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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시우파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3.01.27 21:03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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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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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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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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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벽암진인(碧巖眞人)

DUMMY

아직은 해가 산 너머에 걸려 있는 시간. 노을빛을 보이는 동정호수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동정호에 안에 있는 군산 백사장. 들어오기가 힘든 지형이라 인적이 거의 드문 곳임에도 그곳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그 분께서 명을 내리신 것이 맞는가?”


마치 유부에서 울려올 듯한 목소리. 굉장히 탁하고 소름이 돋을 만한 목소리였다.


“그렇다. 나 또한 전달자일 뿐.”


방금 전 말을 했던 자와는 정반대로 맑고 청명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분의 명이라면 나의 힘은 언제나 기쁘게 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네 녀석이 나를 속이는 것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


마기가 껴있는 목소리에서 살기가 묻어 나오고 그의 눈빛에서는 붉은 색 안광이 번뜩거렸다.


“나중에 확인해봐라.”


맑고 청명한 목소리에 확신이 깃들어 있다.


“알겠다. 아직 나의 힘은 온전치 않다. 수많은 시간의 적공(積功)이 필요하지. 지금의 힘으로는 적유(赤鱬)만이 유일하다.”


“그거면 되었다.”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자가 눈빛을 번뜩이자 동정호에서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그가 손을 내밀자 그를 향해 날아오는 물고기. 그가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내더니 그의 입안으로 넣었다.


사람이 물고기를 먹는 게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나 괴이했다. 물고기의 크기가 작은 편이 아닌데 그의 입안에 통째로 쉽게 들어갔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한 입에 씹지도 않고 삼키는 모습. 그가 천천히 백사장을 걸어 물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속에 얼굴을 처박아내는 붉은 안광의 인영. 그의 입에서 무엇인가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되었다. 이제 그만 나의 적공을 방해하지 말아라.”


“알겠다. 너의 완성을 기다리겠다. 그 분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다.”


남자의 말이 들리고 붉은 안광을 뿜어내던 자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크크크. 어디 이번에는 어떻게 되는지 볼까?”


노란머리의 푸른 눈동자. 남아 있는 자의 모습이었다.


******


어둠이 몰려왔다. 아름다운 은빛 쟁반을 만들었던 동정호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동정호 군산 부근. 늦은 시간임에도 어업을 하고 있는 배 한 척이 남아있었다.


“하하! 기분 좋구만. 올해 가장 많이 잡힌 날인 것 같아.”


“그러게 말일세. 자네 마누라가 아주 좋아하겠구만.”


오늘따라 어획량이 많아 돌아갈 때가 이미 넘어선 그들이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빨리 돌아가도록 하지.”


“그러세.“


악양 부둣가로 돌아가려는 어민들. 그때,


“쿠웅!”


배가 무엇인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며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둘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배 밑을 바라봤다.


암초가 있는 것도 아닌 이곳에서 이 정도의 충격을 배에 주려면 단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


바로 무엇인가가 다가와 배에 부딪히는 것. 그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곳 동정호에서 어업을 일삼던 이 둘은 배에 충격을 줄만큼 커다란 물고기 산다는 말은 지금껏 보지도 듣지도 못했었다.


“찌르르르르르”


갑자기 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이 소리는 대체 뭐지?”


그것은 마치 새소리 혹은 벌레 소리와 비슷했다.


“어서 빨리 돌아가세나! 뭔가 예감이 안 좋아.”


“그래. 빨리 돌아가세.”


배가 다시 악양을 향하여 출발하려 할 때 다시 한번 배에 충격이 가해졌다.


“멈추지 말게! 계속 가!”


불안에 빠져 있는 눈빛을 보이며 그가 앞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찌르르르르르.”


“대체 저 소리는 뭐야?”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남자가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이 소리. 원앙새 울음소리 아닌가?”


“원앙새? 이곳에 어디 원앙새가 있다는 말인가? 빨리 노나 젓게.”


남자의 재촉에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남자가 서둘러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때, 구름에 가려졌던 달빛이 환하게 동정호를 비치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를 젓던 남자들의 눈에 배 앞으로 붉은 무엇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저건 뭐지?”


수면위로 떠오른 무엇인가가 있다. 물 안에는 붉은색을 띄는 그것은 머리만 빼꼼이 물 밖으로 끄집어내 있었다.


“저... 저건 사람얼굴 아닌가?”


