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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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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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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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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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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벤델 루이스

DUMMY

“로벤. 마나를 다루는 데 필요한 능력은 총 세 가지다. 마나 제어력, 수용력, 그리고 친화력. 여기서 가장 중요한 힘은 무엇일 것 같으냐.”


“······제어력인가요?”


“아니, 친화력이다. 마나를 제어하는 힘과 수용하는 힘은 후천적으로 갈고 닦을 수 있으나, 마나 친화력은 오로지 재능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돌고 돌아 결국, 이 몸에 대한 칭찬 아닌가?’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그 재능을 지녔음에도 검술 훈련에 시간을 쏟는 너를 타박하기 위해 한 말이니까.”


벤델은 말과 다르게 마법과 검술을 병행 수련하는 나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내가 검술에도 싹이 보인다는 황실 수호기사의 언급을 들은 직후였기도 했지만.


“근데···. 그런 경우가 있지.”


“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나를 다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 마법사들은 굉장히 무기력해지지 않겠느냐.”


“대개는 그렇죠?”


“예를 들자면···. 그래. 타인이 마나의 주도권을 빼앗는다고 생각해보자.”


내 조막만 한 손에 들려있는 연습용 목검이 진동한다.


허공에 손을 뻗은 벤델의 손에서 곱게 빻은 눈가루처럼 섬세한 마나의 입자가 흘러나와 목검을 감싼다.


“네 손에 들려있는 검은 나보다 네게 더 익숙할 테지.”


“그야 물론···.”


감싸 쥔 목검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온다.


마치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처럼 마나 입자로 감싸인 목검은 자연스럽게 벤델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외부에서 검 자체를 빼앗는다면, 네가 검을 얼마나 잘 다루던 간에 한 번도 휘두르지 못할 것이다. 마나도 똑같아. 마나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경우 제어력, 수용력, 친화력 그 어떤 힘도 쓸모가 없게 된다,”


“······제 소유의 마나까지 말인가요?”


“너의 친화력이면 가지고 있는 마나의 주도권을 빼앗길 리는 없겠다만···. 독 중에는 마나를 흩뜨리는 독도 있으니 충분히 조심해야겠지. 그것도 결국 남에 의해 마나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게 아니냐.”


벤델이 한쪽 입술 끝을 능글맞게 끌어올린다. 피곤이 내려앉은 눈에선 장난기가 엿보였다.


‘심심해서 하는 말은 아닌 것 같고···.’


“하고 싶은 말씀이 따로 있나 보군요.”


“로벤. 너는 정말 나이에 맞지 않게 영민한 아이야.”


벤델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어린 내 몸에 비하면 솥뚜껑만 하게 큰 손바닥으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맞아.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그래서 난 독자적인 마법 체계를 만들었다.”


벤델이 독자적인 마법 체계를 만들었다?


귀가 쫑긋해지는 말이다. 제국 내에서도 한 손에 꼽힌다는 전투 마법사인 그가 만든 마법 체계···. 매우 궁금하다.


벤델은 말을 이어 하지 않고 가만히 손에 있는 목검을 바라본다.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것처럼 벤델의 손에 있는 연습용 목검은 왔던 길을 거꾸로 따라간 후 나의 손아귀에 흘러 들어왔다.


“그리고 이 마법 체계는···. 마나 제어력을 극한으로 연마한 뒤에나 완성시킬 수 있었지.”


“······!”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훗. 로벤. 놀랐느냐. 너도 네 축복받은 친화력에 안주하지 말고 제어력과 수용력을 계속해서 갈고 닦도록 해라. 그래야 너만의 마법을 창조할 수 있을 터이니.”


무의식적으로 입이 벌어진다. 벤델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벤델이 보는 나는 분명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겠지···.


······하나 벤델이 자신의 방식으로 마나를 제어하는 모습을 누구라도 처음 보면 놀라게 될 터다.


왜냐하면···.


*


“제 발로 사지를 찾아왔구나!”


-······제이르. 네가 이렇게 선을 넘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권력에 눈이 멀어 악마와 손을 잡고 제 형제를 먹어치우다니···. 레베카가 보면 개탄할 것이 분명하다. 네 몸에 흐르는 피의 반쪽은 고귀한 바하무트 황족의 피라는 사실을 잊었느냐?


방을 감싼 흑마법을 깨부수고 바깥과 이어진 균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제는 악귀의 탈을 쓴 제이르의 눈이 가늘게 변한다.


