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중학교 2학년. 현실에서의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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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은 그냥 평범하게 지나갔다. 1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설혁과 효민은 주말에 만나서 공부와 데이트를 했다. 어찌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듯 살아가는 두 사람이었지만 둘은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다.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되자 설혁이 효민이에게 말했다.
“ 효민아! 우리 진짜 데이트하자. ”
“ 응? 진짜 데이트? ”
“ 응 가상세계가 아닌 놀이공원에서 데이트 하자.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놀이 공원이라면 그 부자들만 갈 수 있다는 꿈과 환상이 가득한 곳? ”
“ 응. ”
“ 비쌀 텐데? 차라리 그곳에 갈 돈이면 우리 맛있는 것을 몇 번이나 사 먹을 수 있을 건데 진짜 거길 가겠다고? ”
효민은 놀이공원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면서도 가자는 말은 섣불리 하지 못했다. 괴수가 나타나고 난 뒤 놀이공원에 만약을 대비한 헌터가 배치되면서 이용료가 굉장히 비싸졌기 때문이다. 효민은 설혁의 지갑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이공원에 가자는 말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 효민을 보며 설혁이 놀이공원 자유 이용권 2장을 손에 쥐고 부채처럼 흔들었다.
“ 안 간다는 말은 하지 마! 자유 이용권이 있으니까. ”
설혁이 살랑살랑 자유 이용권을 흔드니 효민이 그것을 빼앗아서 살펴보았다.
“ 어머? 진짜 또또월드 자유 이용권이네? 이게 어디서 난 거야? ”
효민이 물어보자 설혁이 웃으며 말했다.
“ 외삼촌이 라디오 사연 보냈다가 당첨 돼서 경품으로 받은 거야. 외삼촌이 놀이공원에 같이 갈 사람이 없으니 나나 가라면서 주더라고. ”
“ 네 외삼촌 너무 멋지다. ”
“ 응, 멋있는 외삼촌이지. ”
효민은 표를 보고 방안을 붕붕 뛰었다.
“ 헤헤헤. 놀이공원이라니. 태어나서 한 번도 못가 봤는데. ”
“ 나도 마찬가지거든. 우리 놀이공원 가면 신나게 놀자. ”
“ 응. 뭐가 재미있는지 알아봐야겠다. ”
그렇게 멋진 외삼촌의 지원으로 설혁과 효민은 놀이공원에서 데이트하게 되었다. 잠실에 있는 또또월드는 실내에 놀이기구가 있었기 때문에 겨울에도 놀이기구를 편하게 탈 수 있었다.
설혁과 효민은 또또월드에 갔다. 또또월드에 들어가니 동화 속에 나오는 성 같은 건물이 잔뜩 있었다.
“ 와! 멋있다. ”
“ 그러게. ”
둘은 손을 잡고 또또월드를 돌아다니며 예쁜 집들을 구경했다. 효민은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더니 설혁의 손을 잡고 어디론 가로 뛰기 시작했다.
“ 효민아! 어디 가는 거야? ”
“ 응. 스웨덴 해적선 타러 가는 거야. 이게 여기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기구라더라! ”
“ 스웨덴 해적선? ”
“ 응, 인터넷에서 이걸 안타면 또또월드를 다녀온 게 아니라고 하던데? ”
효민은 설혁의 손을 붙잡고 스웨덴 해적선을 타는 줄에 가서 섰다. 놀이 기구 이용권이 너무 비싸서인지 줄을 선 사람이 얼마 없었다. 효민의 손을 붙잡고 놀이기구를 본 설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재미있어 보이네. ”
그렇다. 놀이기구를 처음 보는 설혁에게 이리저리 흔들리는 스웨덴 해적선은 한번 타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효민도 마찬가지였다.
“ 응.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 ”
둘은 기대를 하며 스웨덴 해적선을 탔다.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효민이 괴성을 질렀다.
