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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파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를 죽일수 있을까? (사신무황편)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시우파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7
최근연재일 :
2023.01.27 21:03
연재수 :
1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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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411
추천수 :
3,438
글자수 :
1,033,004

작성
22.10.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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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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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적유어(赤鱬魚)

DUMMY

벽암진인이 뒤돌아서며 주독개에게 말했다.


“개방 악양 분타주 주독개라 합니다. 제가 오실 것을 알고 계셨군요?”


“그렇다네. 좋은 눈을 갖고 있군. 탐신안(探神眼)에 협안(俠眼)이라. 진리에 목말라하며 천하창생을 생각하는 자네의 그 눈. 변하지 말게. 그리고 내 하나 충고 아닌 충고를 하지. 드러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겠지만 자네는 그리하면 안 된다네.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때지.”


벽암진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챈 주독개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제 눈에 많은 것들이 들어있나 봅니다.”


“눈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과거, 현재, 미래에서부터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까지 그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네. 물론 그 눈들이 변하는 것도 나는 수없이 봐왔다네. 자네의 그 정심한 눈. 변하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곳에 왜 왔는지 아시겠습니다?”


주독개의 질문에 벽암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복자가 아니라네. 하지만 오늘 기인이 찾아온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 다만, 내 짐작건대 어젯밤 군산에서 느껴진 귀기 때문에 온건은 아닐까라고 생각되나만...”


“맞습니다. 지금 현재 무림은 육마련이라는 대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육마련의 패천궁이 지금 이곳 악양으로 몰려오는 중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이지요.”


“그래서 나에게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려 온 것이고?”


“맞습니다.”


“음...”


잠시 벽암진인이 저 멀리 보이는 군산을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세속을 떠나려 했지만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천명이 아직도 남아있나 보구나?”


벽암진인이 주독개를 바라본다.


“한번 가보도록 하지. 가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네.”


“알겠습니다.”


주독개는 벽암진인과 함께 서둘러 나루터로 갔다.


“오셨습니까?”


삼결제자 한 명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해왔다.


“가자!”


주독개는 이미 이곳으로 벽암진인과 올 것을 예상했었는지 배를 준비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노를 젓는 삼결제자는 이곳 동정호의 오래된 뱃사공 같이 능수능란하게 배를 몰았다. 순식간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군산.


“잠시만...”


배 옆에 서서 물길을 바라보던 벽암진인이 말했다.


삼결제자가 노를 멈췄다. 벽암진인은 그자리 그대로 서서 동정호 속을 바라만 보고 있다. 그의 눈이 미세하게 가늘어졌다. 마치 그의 눈은 동정호 깊숙이 무엇이 움직이는지를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그것들은 이 밑에 있다. 음기가 강해지는 밤을 기다리고 있도다. 가련한 존재들... 자 다시 노를 젓게나.”


벽암진인의 말에 주독개는 물밑을 바라봤지만 보이는 것은 푸른 물결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배는 군산 백사장의 지척까지 다가왔다.


다시 한번 눈이 가늘어지는 벽암진인. 그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곳으로...”


벽암진인이 가리키는 곳은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을 법한 장소였다.


삼결제자가 노를 저어 벽암진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으음... 대단한 귀기로다. 아직까지 그 힘이 머물러 있다는 것은...”


“진인! 대체 무엇을 보고 말씀 하시는 겁니까?”


지금까지 아무것도 묻지 않던 주독개가 물었다.


“시작은 이곳이었네. 귀물이란 영물이 천도를 어기고 변하는 경우 혹은 범접하지 못할 강한 귀물이 짐승들을 변화시키는 경우로 생각할 수 있다네. 이곳 군산은 후자에 속하는 것 같군. 바로 이곳에서 어떤 강한 귀물이 물고기를 귀물로 만든 것이지.”


벽암진인의 말에 주독개의 얼굴이 크게 굳어졌다.


“그렇다면 계속 귀물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입니까?”


“아무래도 그럴 것 같다네. 우선 습격 당했다는 촌락으로 가보지.”


삼결제자가 다시 노를 저어 촌락이 있는 방향의 백사장으로 향했다.


“넌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라.”


백사장에 상륙한 주독개와 벽암진인은 습격 당했다는 촌락으로 향했다. 촌락의 모습은 흉흉해 보였다. 무너진 담벼락에 촌락에서 느껴져야 할 생기는 전혀 없고 기분 나쁜 기운들이 맴돌고 있다.


“오셨습니까?”


주독개를 발견하고는 사결제자 한 명이 다가와 인사했다.


“수습은 어떻게 하고 있지?”


