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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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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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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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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벤델 루이스

DUMMY

‘여전히 변한 게 없네.’


사티아를 떠나고 단 이틀 만에 고즈넉한 시골 풍경의 루이스 공작령에 당도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게이트를 이용해 제국까지 거의 동대륙을 가로지르다시피 이동할 수 있었다.


제국에 가까워질수록 그 나라에 미치는 제국의 영향력이 커진다.


내가 루이스 공작가의 직계라는 이유만으로 게이트 사용 허가를 쉽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주요했다.


확실히 로벤의 신분은 더없이 편리하다.


게이트에서 나와 바로 성으로 향했다.


‘······작위 계승식이라.’


이번 작위 계승식은 사실 보여주는 의미가 더욱 컸다.


일반적으로 작위를 가진 귀족이 작위를 세습하는 경우는 더 이상의 정계 활동이 불가능할 때인데, 현 루이스 공작가의 당주인 그웬 루이스는 아직 현역이라 평가받을 정도로 그 활동이 활발하다.


하나 그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작위 승계를 발표한다?


이는 가문의 결속을 더욱 굳건히 하고 벤델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기 위한 것이다.


내가 알아챈 불순한 움직임을 루이스 공작이 놓쳤을 리가.


권력의 완전한 양도.


후계자들 간의 골육상쟁을 막으려는 의도도 명백했다.


마리아와는 다르게 레베카 루이스, 즉 이모형제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그녀는 현 루이스 공작과는 정략결혼을 한 상대다.


그 신분은 무려 황제의 누이동생.


황실과 루이스 공작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자 이루어진 결혼이었는데 레베카는 벤델을 불편해했다.


본인의 자식이 아닌, 정실인 마리아의 맏아들이며 이미 확고한 후계자로 자리매김한 벤델이다.


레베카에겐 굉장히 눈엣가시였겠지.


‘하지만 아버지는 온건한 성격이시고.’


그런 레베카의 속마음을 과연 공작이 몰랐을까.


그 피도 고귀한 황실의 혈통인 레베카는 자신의 자식이 루이스 공작가의 뒤를 잇는 것을 원했다.


그래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벤델과 그녀와는 자주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내부 사정을 전부 지켜본 루이스 공작이 칼을 빼들은 셈이다.


더는 가문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지 않도록.


당연히 레베카의 자식들 역시 공작가와 황실의 피를 받은 만큼 재능 자체는 더없이 훌륭하나···.


······벤델 루이스와는 비교도 불가능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성에 도착했다.


바로 사용인에게 내 방문을 알리라 일렀다.


사티아에서 본가로 전갈을 보낸 지 고작 이틀 전이다.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 몰랐는지 성은 순식간에 부산스러워졌다.


“로벤 니이임! 미리 말씀하셨으면 게이트까지 마중 나가드리는 건데!”


“한나.”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저절로 웃음이 피었다.


제도에 있던 공작가의 사저에서부터 나를 보살펴준 한나가 제일 먼저 나를 맞이했다.


곧이어 성의 시종들이 나와 내부까지 안내하기 시작한다.


화창한 계절에 걸맞게 정원에는 화려한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장소에서는 계승식으로 루이스 가의 모든 후계자들이 성의 방문을 예고한 만큼 그들의 방문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로벤 님은 볼 때마다 성숙해지시는 것 같아요. 틀림없이 로벤 님이 성인식을 치르는 나이가 되면 제국 전역에서 공작가로 혼담을 보내올 거예요.”


한나는 나를 보필하는 동안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성인식이···. 벌써 내년이구나.’


한나가 언급한 성인식.


내가 18살이 되는 해인 내년에 치러질 예정이지만···.


“한나. 난 귀찮은 게 딱 질색이야.”


“무슨 뜻인가요 로벤 님?”


“성인식은 어머님께 말씀드려서 최대한 단출하게 치를 생각이야. 물론 복잡한 사교계에 발을 들일 마음도 전혀 없다고.”


“안 돼요! 로벤 님이 얼마나 인물이 좋으신데! 그건 뭇 레이디들에게 크나큰 손해라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당장이라도 헥사르가 무슨 짓을 꾸밀지 모르는 마당에, 사티아를 졸업하고 태평하게 제국에서 귀족 놀음을 할 여유는 없다.


