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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조선의 반격 - 증기와 대항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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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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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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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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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화 - 음영대(陰影隊)

DUMMY

009화 - 음영대(陰影隊)



지난 전투에서 여진족에게 큰 손실을 입혔지만, 여전히 수적으로는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구출 작전인 만큼 손실 없는 전투 계획이 필요했고, 이운룡에게 사전 정찰을 맡겼다.



“운룡, 자네가 먼저 가서 적정을 주밀히 살피고 오게. 특히!”


“네. 하명 하십시오”


“자네도 짐작하겠지만. 적의 퇴로를 막아야만 하네.”


“오랑캐를 모두 죽이거나 생포해야 하겠지요.”


“그야 그렇지만, 한둘만 살아 도망쳐도 큰일 아닌가? 최소한 적이 전령을 보낼 수 없게 해야 하네. ”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적의 퇴로는 물론, 지형지물과 군세를 확인하여 장군께서 지휘할 수 있도록 면밀히 살펴서 돌아오겠습니다.”



늘 믿음직스러운 이운룡이 체탐인과 함께 떠났다.


기억을 돌이켜보니. 이운룡 그는 훗날 원균이란 자를 꿋꿋이 버티면서 옥포 해전, 한산대첩, 장문포 해전을 비롯해 숱한 전장을 나와 함께할 사람이었다.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후 그를 경상 좌수사로 천거하였지만. 그놈의 원균이 이운룡을 육지로 좌천시켜 버린다.


하지만, 그 일이 ‘불행 중 다행’이 되었다. 이운룡을 칠천량의 참혹한 전화에서 살아남게 한 것이다. 그는 훗날 나의 뒤를 이어 삼도수군통제사를 이어 갈 인물이었다.


적진을 향해 말을 달리는 이운룡의 뒷모습.


그의 듬직한 어깨를 보면서 내가 키우는 인재가 아니라, 스스로 완성되어가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


전투를 위해서 본대를 이끌고 두 마장 정도 전진한 고갯마루 아래로 이동했다. 그리고 말과 병사를 쉬게 하면서 마지막으로 조용히 군기를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적진과 가까운 곳에서 말을 쉬게 할 수 있는 것이 천우신조(天佑神助)란 생각이 들었다.


밤새 달려와 지친 말과 병사로 바로 싸운다면 필패일 것이고. 마땅한 장소가 없어 적진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면 그 또한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정찰 나간 운룡을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초조해졌다.


불현듯.


‘적정을 살피러 직접 가야 했었나?’


그런 마음이 이심전심 전해진 것인지, 이운룡은 한 시진 만에 돌아왔다.



“운룡! 어떠한가?”


“...”


이운룡은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체탐인이 적정의 군세와 지형을 미리 파악해 놓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형지물과 적의 군세를 확인할 수 있어, 바로 돌아왔습니다.”


이운룡은 품 안에서 가죽 한 장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약식 지도였다. 가죽 지도엔 적정의 상황이 죽절(竹節)로 눌러서 새겨져 있었다.



“음, 이 표식이 여진 병사의 진인가?”


이운룡이 눈짓을 하자 함께 온 체탐인이 보고를 시작했다.


“그렇사옵니다. 오랑캐는 모두 90이옵고, 그중 전사는 70이옵니다. 나머진 호송과 병참을 맡은 치중대인지라 활은 없고, 각기 다른 병장기를 가지고 있사옵니다.”


“활이 없다?”


“그렇습니다요. 저들은 야인 전사들이 휩쓸고 간 땅에서 약탈하고 그것을 본진으로 옮기는 일만 합지요.”


“음······.”



체탐인의 말을 듣고 가죽 약도를 보니, 기병과 치중대를 각기 다른 모양으로 위치와 병력을 표시해 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표식대로 기병과 치중대가 서로 떨어져 있다는 말인가?”


“그러하옵니다. 야인 전사는 우리네 양반처럼 높은 신분입니다요. 그래서 치중대와 섞여 어울리지 않습니다요.”



양반과 신분이란 말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지만, 접어 두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전투 병력과 병참대가 서로 떨어져 있다는 것은 다행인 일이었다.



“지도를 보니, 여진의 본대로 이어지는 길이 하나뿐인데 맞는가?”