“레···베···카···. 어머니···. 아아.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위해 증오스러운 벤델을 꺾고 찬란한 권좌를 선물해드리겠습니다!”


“어머니를 위한다는 놈이 제 형제를 죽여 그 힘을 흡수한다니! 이 가증스러운 새끼!”


쿠우우우웅!


진동이 점차 거세진다. 허공에 번져가는 균열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제이르가 나를 바깥과 격리하기 위해 펼친 흑마법이 완벽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건방진 로벤! 그리고 벤델! 네놈들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제이르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본다.


‘마나의 운용은···. 힘들겠어.’


흩어진 마나는 쉬이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제이르의 흑마법과 섭취한 맹독에 대항할 수 있는 비장의 힘인 성력은 정신력을 과도하게 갉아먹는다. 성력을 남용하여 제이르를 상대했다가는 제풀에 지쳐서 먼저 정신을 잃고 말 터.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벤델이 이변을 눈치채고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항상 피곤해 보이는 얼굴.


만사 여유롭고 느긋한 움직임.


그러나 그 속에 가려진 진면목은···.


“······그 눈빛, 포기하지 않았군. 로벤, 바깥에 있는 벤델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이미 이 성내의 그 누구도 나에게 대적할 수 없다.”


콰아아앙!


공간을 구성하고 있던 마기가 제이르를 중심으로 폭발한다.


꿀렁이며 퍼져나가는 마기.


그 탁하고 역겨운 기운이 퍼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탁류가 사방에 파도치는 듯했다.


마기에 버티기 위해 성력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한다.


“로벤. 뒤로 물러나라.”


천둥을 동반한 호우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환상이 깨지고 드러난 풍경.


창에 비친 바깥 날씨는 이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화창하다.


벤델의 뒤에는 한나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다.


상황을 살피는 내 시야도 흐려지기 시작한다. 독이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성력으로도 완전히 중화시키지 못했다.


힘이 다하기 전에 바닥에 내팽개쳐진 망토를 주워들고 잽싸게 발을 굴러 벤델의 뒤로 이동한다.


“어째서?!”


독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나와 마법이 깨지고 모습이 드러난 벤델을 주시하고 있던 제이르는 두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제이르가 경악한 이유를 놈이 직접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흑마법과 마기에 반응해 몸 안에서 마나를 흩뜨리고 근육을 녹이는 극독.


놈은 틀림없이 식사할 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독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한 것을 보고 계획을 결행했을 터.


······지금만큼은 이 성내의 그 누구도 자신을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벤델은 그 독에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았다.


이 공간을 장악한 벤델의 강대한 마나.


대상이 내가 아님에도 피부가 저릿저릿하고 본능이 경고한다.


벤델에게 가까이 가는 건 위험하다고.


“네 독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그럴 리 없어! 리브레의 피로 만들어진 극독을!”


리브레의 피?


타락한 드래곤의 피로 만든 극독이라니?


제이르가 생각보다도 헥사르와 깊게 연관되어 있었나?


벤델은 제이르의 외침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법을 영창 한다.


오히려 지켜보는 내가 소름이 끼치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기본적으로 보조 마법인 ‘마법 최강화’가 동반된 마법들.


“마나 장악.”


숨 쉴 공간마저 빽빽하게 벤델의 마나로 차오른다.


“공간 제어.”


차오른 벤델의 마나는 주인의 의지를 받들어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만든다.


[원소 합성(Element synthesis)]


[빙결 감옥(Frozen prison)]


[헬 파이어]


등 뒤로 켜켜이 쌓인 마법진은 각기 다른 마법을 이루었지만, 결국엔 한 번에 동작한다.


‘삼중 영창!’


세 개의 고위 마법을 동시에 펼쳐내는 신기.


투명하게 결정화된 기둥이 제이르의 앞뒤와 양옆에서 솟아난다. 가까이 오는 존재는 죄다 얼려버릴 극한의 냉기를 뿜어내며.


그와 함께 놈의 발아래에 새하얗게 불타오르는 불꽃이 발화한다. 크기를 키운 불꽃은 아까 제이르가 보여준 지옥불과 비교도 하기 힘든 흉포한 기세로 그 주둥이를 벌려 대상을 삼키려 했다.


화르르륵!


원소 합성으로 한 가지의 속성이 아닌, 서로가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물과 대지, 그리고 불과 바람으로 이루어진 벤델의 마법들.


사전에 메모라이즈 하지 않고 펼쳐냈음에도 술식의 구성부터 발동까지의 속도가 가히 전광석화다.


