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조회수 :
27,651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작성
21.07.13 16:00
조회
109
추천
0
글자
13쪽

벤델 루이스

DUMMY

“······!”


거세진 날씨는 마치 하늘에서 비를 쏟아붓는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어리석은 제이르···. 벌써 움직인 모양이다.”


“방금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당장 움직여야 하지 않습니까? 성내엔 무고한 사람들이 몇이나···.”


“로벤. 말했잖느냐. 내가 온 이유가 너를 걱정해서라고.”


“그렇습니까?”


“그렇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다니엘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제이르를 조심하며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라고.”


콰르르르릉!


다시 우레가 바깥을 울렸다. 소리와 동시에 내리친 밝은 섬광이 실내를 확 밝혔다.


그 짧은 찰나의 시간, 벤델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걸어온다.


‘······언제부터였을까. 놈도 정말 보통이 아니야.’


아직 밤이 아님에도 사그라진 불빛과 몰아치는 비바람에 어두워진 실내에서 벤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벤. 어서 이쪽으로···.”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왜 그러느냐?”


“확실히···. 너무 부주의했긴 합니다.”


‘암영검은···. 벗어둔 망토에 넣어 두었지···.’


너무나 오래간만에 찾은 본가여서 평소보다 쉽게 마음을 놓았다. 레베카에게 시선이 쏠려서 제이르가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놓쳤다.


이렇게 담대하게 일을 벌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 확실히···. 방심했다.


“로벤. 이리 오거라.”


“일단, 흑마법에 관한 이야기는 아주 잘 들었습니다. 덕분에 의문점을 하나 해결했군요. 벤델, 아니···.”


귓가에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박동한다. 어두워진 방안에 일어서 있는 벤델의 형체가 두 개로 나뉘어 보였다.


‘젠장···. 또 그 끔찍한 독물을 먹으면서 내성을 길러야 하나?’


언제 어디서 극독에 당할 줄 몰라 무식하게 약한 독물부터 하나하나 섭취하며 각종 독에 대한 내성을 쌓았던 전생이 떠오른다.


알아낸 정보와 다른 독성을 지닌 독물을 나라다 늪지에서 잘못 섭취해서 이틀 동안 꼼짝 못 했을 때의 기억.


······그 미련한 행동이 지금은 아쉬워졌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비.


감미롭게 들리는 벤델의 목소리.


이게 전부 다 나를 대상으로 펼친···.


흑마법이다.


‘확실한 타이밍을 노리고 올 줄이야.’


게다가 이렇게 순차적으로 터트릴 수 있는 독물과 환상적인 흑마법의 연계.


정말이지 훌륭한 흑마법사가 다 되었다.


그래. 벤델···. 아니, 제이르.


“제이르.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지?”


“프흐흐흐. 로벤. 감이 좋아. ······놈들이 노리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어. 정말 훌륭하다.”


‘놈들?’


자신이 의도한 대로 독과 흑마법에 당해 무기력해진 상태가 된 나를 보며 제이르는 제 흥에 겨워 묻지도 않은 말을 술술 뱉는다.


제이르가 칭한 ‘놈들’ 은 헥사르가 분명할 터.


우려하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났다. 제이르에게 접근해 제국에도 그 마수를 뻗친 것이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왜 갑자기 이런 짓을?”


“어차피 루이스 공작이 정한 후계자는 벤델 루이스, 그놈이겠지. 나는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기 싫었을 뿐이다. 거창한 이유 따위 있을 리가.”


······변명도 청산유수다. 권력에 눈이 멀어 손잡아서는 안 될 상대와 결탁하다니. 제이르는 헥사르라는 조직이 얼마나 극악무도한 놈들인지도 모를 진데.


벤델의 얼굴이 흐릿해졌다.


어둠에 가려져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꾸며낸 대상인 벤델의 모습이 더는 쓸모없어지자 굳이 환영 마법을 유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제이르가 본모습을 드러낸다.


탁한 잿빛의 눈동자에는 그릇된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넘보아선 안 될 욕심에 선을 넘은 자.


“아냐. 이렇게 일을 벌이면 너는 루이스 가의 계보를 잇지 못한다. 누가 봐도 너보다 벤델 형님이 더 자리에 걸맞은 인물이지. 오히려 이렇게 일을 벌인 이상, 성공하지 못한다면 너는 제국에 발도 붙이지 못할 텐데.”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다.


흑마법사가 큰 성취를 이루기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은 막대한 생명력의 흡수.


특히 나처럼 충만한 마나을 수용하고 있는 생명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수준이 일취월장할 터다.


그러나 어째서 제이르가 이렇게 급진적으로 일을 벌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권력을 욕심내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기엔 규모가 너무 크다.


내가 이 상탠데 다른 가족은?


······설마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까지?