게다가 이번 계승식으로 공작가의 후계자는 벤델로 낙점이 될 것이 분명한 상황.


내가 아버지인 그웬 루이스와 큰형인 벤델 루이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하나 후계자 구도에서 아예 동떨어진 막내 공자는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그리 큰 메리트가 있는 사윗감이 아니다.


한나가 한 말은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라는 소리다.


물론 정치적인 여건을 뺀다면, 내 조건은 어느 가문에서나 환영할 만큼 뛰어나긴 하다.


이번에 제출할 졸업 연구에서 론보다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경우, 그 사티아 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하는 셈이고, 내 출신과 실력이라면 앞날은 창창할 것이 분명하니까.


그래도···.


‘결혼이라니···.’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자기 단련에 미쳤었던 전생에서도 해보지 못한 일.


여자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결혼은 내 몸에 맞지 않는 단어처럼 어색하게 들렸다.


사실 나를 제외하면 루이스 가의 모든 형제들은 이미 결혼식을 치른 상태다.


귀족들의 결혼은 보이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의미가 있다.


자신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가문을 선별하여 정략결혼을 치르는 것이 보편적인 귀족들 사이의 결혼이다.


한나가 말은 저렇게 해도 이미 마리아가 혼담을 주고받을 상대를 낙점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번 기회에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확실하게 못 박아서 말을 꺼낼 계획이었다.


‘······가문에서 독립한다.’


루이스 공작가라는 울타리 안에 속해있지 않더라도 내가 가진 것들은 적지 않다.


경지에 오른 검술과 검술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마법. 그 둘을 아우르는 악마적인 마나 친화력까지.


더군다나 차기 당주가 거의 확실시 된 벤델은 이미 이런 내 생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벤델에게 마법을 배울 때 넌지시 말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 의견을 존중해줄 터.


애당초 작위를 계승하지 못한 다른 공작가의 핏줄들은 출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막강한 루이스 당주의 힘을 쪼개서 나누어줄 수는 없는 노릇.


마리아가 매우 섭섭해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성국의 계시, 아이리스가 말해 준 세계수의 예언 등. 외면할 수 없는 숙명이 내 어깨 위에 지워져 있다.


실제로 내가 예언의 용사가 아닐지라도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헥사르를 모조리 처단하고 게헨나에 건너가서 마족들까지 말살한다.


놈들이 앞으로 대륙에서 벌일 악행을 생각하면 그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일들이다.


마물과 마족이 넘쳐나 다시금 대륙에 암흑기가 도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 역할이 중요했다.


······내 환생은 누군가가 의도한 것이니까.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


환생 전의 목표와 일치하기도 하고.


이는 가문에 편안하게 안주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막내 도련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그간 정말 격조하셨습니다.”


“셀레네 부인. 연락을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형님께서도 잘 계신지요.”


“후훗. 그이는 잘 있어요. 어머님께서도 도련님의 소식을 항상 기다리고 계시는데, 너무하십니다.”


성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듯, 라일락을 닮은 싱그러운 여인이 나에게 우아하게 인사한다.


그녀 역시 나를 허물없이 대해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벤델의 아내, 셀레네.


이번 계승식으로 벤델이 공작위를 잇게 된다면 공작부인이 될 여인이었다.


그녀가 나를 마중 나와 주었다는 소리는···.


“로벤. 안부는 나에게 직접 전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애정이 듬뿍 담긴 음색이 나를 부른다.


한데, 어떤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형님!”


소리가 들린 방향을 마주한다.


이번에 폭발적인 성장을 했음에도, 그 존재감은 여전하다.


처음 깨어났을 때 마주했던, 항상 피곤한 얼굴은 여전하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당장 쓰러져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특히 그 귀신···. 그자에게 찍히면 제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잖아?


최고의 용병단으로 대륙에 위명이 자자한 류드에 속한 전투 용병인 딜란이 그를 평가한 말이다.


아직 공작위를 계승하지 않았음에도 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 2 황실 마법병단의 단장.


