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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26,209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14 10:28
조회
626
추천
12
글자
7쪽

제6화 - 버클리 음악학교

DUMMY

3월 14일 수요일 아침에 늦잠에서 깬 에리카는 비로서 봄을 느낀다. 창문을 여니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새소리가 들어온다.


늦으막한 아침을 먹고 찰즈강으로 발을 내딛는다. 집에서 버클리 음악학교까지는 한시간 정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이다.


대학 재학 중일 때 학자의 길을 생각했던 에리카에게 수많은 대학이 몰려 있는 이 보스턴 지역은 무언가 친숙하다. 그 중의 하나가 버클리 음악학교이다.


발음은 같지만, 에리카가 졸업한 버클리는 Berkeley이고, 보스턴의 버클리는 Berklee College of Music이다. 재즈며 록 등 실용음악을 정규로 가르치는 이 학교의 명성은 익히 아는 터이다.


버클리는 어제 가 본 Simon’s Café에서 멀지 않다. 고색창연한 은행과 같은 느낌을 주는 본부 건물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 각종 악기를 든 학생들로 로비가 붐비고 있다.


교무과에서 FBI 신분증을 제시하고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는 샌디에고 출신 여학생을 찾자 5분도 안되어 파악이 된다.


레지나 파커. 26세. 졸업반.


교무과에서 얻은 핸드폰 번호에 전화를 걸자 금방 레지나가 나온다.

“레지나? 어제 사이먼즈 카페에서 만난 FBI 수사관 에가와에요.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마침 그녀는 학교 연습실에 있었다.


정오를 지난 실내는 어둑하고 서늘하다. 창밖은 한적한 뒷길인데 창을 뒤로 하고 앉은 레지나의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포지션을 만든 자신을 속으로 나무라며 에리카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레지나, 로젠버그를 알아요?”

“네..”

“어떤 관계에요?”

“관계라니요? 내가 일하는 바의 손님인데..”

“만약에 그 이상이라면 나중에 번잡한 조사를 받게 될 거에요. 내가 레지나에게 어떤 의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단순히 손님 중의 하나 이상이라고 느꼈어요.”


“내 보이프렌드를 빼앗아 갔어요.”

“보이프렌드?”

“그놈이 바이 섹슈얼인지 나중에 알았어요.”

“그놈이라면 보이 프렌드?”

“네. 그렇죠. 로젠버그도 바이인지는 알 수가 없고..”

이 말에 에리카는 로젠버그도 바이 섹슈얼이란 걸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당신의 보이프렌드와 로젠버그가 게이 상대다..”

“그런 얘기지요.”

“커민은..?”

“아마 아닐 거에요. 걔는 같이 다니는 여자 친구가 따로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죠? 같이 어울린 적이 있나요?”

“어울린 적은 없고.. 바에 온 적이 있어요. 두어 번..”

“그 여자친구와 로젠버그도 함께?”

“그렇지요.”

“이름을 알아요?”

“이름은 모르고.. 아마 한국인..?”


“로젠버그 교수와 텍사스가 무슨 연관이 있나요?”

“내 엑스 보이프렌드··· 팀이 그렇던데··· 그가 텍사스 부호의 아들이래요.”


텍사스.. 그러고 보니 하버드에서 만난 로젠버그 교수의 말투에는 남부 억양이 들어 있었다.


“레지나의 보이프렌드를 만날 수 있을까요?”

“이 근처 헌팅턴 애비뉴에서 악기점을 하고 있어요. 베리타스라고. 주인이니까 금방 찾을 수 있겠죠?”


* * *


보스턴 항만에 자리 잡은 시푸드 레스토랑의 바깥쪽 데크에 앉아서 비로서 에리카는 대서양 가에 있음을 실감한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에게 바다란 태평양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바다는 대서양이고, 적도선과 평행으로 직행한다면 아마 포르투갈 북쪽이나 스페인 서쪽 끝이 될 것이다.


부모가 다 떠나 버리고 형제도 없다는, 그래서 사실은 고아나 마찬가지라는 깨달음이 엄습한다. 샤블리 화이트 와인을 머금고 그 신맛이 지금의 우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아까 들은 레지나의 말을 떠 올린다.