“로벤. 우리 귀여운 막내야. 너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온 형님에게 말이 너무 짧아. 역시 그 빌어먹을 새끼의 동생답다. 예의를 못 배워 처먹은 모양이구나.”


“식당에서 온 가족이 식사할 때 독을 처넣고, 그것도 모자라서 나에게 수작을 부리는 놈에게까지 존댓말을 해줄 필요가 있나?”


“······좋아. 그 기세. 네 나이와 마도에 입문한 시간을 생각할 때 여섯 개의 별을 이룬 그 천고의 재능은 사라지기 아깝긴 하지만, 그마저도 나의 밑바탕이 되리라 생각하니 기쁘기 그지없군.”


“하나만 해 하나만. 칭찬할 거면 끝까지 그 태도를 유지하고, 덤빌 거면···!”


어질어질한 시야 한구석에서 한나가 곱게 널어둔 망토를 찾는다.


아까 꾸며낸 벤델의 모습이 사라지고 제 얼굴이 드러난 제이르의 여유로운 시선은 내 시선의 방향을 쫓는다.


“······사티아의 수석에게 주어지는 망토라. 우리 집안에선 너와 벤델만이 소유하고 있지.”


제이르는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마기에 물든 손바닥을 내밀었다.


“악마의 손.”


‘피해야 한다!’


독에 당해도 단단히 당했다.


제이르가 사용한 독은 평범한 독물이 아니다.


놈이 펼친 흑마법에 반응해서 내 몸속에서 마나를 흩트리고, 근육을 녹일 정도의 산을 내뿜는 독이었다.


흑마법과 그에 동반되는 마기, 두 촉매가 있어야 반응하는 무색무취의 독.


그야말로 헥사르의 흑마법사나 쓸법한 맹독이다.


내 의지와 다르게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은 제이르가 펼친 마법에 반응하지 못한다.


음습하고 지독한 마기가 양옆으로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에게 짓쳐 들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수는 없다.


눈 여겨둔 방향으로 무거운 발을 떼고 신형을 던지듯이 날렸다.


계속된 빗소리에 집중력이 방해받아서 인지하는 순간이 길어지는 극한의 영역에 다다르지 못했다.


“막내야. 재롱이라도 피우는 게냐.”


콰직!


방금까지 서 있었던 장소를 악마의 손을 현현한 모양의 마기가 덮친다.


마기를 피해 몸을 날린 내 모습을 제이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비웃는다.


“네가 사티아에서 독종처럼 검을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 집안사람이 다 알고 있다. 그 정도의 재능을 지녔음에도 마도의 끝을 보는 게 아니라 검을 휘두르며 시간을 낭비하니까 지금 네가 이렇게 꼴사납게 널브러진 게 아니냐.”


“검을 쥐기 위해 수련했으니 허무하게 당하지 않고 이렇게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걸 인정하지 못하는 네놈의 꼬락서니는 열등감 그 자체야.”


“······우리 막냇동생이 입 하나 만큼은 잘 놀리는군. 뭐···. 중독되고도 계속 입을 놀릴 여력이 있는 걸 보아하니 보통은 아니긴 해. 디아볼릭 체인(Diabolic chain).”


마법을 펼치기엔 심장의 박동이 너무 불규칙하다. 이래서는 마법을 펼치기는커녕 술식을 구성하기도 전에 방출한 마나가 전부 흩어질 판이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망토가 있는 방향을 향해 몸을 날린 것인데···.


닿지 못했다.


제이르가 구현한 심연의 사슬이 나의 양 손목을 조여 왔다.


사슬이 닿은 손목 부근에서 순백의 마나가 불꽃을 튀기며 사슬을 감싼 마기에 반발한다.


마나와 마기가 서로 반발하며 유쾌하지 못한 소리가 났다. 그 불쾌한 소리는 방안을 가득 채운다.


치이이익!


그와 함께 극심한 고통이 손목에서 느껴졌다.


“후후후. 그래 봐야 애송이지만···. 로벤. 왜 이렇게 내가 거추장스러운 방법을 쓰면서까지 네게 이러는 줄 아느냐?”


“알···게 뭐야. 특수 제작한 독과 은밀한 흑마법을 펼치면서까지 정면 승부를 피하는 놈의 행동에 이유가 궁금하겠냐?”


내 실책이었다.


생명의 숲에서 고위 마족을 베었던 내가 고작 제이르의 흑마법에 제압당한 이 상황은 오로지 조심성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비를 보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벤델, 아니 제이르가 내 방에 찾아온 뒤 급작스럽게 내리기 시작한 비를 보고 이변을 눈치챘더라면, 아무리 독에 당한 상태일지라도 허망하게 기회를 내주지는 않았을 터다.


제이르가 내뱉은 말이 너무나 절묘해서 한순간 진짜 벤델로 착각했다.


-너를 도와주려고 한 말이 괜히 곤란하게 한 모양이다.


