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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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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8,104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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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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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라고스 성국

DUMMY

“성국이 비밀리에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사자인 저에게 알려줘도 괜찮은 겁니까?”


“······나쁜 목적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로벤 님이라면 얼마 가지 않아서 알게 되실걸요.”


델런이 어깨를 으쓱했다.


“자세히 아시는 것을 보니까 당신들도 조사에 가담하고 있나 보군요.”


그냥 찔러본 내 말에 딜란의 몸이 움찔했다.


델런과 달린은 딜란의 반응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생김새만 보면 서로가 똑 닮은 세쌍둥이가 분명한데, 다른 두 사람과 달리 딜란은 약간 덤벙대는 감이 있는 듯싶다.


하지만 딜란 저 여자···. 위계가 높은 마법사다. 델런이 자기들을 류드의 전투 용병이라 소개했으니 아마 전장에서 닳고 닳은 전투 마법사가 확실하다.


노련한 전투 마법사는 실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딜란의 허술한 모습만 보고 얕잡아보긴 이르다.


“그래서, 성국에서 저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했습니까?”


“말했잖아. 우리는 너와 관련된 의뢰를 절대 수락하지 않았다고.”


대답은 딜란에게서 나왔다.


자신의 머리에 삐뚜름히 얹혀있는 마법사 모자의 챙을 왼손으로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린 루이스 공작가와 얼굴 붉힐 일을 만들기 싫어. 특히, 너를 건드리면 그 귀신이 움직일 텐데···.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야.”


그 귀신?


“잘못 짚었네. 후후”


딜란의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달린이 제 앞에 놓인 컵에 들은 액체를 마시며 웃었다.


“그럼 아까 류드가 해결한 의뢰가 저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은 뭡니까?”


“그건···. 조만간 성국에서 알려줄 거예요. 그쪽에서 직접 당신을 찾아가서요.”


닮은 외모만큼 비슷한 목소리가 번갈아 가면서 내뱉어진다.


“아, 그리고 딜란의 말에 너무 기분 나빠하시지 않았으면 해요. 동생을 아끼는 벤델 루이스의 잔인한 손속은 용병 길드에서도 매우 자자하거든요.”


···아하.


딜란이 말한 귀신은 벤델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벤델은 나를 노리고 접근한 놈들을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고 모조리 처리한 무시무시한 전과가 있다.


루이스 공작가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함부로 개짓거리를 못 하도록 일부러 잔인한 손속을 펼친 것이다.


벤델이 경고한 대상은 틀림없이···.


‘마탑과 학회. 그 미친 마법사들이겠지. 당시 마탑과 학회는 마나 간섭 현상의 해결을 위해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한동안 뒷세계에서 루이스 공작가와 엮인 의뢰를 받기 꺼린다는 소문도 퍼졌다.


‘그래도 미친놈들은 꾸준히 나타났지만.’


공작가의 입김이 약한 에센이라 그런 건지 몰라도, 사티아에 온 뒤로도 나를 노리고 덤벼드는 놈들이 있긴 했다.


델런이 전해준 말의 뜻은 이번에도 성국이 그런 놈들을 시켜 나를 포함한 마나 간섭 현상에 들었던 사람들의 뒷조사를 원한 모양인데···.


‘···그라고스 성국이 그럴 이유가 있나?’


마나 간섭 현상에서 가장 먼저 눈을 뜬 나와는 다르게 마나 간섭 현상에 잠에 든 다른 아이들의 근황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마도 왕국의 후계자, 성국의 성녀 후보, 어떤 나라의 왕족···.


성국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성녀 후보 정도.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계속해서 로벤 님의 소중한 식사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미안하네요.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꿍꿍이라던가, 그런 건 없어요. 그냥···. 그래요.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또···.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가뜩이나 생명의 숲에서 있었던 일로 복잡했는데, 뜬금없이 찾아온 세쌍둥이와의 대화는 한층 더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건지, 델런과 딜란, 달린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리아를 닮은 요정아. 저녁 맛있게 먹어!”


“바보야. 셰스라는 이름이 있잖아.”


“아 맞다! 셰스! 그리고 당신도. 시간 뺏어서 미안~”


-빨리 사라져라.


달린과 딜란의 말에 셰스가 조용히 꿍얼거린다.


“못다 한 대화는 내일 나누도록 해요. 저희는 당분간 로도스에서 휴가를 즐기기로 했거든요.”


