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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님의 서재입니다.

마도 명가의 소드 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수려한.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1
최근연재일 :
2021.07.24 14:00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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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66
추천수 :
219
글자수 :
41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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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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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벤델 루이스

DUMMY

벤델이 나를 보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나 역시 고개를 티 나지 않게 끄덕였다.


‘계승식이 끝날 때까지는 굳이 레베카에게 꼬투리 잡힐만한 말을 할 필요가 없어.’


벤델이야 내 뜻을 이해해주고 독립하고 싶다고 한다면 흔쾌히 밀어주겠지만, 레베카는 다르다.


그녀는 태생부터가 황실의 일원.


괜한 독립 이야기를 꺼냈다간 마리아와 벤델의 입장만 난처하게 만들 뿐이다.


“작은어머니를 뵙습니다.”


“로벤. 오랜만이에요. 사티아에서의 소문이 여기까지 자자하던데, 역시 피는 못 속이는 법이군요. 다 좋은데 소식 좀 자주 전해주지 그랬어요.”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탓하려는 건 전혀 아니었어요.”


레베카는 후후. 하고 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껄끄럽다.


한창때는 제국의 사교계를 휘어잡았다는 레베카를 대하는 것은 말 그대로 껄끄러웠다.


익숙지 않은 귀족식 화법과 서로를 탐색하는 듯한 기 싸움은 정말이지 질색이다.


‘하필 타이밍도···.’


나를 맞이하기 위해서 마리아와 벤델, 다니엘이 접견실에 모여 있었을 뿐이지만.


계승식을 앞둔 지금 레베카가 보기엔 썩 유쾌하지 않은 광경일 터.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에 루이스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을 내뱉었다.


“로벤. 식사는 했느냐.”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마리아, 레베카. 모든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다 같이 식사라도 하러 가시는 게 어떻겠소.”


“저야 좋지요. 이번에 사티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그에 관해 로벤에게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혹여나 로벤이 그 일로 피해를 보지 않았는지, 마리아 부인께서도 걱정 많이 하셨잖습니까.”


“이를 말입니까.”


공작이 집사에게 식사의 준비를 명했다.


공작의 말마따나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 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잠에 들기 이전의 기억이 없는 내가 얼굴도 모르는 형제들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벤델의 계승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제이르.


좋지 못한 예감이 들게 하는 인물이다.


이번에 계승식이 무난히 흘러가 벤델이 공작위를 물려받게 되는 상황이 올 경우, 레베카를 등에 업은 제이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제국 내에서도 막강한 권력을 가진 루이스 가의 당주 자리다.


순순히 포기할 리는 없을 터.


‘뭐. 그래도 상대가 벤델인데···.’


내가 마나 간섭 현상에 들어 깨어나지 못했을 때 이미 공작을 대신해 여러 대소사를 처리했던 벤델이다. 또한, 제 2 황실 마법병단의 단장으로 그 지위도 확고하다.


레베카와 제이르가 뭘 꾸몄는지는 몰라도, 공작의 결정을 뒤바꾸기는 불가능하겠지.


“로벤 님.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한나가 고개를 숙이고 시종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귀족도 참 피곤한 족속들이야.’


작위를 계승하는 것도 이렇게 복잡하기 그지없다.


어서 계승식이 마무리되고 사티아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전에.’


레베카가 꾸미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황실에도 끈이 닿아있는 그녀가 보인 움직임은 예사로 넘어가기 힘들었으니까.


벤델은 항상 나에게 도움만 주었으니, 이젠 내가 보답할 차례였다.


*


“벤델.”


“예 아버지.”


“너는···. 레베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작은어머니 말씀이십니까.”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결혼이라 하나 아버지는 레베카에게도 마리아와 마찬가지로 평등한 사랑을 베풀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벤델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레베카가 벤델을 상당히 거슬려 한다는 것도, 제이르가 계속해서 벤델을 견제하는 것도, 아버지인 루이스 공작의 얼굴을 봐서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그래···. 로벤과 달리 너에겐 항상 엄격하게 대한 기억만 남아있구나. 난 그렇게 생각했다. 내 뒤를 이을 마땅한 후계자는 제이르도, 다니엘도 아닌 네가 될 거라고. 그래서인지 레베카가 너를 모질게 대해도 그녀를 말릴 수 없었어. 제이르에게 당주의 자리를 물려주지 못할 거라는 미안함 때문에.”


