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헌터 전문학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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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혁과 효민도 비록 나이는 막 20살이 되었지만, 최고학년이 되었다. 4학년이 된 설혁과 효민도 2학년 후배의 첫 헌팅 경험을 도와주게 되었다.
“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설혁 이쪽은 최효민이라고 합니다. ”
“ 안녕하세요. 선배님. 저는 최정아라고 합니다. ”
“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지라고 합니다. 선배님 잘 부탁드려요. ”
둘의 인사를 받은 설혁과 효민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효민은 뒤에서 쳐다만 보고 설혁이 앞장서서 후배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그럼 오늘 사냥할 게이트에 대해 알려드리겠어요. 오늘 갈 게이트는 F-1 슬라임 게이트입니다. ”
설혁의 말을 들은 후배들이 눈을 반짝였다.
“ 선배님 팀이 슬라임 학살자라 불린다면서요? ”
“ 슬라임 학살자요? ”
후배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자 두 여자 후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에너지 공사 직원에게 들었는데 단둘이서 F-3 슬라임 게이트를 처리했다고 하던데요. 그것도 5,000마리 이상의 슬라임이 들어있는 엄청난 규모의 게이트였다고 하던데. ”
후배들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 아! 그거요? 별것 아닌데. ”
설혁의 말을 들은 여자 후배들이 눈을 반짝였다.
“ 어떻게 죽였는지 이야기해줘요. 우리 둘도 헌터 비적합 판단을 받고 군인 될 뻔했는데 다행히 에너지 공사와 계약을 해서 앞으로 슬라임만 사냥하면 되거든요. 선배님들의 노하우를 꼭 배우고 싶어요. ”
후배들의 말을 들은 설혁이 입을 열었다.
“ 진짜 별것 없는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후배들이 눈을 반짝였다.
“ 듣고 싶어요. 제발 가르쳐 주세요. ”
“ 후배들이 그렇게 노하우를 알고 싶어 하니 가르쳐주죠.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설혁이 무슨 말을 하나 설혁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설혁이 효민을 마주 보며 웃었다.
“ 제일 중요한 노하우를 가르쳐 드리죠. 물론 공짜입니다. F-3 슬라임 게이트를 둘이서 처리할 수 있었던 건. ”
“ 있었던 건? ”
“ 사랑의 힘이죠. ”
설혁의 말을 들은 여자 후배들이 야유했다.
“ 선배님 그게 뭐예요? ”
“ 전 진실만을 이야기했습니다. 믿건 말건 그건 두 사람이 알아서 하세요. 그럼 게이트로 들어가죠. ”
말을 마친 설혁은 앞장서 걸으며 효민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 나 잘했지.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음, 정말 제대로 가르쳐 주던걸. 우리는, 선배들에 비교하면 진짜 착한 선배인 것 같아! 제일 중요한 노하우를 다 가르쳐 줬잖아. 선배들은 우리가 일일이 몸으로 뛰면서 알아보게 했었는데.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서로를 칭찬하는 두 사람과 달리 둘의 뒤를 따르는 후배들의 표정은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었다.
“ 치사하다. 슬라임을 잡는데 사랑이 왜 필요한데? ”
“ 사냥 노하우 좀 가르쳐 주면 어디가 덧나나? 기껏해야 슬라임 사냥하는 법인데. ”
후배 둘은 투덜거렸지만 설혁과 효민의 사냥 노하우는 한국 에너지 공사에 팔면 비싼 값으로 팔 수 있는 귀한 정보였다. 당연히 설혁과 효민은 자신들만의 사냥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전수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아무것도 안 가르쳐 준 것은 아니었다.
팀원끼리 사랑하며 아끼며 서로 도와서 사냥하면 F급 헌터 둘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F-3 게이트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혁은 제일 중요한 것을 말한 것이 맞았다. 다만 최정아와 김민지가 이해를 못 할 뿐.
네 사람은 F-1 슬라임 게이트로 들어갔다.
두 여자가 설혁과 효민의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한국 에너지 공사에서 학교에 로비했기 때문이다. 최고로 좋은 건 설혁과 효민팀을 공사 소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설혁과 효민이 한국 에너지 공사에 소속되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에 한국 에너지 공사에서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헌터 비적합 판단을 받은 F급 예비헌터를 공사 직원으로 받아들여 팀으로 짜버린 것이다. F급 예비헌터인 효민과 노멀 헌터인 설혁이 팀을 이뤄 슬라임을 잡았는데도 F-3 게이트의 5,000마리 이상의 슬라임을 4일 만에 처리했으니 F급 예비헌터인 최정아와 김민지가 팀을 이루면 더 빠르게 슬라임을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한국 에너지 공사에서는 최정아, 김민지 만을 직원으로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비적합 판단을 받은 F급 예비헌터 30명을 직원으로 받아들였다.
