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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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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62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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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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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격전

DUMMY

콰앙!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검이 가로막히다니? 무엇에?


지나간 상황을 머릿속에 박아 넣으며 판단을 재촉했다.


충격을 다스리고 몸을 추스를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암영검에 맺힌 마나가 터져나가며 일대에 분진이 일어난 장소에서 뒤로 뛰어 물러났다.


“퉷!”


쇠 맛이 나는 피를 한 움큼 뱉었다. 진탕된 내부에서 역류한 피였다. 내뱉은 피는 새까맣게 오염된 땅 위를 시뻘겋게 물들인다.


-네가 누굴 걱정할 때인가?


아이리스가 나의 상태를 보고 비명을 지르자마자 마족이 그녀에게 마기로 공간 채 압박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마나를 통제하고 있는 마족의 힘.


그야말로 권능(權能)이었다.


놈은 주변 상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껏 제 힘을 뽐냈다. 소름 돋게 압박해오는 마기가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그 권능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크윽···.”


이 압박감. 아놀드의 염동보다 몇 배는 강하지 않을까.


압박당하는 피부 속 실핏줄이 터져 내부에서 출혈을 일으킨다. 뇌와 심장은 본능적인 방어 기재로 마족의 권능에 대항한다.


“이까짓 힘으로···!”


아이리스가 으르렁댔다.


마기로 어두워진 공간이 순간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밝아왔다.


‘···맙소사.’


일출(日出)이었다. 더러운 마기를 몰아내는 성광이 아이리스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정령의 완전한 현현이었다.


이제는 형태마저 또렷이 보일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는 여러 정령이 아이리스의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밝게 타오르는 불의 정령.


차갑게 일렁이는 물의 정령.


세차게 요동치는 바람의 정령.


묵묵하게 지탱하는 흙의 정령까지.


그녀는 무려 사대 원소의 정령 모두를 동시에 다루었다. 물질계에 이만큼의 영향력을 갖춘 채로.


정령들의 강제력(强制力)이 공간을 질식하게 만드는 마기를 몰아낸다.


이는 마나에 통제받지 않는 정령의 고유한 힘이다.


오로지 계약자의 명령에 따라 정령이 대륙에 행사할 수 있는 기적이다.


-발칙한!


마족이 마기로 검게 물든 손으로 무언가를 터트리듯이 주먹을 쥔다.


···그런데도 방금과 같은 압박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리스는 나와 붙었을 때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놈은!’


마족의 극악무도한 흑마법에 대항하는 아이리스.


그녀의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자연스레 나의 모든 신경은 공중에 떠있는 마족이 아닌, 내 검격을 튕겨낸 검은 인영에게 쏠렸다.


검이 막힌 순간.


마나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즉, 마법으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은 것이 아니다.


마을을 구성하는 집과 식물들의 잔해로 이루어진 분진이 가라앉는다. 극한으로 날카로워진 오감은 놈이 있을 위치를 꿰뚫었다.


···역시.


마법이 아니었다.


“로벤···. 여기까지 와서도 만나다니. 정말로 거슬려요. 왜 자꾸 귀찮게 하나요?”


“네가 누군데? 역겨우니까 아는 척 하지 마!”


‘자꾸 귀찮게 한다고? 내가 너를 언제 봤다고···.’


갈무리되지 않은 감정에 내 입에서 부드득 이 가는 소리가 났다.


저놈의 말에 대꾸할 때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반응해 버렸다.


‘벌레 같은 게···!’


아니, 벌레가 아니라 악마로 변모한 인간이다.


인간이었음이 분명한 그 흑마법사의 양손은 괴완(怪腕)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외견으로 변모해 있었다.


‘형태변형을 인간이 할 수도 있었나?’


마족의 형태변형(形態變形).


수많은 생명의 두려움을 양분 삼아 게헨나의 어둠으로부터 태어난 마족들은 본모습이 따로 존재한다.


평범한 미의 기준으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추악한 외견을 가진 마족부터, 마족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한 모습을 가진 마족까지.


모든 마족은 그러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이지가 사라지고 원초적인 본능으로 생명만을 탐하는 괴물.


그것이 마족의 본모습이다.


죄악(罪惡)을 형상화한 모습.