델런도 한껏 웃음 짓고 몸을 돌렸다.


불쑥 나타나서 제 할 말만 하고 떠난다.


그 뻔뻔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류드가 이번에 해결한 의뢰와 내가 무관하지 않다는 말과 성국이 마나 간섭 현상에 들었던 사람들의 뒷조사를 한다는 말.


마지막으로 성국이 나를 찾아올 거라는 말.


허투루 넘겨들을 수 없는 말들이다.


류드의 세쌍둥이가 남긴 말을 속에 담아놓고, 아직 식지 않은 저녁을 먹기 위해 수저를 들었다.


어느샌가 셰스도 식탁 위에 앉아 같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애써 태연하게 식사를 하고 있지만, 셰스는 힐끔힐끔 곁눈질로 나를 관찰한다.


셰스에게 내 입으로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으니, 꽤 흥미로웠겠지.


작은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의 셰스가 귀여워서 피식 웃어줬다.


*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등허리가 편한 침대에서 하루 푹 쉴 수 있었다.


비싼 여관다운, 사티아의 최고 등급 기숙사에 비견하는 침대의 푹신함에 마음에 있는 근심을 덜고 숙면을 취한 것이다.


역시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이 로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밝히기 전에 눈은 떠졌다.


클리닝이 아닌, 차가운 냉수로 씻는 개운한 느낌도 간만이었다.


아직은 바깥이 어둑어둑한 새벽임에도 여관은 훌륭한 아침 식사를 내왔고, 나와 셰스는 만족할만한 식사를 했다.


입이 즐거워지는 달콤한 케이크와 커피로 입가심을 하는 그 순간에.


“···더 할 말이 남아있으십니까?”


어제 예의 대화를 나누었던 세쌍둥이가 1층으로 내려오더니 내 모습을 보곤 이쪽으로 걸어와 후식을 먹는 내 앞에 자리했다.


“에이. 못다 한 말은 오늘 나누기로 했잖아요? 로벤 님도 저희에게 물어볼 것이 있을 텐데요.”


델런이 친한 척을 하며 싱그럽게 웃었다.


“그야···.”


-아씨. 쟤네는 잠도 안 자나?


셰스가 어김없이 불만을 터트렸다.


아리아 말고는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던 호문쿨루스다. 아리아의 부탁이 아니라면 그녀의 공방에서 나올 일도 없었을 터다.


당연히 아리아나 나를 제외하면 누군가와 대화를 길게 나누어 본 적도 없고, 누군가의 관심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셰스는 사람을 대하는 게 그만큼 서툴렀다.


“어제부터 궁금했는데, 얘는 뭐야? 정말 요정인가?”


달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셰스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이들은 아리아를 이미 알고 있는 용병들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득일까 실일까···.


아니, 애초에 그녀들을 믿을 수 있긴 한가?


아리아가 그녀들의 단골 의뢰인이라 했는데···.


-알아서 뭐 하게?


셰스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딜란은 짚이는 것이 없지 않은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셰스. 너 호문쿨루스지? 아리아 님이 만든.”


정확하다.


······아리아가 원래 의뢰하는 파티가 그녀들이라면, 아리아가 연금술사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터다. 그녀가 로도스에 방문한 목적도 넥타르를 위한 재료 수집을 의뢰했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특이한 재료의 수집을 의뢰했다면 류드에 속해있는 실력자인 그녀들이 아리아가 연금술사라는 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다.


“맞습니다. 셰스는 아리아의 호문쿨루스죠.”


내가 긍정해주었다.


하지만 여기서 경고해두어야 한다.


“······셰스가 아리아의 호문쿨루스라는 것은 그녀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겠지만, 셰스의 존재 자체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리아가 세렌을 돕기 위해 나에게 데려가라고 한 존재가 셰스다.


상관도 없는 일에 휘말리는 것을 피해야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한 델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저희도 아리아 님과 꽤 가까운 사이랍니다. 셰스가 아리아 님의 호문쿨루스라면 충분히 누군가에게 노려질 만도 하겠군요.”


-무···무슨 소리야! 내가 누군가에게 노려진다니?


셰스가 다급하게 나를 올려다본다.


이 순진한 녀석에게 괜한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대충 둘러댔다.


“그냥 너를 겁주려고 하는 말이야. 혹여나 누군가가 너를 노려도 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온종일 망토 속에 갇혀 지내야 하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나와 셰스의 대화를 흥미로운 눈길로 지켜본 델런이 살짝 웃는다.


