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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시우파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3.01.27 21:03
연재수 :
187 회
조회수 :
23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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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8
글자수 :
1,033,004

작성
22.11.03 08:00
조회
893
추천
14
글자
12쪽

숙적(宿敵)

DUMMY

“···..”


“위광 네 생각은 어떻느냐?”


위광이 아무 말도 없자 답답함을 느낀 적봉혈개가 물었다. 잠시 무엇인가 고민에 빠져있는 위광.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합니다. 저는 호남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 모든 분들은 강서쪽으로 향해 주십시오.”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패를 두 곳으로 나눠서 가는 것이 어떤가?”


권왕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곳은 저 혼자 갑니다. 저를 제외한 모든 분들은 패천궁을 맡아 주십시오.”


“안 되요! 또 혼자 움직이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해요?”


설연화가 반대했다.


“예전에 장백산에서 내가 이야기했던 것을 기억하오? 내 과거에 대한 이야기.”


“설마···?”


설연화의 눈동자가 떨려온다.


“우선 내 과거부터 알아야겠소. 그가 지금 나를 부르고 있소.”


“그래도···”


설연화가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신기자··· 그 분을 만나 뵙고 알게 된 것이 있소. 그것은 우리에게 일어날 앞으로 일들이기도 하지. 나는 절대 죽지 않을 것이오.”


“죽지 않는다고요? 마치 신기자님이 미래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이 말씀하시는군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나는 그 분의 말을 신뢰하고 있소.”


위광은 신기자에 대한 믿음 어린 말투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설연화의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장공자님이 무사할 것이라고 확신을 한다는 것은 억측이에요. 상대가 그 자라면...”


“나를 믿어주시오.”


설연화의 말에도 위광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휴... 도저히 말릴 수가 없겠네요. 만약 이번에도 연락없이 사라진다면 아시죠?”


“알겠소.”


설연화의 걱정이 얼마나 클지 잘아는 위광이다. 그녀에게 걱정 말라는 듯 위광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오.”


돌아서는 위광. 그가 악양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장가장주의 전각 앞 계단. 그곳에 앉아 있던 검마가 몸을 일으켰다.


가면 뒤에 있는 그의 두 눈빛은 깊고 부드럽기만 하다.


반 시진 전 단 일수로 산화무영검을 죽여낸 죽음의 화신의 눈빛이 전혀 아니었다.


넓디넓은 장가장 안에는 유일하게 검마만이 서있다. 그리고 장원의 밖에는 그녀와 낙일태도가 있다.


더 이상 개방은 이곳에 대해 조사할 수가 없다. 그 둘로 인해서 말이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면 어찌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오늘만큼은 그 누구도 이곳에 있는 검마를 방해할 수 없다.


단 한 명, 그가 기다리고 있는 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쏟아지는 달빛 사이로 검마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검마와 같은 고수는 발검음에서도 소리가 전혀 나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마치 땅을 밟고 있는 두 발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기라도 하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흑색의 가면을 쓰고, 흑색의 무복을 입고, 흑색의 망토를 두른 자. 명부 심처(深處)에서나 어울릴 듯한 복장으로 그는 사람으로서의 걸음을 옮긴다.


기다리고 있는 그가 오고 있다. 급하지도 않고 어서 빨리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다만,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그를 대면했을 때 뭐라고 먼저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해본다. 죽었다고만 생각했는데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기쁨을 또 한편으로는 후회가 밀려왔었다.


‘확실히 확인했었어야 했었다. 죽었는지를···’


결국 그는 살아서 돌아왔다.


기억을 못 찾았다면 그곳에 그냥 행복하게 살지 왜 또 지옥과 같은 중원을 나왔을까? 검마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생각을 해본다.


그가 죽었다고 생각된 그 일이 벌어지고서 검마는 삶이 아니라 죽음으로 살아왔다.


검마. 육마 중 하나. 패천궁의 궁주. 자신을 수식하는 여러 말들이 있다.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말들이 빛이 되지만 반대로 자신의 적들에게는 절망이 되었다.


세상 모든 것을 환하게 비추는 가장 밝은 빛 아래에는 가장 깊은 어둠이 내린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다. 검마로서의 삶은 깊고 깊은 무저갱의 어둠과 같았다.


다시 그곳에 밝은 빛을 비춰보고 싶었지만 이미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자아의 유지가 어려워짐을 느꼈다.


그때마다 곁에 있는 그녀를 보았다.