···당연하게도 그 힘은 변형이 이루어지기 전보다 몇 배는 더 강대하다.


내 공격을 막아낸 흑마법사의 손은 변형이 끝난 마족과 닮아있었다.


그나마 형태변형을 하기 전의 마족은 공중에 떠 있는 마족처럼 사람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형태라도 하고 있지만.


“아. 그쪽은 저를 처음 보던가요?”


성가시기는 오히려 저 짝이 더 성가셨다.


무지성으로 공격해오는 마족이 아니라, 흑마법을 병행하면서 저 위협적인 마수(魔手)를 휘두르는 놈이라니?


“검에는 영 재능이 없으신 것 같은데.”


개새끼가.


싱글싱글 웃는 낯과 대비되는 싸늘한 눈빛.


저 주둥아리를 더는 못 놀리도록 재차 공격했다.


캉!


정제된 마나가 둘러진 검과 악마의 손이 맞부딪히는 소리는 가히 폭발 마법이 목표물에 작렬했을 때와 같은 굉음을 냈다.


고작 흑마법사 따위가 내 움직임을 따라올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진짜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수고를 덜었네요.”


“뭐 이 새끼야?”


마법의 사용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오로지 단련해온 신체 능력만으로 놈의 빈틈이 보이는 족족 베고, 찔렀다.


한 호흡에 여러 차례.


‘어떻게···!’


놈은 암영검이 휘둘러지는 모든 방위에 어렵지 않게 대응하고 있다.


오러 블레이드를 무한정 뽑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승부는 속전속결로 이루어져야 한다.


게헨나에서 마족의 목을 딸 때도 항상 무리하면서까지 승부를 서둘렀다.


그 이유가 바로 형태변형 때문이다.


게헨나에 들어가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하지만 내 눈앞의 혼종은 흑마법으로 아이리스와 나를 공격하면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검격을 마족의 손으로 전부 쳐낸다.


이해할 수 없었다.


멸악을 목표로 갈고 닦아온 로한의 검술이 막히는 것도.


오러 블레이드를 손쉽게 막는 변형된 팔도.


형태변형이 끝난 마족이라 할지라도 오러 블레이드에 베인다.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평소보다 쉽게 격양된 감정까지.


고작 헥사르의 흑마법사를 마주쳤다고 이렇게 감정 조절이 어려울 리는 없다.


쾅!


어느새 출력이 약해진 오러 블레이드. 마나가 희미해지며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평범한 검기로 화한다.


손과 검이 부닥친 충격을 이용해 전장에서 이탈했다.


고개를 들어 마족과 흑마법사가 위치한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전부냐?


오염된 땅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마족은 정령화(精靈化)한 아이리스의 파상 공세를 손쉽게 흘려내고 있다.


지형이 바뀔 정도로 강력한 아이리스의 공격도 마족에겐 효과가 없다.


···그럴 리가.


“어딜 그렇게 도망을 가세요?”


“···도망? 이 내가?”


아이리스의 성광에 비친 내 그림자에서 흑마법사 놈이 튀어나왔다.


거의 자신의 몸과 비슷한 크기의 팔로 내리찍는다.


나는 검을 들어 무지막지한 저 팔을 흘리고, 역시 빈틈투성이인 몸 정중앙에 찔러 넣겠지.


그럼 녀석은 내 행동을 읽고 이 세상 존재의 팔이 아닌 괴완으로 막을 거고.


‘꼼짝없이 당할 뻔 했어.’


콰직!


예상대로다.


암영검으로 흘린 팔은 애꿎은 지면에 구덩이를 만들고, 놈의 몸통을 향해 찔러 들어간 검은 다시 튕겨 나온다.


“재밌냐?”


변형된 팔의 악력을 뿌리치고 거리를 벌린 내가 물었다.


흑마법사가 가라앉은 눈으로 되묻는다.


“뭐가요?”


“니들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돼. 저렇게 강한 마족이 얼마 되지도 않는 영혼을 흡수했다고 만족할 리도 없거니와 나와 아이리스에게 발목을 잡힐 게 뻔한데 말이야.”


“말했잖아요. 당신이 지긋지긋하게 쫓아와 놓고 무슨···.”


“개소리.”