비적합 판단을 받은 예비헌터들은 군인이 될 바에는 한국 에너지 공사의 직원이 되어 평생 슬라임만 잡는 게 돈도 더 많이 벌고 자유스러울 거라는 판단 하에 한국 에너지 공사의 직원이 되었다.
한국 에너지 공사에서는 설혁과 효민의 사냥 노하우를 얻기 위해 그렇게 새로 받아들인 직원 중에 예쁘장하게 생긴 두 여자애를 팀으로 만들어 설혁에게 붙였다.
그리고 착한 설혁과 효민은 제일 중요한 사실을 두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그러나 두 후배는 그런 설혁의 말을 무시했다. 사냥하는데 사랑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선배님. 사랑 같은 뜬금없는 말 말고 진짜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
최정아가 설혁에게 달라붙자. 효민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거기 후배. 내 동글이에게서 떨어져 주지 않겠어요? 동글이에게 달라붙으며 꽤나 열을 내던데 열 때문에 슬라임이 폭발하면 후배님만 손해 보지 않겠어? ”
효민의 말도 되지 않는 협박에 최정아가 쫄아서 떨어져 나갔다. 그것을 보면 최정아도 꽤나 순진한 20대였다.
“ 죄송합니다. ”
효민의 싸늘한 말을 들은 최정아는 설혁과 효민이 사귄다는 소문이 진실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른 설혁의 몸에서 떨어졌다. ‘선배지만 나보다 어린데 무서워. 왜 얼음공주라 부르는지 알겠어!’
최정아가 설혁에게서 떨어지자 효민이 설혁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 지금부터 실습은 내가 진행할게요. 자. 슬라임을 찾아서 잡아요. ”
“ 슬라임이 어디 있는지 알고요? ”
“ 그건 알아서 찾아내요. 우리는 두 사람이 안전하게 첫 사냥을 마치게 도와주는 사람이지 둘의 보모가 아니에요. ”
효민의 말을 들은 둘은 슬라임을 찾아 초원을 돌아다녔다. 그것을 보며 설혁이 효민에게 말했다.
“ 효민아! 조금 후배들에게 왜 이렇게 싸늘한 모습을 보여?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무심한 듯 대답했다.
“ 내가 원래 별명이 얼음공주잖아! 내 별명 알고도 나를 교육 교관으로 선택한 자기들이 잘못 한 거지. ”
“ 질투한 건 아니고?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기가 찬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 설마! 내가 동글이 따위가 여자 후배와 이야기한다고 질투할 것 같아? ”
“ 응. ”
설혁이 단호하게 대답하자 효민이 피식거렸다.
“ 넌, 나를 너무 잘 알아. 죽어줘야 하겠어. ”
말을 마친 효민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어떻게 죽여줄까?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대답했다.
“ 숨 막혀 죽고 싶어! ”
“ 음, 한 2시간 동안 입술로 입을 막아주면 숨 막혀 죽으려나? 그건 애들 사냥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시도해 보자. ”
효민의 대범한 말을 들은 설혁이 얼굴을 붉혔다.
“ 빨리 사냥이 끝났으면 좋겠다. ”
둘은 대화를 마치고 후배 두 명을 찾아갔다. 둘은 슬라임 한 마리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 마나탄. 민지야 슬라임의 마나장을 날렸으니 어서 죽여. ”
“ 싫어 네가 죽여. 끈적끈적한 슬라임을 건드리기 싫어! ”
둘은 헌터 부적합자 답게 슬라임 사냥조차 제대로 못 했다. 둘이 번갈아 가며 슬라임에게 마나탄 날려 슬라임의 마나장은 없앴지만 정작 슬라임은 죽이지 못했다.
그것을 본 설혁이 은근슬쩍 효민을 쳐다보았다. 효민이도 자신이 없었으면 슬라임 사냥도 제대로 못 했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효민이도 슬라임을 발로 밟아서 터트릴 정도로 사냥이 익숙해졌지만 말이다.
설혁은 효민을 한번 본 뒤 후배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효민이 둘을 붙여놓고 무슨 사냥을 하라고 하는 건지 에너지 공사에는 바보밖에 없나?’
설혁은 둘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 한 명이 마나장을 없애면 다른 사람이 슬라임을 죽여요. ”
설혁의 말을 들은 두 여자는 상의했다.
“ 내가 마나장 없앨게. 네가 죽일래? ”
“ 아니. 반대로 해. ”
“ 싫어. ”
둘이 설혁이 말한 대로 안 하겠다고 버텼다. 둘의 실랑이를 20분정도 보다가 참지 못한 설혁이 한숨을 쉬며 최고로 비효율적인 사냥법을 알려줬다.
“ 그럼 각자 슬라임의 마나장과 몸체를 동시에 터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마나탄을 날려요. ”
설혁의 말을 들은 두 여자는 만족스러워했다.