벤델은 루이스 공작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든 것에 대해 아버지에게 딱히 섭섭한 마음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레베카의 날 선 태도도 이해했으며 제이르의 행동은 귀엽기까지 했으니.


“하지만 더는 네가 난처해질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


“오는 5월에 너에게 정식으로 루이스 가의 당주 자리를 물려줄 계획이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뜬금없는 공작의 선언에 언제나 침착하던 벤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당주 자리를 물려준다니?


“벤델. 난 알고 있다. 네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는지. 더는 그럴 일 없을 것이야. 루이스 가의 당주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 너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네 뜻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


역시 아버지의 눈은 속일 수 없나.


크게 한숨을 내쉰 벤델은 품속에 있는 궐련을 만지작거렸다.


불을 붙이면 매캐하고 독한 연기를 피워내는, 결코 최상급 품질이 아닌 궐련.


복잡한 생각이 들 때마다 자동으로 손이 갔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루이스 공작이 입을 다시 뗐다.


“네 실력을 감출 필요도 없다. 의견이 맞지 않는 다른 사람과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도 없어. 황제 폐하의 직언이 아니라면, 네게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야.”


그것이 루이스 가의 당주다.


루이스 공작의 말이 벤델에게 또렷하게 전해진다.


숨긴다고 숨겼는데, 아버지는 이미 다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하하. 자식에 대한 것도 모르면 아버지라 할 수 있을까.”


공작의 따스한 눈빛이 벤델을 훑는다.


같은 마법병단 소속의 단원들조차도 벤델의 정확한 수준을 알지 못한다.


하나 벤델은 애진작에 대마법사라 불릴 수 있는 경지인 열 개의 별을 이룬 상태였다. 열 개의 별을 이루었다고 모두가 대마법사라 칭송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최소 조건인 열 개의 별을 이룬 것은 분명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벤델의 나이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벤델은 그 어떤 대마법사도 스승으로 두지 않고 전투 마법사로 전장에서 활약하는 마법사였다.


이 사실이 마탑과 학회에 알려진다면 일대 파란이 발생할 터.


당연히 아버지인 루이스 공작의 경지 또한 넘은 지 오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레베카다. 그녀와 제이르는 너를 인정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네가 귀찮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 전에 레베카를 단념시켜야 해.”


제 2 황실 마법병단의 단장인 벤델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 정보들을 접하다 보면 뜻하지 않더라도 알게 되는 불편한 진실들도 있다.


올해부터 레베카가 벤델의 뒤를 캐기 시작했으며, 황제의 누이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황실에 은근한 손길을 뻗고 있다는 사실까지.


벤델을 실각시키기 위해서, 그녀의 아들인 제아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움직임을 공작도 알아차린 모양이다.


······작위 계승을 서두르는 이유기도 하다.


“대신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예 아버지.”


“부디 레베카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또, 그녀의 자식들도 너의 형제야. 내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벤델이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아버지다.


레베카와 제이르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벤델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지금 레베카의 모든 행동이 안타깝게 느껴졌으리라.


오히려 지금 계승식을 진행하지 않고 현 상황을 유지한다면.


벤델을 흠집 내려는 그들의 행동이 역으로 벤델에게 빌미를 주고, 결국에는 숙청당할 수도 있겠지.


벤델은 결코 자신의 적을 봐주는 무른 성격이 아니었으니까.


온건한 성격의 공작에겐 두고 보기 힘든 미래다.


“물론입니다. 한데···. 만약 작은어머니나 제아르가 선을 넘는다면, 그리고 그 대상이 제가 아닌 다른 동생들이 된다면, 그때는 가만히 있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그럴 리는 없다···.”


루이스 공작이 말끝을 흐렸다.


그도 확신하지 못했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정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공작이 더 잘 알고 있었으니.


“레베카는 그렇게 잔혹한 성격이 아니야···. 제이르의 질투는 도가 지나칠 때가 있긴 하지만···.”


“······.”


방안에 조용하게 정적이 내려앉는다.


공작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벤델이 궐련을 꺼내 입에 물었다.