그 말에 접견실에서 벤델이 공작에게 했던 말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했다.


제이르는 한나의 표정을 보고 대충 어림짐작해 한 말 일진데.


또한, 놈의 마나를 내 몸에 쉽게 허락했다.


그 방만이 작금의 허무한 결말이다.


하다못해 검이라도 쥐고 있었다면.


손목을 파고든 제이르의 사슬이 단단하게 나를 겁박해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잘 들어라 로벤. 이미 난 내 형제들을 먹어치웠다. 너는 그다음이었을 뿐이야. 이후, 다니엘까지···. 루이스 공작이 눈을 뜨면 공작의 모든 후계자는 내 피와 살, 그리고 마나로 치환되어 있겠지.”


“미친놈···!”


“이쯤에서 궁금할 것이다. 벤델은···? 너무 걱정하지 마라 막내야. 벤델은 그 시체도 남기지 않고 태울 것이니. 그 후, 내가 직접 진술할 것이다. 흑마법에 심취한 제국의 제 2 황실 마법병단의 단장, 벤델 루이스. 자신의 형제를 제물 삼아 본가에서 입에 담기도 힘든 짓을 자행 후 도주···.”


어처구니없는 시나리오를 읊는 제이르에게선 완전히 미쳐버린 광인의 편린마저 엿보인다.


아니, 이미 제 형제를 먹어치웠다는 제이르의 대본은 시나리오라고 치부하기엔 늦어버렸다.


-흑마법은 대상의 몸과 마음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헥사르는 제이르의 욕망을 파고들어서 그 몸속에 쐐기를 박아 넣었다.


대 마도 명가 루이스 공작가의 어엿한 후계자였던 제이르 루이스는 그 순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내 앞에서 눈깔을 희번들하게 뜨고 나를 노려보는 저자는 타락한 흑마법사, 그 이상도 아니었다.


“······말이 길어졌군. 그 벤델이 아끼는 너를 죽인다니 몹시 흥분 돼서 감정이 조절이 잘 안 되는구나. 이제 그만 내 양분이 되어라 로벤.”


제이르의 손에 마기가 소용돌이친다.


······제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그 살점을 취한 제이르의 마기는 마치 아놀드처럼 강대하고 거칠었다.


‘마지막까지 이 힘을 꺼내긴 싫었지만···.’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의 원천인 심장을 취하기 위해 마기로 더러워진 손을 뻗는 제이르.


하지만 놈은 목표를 이룰 수 없을 터다.


나에겐 아직 숨겨놓은 힘이 있으니.


쿠우웅!


“······!”


제이르가 펼친 흑마법에 바깥과 완전히 단절된 줄만 알았던 방이 급작스레 흔들린다.


이는 제이르도 예상 밖이었는지 내뻗은 손이 멈칫한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심장에서 새어 나온 성력이 피와 함께 온몸을 순환했다.


뜨뜻한 기운이 전신을 맴돌고, 구토감이 치밀어 오른다.


파직!


성력이 손목 부근으로 차올랐을 때, 나를 구속하고 있는 악마의 사슬은 맥아리 없이 끊어진다.


독으로 약해진 느낌이 들었던 근육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 힘을 되찾는다.


“성력?! 네가 어떻게!”


의문의 진동 소리에 나에 대한 집중이 한순간 흐트러진 제이르는 그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여전히 판단은 재빠르다. 디아볼릭 체인이 끊어지자마자 마법을 이어서 영창 한다.


“낙인! 쇠약(Weakness)! 지옥불(Infernal flame)!”


지끈거리는 상태에서 정신력을 소모하는 성력을 사용하자 강력한 탈력감이 찾아왔으나, 굴하지 않는다.


엘프의 마을에서 마기에 당한 엘프들을 구할 때 한 번 쓰러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


제이르 네놈은 흑마법이 주는 힘에 홀려 혈육을 자신의 양분으로 삼으려 했지만, 나는 내가 겪어온 모든 경험을 자신의 발전을 위한 양분으로 삼는 독종이기에 버티는 것이다.


손에 검이 들려있지 않아 허전했다. 하나 마법은 굳이 베지 않더라도 피하면 된다.


내 마나 친화력을 믿고 저주를 흘리고, 검은 불꽃은 굴러서 회피한다.


치이이익!


좁은 공간에서 억지로 회피한 탓에 제이르가 펼친 지옥불에 옆구리가 그을린다.


콰아아앙!


방을 울리는 진동이 더욱 커진다.


시끄러운 빗소리를 뚫고 들어올 정도로.


그리고 허공에 균열이 생긴다.


균열 사이로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벤. 괜찮으냐?


“벤델!!”


“······형님.”


그 목소리에 반응한 나와 제이르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21.07.07 146 0 -
71 드러나는 어둠 21.07.24 91 0 14쪽
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1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0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3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8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4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5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1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3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0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0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1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1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8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1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8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