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Back Part-X
“한때는요.”
“그게 뭐였지?”
“태어난 곳이 묻히는 것입니다.”
솔직한 대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다시 잭슨빌에서 아버지 웨이드, 형 조나단과 함께 살고 지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서는 몹시도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은?”
“지금은 아서 롱포드 경을 알현하고 있죠.”
“핫핫, 내가 처음 전쟁터에 나가서 적을 죽였을 때가 14살 때였네. 아버지의 영지를 습격해온 도적의 무리였지. 도적이라고 해도 몰락한 귀족의 잔당으로 장비를 잘 갖춘 군대라고 할 수 있지. 그때 까지만 해도 나는 백살까지는 살 것 같았지만 이제 세상에 나온 이후에 이런 상황에서는 30살도 제대로 넘길 것인지 자신이 없네. 누구도 자신의 끝을 알 수 없네. 누가 우리를 이끌 것인지도 말이네.”
“······.”
아서는 루시안 왕이 쇠약해지면서 정치 싸움이 다시 본격화 될 것임을 우려했다. 루시안 왕은 여러 가지로 문제를 떠안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선대 오스카 왕을 암살했다는 의혹이었다.
“기사는 왕에게 복종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을 때 진정한 게임을 하게 되는 것이네.”
“······.”
“누구와 어떤 게임을 하든 영혼만큼은 피터, 자네의 것임을 명심하게. 비록 게임의 대상이 왕이든 권력자든 말일세.”
“······.”
아서는 신 앞에선 변명이 소용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누가 시켜서 했다거나 혹은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은 통하지 않으니 명심하라고 당부했다. 피터는 지금 아서가 자신이 다른 쪽에 가담하지 않을 것을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좋네. 곧 그대가 다스려야 할 워터빌로 가도록 하게. 이제 피터 샘란. 그대의 집이니 말이네. 그곳에서 상인들과 여행객들의 길을 지켜주게. 특히 백성들을 보호해 주게. 단지 유용해서가 아니라 그게 올바른 일이기 때문이야.”
“그러겠습니다. 아서 경.”
“백성을 지켜주게. 그리고 내 아버지와 내가 무력해 지면 그땐 와서 도와주게.”
“알겠습니다.”
피터는 감사를 표했고 아서는 피와 진흙의 요람도 슬슬 마무리 되어 간다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그렇지만 삶은 계속되는 것이고 지금은 조금 쉬어갈 수 있는 것에 즐거워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다.
“한잔 하시겠나? 샘란 경? 써스톤에서 그대와 함께 마시기 위해서 가져온 위스키가 있네. 한잔 할 수 있겠지?”
“저야 영광입니다. 금방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아서 경.”
“고맙네.”
“곧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아서의 사람들과 피터를 따라 이곳까지 온 기병대 지휘관들이 함께 했다. 해가 저물어 공관에서 모여 다들 위스키를 마셨는데 따로 물을 섞지 않고 그냥 잔을 채워 마셨다.
도널드 티버톤은 이런 위스키나 브랜디를 커다란 잔에 채워 물처럼 마시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작은 유리잔에 따라 마셨다. 기병대 지휘관들 모두들 울스티 도시에서 다시 탈렌 도시로 돌아가게 된 것을 아쉬워했다.
얼마 전까지 전쟁이 있었던 울스티 도시는 남자들이 대거 죽어 버린 탓에 여자와 싼값에 즐길 수 있었다. 빵 한덩이나 맥주 한통을 주면 하루 종일 젊은 여자와 즐길 수 있는데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어 좋았다.
이런저런 여자 품평들이 이어졌는데 이런 좋은 곳에서 탈렌으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탈렌 도시도 얼마 전까지 전쟁이 있어 현지 주민 중에서 많은 수가 죽었다. 그렇지만 많은 군인들이 주둔하고 훈련하면서 여자 가격이 많이 올라갔다.
몇 몇은 성관계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는 누군가를 비웃었다. 싸우기도 전에 다리를 후들 거린 것이 겁나서가 아니라 여자와 너무 많이 즐겨 힘을 다른 곳에 쏟은 것인지 물었다. 피터는 묵묵히 술을 마시면서 이들 소리를 듣고 있었다.
‘끝도 없이 계속된 전쟁으로 이 땅 아니, 이 세상에는 희망이 없구나.’
할 수 있다면 피터가 오랜 시간 이곳에 남아서 사람들에게 희망이라는 것을 건네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곧 돌아가야 했고 스스로는 절망이 아닌 행복과 편안함에 기대 앉아 있어야 한다.
‘수많은 남의 자식들을 죽이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불행과 절망을 던져 놓고 나는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군.’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이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웃을 때 소리를 내지 않고 웃는 척 하고 술을 마실 때 한 모금 위스키를 마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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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씨네요...ㅎ.ㅎ;
Next-90
일이 좀 많아서 여유 있을 때 얼른 연재합니다. 이제 막판에 이른 피와 진흙의 요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겠습니다....^^
모든 독자분들 화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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