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타니아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나도 좀 났으면 좋겠다.”
타니아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천계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정해진 일과. 고리타분한 천사들.
주신께서 잠드신 이후로 천계는 중간계와의 소통도 단절되고 타니아가 눈을 반짝일 만한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 따분한 곳이 되었다.
눈앞에서 당황하고 있는 평천사는 십중팔구 심심한 루테아의 장난에 된통 당한 모양일터.
환생관은 새로 배정된 평천사를 놀리는 데엔 도가 텄기 때문이다.
타니아는 처리하던 일을 멈추고 평천사를 바라보았다.
“무슨 큰일인지 말이나 해보렴.”
보나 마나 루테아가 곧 환생할 영혼으로 장난을 쳤겠지.
원칙을 중시하는 평천사들에게 그녀의 행동은 기절할 만큼 놀라울 것이다.
평천사가 전해준 말은 그런 생각을 비웃듯 타니아를 놀라게 했다.
“루테아님이 한 영혼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어떤 영혼이 감히 환생관이랑?”
“자세한 까닭은 잘 모르겠으나 루테아님이 심판의 검까지 빼든 상태라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어서···.”
“심판의 검을?”
루테아가 천마대전 이후로 꺼낸 적이 없던 심판의 검을 꺼냈다고?
타니아는 평천사의 뒷말을 듣지 않고 곧장 환생의 관문으로 향했다.
‘환생할 영혼의 의도적인 소멸은 아무리 루테아라고 해도 쉽게 넘어가기 힘든 중죄인데?’
심판의 검에 평범한 영혼이 닿게 되면 그 영혼은 절대로 환생할 수 없다. 심판의 검에 상처 입은 영혼은 조각나고 흩어져 중간계의 거름이 될 뿐이다.
완벽한 소멸.
극악무도한 마인이나 마족, 악마가 아니면 루테아가 검을 빼 들 이유가 전혀 없다.
순식간에 환생의 관문에 닿은 타니아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미친 듯이 웃으며 심판의 검을 휘두르는 루테아.
그리고 정말로 루테아와 검을 맞대고 있는 눈부신 빛의 영혼.
환생의 관문 입구에 서 있는 타니아까지도 찌릿찌릿 울리는 에테르의 파동에 환생을 위해 모여 있는 순수한 영혼들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그 주변에서는 루테아를 보좌하는 평천사들이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굴렀다.
타니아는 루테아와 검을 섞는 그 영혼을 바라보았다.
환생을 위해 새로 깨끗이 태어나는 투명한 영혼이 아니다. 새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 영혼이 어째서 사람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들지 않았다.
다만 눈부시게 빛나는 저 영혼의 색깔은 분명.
“로한? 로한인가? 아아···. 어째서 로한이?”
그리운 이름.
하지만 그 어떤 천사도 입에 담기 두려워하는 이름.
이름을 부른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리고 어찌할 수 없는 증오가 차오른다.
로한.
인간의 배신자. 최악의 학살자. 천계의 적. 그리고···.
현 마왕의 이름이다.
- 작가의말
매일 12시에 연재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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