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661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7.12 16:00
조회
90
추천
0
글자
12쪽

벤델 루이스

DUMMY

“······그래. 로벤. 다행이구나. 네가 말려들지 않아서.”


“예. 아놀드 교수와 아펠라 교수의 독단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제국에서 보낸 조사단이 알아낸 사실과 별다를 게 없네요.”


“그렇습니다.”


식당에 앉아 있는 사람의 면면에 걸맞게 호화롭게 차려진 만찬도 그다지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솔직히 이 자리가 더없이 불편했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레베카.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한계다.


‘······피곤하다.’


형제들과 그 배우자들까지.


식당은 루이스 가의 식솔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관심을 끄는 것 자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관망하고 있는 제이르.


이 자리에 모이게 된 이유가 그와 무관하지 않을 터인데, 저렇게 여유 넘치는 표정을 지을 수가 있나?


제이르의 탁한 잿빛 눈동자에는 자신감도 언뜻 보였다.


정작 그의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줄 레베카는 벤델을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었다.


제이르의 여유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로벤에게 여독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이야기는 나중에 하는 게 어떻겠소.”


“배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루이스 공작이 그런 내 기분을 알아챘는지 식사는 꽤 이른 시간에 종료되었다.


찝찝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친 후, 방에 들어오자마자 한나에게 물었다.


“한나. 성에 혹시 최근 새로 들어온 사용인이 있어?”


“으음···. 사용인은 모르겠고···. 제이르 님이 오실 때 데려오신 분이 처음 뵙는 분이셨거든요. 그분은 가문 사람이 아니었죠. 그밖에는 딱히···.”


“누군지 얼굴은 봤어?”


“아니요. 귀한 손님이시라고만 하셔서···.”


‘귀한 손님?’


작위 계승식을 앞두고 외부의 사람을 성에 초대하다니?


관계자가 아니라면 공작도 분명 의아하게 생각할 터인데.


“아. 그분은 지금 성에 안 계셔요. 금방 떠나셨거든요. 그래서 누군지 제대로 확인은 못 했어요. 로벤 님이 아시는 분인가요?”


“아냐. 그건 아니고.”


공작가의 분위기를 한나가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다.


지금은 모든 사용인이 그 행동을 조심스러워하는 때다.


자신들이 모셔야 할 주인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그 자리를 두고 노골적으로 야망을 드러내는 레베카의 눈치도 봐야 한다.


자세한 건 내가 직접 알아봐야겠지.


“근데···. 로벤 님.”


“응?”


한나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항상 활발하고 밝은 얼굴로 나를 보필하던 모습이 아니라, 왜인지 조금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으로.


“······그, 대공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로벤 님은 사티아를 졸업하시면 제국을 떠나실 건가요?”


아차.


아까 접견실에서 벤델이 넌지시 나에 대해 언급했었다.


로벤이 사티아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제국에 굳이 몸담지 않아도 괜찮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 자리에는 한나도 있었다.


내가 깨어난 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우울하게 침잠한 목소리로 한나가 말을 잇는다.


“물론 로벤 님이 무엇을 하든지 마리아 님과 공작님은 응원해 주실 테고···. 저도 로벤 님이 하시는 거라면 그 뭐가 되었든 대성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


“한나.”


“솔직히 조금 서운했어요. 미리 말씀이라도 해주셨으면···.”


말을 꺼내는 한나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내 불찰이었다.


사티아를 졸업하고 가문에서 독립할 계획은 있었으나,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한나는 내가 마나 간섭 현상으로 침상에 누워있을 때 들어온 사용인이다.


눈을 감고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로벤을 곁에서 계속해서 보살펴왔다. 내가 환생하고 로벤의 몸에서 눈을 뜰 때까지.


당연하게도 한나는 내가 사타아를 졸업하면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제국에서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터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야. 그리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뜨끔했다.