중국 유학생의 한국인 여자친구.. 막연하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수 많은 동양인들과 함께 성장했지만, 중국에서 온 젊은 남자가 한국 여자와 사귀는 건 본 경우가 없다.


게다가 같이 게이 바에? 아니야, 이건 그림이 아니다. 하긴 레지나도 그 여자가 한국인인지는 확실하게 모르는 투였지.. 에리카의 생각을 커널리의 목소리가 끊는다.


“많이 기다렸어?

“아니.. 한 15분. 덕분에 대서양의 석양을 제대로 보았네.”

“다행이군. 오늘은 내가 쏘는 거야. 따라서 메뉴도 내가 고를게.”


“무슨 데이트가 아니니.. 더치페이로 하지요. FBI하고 보스턴 경찰이.”

“제발 그만 해라. 우리가 죽으나 사나 한 팀이 되었으니 박봉에서 한번 쏘겠다는 거니까.”


학창 시절 이야기, 취미 이야기, 뉴잉글랜드 이야기 등으로 식사와 화이트와인 한병이 다 끝나고 레드와인을 새로이 따며 수사 이야기로 넘어 간다.


“내게 배정되었던 사건들이 몇 개 있는데.. 대충 동료들에게 넘기고 왔어. 이 사건에 집중하려고.”


“낮에는 무슨 새로운 진전이 없었어?”

커널리가 진지하게 묻는다.

에리카는 레지나 파커를 만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녀의 배신한 남자 친구가 로젠버그의 동성애 파트너다..? 도대체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거야?”

“글쎄 말이에요.”


“그런데 헌팅턴 애비뉴에 있는 베리타스라는 악기점을 알아요?”

“오가며 본 느낌이 들어..”

말과 동시에 커널리는 구글로 검색을 한다.


“알았다! 심포니 플라자 한 구석에 있네.”

“멀어요?”

“걸어가면 30분. 택시로 가면 5분.”


시간을 보니 8시 20분. 부지런히 걸어가면 9시 도착.

“우리 산보 삼아 걸어가죠.

“좋아. 형사는 역시 발로 뛰는 동물!”


베리타스 악기점에 도착했을 때 9시 5분 전이고, 내부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가게 앞에는 몸을 가릴 공간이 없고 길 건너 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두 사람은 연인과 같은 분위기로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는다.


십여분이 지나자 밤공기에 몸이 움츠려진다. 그 때 검은 벤츠가 악기점 앞에 다가가 선다. 차에서 내린 사람은 로젠버그. 악기점으로 들어간 로젠버그가 곧 사내와 함께 나온다.


삼십대 중반의 사나이. 180센티 미터 정도의 키에 잘 발달된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다. 나이에 비해 빨리 온 박모증으로 머리를 짧게 하여 운동선수의 분위기를 풍긴다.


차로 걸어가는 몇 발자국의 거리에도 두 사내의 친근하고 편한 느낌이 길 건너에서 느껴진다.


두 남자를 태운 자동차가 움직이자 커널리는 즉시 사진을 찍고 수사본부에 전화를 건다.


“즉시 미행 요청. 대상은 자동차. 현재 헌팅톤 애비뉴 1250번지에서 보스턴대학 쪽으로 이동 중. 검은색 벤츠 e350. 차량번호 매사추세츠 421 PH7.”

berklee-college-of-music.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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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43화 – 보스턴을 향하는 추격자들 +1 18.05.27 462 7 10쪽
42 제42화 - 모택동 주석께 드리는 서한 +2 18.05.25 496 6 11쪽
41 제41화 – 소영 제거 지시 18.05.22 470 7 10쪽
40 제40화 – 미국 하원 의원회관 18.05.18 483 7 12쪽
39 제39화 – 시카고 플레이보이 빌딩 18.05.18 521 8 12쪽
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36 제36화 – 사사키의 변신 18.05.16 480 7 12쪽
35 제35화 – FBI 확대 수사회의 18.05.16 482 7 12쪽
34 제34화 – 공범들 18.05.15 479 7 10쪽
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5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9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9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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