남자의 경호성에 그 모습을 본 다른 남자. 둘은 동시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노질은 멈춰있었다. 하지만 물에 떠있는 사람 머리는 점점 배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갑자기 사람 머리가 물에서 뛰쳐 나와 배위로 뛰어들었다.


“헉! 저... 저건 뭐야?”


“찌르르르르르”


사람 얼굴에 붉은 물고기의 몸. 팔, 다리는 없지만 그것은 마치 물고기가 지상에서 팔딱팔딱 뛰는 것 같이 움직이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오... 오지마!”


남자 한 명이 노를 휘두르며 붉은 물고기를 위협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붉은 물고기의 사람 얼굴이 갑자기 입을 벌렸다.


남자 한 명이 그 모습에 놀라 덜컥 뒤로 넘어가 버렸다. 벌어진 입의 크기가 사람 얼굴 크기만큼이나 컸기 때문이다.


“콰득!”


뒤로 넘어간 남자의 머리가 물고기의 입으로 들어갔다.


“푸슈슈슉!”


머리를 잃은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져 나왔다.


“으... 으악!”


“풍덩!”


남아있던 남자가 기겁을 하며 동정호에 몸을 던졌다. 악양 육지까지는 멀지만 군산이라면 빠르게 헤엄쳐 갈수 있다고 생각했다.


“찌르르르르르”


다시 한번 원앙새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헤엄쳐 도망가는 남자의 뒤로 물살을 가르는 무엇인가가 있다.


“으...으악! 살려줘!”


“퍼억!”


헤엄쳐가던 남자의 머리가 순식간에 사라져나갔다. 동정호 깊숙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남자의 몸뚱이.


“찌르르르르”


원앙새 소리가 다시 울려 퍼지는 군산 부근 동정호에는 달빛만이 비춰지고 있을 뿐이었다.


******


“부... 분타주님! 큰일 났습니다.”


주독개의 집무실로 춘복이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군산이 어젯밤 발칵 뒤집혔습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군산이 발칵 뒤집혔다니?”


“어젯밤 알 수 없는 흉수에 의해 군산의 촌락 두 곳이 생지옥으로 변했답니다.”


주독개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항상 술을 끼고 살고 흐트러진 모습을 자주 보이지만 그 무력과 머리에 있어서는 젊은 후기지수들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무인이다.


그 스스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금제를 가하지 않았다면 이미 육결까지도 달았을 인재.


그럼에도 그의 능력은 뛰어나 오결임에도 악양이라는 중요 도시에 분타주가 된 것이었다.


주독개는 철저히 이번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생각했다. 패천궁을 무력으로 막아낼 자신은 없지만 그들의 진격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지 못한 변수가 일어난 것이었다.


“흉수는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고?”


“그게... 이상합니다. 마치 사람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짐승들에게 당한 모습입니다. 목이 뜯겨져 나간 시체들이 즐비했답니다.”


“호군파는 뭐하고 있었던 거지?”


호군파는 군산에 있는 동정호를 기반으로 하는 문파다. 어민들에게 세를 받으며 그들의 안전을 지켜내는 문파. 밤 사이 일이 일어났다면 호군파가 몰랐을 리 없다.


“어제 문주들과의 회담 이후로 호군파도 전쟁 준비를 하느라 어제 밤 순찰이 많이 약화된 상황이었답니다. 뒤늦게 이상을 눈치챈 호군파가 갔을 때는 이미 촌락들에 시체들만이 있었답니다.”


춘복이의 말에 주독개는 잠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패천궁은 저런 짓을 할 놈들이 아니야. 그렇다면 다른 육마련이 개입한 것인가? 수라혈궁? 아니면 생각지도 못한 다른 곳의 개입? 짐승들이 공격한 것 같다라... 짐승들이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귀물?... 잠깐... 귀물?”


“춘복아! 며칠 전 올라온 보고에서 벽암진인이 있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며칠 째 악양루에 머물고 계십니다.”


“그래? 벽암진인과 만나겠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패천궁의 속도는?”


“이상하게 경공을 펼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 속도라면 이, 삼일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방심하지 말아라. 경공을 펼치면 한나절이다. 갑자기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니 사독신님과 준비하는 분들은 움직이지 말아달라고 말씀 드려라.”


“네. 알겠습니다.”