벤델의 손끝에 작은 불꽃이 피어난다. 곧, 벤델의 입에 물린 궐련에서 하얀 연기가 아지랑이처럼 흩날린다.


······로벤이 도착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


“이번 선물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번 선물?


‘아차.’


타락의 종자를 사용했던 일은 남자를 제외하면 헥사르의 그 누구도 모르고 있는 상태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어둠의 주인도 성국의 잃어버린 성유물을 남자가 보관했었다는 것을 모른다.


심지어 타락의 종자를 사용했음에도 세계수를 오염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떠올린 남자는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숲에서 여러 차례 놈을 괴롭혀줬거든요.”


-일 처리도 제대로 못 한 네가 그 말을 입에 담기엔 꼴이 우습지 않나.


“그건···.”


남자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에센에서도 그렇고, 이번에 생명의 숲에서도 그렇고. 실패하면 안 되는 의식이 두 번이나 실패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모두 그놈, 로벤 루이스가 있었다.


에센에서 실패한 의식의 전말을 조사한 총단에서 남자에게 알려준 사실이었다.


‘당하기만 할 수는 없지.’


고작 17살의 애송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게헨나의 고위 마족 하우레스의 환상을 깨부수고 목까지 베어냈다.


게다가 놈은 원래 마도 명가의 후계자다.


검을 그 정도로 다룰 수 있는 마법사라니···.


그냥 놔두었다간 앞으로의 대업에 두고두고 방해물이 될 터다.


“하여튼, 사람 마음은 간사하니까요. 균열이 있으면 그 균열을 파고들어서 망가트리는 것이 제 주특기잖아요?”


-또 재미난 일을 꾸몄나 보군. 부디 이번 일은 실패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꾸민 일입니다. 조직과는 상관없는.”


제국의 마도 명가라 할지라도 그 구성원이 전부 명성에 걸맞게 고고하지는 않다.


자신의 계획을 어그러뜨린 로벤에게 줄 선물···.


‘피가 섞인 혈육이라 할지라도 욕망 앞에서는 모두가 충실해지지.’


······바로 분열이라는 이름의 씨앗이었다.


비록 세계수를 오염시키기 위해 심은 씨앗은 그 꽃을 피우지 못했으나, 이번에 남자가 루이스 공작가에 심어둔 씨앗은 틀림없이 만개할 것이다.


씨앗의 양분이 될 인간의 욕심은 과했으면 과했지 결코 모자라진 않을 테니까···.


“후후···. 후후후. 하하하하!”


조각난 심장에 어둠이 뭉치며 억지로 별을 이루는 과정에서 전해지는 고통도 남자의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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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론 그리고 비앙카 21.07.20 81 0 14쪽
69 론 그리고 비앙카 21.07.17 82 0 16쪽
68 벤델 루이스 21.07.15 86 0 13쪽
67 벤델 루이스 21.07.13 110 0 13쪽
66 벤델 루이스 21.07.12 91 0 12쪽
» 벤델 루이스 21.07.09 94 0 11쪽
64 벤델 루이스 21.07.08 99 0 12쪽
63 벤델 루이스 21.07.06 95 1 12쪽
62 1학기 시험 21.07.05 116 1 15쪽
61 1학기 시험 21.07.04 112 1 13쪽
60 1학기 시험 21.07.03 121 1 15쪽
59 1학기 시험 21.07.02 125 1 14쪽
58 1학기 시험 21.07.01 133 1 15쪽
57 1학기 시험 21.06.30 174 1 15쪽
56 그라고스 성국 21.06.29 160 1 12쪽
55 그라고스 성국 21.06.28 161 0 14쪽
54 그라고스 성국 21.06.27 171 1 12쪽
53 그라고스 성국 21.06.26 182 1 13쪽
52 복귀 21.06.25 200 1 14쪽
51 복귀 21.06.24 212 1 13쪽
50 비극 21.06.23 189 1 14쪽
49 비극 21.06.22 199 2 13쪽
48 비극 21.06.21 198 1 13쪽
47 비극 21.06.20 201 1 13쪽
46 격전 21.06.19 217 1 14쪽
45 격전 21.06.18 222 1 14쪽
44 격전 21.06.17 215 1 12쪽
43 격전 21.06.16 21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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