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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침의 서재입니다.

불멸의 이순신, 조선의 반격 - 증기와 대항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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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침
작품등록일 :
2024.07.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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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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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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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DUMMY

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냉정한 정신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서두르지 말고, 이성의 문을 두르린다.’

‘실전은 훈련처럼!’


군관과 갑사들에게 훈련한 내용을 상기시켰다.



“서두르지 마라, 임무가도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임무가도(任務加導)는 현역시절 함정의 팀웍 훈련을 위해 작성했던 임무카드를 조선 시대에 맞춰 작성한 상황 시 행동지침이었다. 또, 그것을 각자 임무에 맞춰 작성해서 항상 휴대토록 했다.


난리가 난 마당에 그것을 열어 볼 여유는 없겠지만, 평소 늘 가지고 다니며 훈련 때마다 그것을 수정·보완토록 했다. 그렇게 상호유기적인 조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가슴에 품고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묘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고, 두려운 상황에서 결정 장애를 방지할 수 있었다.


감관 임경번에게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임 감관. 군영으로 피신한 백성들에게 화살과 물을 나르도록 하고, 장정들에겐 병장기를 나눠주도록 하게”


나머지 군관과 갑사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었다. 여전히 장졸들은 불안과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전의에 불타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들어라!”


“······.”


“그간, 그대들이 고생한 것은 덫을 놓은 것이다.”


“?”


“짐승이 제 발로 덫으로 들어오는 데, 아니 기쁠 것인가?”


병사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 되물었다.


“아니 그러한가? !!!”


말의 뜻을 깨닫고는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 그, 그렇습죠.

- 육시랄 놈들 ······.


- 놈은 무슨 놈이여, 짐승이제.

- 그려 잡자!

- 오랑캐들, 다 잡아 버리자구.


- 잡자!

- 와아아아아아아 ~~~~~



군영에 울려 퍼지는 함성은 두려움을 날려 버리고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나는 녹둔도 군영 전체를 거대한 덫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약속된 방략대로 병사들이 움직여 주어야만 했고다. 주요 전술지침 하나씩 다시 점검했다.



“사수장!”


“네. 장군.”


“자네는 싸움이 시작되면, 하등(下等) 사수를 데리고, 망루 위에서 쏘는 효시에 따라 기만 사격을 시행하도록!”


* 효시(嚆矢) : 신호용 소리 나는 화살


“장군, 하등 사수를······ 거리는······.”


“어그로(御居路) 군과 망루의 사수에게 200보 거리를 두라고 해 두었네.”


“아~ 그럼, 추격하는 적이 말머리를 돌리지 못하도록 몰라는 명이시지요? 함마갱 쪽으로 말입니다.”


“그렇지. 200보(240m) 거리이니 편전(片箭)을 써야 할 것이야. 운룡의 기마대가 군영으로 들어오면, 말일세”


“네. 장군.”


“그리고 김 군관. 마름쇠는 뿌렸는가?”


“네. 선전관(이운룡)이 군영을 나서는 시점부터 뿌려 두었습니다.”


* 마름쇠 : 인마(人馬)의 이동을 저지하기 위해 바닥에 뿌리는 철제 기물. 쇠못 4개가 ㅅ자 모양으로 연결된 형상이다.



“잘했네. 자넨 나머지 살수들과 방진 중앙에 포진하여 밀리는 방어선을 지원하도록.”


“알겠습니다.


별도의 저격조 배치를 지시했던 감관(監官) 임경번이 말을 몰아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임 감관, 끝났는가?”


“네, 장군의 방략대로 상상등(上上等) 사수에게 장전(長箭, 긴 화살)으로 방진에 접근한 적을 저격하라 명했습니다.”


“나머지 사수들은?”


“방진 중앙에서 지원사격을 하다가 어그로가 둔전 창고로 이어지면, 매복하도록 일러 두었습니다.”


“그려, 수고했네.”



여진족의 대규모 침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불리한 상황, 절대적인 병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목책을 세우고 군량 창고를 비워 기만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적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위해, 중세의 지뢰라 할 만한 함마갱(陷馬坑)을 여럿 만들었다.


그것은 땅을 파고 죽창이나 녹각을 숨긴 함정으로, 적의 진격을 늦추고 적의 기병을 제압할 방책이었다.


준비는 단단히 했지만. 군관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돌아서는 순간 이일 병마사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병력을 늘려야 한다고, 수없이 건의했건만······.’


이일은 병력 증원 요청을 끝끝내 무시하였고.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일은 북도 제승방략 체계를 정립하는 등. 제법 장수로서의 소양은 갖춘 인물이었지만, 겁이 많고 편협한 자였다.