“밤의 장막(The night curtain)!”


제이르가 악을 질렀다.


제 형제를 먹어치워서 몸집을 키운 놈의 마기는 벤델의 마법에 대항해 한 줄기의 빛도 투과시키지 않는 암막을 생성한다.


‘끝이야.’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흡수한 힘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그들에겐 존재했다.


벤델이 오른손을 들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움켜쥔다.


그러고는 무덤덤하게 마법을 시전한다.


“디스트럭션(Destruction).”


파스슷.


제이르가 스스로를 보호하려 펼친 그림자는 허무하게 스러지고 떨리는 눈동자로 벤델을 바라보는 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녀석도 이젠 깨달았겠지.


지금까지 펼쳐낸 벤델의 모든 마법. 그 전부가 벤델의 심장에서부터 뻗어 나온 마나로 구현된 것이 아니다.


-맞아.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지. 그래서 난 독자적인 마법 체계를 만들었다.


타인에게 마나의 주도권을 내어주게 될 상황에 대처하고자 벤델이 개발한 독자적인 마법 체계.


심장 주변을 공전하는 별의 흐름을 자신이 지배하는 아공간에 그려낸다.


그려낸 별들의 흐름을 계속해서 순환시킨다.


그 별들의 흐름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우의 흐름과도 같다.


그러한 심상(心象)으로 아공간이라는 도화지에 벤델이 그림을 그렸기에.


물론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는 붓과 물감은 전부 벤델의 마나였다.


파지지직!


벤델의 머리 위로 별이 떠 오른다.


그의 마나가 가진 성질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 별은 순백색으로 빛나고 있다.


열 개의 선분이 교차하여 그려낸 별의 모양은 십각별.


자세히 보면 그 별 속에는 열 개의 별이 정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며 꼬리를 남긴다.


‘······처음 보았을 땐 분명, 아홉 개의 별로 이루어져있었는데···.’


벤델이 쌓은 모든 마나가 저 별에 응축되어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독으로 몸속의 마나를 흩뜨린다고 벤델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벤델은 저 별을 구성하는 마나를 바탕으로 마법을 펼친다. 그의 심장에 내재한 마나는 십각별을 구성하는 마나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일 뿐.


‘스타 스트림(Star stream)···.’


한쪽으로만 이동하는 열 개의 별.


그리고 그 별들의 꼬리가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그려지는 순백의 마나로 모양을 형성하는 또 하나의 별.


저것이 벤델의 독자적인 마법 체계, 스타 스트림. 즉 성류(星流)다.


전투 마법사 벤델의 비전 마법이었으며.


오랜만에 봤음에도 별의 형태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벤델!!!! 도대체 너는 무엇인데 나를 이토록 방해하는가!!!!”


어둠이 걷히고 맨 얼굴이 드러난 제이르가 처절하게 소리 지른다.


내가 에센과 생명의 숲에서 헥사르의 의식을 방해했듯이, 제이르가 꾸민 악랄한 계획을 벤델이 전부 어그러뜨린 셈.


긴 시간동안 타오른 열등감에 손잡아서는 안 될 놈들과 결탁하여 타락의 길을 걷고, 같은 어미에게서 나고 자란 형제들을 고작 흑마법의 높은 성취를 이루고자 제 손으로 먹어치운 흑마법사.


계승식이라는 타이밍에 맞춰 독물을 먹이고, 제 형제로도 부족해서 나와 다니엘, 그리고 벤델까지 먹어치운 후 루이스 공작가를 집어삼키려 했다.


“즉결 처형이다. 네 놈의 만행은 여기까지야.”


고저가 없는 벤델의 목소리가 옆에서 속삭이듯이 또렷하게 들린다.


“스타 폴(Star Fall)."


완전히 형태를 갖춘 십각별이 또 한 번 빛을 발한다.


별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는 벤델이 공간 채로 몸을 옥죄고 있는 제이르가 서 있는 장소 꼭대기에 보라색의 오각별을 만든다.


그 별의 추락은 성력의 무리한 사용으로 침침해진 시야를 밝힌다.


······그야말로 정화(淨化)의 순간.


“벤데에에엘!”


제이르의 비명과 동시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새하얀 빛이 세상천지를 잠식한다.


작가의말

늦어서 지송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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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드러나는 어둠 21.07.24 91 0 14쪽
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2 0 16쪽
» 벤델 루이스 21.07.15 87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4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2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2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6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4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1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2 1 13쪽
50 비극 21.06.23 190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9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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