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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광이 님의 서재입니다.

죽음의 사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광광이
작품등록일 :
2020.05.17 16:11
최근연재일 :
2021.01.27 20:39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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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15
추천수 :
552
글자수 :
447,419

작성
20.10.2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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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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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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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74.크루캅지파

DUMMY

그런데 그냥 제노의 손에 잡혀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니고 반격을 당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그냥 연습하듯 아무런 위험에 노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격에만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현실은 이렇다.

압도적으로 제압 당하는 중.

점점더 상대가 거대하게 느껴진다.

감히 자신이 제노의 역략을 시험하려 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래. 그렇다. 상대방에 대한 승복은 벌써 한 상태다.

하지만 이대로 패배를 선언하며 물러서긴 싫었다.

이것은 마지막 자존심. 어쩌면 쓸데 없는 오기. 누군가는 멍청한 짓거리라고 비웃을지도 모르는 행위지만.

저 손에서는 벗어나고 싶었다.

나도. 아니 우리도 이정도 능력은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리를 하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

시야가 흐려지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귓가엔 웅웅 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생각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제노는 웬준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대로 10여초만 더 흐른다면 상대는 큰 내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태.

죽더라도 기개를 보여주겠다는 웬준의 의지가 느껴졌다.

‘멍청한···.’

이런 단순한 테스트에 목숨을 거는 부마스터의 행동이 바보처럼 생각되어졌다.

하지만 반대로 그가 뿜어내는 한과 억울함. 그리고 독기가 차가운 얼음처럼 피부에 와 닿았다.

‘그래. 당신에겐 나란 존재가 단순한 한명의 사람이 아닌. 지파의 목숨과도 같은 거구나.’

그정도의 의미를 부여했기에 대결에 목숨을 건 거였어.

제노는 이쯤에서 대결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양팔에서 검은 기운이 솟아 나더니 거대한 손의 모양이 되었다.

마신의 손.

넘실 거리는 대양의 파도와 같은 검은 기운이 윈드 들릴을 꽉 잡더니 그대로 찢어 버렸다.

흉포한 용처럼 주변을 파괴하던 윈드 드릴의 최후라고 보기엔 허무한 결말.

그만큼 한순간에 이루어진 일이기에 사람들의 인지도 한박자 늦었다.

“!!어엇. 사라졌다. 깨졌어.”

“!!어떻게 저런일이······.”

“웬준님이 멈췄나?”

“아니야. 저 제노란 사람이 힘으로 찢어 버렸어···. 말도 안돼.”

“!! 그런.. 꿀꺽··· 대체 어느 정도의 흑마력이 있어야 그런 일이 가능하지?...”

“······.”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지. 괴물이야.”

“맞아··· 괴물.”

“과연. 전설의 영웅이야.”

대결을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제노의 실력에 탄복했다.

더 이상 어떤 꼬투리도 잡을 수 없을 만큼의 굉장한 능력.

게다가 힘을 과하게 사용해 위험해 보이던 부마스터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않고 대결을 끝낸 상냥함.

올바른 생각과 따뜻한 마음씨.

이제 사람들은 저 대단한 제노가 자신들의 단체에 들어와 크루캅지파를 거대하게 성장시켜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힘을 갖게 하는 즐거운 미래를 상상하게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귀에 제노의 목소리가 들렸다.

웅성거리던 소리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대화에 방해되지 않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었기 때문.

이미 눈에 꽁깍지가 씌인 상태.

젊은 청년들은 제노를 마음속의 우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영감님. 괜찮아요? 그러게 왜 무리를 하고 그래요? 어느정도 했으면 멈춰야지. 죽을 정도로 힘을 쓰면 됩니까?”

제노가 웬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헉헉. 정말 대단하십니다. 먼저 당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려했던 저의 오만함에 대해 사과 드립니다. 아시겠지만 영웅님께선 워낙에 어려 보이시는 터라 그저 허풍만 쎈 머저리로 보였거든요.”

“머저리라. 하하. 역시 말이 맵네요. 제 첫 인상이 그렇게 안 좋았군요. 그럼 지금은 어떻게 보이십니까?”

“그야. 당연히 전설의 영웅이시지요.”

부마스터가 제노를 머저리라고 말한 부분에서 사람들은 제노가 기분 나빠 할까봐 걱정되었지만 웃으며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제노의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 앉았다.

