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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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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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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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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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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학기 시험

DUMMY

“요정이 아니라 호문쿨루스 셰스라고 해.”


“호문쿨루스? ······연금술사의 인공 생명체 말인가요?”


“응.”


-그렇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해도 좋아할 것 같아?


비앙카와 셰스의 첫 대면.


말과는 다르게 셰스는 칭찬에 약했다.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고 있다.


만나본 사람이 적으니, 자신을 칭찬해주는 사람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모습이다.


이 단순하고 귀여운 녀석.


“하이아스 교수님이 호문쿨루스도 만드실 줄 몰랐어요.”


“······.”


셰스는 세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아리아가 보낸 호문쿨루스지만, 비앙카에게 따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아리아의 모든 연금술 지식을 가지고 있는 셰스의 가치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다.


셰스를 생각해서라도 셰스에 관한 정보는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


요는 셰스가 아리아가 만든 호문쿨루스고, 그녀의 모든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 숨기면 된다.


더워지기 시작한 에센의 날씨를 한껏 만끽하며 우리는 사티아 밖으로 나섰다.


내게 붙어 있는 셰스가 이질적이라 그런 건지, 타인에게 관심을 잘 두지 않는 사티아의 마법사들은 우리가 지나갈 때 한 번씩은 시선을 주었다.


-흐응~


······이 건방진 호문쿨루스는 슬슬 타인의 관심에 적응하고 있다.


인간의 악의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서 조금은 조심성을 가져주면 좋으련만.


“어! 비앙카! 선배?”


멋들어진 건축 마법이 적용된 아카데미의 정문을 나서려는 순간.


반가운 얼굴 두 명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인사해 왔다.


유리 네메즈와 슈라 레일트라.


비앙카의 룸메이트이자 모두가 수석을 두고 다투는 기특한 후배들이다.


“······이럴 줄 알았어요.”


그와 함께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던 비앙카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다가온 슈라가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녀와는 비앙카가 납치되었을 당시 아놀드의 연구실에서 본 뒤로 처음 만난다.


“비앙카와 선배님은 같이 어디 가시는 건가요?”


“선배가 밥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후배님들도 점심 아직 안 먹었으면 같이 갈래? 물론 계산은 선배인 내가 할 테니까. 어때?”


“어머. 그래도 되나요? 저희도 마침 밥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하아.”


-······하아.


비앙카가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 어깨에 꼭 붙어서 유리와 슈라의 면면을 살피던 셰스의 한숨 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후배님들은 시험 잘 봤어?”


“저는 나쁘지 않게 본 것 같은데, 유리는 아직 안 봤어요. 얘는 오후에 시험이 예정되어 있거든요.”


“그래? 빨리 먹고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시간을 뺏는 것은 아니겠지?”


“괜찮아요···.”


나에게 반갑게 인사했던 유리는 답지 않게 수줍게 대답했다.


순간, 슈라의 눈빛이 반짝인다.


우우웅!


미세한 마나의 파동.


‘···전언?’


슈라에게서 흘러나온 마나는 유리에게 전해지고, 곧이어 비앙카에게도 닿았다.


나를 보고 있던 유리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귓불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비앙카의 눈썹이 꿈틀대고, 정색하며 슈라를 노려본다.


슈라의 입에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와 같은 미소가 걸렸다.


“선배님! 저는 바빠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갑자기?”


뜬금없는 슈라의 말에 움찔한 것은 유리와 비앙카였다.


슈라가 유리와 비앙카에게 뭐라고 말했길래 그녀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슈라···. 이따 방에서 꼭 단둘이 뵙도록 하죠.”


차갑게 식은 비앙카의 말에 슈라가 몸을 흠칫 떨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하지만 그 태도는 여전히 장난스러웠다.


“아하하. 그럼 저는 이만!”


“······정말 그런 거 아닌데.”


유리의 영문 모를 옹알대는 목소리까지.


저 나이 또래 소녀들의 대화는 따라가기 힘들다.


‘서로 엄청 친해 보이네.’


나와 같은 방을 썼던 마법사들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못한 내가 보기에는 어쨌든 보기 흐뭇한 광경이었다.


물론 론은 예외다.


말수가 적어진 유리와 비앙카, 그리고 귀여운 호문쿨루스 셰스까지.


꽤 특이한 조합의 우리는 때가 되면 항상 만석이 되는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선배 여기···.”


