 말을 들으며 설혁은 칼을 휘둘렀다. 슬라임의 마나장에 칼이 닿을 때만 살짝 마나장을 일으켜 슬라임을 마나장채로 잘라버리는 것은 예술이었다.
“ 동글이 기술이 그새 업그레이드되었네. ”
효민이 중얼거리자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아무래도 마나를 아껴야 오래 사냥할 수 있으니까. ”
설혁은 신들린 무당처럼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슬라임을 학살했다. 그렇게 한 시간 만에 1,500마리를 죽였다. 설혁은 사냥하며 혼자 죽인 슬라임의 숫자를 세다가 마나가 떨어지자 침대 위로 올라왔다.
“ 흐흐흐. 효민아! 한 시간 만에 1,500마리나 잡았다. ”
“ 동글이 잘했어. 칭찬의 뜻으로 뽀뽀를 해주고 싶지만, 동글이 입에서 냄새나니 패스. ”
“ 힝, 나 가그린 가져왔는데. ”
설혁은 얼른 가그린을 하고 효민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자 효민이 설혁의 입술을 검지로 눌렀다. 그리고 그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눌렀다.
“ 간접키스 했으니 됐지? ”
효민이 설혁을 놀리자 설혁이 갑자기 효민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효민의 입술에 키스했다. 설혁이 키스를 끝내고 효민을 쳐다보니 효민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동글이 박력 있네. ”
“ 그럼 내가 한 박력 하지. ”
“ 그 자신감의 근원이 무얼까? ”
효민이 질문을 하며 설혁의 그곳을 뻔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설혁이 그곳을 두 손으로 가리며 말했다.
“ 나, 그런 짐승 아니거든. ”
“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하지만 뭐, 그 정도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아. 내가 아는 남자가 너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
설혁은 마나가 차는 동안 침대 위에서 숨쉬기 운동을 했다. 숨쉬기 운동을 하며 몰려든 슬라임을 보니 그래도 경험이 있다고 대충 몇 마리쯤 몰려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 효민아! 슬라임이 만 마리도 넘겠는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헐, 그러면 F-4 급이라 해야 하는 것 아니야? ”
“ 공식적으로는 3급 이상이 없잖아! ”
“ 그래도 1,500마리나 죽였는데 만 마리가 넘게 남았으면 4등급을 줘야지. 우리 월요일이 되기 전에는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 ”
효민의 질문을 받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마나 채우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2시간에 1,500마리 정도 잡으니까 다 잡는데 20시간도 안 걸려. 걱정하지 말고 숨쉬기 운동이나 해.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배실배실 웃었다.
“ 우리 동글이 박력만 있는 게 아니라 능력도 있네. 근데 믿을 수도 있는지 모르겠다.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니 무슨 말이야? ”
“ 둘이서 붙여놓은 침대에 누워 잘 건데. 내가 너를 믿을 수 있겠냐고?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나만 믿어. 손만 잡고 잘게. ”
그리고 그날 밤 설혁은 효민의 손만 잡고 잤다. 효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밤새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설혁은 진짜 손만 잡고 잤다.
효민은 손만 잡은 채 잠든 설혁을 보며 이상하게 짜증이 나 마나가 몸에 쌓일 때마다 마나탄을 슬라임에게 날려 화풀이를 했다. 덕분에 밤새도록 마나를 바닥상태로 유지해서 최대 마나량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었다.
“ 이씨. 동글이. 크고 동글동글하면 뭐해. 완전 공갈빵이잖아! ”
사막에서의 썸싱을 꿈꿨던 효민은 자신을 놔두고 혼자 잘 자고 있는 설혁을 보자 화가났다. 그래서 설혁의 배를 주먹으로 빵 때렸다. 그러나 설혁은 배를 맞았음에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난 설혁이 배를 부여잡고 말했다.
“ 아, 배가 왜 이리 아프지? 어제 먹은 라면이 잘못되었나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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