“영웅. 정말 달콤한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주 실리적인 놈이라서요. 이 단체에 가입하면 뭔가 좋은 혜택이 있나요? 솔직히 실력도 그저 그렇고, 강한 사람도 별로 없고, 이렇게 흑마법사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누군가에게 쫓기는 입장이고. 저 영웅 안 할랍니다. 그럼 안녕히. 재미있었어요.”

아무리 망해가는 단체이지만 그래도 조직원이 100명은 넘는다.

그리고 개인이 가진다면 평생을 떵떵거리며 살 돈도 있다.

뭐가 문제지?

욕심이 없나?

당신은 영웅이잖아. 이대로 떠나면 안돼.

“제노. 왜 그럽니까? 당신이 정말 전설의 영웅이라면 지파의 모든 것이 당신 소유가 됩니다. 그런데 떠난다니요. 안돼요. 안돼. 문제가 있으면 말해 주세요. 그럼 고칠게요.”

다급해진 마스터가 애원을했다.

처음엔 제노를 영웅이라고 믿지 않았지만 이젠 아니다. 부마스터와 대결에서 보여준 그 흑마력으로 만들어진 검은 손을 본 순간 자신의 몸속 흑마력이 원류를 만난 듯 꿈틀거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제노는 지파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지파도 날개를 달고 비상하게 되겠구나 하고 기뻐하던 순간 제노가 떠난다는 말을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

안된다. 안돼. 절대 그럴 놓쳐서는 안돼.

이런 다급한 마음에 마스터는 채통도 잊고 애원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런 마스터의 행동을 당연하다고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들도 이미 제노를 영웅으로 인정했기 때문.

하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도 있었는데

지파의 무력대장을 맡고 있는 샤리파였다.

샤리파는 현재 30대의 젊은 나이로 차기 마스터로 거의 확정된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에게 천년동안 나타나지 않던 전설속의 영웅의 등장은 몹시도 불쾌한 일이었다.

이제 자신이 마스터가 되어도 일인자가 아니게 된다.

실력에 맞지 않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이 작은 단체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젠 아무리 노력해도 저 어린 녀석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벌써부터 똥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제노의 주위를 맴도는 마스터의 행동이 한심스러워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 썅. 기분 드럽네. 마스터 그만하세요. 뭐가 좋다고 그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그럽니까? 이봐. 너 사기꾼새끼. 이름이 제노라고 했나? 어디서 전설의 영웅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안통해. 새끼. 정체를 밝혀.”

“샤리파 이녀석 대체 무슨 짓이냐? 당장 제노님에게 사과 드리지 못해?”

안그래도 제노가 떠날까봐 마음을 졸이던 마스터는 샤리파를 크게 나무랐다.

하지만 샤리파 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파의 무력대장 자리가 그저 싸움만 잘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위치는 아니었다.

그에 걸맞는 강단과 공격성도 갖춰야 하는 자리.

흑마법사 이면서도 굵직한 근육을 가진 샤리파는 얼핏보면 전사처럼 보였다.

근접 거리에선 마주하는 이를 기죽게 하는 체격.

부리부리한 눈에서 나오는 살기.

뭔가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

주변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

제노는 시비를 걸어오는 샤리파를 보며 속으로 즐거움을 느꼈다.

뭔가 제대로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알아서 나서주니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건방진 태도를 보니 실컷 때려도 전혀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이봐. 샤리파. 말로만 하지 말고 덤벼.”

제노의 말에 눈썹이 씰룩인 샤리파.

가슴속 화가 만들어낸 표식이었다.

마스터가 되기위해 억지로 눌러 두었던 잔인함이 폭발했다.

그동안은 지파의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였지만 이젠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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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87.쪽박인가 대박인가 20.11.14 79 1 7쪽
87 86.쪽박인가 대박인가 20.11.13 79 1 8쪽
86 85.쪽박인가 대박인가 20.11.11 81 1 7쪽
85 84.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1.09 85 1 7쪽
84 83.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1.08 82 1 7쪽
83 82.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1.06 79 2 8쪽
82 81.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1.05 84 2 7쪽
81 80.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1.03 88 2 7쪽
80 79.깨어나는 크루캅지파 20.10.31 93 2 8쪽
79 78.크루캅지파 20.10.30 87 2 7쪽
78 77.크루캅지파 20.10.28 98 2 7쪽
77 76.크루캅지파 20.10.26 100 2 8쪽
76 75.크루캅지파 20.10.23 103 2 8쪽
» 74.크루캅지파 20.10.21 110 3 8쪽
74 73.크루캅지파 20.10.19 11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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