이미 예열이 끝나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리에서 벗어난다.


아이리스와 마족의 충돌로 발생한 후폭풍이 방금 내가 있던 자리를 휩쓸었다.


흘끗 시선을 돌려 실체화한 정령으로 무자비하게 마족을 공격하는 아이리스를 시야에 담는다.


마족은 공중에 뜬 그 자리에서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흘리고 있다.


정령의 강제력도 마족의 주위를 둘러싼 마기를 뚫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육체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역시. 그럴 리 없다니까.


피식.


얼굴 가득 조소를 담았다.


“뭐가 그렇게 재밌나요? 아. 상황이 절망적이라 포기한 건가요?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하이 엘프의 별 볼 일 없는 꼴을 보고 말이죠! 당신이 죽인 아놀드와 아펠라의 곁으로 보내드릴게요!”


놈은 독하디독한 마기를 방출하며 블링크로 거리를 좁혀온다.


심장에서 공전하는 별을 이용해 주변의 마나를 그러모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것도, 어색하다.


···난, 마족과 ‘비견’되는 마나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가 게헨나가 아닌 이상에야 대기 중의 마나가 마족의 지배를 받아 내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공간이 통째로 마족에게 ‘지배’를 당하고 있는 경우가 아닌 바에야.


인간 중에서 놈들을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나.


로한.


아니, 로벤이다.


“아놀드와 아펠라를 입에 담는 걸 보면···. 알았다. 너, 에센에서 세렌이 놓아준 헥사르의 잡놈이었구나···?”


“누가 누구를 놓아줬다구요? 잡놈···?”


“아···. 미안. 꼬랑지 내리고 도망친 개새끼라고 불렀어야 했는데.”


적대적인 상대에게 존댓말을 꼬박꼬박하는 것은 자신에게 ‘여유’가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태도다.


코앞에서 휘두르는 팔을 막는다. 서로의 행동이 멈추고, 눈앞에서 대치 중인 흑마법사에게 도발했다.


“안 그래도 내가 너네 찾아가려고 했는데, 때마침 방문한 생명의 숲에서까지 개수작을 부릴 줄이야. 여하튼 네놈들의 개짓거리를 막는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지.”


“당신 수준으로 누굴 막는다구요?”


녀석도 나처럼 비웃음을 한껏 머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점철된 놈이다.


흑마법사가 음흉하고 더러운 속내를 숨기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은 사티아에 숨어들어온 아놀드에게 몸소 배웠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이놈도 만만치 않다.


“아마···. 처음 아이리스가 덫을 밟았을 때부터였을 거야. 나쁘지 않은 도발이었어.”


일부러 자신들을 쫓아오는 추격자가 있다는 것을 역이용했다.


“모든 조건이 다 갖춰진 상태에서···. 제 발로 먹잇감이 걸어 들어왔으니 얼마나 기뻤을까.”


“무슨 헛소리를···.”


처음으로 흑마법사 놈의 눈빛이 흔들렸다.


“마족마다 다양한 이능이 있긴 하지만, 성가신 배우 한 새끼 때문에 알아차리는 게 늦었어. 목 씻고 기다려라. 곧 따러 가줄 테니까.”


“로벤!!”


흑마법사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아이리스 님! 지금 이 공간 전체가 저 마족 놈의 ‘이능’ 입니다! 여긴 환상이에요! 제가 깨부수겠습니다!”


크게 소리쳤다. 내 목소리가 이 공간에 쩌렁쩌렁 울렸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마나를 검에 집약한다.


오러 블레이드가 다시금 생성된다.


-고작 인간 놈이 어떻게···!


날개를 퍼덕이며 여유로운 태도를 한껏 관찰하던 마족도 그 평정심이 깨졌다. 나에게 날아오며 더러운 손길을 뻗친다.


어림도 없지.


난 몸을 날려 폐허 한가운데에 보란 듯이 널려있는 엘프들의 시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로벤 님! 그게 무슨!”


난 대답 대신 아이리스에게 씨익 웃어주었다.


흉측하게 널려있는 시체의 무더기를 마나를 머금은 암영검이 정확하게 일도양단했다.


파지지직!


그와 함께, 엄청난 마기가 터져나가고,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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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1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3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1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1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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