“ 꺄악! 재미있어. ”
효민은 기대처럼 재미있는 스웨덴 해적선에 환호했다. 그러나 효민이 옆에 탄 설혁은 공포에 질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배가 위로 솟구칠 때는 탈 만했다. 그러나 밑으로 떨어질 때는 끔찍했다. ‘ 발에 힘을 줘도 아래로 꺼지다니. 이게 뭐가 재미있어? ’
“ 으으, 으으. ”
비명도 못 지르며 으으 거리는 설혁을 옆에 두고 효민은 신나서 소릴 질렀다.
“ 야호! 와! 신난다. ”
그리고 잠시 후 스웨덴 해적선의 운행이 끝났다. 설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끝났다. 나 살아 있는 거니? ”
설혁이 내리려고 하는데 기구를 운영하는 하는 사람이 방송을 했다.
“ 손님이 없는 관계로 더 타고 싶은 분은 계속 앉아 계시면 계속 태워 드리겠습니다. ”
방송을 들은 효민이 일어서려는 설혁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 동글아! 더 타자. ”
“ 더? ”
설혁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난생처음 스웨덴 해적선을 타는 효민에게 설혁의 그런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응, 우리 이거 딱 10번만 타자. 우리가 평생 여기 올 일이 또 있겠어?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기겁을 했다.
“ 10번? ”
“ 응, 싫어? ”
효민이 귀여운 표정을 지어 보이자 설혁이 속으로 울며 대답했다.
“ 아냐. 그래. 10번 타자. 설마 죽기야 하겠냐? ”
설혁은 효민과 함께 스웨덴 해적선을 30분 동안 탔다. 그리고 해적선에서 내려오자마자 결국 토했다.
“ 우욱. ”
“ 동글아 괜찮아? ”
“ 응. 괜찮아! ”
설혁은 뱃멀미로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효민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효민이 설혁을 데리고 벤치로 가 앉았다. 그리고 혁이를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눕게 했다.
“ 바보. 속이 안 좋으면 말을 했어야지. ”
“ 그렇다고 너 혼자 타게 할 수는 없잖아! ”
효민은 자신의 허벅지를 베고 누운 설혁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 너 속 많이 안 좋아? 돌아갈까? ”
효민이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저었다.
“ 아냐. 네 말대로 우리가 놀이공원에 언제 또 오겠냐? 이러고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
설혁은 효민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으니 천국에 온 기분이었다. 멀미도 금방 사라졌다. 설혁은 그렇게 계속 있고 싶었지만 효민이 고개를 돌려가며 놀이기구를 쳐다보는 걸 보니 계속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다.
“ 효민아! 이제 괜찮아졌어. 딴 거 타러 가자. ”
“ 그래? ”
설혁이 벌떡 일어나자 효민이 좋아했다.
“ 그럼 자유드롭 타러 가자. ”
“ 자유드롭? ”
“ 응, 의자에 앉아서 70m 상공에서 자유낙하 하는 놀이기구야!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 그러지 말고 우리 회전목마 타는 건 어때? ”
“ 그래? 조금 시시해 보이던데. 그래도 뭐 한번 타보자. 재미 없으면 딴 것을 타면 되니까. ”
효민은 설혁의 말에 회전목마를 탔다. 회전목마를 탄 설혁은 그 회전력에 충격을 받았다. ‘ 이럴 수가 애들이 타는 놀이기구인지 알았더니 이렇게 다이나믹한 놀이기구였단 말인가? ’
설혁은 회전목마를 타며 소릴 질렀다.
“ 달료. ”
설혁이 소리를 지르자 효민이 살짝 고개를 돌려 설혁과 일행이 아닌 척했다.
“ 동글아! 애들도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타고 있는데 네가 소릴 지르면 어떡해? ”
회전목마를 탄 설혁은 효민의 손에 붙잡혀 자유드롭을 타러 갔다. 자유드롭은 실외에 있었다.
“ 추운데 이걸 꼭 타야겠어? ”
“ 응, 난 너랑 회전목마도 타 줬잖아! 네가 소리 지를 때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알아? ”
“ 미안! 회전목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
“ 그거보다 이게 더 재미있을 거야! ”
설혁은 효민의 손에 이끌려 자유드롭을 탔다. 효민은 자유드롭도 여러 번 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실외라 추워서 5번만 타고 끝냈다는 것이다.
