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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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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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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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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

DUMMY

‘로벤 루이스?’


아이리스와 쫓아오는 한 존재의 정체를 남자는 쉽게 알아차렸다.


‘저자가 왜 여기에?’


사티아에 있어야 할 마법사가 왜 생명에 숲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쫓아오는 추격자는 단둘뿐.


하이 엘프 아이리스와 로벤 루이스.


아이리스는 생명의 숲에서 가장 강한 엘프였다. 아니, 가장 강한 존재라고 해야겠지.


사사건건 의식을 방해했고, 총단에서 지원한 병력은 거의 모두가 저 엘프의 손에 죽었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며 조화를 중시한다는 엘프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극단적인 강함이었다.


‘옛날엔 이상한 인간 놈도 있다고 했는데···.’


권좌를 차지한 흑마법사가 생명의 숲에 지원을 왔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세계수의 오염은 헥사르의 비원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아이리스와 의문의 검사 한 명에 의해 모두가 숲에 뼈를 묻게 되었다. 헥사르의 내부 세력 구도가 바뀔만한 큰 사건이었다.


그 후론 헥사르도 조심히, 더욱 은밀하게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이리스도 아이리스고, 다른 하이 엘프도 결코 무시해도 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정체 모를 검사까지 생각하면 생명의 숲은 골칫거리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이나 흐르고.


겨우 자신에게 의식의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 권좌를 차지하고 헥사르 내부에서의 입지를 다질 기회가 왔는데.


또 방해라니.


-누구라고?


“···인간 마법사 로벤 루이스와 하이 엘프 아이리스입니다.”


순수한 영혼을 취하러 가는 자신들의 뒤를 쫓아오는 추격자가 있다고 전하자마자 하우레스는 분노를 드러냈다.


-고작 인간과 엘프, 두 녀석이 나의 만찬을 방해하러 쫓아온다고?


남자는 본능적으로 마나를 끌어올려 정신을 보호했다.


하우레스가 대공 벨리알의 최측근 권속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게헨나의 일각에서 큰 세력을 이루고 있는 몽마에 대항할 수 있는 마족이었던 것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그 이능이 무려 ‘환상의 재창조’다.


실제와 같은 환상은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준이 높은 술자의 환상이라면 더더욱 강렬하게 영향을 미친다.


하우레스가 창조한 공간이 그렇다.


대상이 가정하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통찰하고 환상을 꾸며낸다. 환상 속으로 대상을 홀리는 것이다. 그 속에서는 누구도 하우레스의 손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남자의 표정을 읽은 하우레스가 물었다.


-···그까짓 버러지들이 거슬리는가.


남자의 머릿속에 에센에서의 일이 재생되었다.


막바지에 다다른 강림 의식은 세렌과 성신교, 그리고 그 마법사 한 놈 때문에 저지당했다.


로벤 루이스. 귀를 막고 있다 한들 에센에서는 그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취미가 검술인 마도 명가 루이스 공작가의 막내.


그 마법 재능도 제 친형인 벤델 루이스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하며.


불의 대마법사 세렌과 사제관계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거기까지 만이라면 헥사르에서 하등 신경 쓸 것 없는 어린 마법사인데.


헥사르에서 조사한 에센의 뒷이야기에서는 그때 가장 큰 활약을 보인 것이 세렌도, 성신교도 아닌 그 애송이 마법사, 로벤 루이스라고 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남자는 비앙카와 로벤의 마법 대련을 전부 지켜본 입장으로서 로벤의 수준이 그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작 17살의 어린 나이다.


마법 수준도 고작 다섯 개의 별을 이루었다 뿐이고.


놈의 이기적인 마법 친화력은 범상치 않지만···.


아펠라를 잃고 잔뜩 악에 받친 아놀드, 그리고 그곳의 수많은 키메라를 상대로 세렌과 성신교보다 활약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지금까진 제국 공작가의 영웅 만들기 장난쯤으로 치부했는데.


‘악마의 저주를 해주한 존재가 로벤일 수도 있나.’


그럴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대마법사의 수제자라면 숨겨둔 한 수쯤은 있다고 가정해야 옳다.


···놈을 처리하고 영혼까지 털어 모든 것을 파헤쳐주마.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계획보다 시간이 더 앞당겨진 터라.”


-어리석다. 보여주지.