“그렇사옵니다. 방금 말씀하신 길을 따라 스무 마장을 가면, 오랑캐 군대가 늘 말을 쉬게 하는 터가 있고 그곳에 기병 400기가 진을 치고 있사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그 여진의 본대까지 돌아가는 길이 있는가?”


“있긴 하오나······.”


답하는 체탐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듯했다.


“왜 그러는가?”


“그게 산길이어서 말을 달릴 수 없고, 뛰어간다고 해도 반나절은 걸릴 것입니다요.”


“음······ 적이 전령을 보내는 것을 막아야 할 터인데.”


깊은 고민에 이운룡과 눈을 마주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입을 열었다.



“장군!”


“?”


“방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근심을 알아차린 이운룡이 자기 생각을 밝혔다.


“장군, 제가 체탐인과 적정을 살피면서······.”


선전관 이운룡은 내가 보고 있는 지도의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곳까지 은신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 마장 거리입니다.”


“한 마장이면 말발굽 소리가 들릴 터인데······.”


“그렇습니다. 그러니 평소 기민한 늙은 말을 골라 재갈을 물리고,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천천히 걸어가면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선봉인데 늙은 말을······ 괜찮겠나?”


“아무리 늙었어도 군마입니다. 한 마장 정도는 충분합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


“싸움을 피해 적의 진중을 가로질러, 이곳 길목까지 내달려서 적의 전령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음, 그 계책을 쓴다면 자네가 2 선봉이 되어야겠군.”


“네?”



늘 선봉에 중용하던, 이운룡을 제2 선봉으로 쓴다고 하니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의 그였다.



“들어 보게, 만약 선봉대가 적의 진중을 우회하면 적이 전령을 보낼 것이 아니라 전 병력으로 추격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아······ 그럼 1 선봉이 어그로(御居路)를 끄는 동안, 제가 적진을 돌파하란 말씀이시군요.”


“그렇네. 제1 선봉이 기사로 적을 붙잡아 두는 동안, 자네가 내달려 적의 퇴로를 막도록 하게.”


“네. 장군!”


* 기사(騎射) : 말을 타고 달리면서 활을 쏘는 무예 또는 전술.



“음, 그럼 이제 사로잡힌 백성을 구해야 할 터인데······.”



우리가 달려온 이유는 백성 백여 명을 구출하는 것이다. 혼란한 난전의 상황에서 묶여 있는 민간인을 피해 없이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도를 보면서 병력 투입을 고민하는 사이, 이운룡과 함께 왔던 체탐인이 입을 열었다.



“만호 나리, 소인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그려그려, 기탄없이 말해 보게.”


그는 내 곁으로 다가와 지도 위를 검지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 미처 그리진 못하였사오나, 풀숲이 허리까지 나 있는 곳이옵니다.”


“오! 그래서?”


“제게 병사 한 오(5명)만 주시오면, 이 풀숲을 기어가서 보초를 서는 오랑캐를 소리 없이 처치하고 백성들을 구해 낼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군관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체탐인은 신분이 낮은 천민 출신이 많은 데다가 정식 군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체탐인이 병사를 내어 달라는 것에 군관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내가 아니었다면 군관들이 호통을 칠 만한 분위기였다.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군관과 갑사들은 잘 듣게!”



일부러 나지막하고 묵직하게 소리 냈다. 군관과 병졸들 모두 내 눈치를 살피는 모양이 역력했다.


“무릇! 군공에 있어서 신분과 고하가 하등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걸, 다들 알 터인데 왜 표정들이 그러한가?”


“하오나······.”


“그리고 그것이 고려조부터 내려온 전통이네. 하여! 계책을 내놓은 체탐인에게 중임을 맡길 것이네”


“······.”


“또, 그의 명령을 어길 시엔 군령을 어긴 것으로 여겨 엄히 다스릴 게야.”


다들 내 눈치를 보긴 했지만,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알겠나!?”


- 네. 장군

- 알겠습니다.

-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고는 체탐인을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뭔가?”


“김천손이라 하옵니다.”



이름을 듣는 순간 ‘번쩍!’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기억이 되살아났다.


김천손은 이충무공이 한산대첩에 승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이바지한 인물이었다. 그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작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조정에 보고한 장계에 김천손이란 이름을 적시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장계엔 목동으로만 쓰여 있었다.