“저희 개방과 호군파가 시체들을 한군데로 모아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촌락의 사람들보다 시체들이 적다는 것입니다.”


“어디 다른 곳에 나가있는 것은 아닌가?”


“여기 촌락 사람들은 외부로 그리 많이 나가지 않는다 했습니다.”


“사체들을 한번 보도록 하겠네.”


벽암진인의 말에 사결제자가 시체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생존자는?”


“한 명 있는데 기식이 엄엄합니다. 이곳에 의술을 알고 있는 사람은 치료가 힘들다하여 악양으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주독개와 벽암진인이 시체들 앞에 섰다. 시체의 모습들은 각기 각색이었다. 목이 뜯겨져 나가있는 시체, 가슴이 파헤쳐 있는 시체 등 다양한 모습들이었는데 한가지 공통사항은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들이라는 것이었다.


“음... 아직 확단하기는 이르나 적유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네.”


“적유어? 그것이 무엇입니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주독개가 물었다.


“즉익택에 사는 물고기를 말하지.”


“즉익택이라면... 청구산에서 흘러 나온다는 영수(英水)들이 모인다는 곳? 그곳은 그저 전설의...”


“어느 정도는 알고 있군. 즉익택은 실존 하는 곳일세. 다만 그곳은 인세의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든 곳이지. 전설과 진실은 한끝 차이. 전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다라는 것을 알아두게.”


“그럼 그 적유어라는 존재는 어떤 것입니까?”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일세. 원앙새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지. 나도 본적은 없다네. 적유어는 사람의 얼굴을 먹고 그 외모를 변화시킨다고 했다네. 이렇게 목이 없는 시체들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적유어가 사람의 머리를 뜯어 먹고 그들의 얼굴을 바꾼다는 말씀입니까?”


주독개가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벽암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머리가 떨어져나간 시체의 숫자만큼 적유어라는 귀물이 있는 것이겠네요?”


“최소한일세. 아까 말하지 않았나? 다른 동물을 귀물로 만든다고. 그것은 사람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일세.”


상황에 대해 파악할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가기만 했다.


벽암진인과 적봉혈개는 생존자가 있는 민락으로 들어갔다. 의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생존자를 돌보고 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는지 고개를 내젓고만 있다.


“무··· 물을 줘. 목말라.”


생존자는 정신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는 초점 없는 눈동자에 자꾸 갈증이 나는지 물을 달라고만 말하고 있었다.


“이미 많은 물을 먹였습니다. 그래도 계속 저 상황이지요.”


치료를 포기한듯한 의원의 말이었다.


“더 이상 물을 먹여서는 안되네.”


벽암진인이 말을 하고는 생존자의 상의를 풀어헤쳐 그의 상세를 살폈다. 생존자의 가슴에는 붕대가 메어져 있었는데 벽암진인이 붕대를 벗겨내자 커다란 이빨 자국이 가슴팍에 새겨져 있었다.


“이곳 상처로부터 흘러 들어간 귀기가 점점 이 사람을 귀물화 시킬 것일세. 자꾸 물을 찾는 이유는 바로 적유어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지.”


“그럼 이 상태로 이 남자가 귀물화가 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주독개가 크게 굳어진 얼굴로 물었다.


“다행히 몇 장 만들어 놓은 부적이 있다네.”


벽암진인이 품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들고는 생존자의 상처 위에 올려 놓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한 듯,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벽암진인의 주위로 묘한 기운들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생존자의 상처에서 흘러 나오는 검은 기운. 귀기인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검은 기운들은 부적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반각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벽암진인의 주문이 끝났다.


그리고 푸른 불꽃을 일으키며 타 들어가는 부적. 주독개와 노인의 눈에 놀라움이 빛이 깃들어 있었다. 쓰러져 있던 생존자는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다.


“이젠 괜찮을 걸세. 의원께서 잘 돌봐주시게.”


“예.”


벽암진인의 신묘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는 의원이다. 주독개와 벽암진인이 집에서 나왔다.


“저희는 어찌해야 하는 것입니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한 주독개가 물어왔다.


“귀물들은 밤에만 움직일 걸세. 그들이 낮에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지. 오늘 밤에는 이곳 군산과 함께 악양쪽 물가에도 무인들을 배치해야 할걸세.”


“지금 저희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습니다. 패천궁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선택은 자네들의 몫일세. 패천궁이라는 놈들의 진격을 막거나··· 아니면 이들을 지켜내거나 일세.”


“진인께서는 어찌하실 것입니까?”


“세속의 일에는 이제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조차 이제는 어쩔 수 없다네. 이미 이곳으로 발을 들여 놓은 상황이니 나 또한 민초들을 지켜야만 하겠지.”