그 두 개를 타고 나니 설혁도 더는 무서운 놀이기구가 없었다.
“ 효민아! 뭐 타고 싶어? 내가 다 타줄게. ”
“ 으응? 동글이가 갑자기 살아났네? 그럼 레볼루션 타러 가자.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설혁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
“ 360도 도는 저 정신 나간 기차? ”
“ 응. ”
“ 저거 타면 네 머리카락 다 헝클어 질 건데. ”
설혁의 말들은 효민이 씩 웃었다.
“ 걱정하지 마 가방에 빗 넣어 왔어. ”
효민의 철벽방어에 설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 그래 타러 가자. ”
레볼루션을 탄 설혁은 타기전에 내쉬었던 한숨과 달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리막에서는 다리에 힘준 덕분에 옆구리가 조금 결리긴 했지만, 스웨덴 해적선보다는 100배 신사적인 놀이기구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탈 만한데?’ 레볼루션을 타고난 뒤 설혁이 효민에게 물었다.
“ 효민아! 배고프지! 뭐 먹을래?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우리 그냥 실컷 놀고 나가서 사 먹자. ”
“ 왜? ”
“ 여기 너무 비싸. ”
“ 그래도 너 밥 사줄 돈은 있는데. ”
설혁의 말을 들은 효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 그래도 핫도그 하나에 2만 원은 너무하잖아! 밖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괴수 고기 소시지를 사용한 핫도그인데. ”
“ 그래도 배고프지 않겠어? ”
설혁의 말에 효민이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너 막 토했었잖아! 지금 뭐 먹을 수 있겠어?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바보처럼 웃었다.
“ 그러고 보니 나 아무것도 못 먹겠다. ”
“ 그러니까 여기 문 닫을 때까지 놀고 끝나고 밖에 가서 맛있는 것 사 먹자! ”
그렇게 효민과 설혁은 알뜰한 데이트를 즐겼다. 또또월드에서 실컷 논 둘은 밖으로 나와서 순대와 떡볶이를 먹었다.
식사를 마친 둘은 각자 사는 동네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지하철역에서 설혁은 효민과 헤어지기 싫어서 효민의 손을 안 놔 주었다. 효민도 설혁과 헤어지기 싫은지 혁이 손을 잡고 있어도 가만히 있었다.
“ 아! 데이트인데 뽀뽀도 못 했네. ”
설혁이 중얼거리자 효민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 너 같으면 토한 입에다 뽀뽀하고 싶겠냐? ”
“ 칫, 다 스웨덴 해적선 때문이야. ”
“ 다음 데이트 때는 꼭 뽀뽀해줄게.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 약속해. ”
“ 뭘, 그런 걸 약속을 다 하니? 그냥 분위기 좋으면 하는 거지. ”
“ 아아잉. 약속 해줘. ”
설혁이 아양을 떨며 귀여운 척을 하자 효민이 피식거리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설혁의 손가락에 걸었다.
“ 우리 동글이 애 같아! ”
둘은 그렇게 놀이공원에서의 데이트를 끝냈다. 둘 다 각자의 동네로 가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지만 설혁이 효민이 집에 가는 지하철을 따라 타서 결국 효민이의 집 앞까지 왔다.
“ 얼른 집에 가봐. ”
“ 너 집에 들어가는 것 보고. ”
“ 엄마에게 전화해서 너 자고 가도 되냐고 물어볼까? ”
효민의 말을 들은 설혁이 고개를 저었다.
“ 아냐. 어차피 모레면 또 네가 우리 집에 올 건데 뭐. 잘자! ”
설혁은 효민이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본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인사를 했다.
“ 삼촌 자유이용권가지고 데이트 잘했어요. 고마워요. ”
“ 잘 놀았다면 됐다. 나는 예전에 또또월드에 갔다가 스웨덴 해적선을 타다가 옷에 토해서 그다음부터 놀이공원이라면 처다도 안 봤거든. ”
외삼촌의 말을 들은 설혁은 자신이 왜 스웨덴 해적선을 타면서 고통스러워했는지 알게 되었다. ‘난 외삼촌 닮았구나!’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삼촌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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