자신의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검마의 여자라고 말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


그녀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가 그 상처를 입어도 살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를 살리기 위해 세상 모두가 그녀를 손가락질 하더라도 참을 수 있을 만큼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륜을 어기고 하늘의 섭리를 어기려 했으나 그 당시 하늘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나 보다. 그가 돌아온 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를 보게 된다면 어떤 눈빛이 되어 있을까? 지금과 같이 형제를 그리워하는 눈빛이 되어있을까? 아니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눈빛이 되어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죽음의 삶을 산 검마의 눈빛을 하고 있을까? 생각은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맴돌고만 있다.


사실 수많은 생각들을 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검마로서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 어떤 눈빛을 보여야 하는지를 결정할 권리는 이미 박탈 되어 있었다.


이제 사람으로서의 생각은 끝이 난다. 육마(六魔)이자 검마(劍魔)의 눈빛이 서서히 그의 가면 뒤로 맴돌기 시작했다.


“왔구나.”


검마가 숙여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를 검마로 만든 자. 하늘을 무시하게 만든 자가 찾아오고 있다. 하늘은 공교롭게도 자신의 숙적을 형제에게 주어줬다.


이제 다시 한번 그는 천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 끝의 결과를 오늘 알 수 있다. 어둠인 자신을 향해 넓은 빛이 다가왔다. 똑같은 얼굴을 했지만 그는 밝은 빛을, 자신은 깊은 어둠을 품고 있다.


죽음이 항상 자신을 맴돈다면 그에게는 생명이 충만했다. 이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역시나 그의 눈빛에는 깊은 살의(殺意)가 비춰지기 시작했다. 눈 앞에 빛이 당도했다.


“대 패천궁의 궁주이자 육마 중에 하나인 검마다. 이름은 단우성이라고 하지. 너의 이름을 말하라.”


“위광. 장위광이라고 한다. 너를 죽일 이름이기도 하지.”


위광은 장백신군이 지어준 이름을 말했다.


“단우형이라는 너의 진명(眞名)은 기억하는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더라도 너는 내가 죽일 것이다.”


위광은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자신의 앞에는 장백파의 원수가 서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듣기 싫더라도 너는 들어야 한다. 거부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라. 동생아!”


검마가 자신의 흑색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가면 뒤에는 또 하나의 위광의 얼굴이 있었다.


“우리는 쌍둥이다.”


같은 얼굴이지만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느낌은 너무나 달랐다. 위광이 부드럽고 선한 느낌이라면 검마의 얼굴은 강렬하고 투지가 넘쳐 보였다.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패천궁의 전대 궁주. 즉 우리의 아버지는 강한 후사를 얻고 싶어했다. 자신의 강함을 이을 수 있는 아이를 낳고 싶어했지. 아버지는 사방으로 사람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의 어머니를 찾았지. 어머니는 제대로 무공을 배운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단이 무척이나 발달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너도 경지에 이르렀으니 알 것이다. 상단의 힘을 말이다.”


검마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거의 납치되다시피 한 어머니는 결국 임신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뒤를 이을 인재. 강한 남아를 낳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었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너와 나.”


이번에는 검마가 위광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그 자신을 가리켰다.


“쌍둥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아버지는 걱정을 했다. 혹여 그 재능이 반으로 나뉘었을까 봐. 그리고 우리의 곱상한 얼굴들을 보고 많이 실망을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감금되다시피 하며 컸지. 대외적으로 얼굴을 들어내야 할 때는 이 가면을 쓰고 말이야. 그것도 단 한 명 만이 얼굴을 보일 수 있었다. 우리는 쌍둥이가 아닌 한 명의 아이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지. 아버지는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려고 했던 것이다.”


“콰득”


검마가 손에 들고 있던 가면을 바닥에 던져내고는 발로 밟아버렸다.


“우리는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 다행히 그 재능이 나뉘지는 않았는지 둘 다 무의 대한 재능이 그 누구보다 뛰어났지. 아버지와 비교해도 훨씬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둘 중에 하나가 더 강할 수밖에 없는 법이었지. 너는 나보다 몇 초 늦게 태어난 동생이었지만 모든 것이 나를 능가했었다. 너를 이겨내려고 더욱 노력하고 더욱 많은 시간을 수련에 몰두했지만 나는 너를 이길 수가 없었다.”


동생에 대한 자격지심. 그것이 검마를 심마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비록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낳은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를 무척이나 사랑하셨었다. 너에 대한 질투로 가득 찬 나에게 항상 따뜻한 말을 해주셨던 분이셨지.”