벽암진인의 말을 들은 주독개의 얼굴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여기 군산에 오늘 있어주십시오. 무인들을 보내 놓겠습니다. 저 또한 돌아가서 상황에 대비할 방법을 찾아 오겠습니다.”


“알겠네. 내 미리 말하지만 오늘이 고비일세. 잘못하다가는 일파만파로 퍼지는 귀물들을 막아내기 힘들어질 수도 있네.”


“알겠습니다.”


주독개는 포권을 취하고는 군산에서 다시 악양의 육지로 향하는 배를 탔다.


‘사독신님을 찾아 뵈어야겠다. 혹시 그 분이라면···?’


주독개는 악양 나루터에 도착하자마자 경공을 전력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절정의 만리추풍신법을 펼치며 남하하는 주독개. 그가 간 곳은 바로 사독신과 당가십이비가 대기하는 곳이었다. 패천궁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그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아직 이 곳에 올 때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주독개의 모습을 본 당천종이 물어왔다.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인가?”


“동정호에서 귀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귀물? 자세히 이야기 해보게.”


주독개는 어제 새벽에 일어난 일들과 함께 벽안진인과 있었던 일을 당천종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당천종의 표정이 크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큰일이로군. 자네의 말대로라면 당장에 이곳으로 올 무인들이 없다는 말이지 않은가?”


“맞습니다. 만약 오늘 밤 패천궁이 진격한다면 계획되었던대로 악양의 문파들이 이곳으로 올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음··· 방법이 없군. 무림맹이 오늘 도착한다면 모르겠지만···”


주독개는 머뭇거렸다.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당문이다. 게다가 암기와 더불어 독공이 있으니 귀물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보다 유리하게 전세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귀물들에게 독이 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주독개의 앞에 있는 사람은 사독신이다.


중원 제일의 독신. 그라면 그 자리에서 귀물들에게 통할 독을 내밀 수 있으리라.


하지만 주독개는 당문의 회군을 포기했다. 사독신과 당가십이기가 있다면 귀물들과의 싸움이 편해 질 수 있겠지만 그들은 패천궁으로 인해 이곳에 묶여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제 계산으로는 내일이면 무림맹이 도착할 것 같습니다. 만약 오늘 패천궁이 이곳으로 진격한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늦춰주십시오. 군산과 악양은 저희가 어떻게 해보겠습니다.”


“시간 싸움이로군. 알겠네. 내 어떻게든 그들의 진격을 늦춰보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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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 외전(마천위 이야기) 23.01.25 637 7 17쪽
185 에필로그 +8 22.11.08 1,028 16 11쪽
184 결전(決戰) +1 22.11.08 1,037 11 17쪽
183 삼신기(三神器) +2 22.11.05 909 12 12쪽
182 파천압뢰(破天押牢) +2 22.11.04 892 11 12쪽
181 숙적(宿敵) +3 22.11.03 894 14 12쪽
180 출현(出現) +2 22.11.02 908 13 12쪽
179 군산혈전(君山血戰) +1 22.11.01 907 12 12쪽
» 적유어(赤鱬魚) +6 22.10.31 888 14 12쪽
177 벽암진인(碧巖眞人) +4 22.10.30 930 13 11쪽
176 만전(萬全) +4 22.10.29 910 13 13쪽
175 진격(進擊) +2 22.10.28 915 12 12쪽
174 결정(決定) +2 22.10.27 885 14 12쪽
173 격분(激忿) +4 22.10.26 901 14 11쪽
172 주작팔멸(朱雀八滅) +3 22.10.25 901 12 12쪽
171 화섬팔멸(火掞八滅) +2 22.10.24 910 12 12쪽
170 명멸청광(明滅靑光) +4 22.10.23 950 14 13쪽
169 금국신승(金菊神僧) +4 22.10.22 974 15 13쪽
168 형산대전(衡山大戰) +6 22.10.21 998 15 12쪽
167 검왕 사(劍王 死) +4 22.10.20 992 16 11쪽
166 음양뇌령신공(陰陽雷靈神功) +2 22.10.19 982 15 14쪽
165 단우형(段優炯) +1 22.10.18 949 14 12쪽
164 후예사일(后羿射日) +4 22.10.17 964 14 12쪽
163 흑망(黑芒) +3 22.10.16 953 15 14쪽
162 기련쌍노(祁連雙老) +2 22.10.15 953 15 13쪽
161 관일창검(貫日槍劍) +3 22.10.14 965 13 14쪽
160 상비사(象鼻寺) +4 22.10.13 997 13 12쪽
159 운명(運命) +2 22.10.12 96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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