전부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나의 말과는 다르게 지금 아버지인 루이스 공작에게 독립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틀림없이 회의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어머니인 마리아 부인도 굉장히 걱정하시겠지.


내 재능이야 워낙 특별하니 미래를 걱정할 리는 없겠다만, 가문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생활하기엔 아직 마냥 어린아이로 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계승식이 끝나고 벤델이 공작위를 잇게 된다면 그는 내 결정을 온전히 존중해 줄 것이 확실하다.


내가 처음으로 가문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계획을 말한 상대가 벤델이었다.


그때도 벤델은 사티아에 입학하기도 전의 꼬맹이인 내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루이스 공작가의 당주가 된 벤델이 그리하라 한다면, 난 쉽게 가문에서 독립할 수 있다.


“아니라고는 말씀 못 하시는군요···.”


‘으음···.’


앞으로 활동할 계획을 세우는 것에 미처 나를 챙겨주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마리아도 그렇겠지만, 한나도 나에게 정을 많이 붙이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뀌지 않는다.


환생이라는 기연과 주어진 재능으로 피워낸 힘.


개인의 사욕을 위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게헨나의 마족을 소환하거나 강림시키기 위해 끔찍한 의식을 자행하는 헥사르.


세계수의 계시에서도, 성국의 신탁에서도 예지했다.


대륙에 그림자가, 그리고 어둠이 드리울 거라고.


그렇다면 평범하게 사티아를 졸업하고 마법병단에 들어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사는 삶 보다는 그 어둠을 걷어내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삶이지 않겠는가.


‘이걸 어쩐다···.’


한나에게 그 모든 사정을 설명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나. 미리 말하지 못한 거는 미안해. 하지만···.”


사과를 입에 담자, 한나가 고개를 휙휙 젓는다.


그리고는 애써 웃어 보인다.


“로벤 님이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조금 섭섭해서 그렇지. 또···.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로벤 님이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분명한 내 잘못이다.


······전생과 다르게 내가 게헨나에 가게 되어 소식이 끊기게 된다면 날 위해 슬퍼해 줄 사람들이 존재했다.


겨우 그것을 깨닫는다.


똑똑!


“로벤. 안에 있느냐.”


“벤델 형님?”


바깥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한나가 화들짝 놀라서 나를 바라본다.


바로 문을 열어주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쉬고 있는데 방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배려해주신 것뿐이지 사실 여독을 풀 필요도 없습니다.”


“후후. 그렇다면 다행이고.”


들어오며 한나의 얼굴을 흘끗 본 벤델이 쓴웃음을 짓는다.


“너를 도와주려고 했던 말이 괜히 곤란하게 한 모양이다.”


한나는 벤델이 한 말이 자신을 겨냥한 말인 것을 알아차리고 얼굴이 휙. 하고 붉어졌다.


“죄···죄송합니다. 막내 공자님을 곤란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한나는 나를 걱정해준 것뿐입니다 형님.”


“안다. 나도 너를 걱정해서 여기 온 것이니까.”


“······예?”


벤델이 가볍게 의자에 앉자 한나는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며 차를 내왔다.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던 벤델은 그녀를 만류했다.


“되었다. 한나. 동생과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나가 보아라.”


“예. 그럼···.”


달칵.


문이 닫히고, 내 방에는 나와 벤델, 두 사람만이 자리했다.


툭. 투툭.


창문을 두드리는 간지러운 빗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자연스럽게 창밖으로 시선이 이동했다.


‘비···?’


아까까지는 분명 화창했는데, 꾸물럭한 하늘에서는 어느샌가 투명한 빗방울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저를 걱정해서 오셨다는 말은···?”


“말 그대로다. 제이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말이다. 한데···.”


벤델의 손아귀에서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마나가 뽑혀 나왔다.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마나의 실은 내 몸을 천천히 감쌌다.


일부러 눈에 잘 보이도록 가시화한 벤델의 마나.