하우레스의 시선이 어두운 숲의 안쪽, 추격자가 오는 방향을 응시한다.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마기가 남자와 하우레스 주변을 잠식해 나간다.


퍼져나가는 마기의 끝부분이 일렁거리며 풍경과 동화한다. 점차 그 경계선도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하우레스의 이능!’


환상의 재창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보기만 해도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마법이었다.


저렇게 악의로 가득 찬 환상이라니?


-네가 할 일을 알려주마.


“예···. 예에. 뭐든 명령만 해주십시오.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의 모든 상황은 어처구니없이 쉽게 진행되었다.


하이 엘프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환상. 이는 곧 현실이 되었고.


-누구보다 먹음직스러운 영혼이 제 발로 찾아왔구나.


환상을 굳게 믿고 있는 아이리스 덕분에 이 공간에서 놈들은 끝없이 발버둥 치다가 하우레스의 먹잇감이 될 것이었다.


이게 게헨나의 고위 마족이다.


고작 인간과 하이 엘프 두 명이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랬을 터인데.


검으로 말도 안 되는 신기를 펼치는 마법사, 아니 마검사 로벤 루이스.


놈이 하우레스의 이능을 깨트렸다.


보면서도 믿기질 않았다.


“··· 목 씻고 기다려. 곧 따러 가줄 테니까.”


로벤이 살벌하게 웃으며 남자를 쏘아본다.


꿀꺽.


그 협박에 남자는 난생처음으로 짜릿함을 느꼈다.


헥사르에서 그를 견제하기 위해 다른 파벌에서 보낸 키메라와 싸울 때도.


에센에서 대마법사 세렌에게 쫓겨 화염 마법의 대상이 되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절세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최고급 창녀들이 헐벗은 상태로 심장이 꺼내져 제단 위에 올랐을 때보다 더욱 흥분된다.


“로벤!!”


아직이다.


아직 남자는 보여주지 않은 비장의 수가 있다.


저 건방지고 버릇없는 애송이 마검사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싶어 참을 수 없다.


저 고고한 하이 엘프가 소중한 것을 잃고 나락까지 떨어져서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기에 어울려 주었다.


연기했다.


놈이 기세등등하게 자신을 쫓아 올 수 있도록.


시간은 하우레스가 충분히 끌어줄 거다.


소환된 대공의 권속은 하우레스 뿐만이 아니었으니.


조각나서 흩어지는 마기의 파편을 바라보던 남자는 발걸음을 하우레스에게 바칠 순수한 영혼이 있는 엘프의 마을이 아닌, 세계수가 있는 생명의 숲 중심부를 향해 돌렸다.


*


사티아의 신입생들은 입학 이후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첫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탓이다.


1학기가 끝나가고, 그 많던 과제를 해치웠음에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학기 말에 치러지는 시험이었다.


“유리이···. 얼굴 보기 힘들다아?”


유리 네메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그녀는 다른 신입생들보다 수강하는 강의가 더 많았으니, 시험공부는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실전된 고대 마법에 대한 고찰. 이건 거의 다 끝냈고···. 기초 소환학 이것도 공부할 만큼 했으니···. 좋아! 오늘은 화염 마법의 응용과 이해. 요거다!’


저녁 이후의 공부 계획까지 알차게 짠 유리는 말을 건넨 슈라를 바라보았다.


“으으음···. 그러게?”


“맨날 도서관 아니면 방에서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잖아! 공부도 잘하는 기집애가!”


“슈라. 공부하게 놔둬요. 미련한 유리 씨가 저렇게 공부해도 어차피 수석은 제가 할 테니까요.”


빠직.


“비앙카. 신학이 상당히 약하던데. 수석 자리 지킬 순 있을까 모르겠네?”


“···그런 마법 강의도 아닌 필수 이수 과목에 쏟을 시간이 아까울 뿐이에요. 걱정 안 하셔도 신학 시험 준비는 이미 끝났답니다.”


“네네~ 아무렴 그 비앙카인데 시험공부야 어련히 하셨겠죠~”


“어휴. 또 시작이네. 유리. 오늘은 저녁 같이 먹자. 공부도 중요하지만 굶으면서까지 하는 건 몸에 좋지 않아. 한창 클 나이니까.”


듣고 보니 일리 있는 말이다.


-거기 가서도 식사는 거르지 않도록 해요.


-네에!