“사이좋네요. 아리아 님을 허물없이 부르는 것도 신기하고.”


딜란은 나와 델런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듯 하품하며 살짝 눈물을 보인다.


“성국이 저를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내용은 역시 류드가 해결한 의뢰의 내용처럼 비밀입니까?”


“음. 네. 그쪽에서 로벤 님을 방문할 때 아마 거의 다 알려줄 거예요. 저희가 말해주기엔 그럴 위치가 아니라서.”


“···성국이 마나 간섭 현상에 들었던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까?”


“그 정도야. 맞아요. 어제 말했다시피 나쁜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에요.”


······일단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어차피 사티아에서 졸업하고 나서 성국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교황청에 내려왔다는 신탁의 내용도 궁금했을뿐더러 성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국과는 얘기를 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로벤 당신, 에센에서 소문이 아주 자자하던데. 그 벤델보다 뛰어난 업적을 쌓고 있다고···.”


딜란은 이쪽이 흥미롭다는 듯 몸을 나에게 가까이하며 눈을 빛냈다.


···저 말은 순전히 세렌이 나를 루드비히 학장에게 띄워주기 위해 한 말이다.


벤델도 사티아를 수석 졸업한 불세출의 천재 마법사다. 내가 벤델보다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니, 겸손이 아니라 정말 말도 안 된다.


“그건 아니···.”


“그럼, 나랑 한 판 붙자. 네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사티아의 이단 마법사. 단 한 번도 마법 대련에서 패한 적이 없는 불패의 마법사. 그 귀신의 뒤를 이을 제국의 천재 전투 마법사라는 너의 실력을 내 두 눈으로 말이야.”


뜬금없는 대련 요청이다. 검을 섞는 것도 아니고 뒤처리가 피곤한 마법 대련이라니. 붙는다면 전투 마법사인 딜란이 아니라 델런 쪽이 더 끌린다.


거절하려던 찰나.


“만약 나를 이긴다면 우리가 무료로 네 의뢰를 한 번 수행 해주지. 우리는 류드의 트라이던트라고 불리는, 엄청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용병들이야. 어때, 혹하지 않아?”


이건 또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 사티아에 복귀해도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제외한, 세렌에게 갖다 줄 물건들은 에센에 도착하지 않았을 터다.


시간이 남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마법 대련 한 번 정도의 여유는···.


“딜란! 왜 네 멋대로!”


“언니. 나 못 믿어?”


“델런. 뭐 어때. 설마 딜란이 지겠어?”


전설적인 용병단의 전투 용병이라 그런가. 그녀들은 딜란이 질 거라곤 생각지 않고 있었다.


엄청난 자신감.


나와 처음 대련하는 마법사들은 나의 괴물 같은 마나 친화력을 이용한 기습에 허를 찔리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딜란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실력에 대한 자만, 그 빈틈을 노리면, 승부를 어렵지 않게 낼 수 있을 터.


“하아. 그것보단···.”


델런이 눈을 번뜩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오히려 르왈르의 수호자와 검을 맞댔다는 그 실력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랬지. 어때요. 딜란과 저. 둘 중 누가 더 끌리시나요?”


미친.


세쌍둥이라 그런지 전부 다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성격이 닮아 있는 건가.


내가 사티로스 백작과 대련했다는 소리는 또 어디서 들은 거야?


-너···. 꼬이는 여자가 많네? 좀 재수 없어.


그 와중에 셰스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머리를 울렸다.


···좋다.


간만에 피가 끓어올랐다.


생명의 숲에서 얻은 경험을 피와 살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나는 입술 끝을 말아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게 진짜 목적이었군요. 진작 말씀하시지 그랬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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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드러나는 어둠 21.07.24 94 0 14쪽
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6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5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91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5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5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8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102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7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21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6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6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31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8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8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3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5 0 14쪽
»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6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4 1 13쪽
52 복귀 21.06.25 204 1 14쪽
51 복귀 21.06.24 216 1 13쪽
50 비극 21.06.23 192 1 14쪽
49 비극 21.06.22 203 2 13쪽
48 비극 21.06.21 203 1 13쪽
47 비극 21.06.20 207 1 13쪽
46 격전 21.06.19 222 1 14쪽
45 격전 21.06.18 226 1 14쪽
44 격전 21.06.17 222 1 12쪽
43 격전 21.06.16 22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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