벤델 루이스가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새 또 성장한 모양이구나. 정말 대견스럽다. 너는 분명히 나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가 될 거다. 성장한 것은 마법뿐만이 아니겠지···.”


“과찬이십니다. 형님.”


“어머니가 기다리신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예.”


벤델, 셀레네, 한나와 함께 성의 접견실로 들어간다.


자리에는 루이스 공작과 마리아, 그리고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로벤!”


“어~ 우리 막내 왔구나?”


전에 보았을 때보다 더욱 혈색이 좋아진 마리아와 이제 세 번째 만나는 내 또 다른 형제.


“어머니, 다니엘 형님. 저 왔습니다.”


마리아는 못 본새 혈색이 좋아진 상태였다.


평시에는 제국의 북쪽 국경에서 침범해오는 몬스터와 야만족들을 상대하는 일로 그 얼굴조차 집에 비추기 힘들어하는 전투 마법사 다니엘까지.


레베카와 그녀의 자식들을 제외한 한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발달한 기감으로 전해지는 벤델과 다니엘의 마나는 명불허전이었다.


마탑이나 학회 소속의 마법사들처럼 틀어박혀서 연구에 심취하고, 마도의 극을 보기 위한 탐구에 미친 마법사들과는 달리 그들은 오로지 전장에서 적을 멸살하는 전투 마법사다.


그럼에도 갈고 닦은 마나의 절대량은 적지 않고, 오히려 사티아의 교수들보다 깊고 정순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


‘이게 마도 명가 루이스 가의 저력인가···.’


내 재능마저도 스스로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의 뛰어난 재능이었으나···.


여섯 개의 별을 이루고 난 뒤 새로 체감하게 된 내 형제들의 재능 또한 가히 제국을 지탱하는 기둥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완성된 실력의 전투 마법사 벤델과 다니엘···.


“로벤이 올해 사티아 졸업 예정이던가?”


“예 형님.”


“너도 졸업하고 마법병단 수습 자격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네 재능은 고리타분한 연구실보단 전장에서 그 빛을 발할 텐데.”


“다니엘.”


“에이. 벤델 형님도 인정하시면서. 어쩌면 로벤은 형님과 저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아니, 확실해요. 저 나이에 벌써···.”


“오랜만에 본 동생한테 부담스럽게 왜 그러느냐.”


루이스 공작이 다니엘의 말을 끊는다.


“맞아 다니엘. 로벤은 마법병단보다는 수호기사단에 마음을 두고 있을지 모르잖니.”


마리아가 한 마디 더 거들었다.


그녀는 내가 마법 수련보다 검술 수련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벤델에게 전해 들었을 터다.


“······.”


그 말을 들은 벤델이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머니. 로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을 겁니다.”


“벤델?”


“굳이 로벤까지 제국에 몸을 담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방금 벤델이 한 말.


레베카가 들으면 충분히 꼬투리 잡을 수 있는 말이다.


“무슨 뜻이냐.”


루이스 공작이 벤델을 바라보았다.


벤델은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저와 다니엘, 그리고 다른 이모형제들도 제국에 적을 두고 있는데, 로벤 정도는 괜찮지 않겠습니까.”


“으음···.”


모든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다.


벤델에게는 일찌감치 내 뜻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다른 가족들은 벤델의 방금 발언이 꽤나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저는.”


이렇게 빨리 독립 계획을 말할 자리가 마련될 줄이야.


벤델이 직접 판을 깔아주었다.


난 딱히 권력에도 욕심이 없었으니, 바로 지금이 내 뜻을 말할 좋은 기회였다. 온전히 가문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헥사르를 쫓기 위해서는 언젠가 한 번쯤 이런 자리가 필요했다.


그 순간.


“다들 여기 모여 계셨군요.”


나른한 목소리가 접견실에 울려 퍼진다.


내 옆에 서 있던 한나가 침을 꿀꺽 삼킨다.


나이가 벌써 쉰을 넘었으나 그 아름다움은 여전하다.


루이스 공작가의 두 번째 안주인.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치명적인 맹독을 머금고 있는.


레베카 루이스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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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1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0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3 0 11쪽
»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1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3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1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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