사티아에 오기 전에 한 약속이 떠올랐다.


‘···근래 시험을 준비하느라 거른 끼니가 꽤 됐었지. 원래 인생의 낙은 식도락(食道樂)이라고 배웠으니까.’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앙카가 말은 저렇게 해도 유리를 신경 써주는 것은 슈라와 그녀, 두 명이 거의 유일했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여기에 물만 주고 나갈게!”


유리의 방, 창틀에 놓여 있는 조그마한 화분.


그 화분 위에 앙증맞게 피어있는, 엘프의 꽃이라는 프렐리.


평소와 같이 간단한 창조 마법으로 물을 주려던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 꽃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했다.


“···어? 렐이 이상해!”


“렐? 네가 키우는 꽃 말하는 거야?”


“뭐가 이상한가요?”


슈라와 비앙카는 유리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온다.


공부로 바쁜 와중에도 유리가 애지중지하는 프렐리.


슈라도, 비앙카도 유리의 부탁으로 종종 물을 준 적이 있어 그 생김새를 잘 알고 있었다.


“렐이 왜 이러지···?”


유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슈라와 비앙카가 바라본 프렐리의 꽃잎 끝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


-인간 놈이이이이!!


내가 파훼한 환상 마법이 펼쳐졌던 장소에는 마족 놈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존재감부터가 다르다.


‘환상이 이능이었나. 본체의 전투 능력은 그리 높지 않겠어.’


전투형 능력을 지닌 마족이 아니다.


보아하니 아직 상태도 완벽하지 않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암영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재차 생성한다. 오늘만 해도 몇 번째인지, 심장 부근이 뻐근했다.


아이리스는 정령으로 마족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녀는 나를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바라보는 마족의 흉악한 얼굴이 한껏 일그러졌다. 놈도 내 검에 베이면 성치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했다.


‘이미 늦었다.’


···환상에 당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겨우 깨트릴 수 있었다.


만약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저 마족의 환상 속에서 춤을 추다가 힘이 다해 결국 당하고 말았겠지.


-어디 갔느냐아아아아아! 어서 와서 나를 도와주지 않고오오오!


마족이 부르짖는다.


헥사르의 흑마법사 놈은 이미 내뺀 모양이었다.


“걱정하지 마. 너도, 그 흑마법사 놈도. 평등하게 천계로 보내줄 테니까.”


내 암영검에 둘린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에 셰실리를 치유해줄 때 사용했던 따듯한 성력이 더해졌다.


성력의 사용법에 대해 어느 정도 감 잡았다.


“설마 용사님은···?”


아이리스의 혼잣말이 들려온다.


‘내가 용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성력은 마족에게 더없이 치명적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발끝에 마나를 모아 마족 놈의 눈앞으로 블링크함과 동시에 검을 내질렀다.


환상 속에서와는 다르게 마기가 충만한 공간에서도 마나는 내 말을 어느 정도 따랐고, 녀석은 내 검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래. 이게 정상이야.’


여긴 게헨나가 아니다.


마족보단 내게 더 익숙한 대륙이다.


내 의지를 담은 암영검은 마족의 몸체를 쉽게 가를 수 있었다.


-고오 자아악 이인가안 따위가아아아!


익숙한 유언.


아이리스에게 들리지 않도록 놈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어떻게 마족들이 뒤지기 전에 하는 말이 하나같이 똑같은지 몰라. 잘 가고.”


-너···. 너···!


몸통과 분리된 머리통은 내게 베인 부위부터 성화에 타들어 가며 재가 되었다.


고위 마족으로 보였던 놈은,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형태변형도 보여주지 못한 채.


나는 검에 묻은 마기와 마족의 파편을 털어내고 아이리스에게 말했다.


“아이리스 님. 서둘러 흑마법사 놈을 찾아야 합니다,”


“예. 힘을 아낄 때가 아니군요.”


산뜻한 바람이 나를 감싼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그자는 아직 숲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이 방향은···.”


아이리스가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나도 놈의 행선지를 알 것 같다.


““성지!””


나와 아이리스의 말이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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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벤델 루이스 21.07.15 87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4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2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2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6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4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1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1 1 14쪽
51 복귀 21.06.24 212 1 13쪽
50 비극 21.06.23 190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9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8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 격전 21.06.17 216 1 12쪽
43 격전 21.06.16 2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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