“응? 와본 곳이야?”


“아뇨. 정말 와보고 싶었는데 가격대도 비싸고, 예약도 가득 차 있어서 오지 못했던 곳이라···.”


“······역시 뚱뚱한 유리 씨. 먹을 거에 관심이 정말 많아요.”


“조용히 해 비앙카.”


오랜만에 봐도 정말 우애 좋은 모습이다.


나도 이 레스토랑에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예약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입맛이 그렇게 고급이 아니었기에.


“어서 오세요. 예약은 하셨습니까?”


“아뇨. 그건 아닌데···.”


“정말 죄송하지만 지금 자리가 없는지라, 예약을 하지 않으셨으면···.”


종업원이 황망한 얼굴로 나에게 말한다.


종업원의 말마따나 난 예약을 하진 않았다.


하나 이럴 때 쓸 수 있는 요긴한 물건이 있다.


망토에 보관한,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 황금으로 양각된 마샬의 황금패를 꺼내 종업원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꼼수를 부려서 대접받는 것은 원래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긴 한데···.


중요한 시험을 앞둔 후배들을 위해서는 충분히 감수할만하다.


“······!”


종업원이 황금패를 보고 화들짝 놀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셰스가 조그만 소리로 내 머리를 울린다.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건 맞아? 경험 없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예약이란 것을 해야 하는 모양인데···.


비앙카와 유리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난 무사태평했다.


기왕 식사 대접을 하기로 했으면, 쉽게 맛볼 수 없는 것을 대접해 줘야지.


곧이어 안쪽에서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온다.


볼살이 푸들푸들 떨릴 정도로 살이 찐 그는 내가 꺼내둔 황금패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우리를 자리로 안내했다.


······이 기분. 권위를 이용해서 갑질을 하는 느낌이라 썩 유쾌하진 않다.


태생이 지체 높은 공작가의 자제라 한들 이제껏 살아온 경험은 고위 귀족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으니.


주문과 함께 차례대로 애피타이저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얼떨떨한 모습의 후배들과 함께 수저를 들었다. 셰스도 질세라 고급스러운 식기에 담긴 음식을 떼서 입에 넣는다.


“괜찮아? 나도 여기는 처음 와보는데.”


““네.””


유리와 비앙카가 동시에 대답한다.


“첫 시험인데. 공부가 어렵지는 않아?”


“······생각보다는 할 만 해요. 한심한 유리 씨는 얼마 전까지 공부하기 힘들어 했는데 말이죠.”


“네가 내 걱정도 다해주고 웬일이니 비앙카. 신학 공부는 열심히 했고?”


“당연하죠. 유리 씨는 오후에 시험도 있으신데, 상당히 여유로워 보이시네요.”


또다시 유리와 비앙카의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하긴, 서로가 경쟁자인데, 저 정도의 신경전은 당연하다.


“······여유는 고작 시험 한 개 끝났다고 선배랑 식사하러 오는 너에게 있는 거겠지?”


“······유리 씨도 좋다고 따라오셨으면서. 오후 시험이 예정된 분이 말이죠.”


점차 그 양상이 과열된다. 그녀들의 대화에도 태연하게 음식을 구겨 넣고 있는 셰스가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지금만큼은 기분 좋게 식사하지 그러냐···.’


그때, 깨끗한 음색으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로벤 님?”


익숙한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루시 바이올렛.’


모두의 시선이 그쪽을 향한다.


선약이 없더라도 그녀의 방문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유리와 비앙카의 대화가 멈춘다. 셰스도 식사를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나를 찾아온 손님을 마주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그러운 라일락을 연상시키는 보랏빛이 두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작위가 있는 귀족이 아님에도 그 자태엔 품위가 넘친다.


마주한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서글서글한 인상까지.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것도 순전히 그녀가 준 신용패 덕분이다.


여기서 마주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공자님이 여기서 식사하고 계실 줄은 몰랐어요. 이곳의 지배인께서 제게 저희 상단의 신용패를 가지신 분이 와계신다고 알려주셔서 이렇게 결례를 무릅쓰고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결례라니요. 루시 씨가 찾아오시는 것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루시 씨도 식사하러 오셨나 보군요.”


“······으음. 네.”


한 박자 늦은 대답.


슬쩍 돌아보니 비앙카와 유리가 굳은 얼굴로 루시를 보고 있었다.


셰스도 도끼눈을 뜨고 나를 째려본다.