‘아······ 그럼 김천손이 단순한 목동이 아니라, 체탐인이었나? 아니, 은퇴하고 목동이 된 건가?’


짧은 순간에 김천손을 중심으로 별동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김천손 자네가 병졸의 기골을 보고 판단하여 5명을 선발하게!”


“어찌 소인이······.”


“자네가 병사 다섯을 원하지 않았는가?”


“네······ 그렇긴 하옵니다만······.”



김천손은 여전히 군관과 갑사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신분보다는 임무가 중요하다는 것을 병사들에게 각인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어라!”


“······.”


“체탐인 김천손과 함께 움직이는 군사를 음영대(陰影隊)라 칭할 것이며, 이는 그림자처럼 은밀히 움직이는 군대이다. 그리고 김천손을 음영대장에 임명한다.”


“자, 장군······.”


김천손은 어리둥절한 상황에서도 감격한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 품계 없는 이름뿐인 대장이지만, 음영대를 맡아 주게.”


“소인이 어찌······.”


“자네가 적임이네. 만약 자네의 명을 따르지 않는 자가 있다면 내게 직보하게.”


“아, 알겠습니다요. 소인 황공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이렇게 해서 기존의 체탐인을 중심으로 음영대란 특수부대를 급조하게 되었다. 그렇게 전투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병마를 정돈하였다.


선전관 이운룡의 제2 선봉과 음영대가 먼저 출발했고, 나 역시 나머지 기병을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



멀찍이 이운룡의 부대가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하고, 한 식경(30분) 정도를 더 기다렸다. 음영대가 침투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함이었다.


때가 되었다.


본대 대열을 확인하고는 적진을 향해 돌격했다.


불과 20기의 기병이었지만, 병사들의 의기와 지축을 울리는 발굽 소리가 벌판을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멀리 여진족 진영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발굽 소리를 들었겠지만,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저들도 우리가 이곳까지 추격해 오리라곤 상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눈에 여진인의 말들이 한곳에 매여 있는 곳이 들어왔다.


나는 효시를 빼 들고 말들이 묶여 있는 곳을 향해 쏘았다.



피~휘이이잉




...



* * *


* 음영대 (陰影隊) : 그림자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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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화 - 최초의 증기선 +17 24.07.19 757 33 13쪽
22 022화 - 10,000근 +16 24.07.18 805 34 12쪽
21 021화 - 치도곤(治盜棍) +22 24.07.17 830 32 12쪽
20 020화 - 포작(鮑作)과 잠녀(潛女) +14 24.07.16 846 33 12쪽
19 019화 - 나들개 +19 24.07.15 869 34 12쪽
18 018화 - 병선조선장(兵船造船將) +10 24.07.15 905 33 12쪽
17 017화 – 어명이오! +12 24.07.14 942 27 12쪽
16 016화 - 테슬라 +10 24.07.13 952 30 12쪽
15 015화 - 정읍 전장(田庄) +14 24.07.12 963 34 12쪽
14 014화 - 배어령(輩御令) +14 24.07.11 982 30 12쪽
13 013화 - 염초장(焰硝匠) +10 24.07.11 1,003 36 11쪽
12 012화 – 야장(冶匠) 언복 +14 24.07.10 1,040 38 12쪽
11 011화 – 이름 없는 별 +12 24.07.09 1,065 33 14쪽
10 010화 – 또, 억까(抑苛) 당했다 +14 24.07.08 1,087 39 11쪽
» 009화 - 음영대(陰影隊) +12 24.07.08 1,122 32 11쪽
8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8 24.07.07 1,155 32 13쪽
7 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10 24.07.06 1,197 37 12쪽
6 006화 - 어그로(御居路) +8 24.07.05 1,289 39 14쪽
5 005화 - 격군(格軍) +12 24.07.04 1,429 35 13쪽
4 004화 – VHF 156.8 +12 24.07.04 1,538 42 15쪽
3 003화 – 76mm +10 24.07.03 1,672 46 13쪽
2 002화 - 수조규식(水操規式) +10 24.07.03 2,146 51 16쪽
1 001화 – 프롤로그, 증귀선(蒸龜船) +14 24.07.03 2,265 63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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