“ 그럼 각자 마나탄으로 슬라임을 잡도록 하자. ”
두 여자는 결국 각자 슬라임을 죽이는 것으로 협의했다. 그리고 마나탄을 날려 슬라임을 터트렸다. 그렇게 각자 한 마리씩 슬라임을 죽이고 나니 마나가 1/3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둘은 마나가 꽉 차기를 기다렸다. 다시 슬라임을 죽였다.
결국, 8마리의 슬라임을 잡는 데 6시간이 걸렸다. 마나량 계산을 못 해서 한 방에 못 죽인 슬라임이 몇 번 나왔기 때문이다. 사냥이 끝나자 설혁과 효민은 업체를 불러 슬라임을 처리했다. 그리고 받은 돈은 16만 원.
“ 16만 원은 우리 교육비로 걷어가겠습니다. ”
“ 선배님. 아잉. 별로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다 가져가면 미워 할꼬얌! 택시비라도 줘용. 선배님. ”
여자 후배들이 설혁에게 아양을 떨었다. 그것을 본 효민이 설혁을 밀치고 두 여자 앞에 나섰다.
“ 우리가 나이가 어리다고 우습게 보이나요? 선배가 하라는 대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가르쳐 준 것이 없다고요? 8마리 잡는 데 6시간 걸렸으니 이번 실습점수는 F네요. 다시 다른 교관에게 실습을 받도록 하세요. 뭐 집에 돌아갈 때 쓸 택시비는 드릴게요. ”
효민은 두 사람의 실습점수를 F로 줬다. 더 높게 주고 싶어도 기록이 있기 때문에 올려줄 수 없었다. 효민은 둘에게 택시비로 만원씩 주려다가 5만 원 짜리 두 장을 주었다. 옛날에 선배에게 둘이서 10만 원을 받은 기억이 났었기 때문이다.
“ 실습을 망쳐서 기분도 꿀꿀 할 테니 택시비 하고 남는 돈으로는 소주라도 사 마셔요. ”
“ 선배님 감사합니다. ”
효민에게 10만원을 받은 두 여자는 희희낙락이었다. 실습에서 F를 받았는데도 웃는 것이다. 그것을 본 효민이 말했다.
“ F받았는데 속상하지 않아요? ”
“ 졸업 못해도 한국 에너지 공사에 취직은 확정되었으니 상관없어요. 다음 번에는 잘 받겠죠. 또 선배님에게 교관신청해도 되요? ”
“ 아뇨. 다른 사람 알아봐요. 우리는 알려 줄 수 있는 걸 다 알려줬네요. 슬라임과 메탈스네일 밖에 잡아보지 못한 우리에게는 배울게 별로 없을 거예요. ”
효민은 두 사람의 제의를 칼같이 끊었다. 둘은 2학년이 끝나기 전에 실습점수 C 이상이 나와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계속 다른 교관을 선택해서 실습을 받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F급 헌터 2명이 8마리의 슬라임을 잡는 데 6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문제가 좀 있었다. 아무리 초보라도 F급 헌터가 2명이었기에 3시간 정도면 확실히 사냥이 끝나야 했는데 둘의 상태는 심각했다.
실습이 끝나고 효민이 힘들어 했다.
“ 아! 힘들어! 헌터를 한다고 마음먹었으면 슬라임 정도는 팍팍 죽여야 할 것 아니야. ”
힘들어 하는 효민을 보며 설혁이 말했다.
“ 너도 처음에는 저랬는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고개를 저었다.
“ 나?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 나에게는 나만의 왕자님인 네가 있었잖아! 정아와 민정이는 왕자도 없는 것들이 공주인척하면서 도도하게 각자 사냥을 고집했잖아. 각자 잡으라만 말만 듣는 것을 보고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너와 내가 그렇게 사랑을 강조했었는데 말이야.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오오! 드디어 네가 나를 왕자로 인정했구나! 앞으로 왕자님이라 부를거야? 동글이란 별명은 이제 안 들어도 되는 거지?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고개를 저었다.
“ 동글아! 동그란 녀석을 동글이라 부르지 않으면 뭐라 불러! ”
효민은 말을 하고 나서 얼굴을 붉혔다. 설혁의 얼굴도 붉혀지긴 마찬가지였다. 설혁은 용기를 내서 항변했다.
“ 지금은 동글이 아니거든. 엄청 커지고 흉악해졌거든!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 그래서 동그래? 안 동그래?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길어지고 두꺼워지고 흉악해져도 그 끝은 동그랬다.
“ 계속 동글이라 불러. ”
“ 동글이가 까불고 있어. 왕자라고 네 별명이 바뀌었다가 한 글자만 더 붙으면 이상한 별명이 되어버리잖아! 내가 네 생각해서 동글이라 부르는 것도 모르고. 그러니 동글이로 만족해! ”
효민은 이마로 느꼈던 거대함을 잊지 않았다.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얼굴을 붉혔다. ‘ 위험한 별명이 생길 뻔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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