······왜 갑자기 분위기가 냉랭해졌지.


“명망 높은 사티아의 마법사분들을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는 에센에서 마샬 상단을 책임지고 있는 루시 바이올렛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즐거운 식사 시간을 방해한 것 같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루시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루시의 소개를 듣고 반응한 것은 비앙카였다.


“마샬 상단···?”


“알고 계시나요?”


“그야···. 서대륙에서 제일 유명한 상단이니까요···.”


비앙카가 묘한 표정을 짓고 대답한다.


루시가 비앙카에게 방긋 웃어주었다.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의 이름을 여쭙고 싶어요.”


“비앙카 가넷이에요,”


“···유리 네메즈입니다.”


루시는 비앙카와 유리의 이름을 듣고 눈을 빛냈다.


이것도 기묘한 인연이다.


나를 통해서 루시와 유리, 비앙카가 안면을 트다니.


루시는 분명 유리와 비앙카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터다. 마샬은 사티아의 후원자 명단에도 그 발을 걸치고 있으니까.


특히 비앙카는 마도 왕국에 그 이름이 널리 퍼져있는 천재 마법사.


이 만남은 인맥을 중시하는 상인으로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기회기도 하다.


서로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만남이다. 루시는 내 생각을 읽고 둥글게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유리와 비앙카도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으련만.


“······그 로벤 님이 아끼는 후배 분들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혹여나 구하고 싶은 물건이 있으시거나 상단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주세요.”


루시는 끝까지 사람 좋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금방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등장만으로도 유리와 비앙카의 논쟁을 불식시키다니···. 정말 보통 능력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호화로운 점심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 셰스가 나에게 물어본다.


-방금 온 여자랑 무슨 관계야?


“···동맹? 아니지, 그것보단 조금 더 친숙한···.”


-너어는 진짜···.


“······선배. 잘 먹었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봐도 될까요? 기초 소환학 시험이 코앞이라···.”


“······저도 유리 씨와 같이 들어가 보도록 할게요. 시험공부가 무더기로 쌓여있어서···.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루시가 오기 전까지 아옹다옹 다투었던 둘이 합심한 듯 말을 꺼냈다.


유리는 당장 시험을 앞두고 있었고 비앙카도 아직 남은 시험이 많다.


더 이상 후배들의 시간을 뺏을 수는 없는 노릇.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보통 뛰어난 마법사가 아닌데···.’


사티아로 돌아가는 유리와 비앙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사티아 아카데미에서 수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장차 미래의 대마법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유망주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중에서도 옥석을 가린다. 그리고 선별된 옥석은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다.


평범한 생도들과는 다른 특색 있는 제복과 아공간 마법이 각인된 망토.


에센에서의 마법사용 허가권.


사티아 대도서관의 상급 자료 열람권.


특히나 이번에 추가된 권한은 사실상 학생 신분으로서의 자유권을 최대한 보장해줄 정도로 막강하다.


많은 마법사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개인 재량의 연구 진행.


합당한 계획이면 굳이 지도 교수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서도 예산을 분배받고 원하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떨까···.’


유리와 비앙카.


누가 이번 학기에 수석을 차지하게 될까.


‘둘 다 세렌의 강의를 들었지?’


화염 마법의 응용과 이해.


사티아에서 오래 수학한 선배 마법사들조차 여러 번 재수강을 할 정도로 난해한 강의다.


거의 모든 마법사가 처음에 마법에 입문하여 걸음걸이를 뗄 때는 헤일러의 마법 술식을 바탕으로 마법을 수련하는데, 세렌이 지향하는 목표는 헤일러의 술식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술식을 구축하여 보다 나은 마법의 재창조를 하는 데 있었으니, 누군들 어렵지 않을까.


더군다나 이번 시험은 변별력을 크게 높였다.


가뜩이나 높은 학점인 세렌의 강의다. 만약 여기서 시험을 망치고, 성적의 차이가 벌어진다면, 이는 곧 종합 평점에 영향을 미치리라.


화염 마법의 응용과 이해의 시험은 이번 주 마지막에 예정되어 있다.


과연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누가 될까···.


벌써부터 수석을 따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면박을 줄 모습을 상상하니,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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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드러나는 어둠 21.07.24 91 0 14쪽
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2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65 벤델 루이스 21.07.09 93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 1학기 시험 21.07.04 112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2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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