패천궁만해도 온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상황에서 귀물의 출현은 주독개를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그는 빠르게 신법을 펼쳐 악양루를 향했다. 악양루 입구에 들어서자 거한 두 명이 주독개의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주독개의 외견만 보고 다가왔다가 그의 허리에 매듭지어진 결수를 보게 되었다.


“개방의 분타주님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대로 허리 숙여 인사하는 거한들.


‘문지기들이 이 정도라. 대단하군.’


주독개는 악양루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 그에게는 뒷골목의 허름한 객잔이 집안과 같이 편안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주독개를 한 눈에 알아본다. 물론 개방의 매듭 결수가 어떤 의미인지는 무인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태도나 모습에 감탄한 주독개다. 얼마 안 있어 단정한 차림의 남자가 내려왔다.


“주독개님! 안녕하십니까? 이곳 악양루의 총관을 맡고 있는 여상량이라고 합니다.”


허리 숙여 인사하는 누구에게 주독개는 포권을 취했다.


“개방 악양을 맡고 있는 주독개라고 합니다. 이곳 악양루에서 뵙고 싶은 분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혹시 약속을 하고 오신 겁니까?”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느 분을 뵈려고 하시는지?”


“벽암진인이라고 이곳에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이곳에 계십니다. 다만 그분께 만남을 주선해도 될지 한번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원래는 저희가 그런 일을 하면 안되지만...”


주독개가 총관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다시 한번 포권을 취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배려해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그럼 잠시 이곳에 앉으셔서 기다리시면...”


“아닙니다. 거지가 앉아있으면 사람들도 싫어할 것이고 저조차 불편하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주독개는 총관의 제안을 거절했다. 악양루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누가 고개를 숙이고는 위로 올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가 내려왔다.


“뵙겠다고 하십니다. 저를 따라 오시지요.”


누가 먼저 움직이자 주독개가 뒤를 따랐다.


악양루 삼층. 극빈들만 오른다는 층이다. 총관을 따라 올라서니 주독개의 눈에 창가 쪽에서 서있는 한 노인이 들어왔다.


바로 벽암진인이었다. 백색의 도복, 백발이 섞여 있는 검은 머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턱에는 새하얀 수염이 늘어져 목밑까지 내려와있는 청수한 인상의 진인.


“기다리고 있었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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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2.10.30 08:32
    No. 1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시우파
    작성일
    22.11.01 11:03
    No. 2

    주말 잘 보내셨느지 모르겠네요.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뾰족이언니
    작성일
    22.10.30 23:43
    No. 3

    사람 얼굴을 한 물고기... 으악!!! 생각만해도 끔찍 하네요. 거기다... 사람을 뜯어 먹는... 오메 오늘 꿈에 나올까 겁나융...ㅠㅠ)! 흑...

    하지만 흉칙 할 수록 재미는 배가 되는 법! ㅎ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굿 밤 되셔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8 시우파
    작성일
    22.11.01 11:03
    No. 4

    무서운 물고기 입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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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적유어(赤鱬魚) +6 22.10.31 887 14 12쪽
» 벽암진인(碧巖眞人) +4 22.10.30 930 13 11쪽
176 만전(萬全) +4 22.10.29 910 13 13쪽
175 진격(進擊) +2 22.10.28 915 12 12쪽
174 결정(決定) +2 22.10.27 885 14 12쪽
173 격분(激忿) +4 22.10.26 901 14 11쪽
172 주작팔멸(朱雀八滅) +3 22.10.25 901 12 12쪽
171 화섬팔멸(火掞八滅) +2 22.10.24 910 12 12쪽
170 명멸청광(明滅靑光) +4 22.10.23 950 14 13쪽
169 금국신승(金菊神僧) +4 22.10.22 974 15 13쪽
168 형산대전(衡山大戰) +6 22.10.21 998 15 12쪽
167 검왕 사(劍王 死) +4 22.10.20 992 16 11쪽
166 음양뇌령신공(陰陽雷靈神功) +2 22.10.19 982 15 14쪽
165 단우형(段優炯) +1 22.10.18 949 14 12쪽
164 후예사일(后羿射日) +4 22.10.17 964 14 12쪽
163 흑망(黑芒) +3 22.10.16 953 15 14쪽
162 기련쌍노(祁連雙老) +2 22.10.15 953 15 13쪽
161 관일창검(貫日槍劍) +3 22.10.14 965 13 14쪽
160 상비사(象鼻寺) +4 22.10.13 997 13 12쪽
159 운명(運命) +2 22.10.12 96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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