‘성아! 꼭 강한 것만이 이기는 것은 아니란다. 넓은 가슴으로 주위 사람들을 아우르는 사람이 되면 이 엄마는 너무 행복할 것 같아.’


검마는 순간 과거의 어머니가 했던 말고 함께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았던 생각을 하고 말았다.


“일곱 살이 되고서 얼마 안되었을 때. 어머니는 미쳐 버렸다. 그 특출난 상단 때문인지 결국에는 살인귀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 아버지가 힘을 쓰셨다면··· 아니 그 때 우리가 힘을 갖고 있었다면 어머니를 막아내고, 치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돌봐줄 생각은커녕 오히려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 때, 난 다짐했지. 저런 아버지는 필요 없으니 꼭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고.”


“그래서··· 복수를 한 것인가?”


지금까지 잠자코 이야기만 들어왔던 위광이 처음으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스물 세 살이 되던 해. 나는 아버지와 싸웠다. 그리고 졌지. 아버지는 패배한 나를 죽이려고 했다. 어차피 네가 있으니깐··· 나보다 훨씬 뛰어난···”


검마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나를 죽이려는 아버지를 네가 막았다. 그리고 둘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지. 결과는··· 너의 승리였다. 하지만 너는 아버지를 죽이려 하지 않았어. 그래서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 크크크”


이번에는 검마의 얼굴에서 광기 어린 웃음의 표정이 지어졌다.


“나는 네가 나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현실은 그랬다. 그래서 너에게 말했지. 나는 음지에서 살아갈 테니 네가 패천궁의 궁주가 되라고. 처음에 너는 반대했다. 같이 전면으로 나서자고 나를 설득했지. 하지만 그것은 죽기보다 더욱 싫었었다.”


“그것이 왜 싫었지?”


“너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것은 정말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지. 무엇보다 너의 연인인 연하랑을 나는 사랑했기에 떠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었다.”


“연하랑?”


순간 위광은 자신의 꿈속에 있었던 여인의 얼굴이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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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2.11.03 08:25
    No. 1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겁고 힘찬 하루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11.03 08:44
    No. 2

    아아^^*)! 이번화는 역대급 재밌네요. ㅎㅎ 위광의 과거를 드디어 알았습니다. ㅠㅠㅠㅠ 그런데 슬퍼융.... 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리드완
    작성일
    22.11.03 21:59
    No. 3

    잘 정비된 반전
    잘읽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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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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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에필로그 +8 22.11.08 1,027 16 11쪽
184 결전(決戰) +1 22.11.08 1,036 11 17쪽
183 삼신기(三神器) +2 22.11.05 909 12 12쪽
182 파천압뢰(破天押牢) +2 22.11.04 892 11 12쪽
» 숙적(宿敵) +3 22.11.03 894 14 12쪽
180 출현(出現) +2 22.11.02 907 13 12쪽
179 군산혈전(君山血戰) +1 22.11.01 906 12 12쪽
178 적유어(赤鱬魚) +6 22.10.31 887 14 12쪽
177 벽암진인(碧巖眞人) +4 22.10.30 929 13 11쪽
176 만전(萬全) +4 22.10.29 909 13 13쪽
175 진격(進擊) +2 22.10.28 914 12 12쪽
174 결정(決定) +2 22.10.27 885 14 12쪽
173 격분(激忿) +4 22.10.26 901 14 11쪽
172 주작팔멸(朱雀八滅) +3 22.10.25 901 12 12쪽
171 화섬팔멸(火掞八滅) +2 22.10.24 909 12 12쪽
170 명멸청광(明滅靑光) +4 22.10.23 950 14 13쪽
169 금국신승(金菊神僧) +4 22.10.22 973 15 13쪽
168 형산대전(衡山大戰) +6 22.10.21 998 15 12쪽
167 검왕 사(劍王 死) +4 22.10.20 992 16 11쪽
166 음양뇌령신공(陰陽雷靈神功) +2 22.10.19 981 15 14쪽
165 단우형(段優炯) +1 22.10.18 948 14 12쪽
164 후예사일(后羿射日) +4 22.10.17 964 14 12쪽
163 흑망(黑芒) +3 22.10.16 952 15 14쪽
162 기련쌍노(祁連雙老) +2 22.10.15 952 15 13쪽
161 관일창검(貫日槍劍) +3 22.10.14 964 13 14쪽
160 상비사(象鼻寺) +4 22.10.13 996 13 12쪽
159 운명(運命) +2 22.10.12 96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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