“네 성장이 내 상상을 뛰어넘는구나. 벌써 여섯 개의 별을 이루다니. 거기에 검술까지 생각하면···. 제이르의 수준으로는 나와 아버지의 눈을 속이고 감히 네게 해코지할 수조차 없을 거야.”


“제이르 형님이 저에게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내 몸을 스캔하던 마나를 거둔 벤델이 나를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그 표정에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때론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이 있다.


“로벤. 이번에 에센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제국에서 파견한 조사대가 알아낸 정보 중에 말이다.”


“예.”


“아놀드와 아펠라라는 교수가 금지된 흑마법으로 반역을 꾀했다는 정보가 있었다.”


벤델이 무감정하게 말을 꺼내며 손바닥 위에 자신의 정순한 마나를 방출한다.


방출된 마나는 서로 이리저리 얽히더니 그 색깔이 점차 탁해졌다.


하얀색에서 하늘색으로, 하늘색에서 짙은 푸른색으로, 이윽고 시커멓게.


“흑마법이 일반적으로 보통의 마법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은 너도 사티아에서 배웠을 테니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겠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야.”


이제는 모든 빛을 흡수하는 칠흑으로 변질한 마나를 뿜어내는 벤델.


그의 공막에도 점차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형님···?”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가 그 원리만 깨우친다면 흑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쌓아 올린 자신의 마나가 아니라, 생명으로부터 강탈한 생명력을 기반으로 한 마나. 거기서 그 저주받은 마족 놈들의 마법을 펼치기 위해 마나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마나는 더러운 성질을 갖게 되지.”


마치 숙련된 흑마법사가 마법을 쓸 때처럼 벤델의 손에 응집된 마나는 마기와 같이 사악한 기운을 띤다.


곧, 벤델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손에 있는 마나, 아니 마기를 다시 허공에 흩어 보낸다.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음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마나 조작.


그 성질이 나와 비슷한 벤델의 정순한 마나가 어떻게 해서 헥사르의 흑마법사가 내뿜는 마기와 같은 성질을 띠게 되는지,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처음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온 벤델이 입을 뗀다.


“······임무로 흑마법사를 사로잡았을 때, 난 그 원리를 놈에게 캐낼 수 있었지. 그리고 흑마법을 펼칠 수 있는 방법까지도.”


‘벤델이 흑마법을?’


“물론 내가 흑마법을 펼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과도하게 마나를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흑마법사 놈들이 사용할 때보다 그 위력도, 범위도 우습지.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가 만약 흑마법의 원리를 깨우치고,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댄다면···. 같은 수준의 흑마법사로 타락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게 핵심이다.”


“저에게 그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설마?”


“그래. 제이르. 놈도 사티아의 교수들처럼 흑마법사로 타락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것도 나처럼 원리만 파악하고 발을 담군 것이 아니라 완전하게···.”


벤델이 해주는 말을 듣고 그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아놀드와 아펠라. 그들이 극악한 흑마법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의 흑마법사였음에도 어떻게 타인의 눈을 속일 수 있었는지.


애초부터 그들은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헥사르의 꼬임에 넘어가 타락해버린 마법사였던 것이다.


“······벤델 형님. 확실한 정보입니까?”


“그래. 제이르와 함께 이 성을 방문한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그 사람이다.


한나가 말해줬던, 제이르가 데려왔다는 손님.


“누구입니까?”


“극악한 흑마법사다. ······헥사르라고 하는 흑마법사 조직의.”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벤델도 헥사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벤델이 한 말은 쉽게 흘려듣기 힘들었다.


헥사르와 제이르가 접촉했다.


마침 본가에서 계승식을 위해 모든 식솔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를 맞춰서.


콰르르릉!


굵어진 빗방울 사이로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천둥이 내려쳤다.


동시에 방을 밝히고 있던 불이 한순간 사그라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21.07.07 146 0 -
71 드러나는 어둠 21.07.24 91 0 14쪽
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1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3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1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1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