문득 현생에서 본 드라마 징비록의 한 장면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일본군에게 패하고, 포복으로 도망치면서 ‘죠또마떼!’를 외치던 장면이었다.


그때 배우 서현철이 이일 역할을 했었는데,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연기를 너무 잘해서 깊은 인상이 남아 있었다.


잡생각에 빠진 것도 잠시,


망루 위의 초병이 치는 꽹과리 소리가 다급하게 군영에 울려 퍼졌다.



챙챙챙챙챙 ······.



- 오랑캐 다아 ~



망루의 초병은 목소리를 높였다.


- 야인 기병 수백 기가 이쪽으로 옵니다.


- 기마대가 군영 북동문 쪽으로 옵니다.


- 오랑캐 기병이 우리 기마대를 쫓고 있습니다.


이운룡이 어그로(御居路)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이윽고 망루 위에서 효시가 발사되었다.



퓌위이 ~~~~ 이~



사수들이 약속된 기만 사격을 시작했다. 저마다 통아에 애기살을 매겨 곡사로 발사했다.


망루의 사수는 화살의 탄착점을 확인하고는 다시 효시를 날렸고, 궁수들은 적 기병의 후위에 계속해서 화살을 날렸다.


말발굽이 울리는 지축의 진동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작은 지진의 파동이 지표면을 뒤덮은 것 같았다.


- 두구, 두구, 두구, 두구두구

- 두 두두 두두두두 구구구구구구구



이운룡이 이끄는 기마대 10여 기는 목책 입구에 이르렀다. 그들은 몸을 뒤로 돌려 활을 쏘면서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운룡의 부대가 피험지로(避险之路)에 들어서자, 망루의 초병이 다시 효시를 날렸고 진중의 사수들이 엄호사격을 시작했다.


피험지로는 함마갱 밭 사이에 만들어 둔 안전지대였다.


야인 기병은 운룡의 기마대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었다.


여진족에게 우리 군영은 커다란 먹잇감이었다. 녹둔도 둔전에서 생산한 양곡은 물론이고, 수많은 병장기까지 비축되어 있었고 군마도 제법 되었기 때문이다.


여진의 말은 마치 먹잇감을 뒤쫓는 거대한 늑대무리처럼 이운룡의 부대를 추격하고 있었다.


함마갱이라도 만들어 둔 것이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해자를 만들거나 성을 쌓을 인력도 물자도 없었고,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함마갱이었다.


기병이 주력인 여진족 특성상, 앞 대열의 한 줄만 쓰러뜨리면 대형 전체가 사분오열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작전은 딱 1번만 쓸 수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단 한 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병사들과 백성들을 독려해서 밤낮으로 땅을 파고, 죽창과 나무 송곳을 땅속에 심었다. 그런 함마갱을 군영 주변 몇몇 곳에 만들어 두었다.


또, 적을 속이기 위해 함마갱 뒤편에도 목책을 두었다. 그리고 여진족이 욕심을 내어봄 직하게 허술한 구석을 남겨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군이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만든 피험지로에 아무런 표식을 만들지 않았다. 단지, 길눈으로만 그 길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함마갱에서 살아남은 야인을 군영 안 덫으로 끌어들일 준비를 해야 했다.



“수호장 오형!”


“명을 내리십시오.”


“병기고 만큼은 끝까지 지켜야만 하네. 살수 2개 오를 이끌고, 난입한 적을 척살(刺殺)하게”


“맡겨 주십시오.”



어그로를 위해 출병한 운룡의 기마대가 군영에 들어올 즈음, 여진족 기병의 거세진 발굽 소리가 적이 지척에 있음을 짐작케 했고. 금세 눈으로도 구름 같은 흙먼지와 말머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 두구 두구 두구 구구구구구구구구구



지축이 흔들리며 일어난 먼지구름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돌진해 오는 여진족의 얼굴까지 볼 수 있었고.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이 계책이 실패하면, 여진 기병이 군영 안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끝장을 의미했다.



‘이순신 장군도 이렇게 하셨을까?’



심장이 쿵쾅거리고 있었지만 내색할 순 없었다. 다소 동요하는 병졸들에게 누군가 소리쳤다.


- 기다려어 ~~~


나조차 두려움을 감추고 있는데 저들은 어떨까 싶었다. 더욱더 의연한 모습을 병졸들에게 보여줘야만 했다.


시나브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진 기병이 돌격해 오는 목책 앞으로 걸어 나아갔다.


정말, 이충무공이 된 것 마냥.


한 발씩 땅을 박차며 자리를 잡았다. 마치, 말뚝을 박아 넣듯 굳건히 다리에 힘을 주었다.


가슴과 허리 그리고 어깨를 활짝 펼쳤다.


오른손은 요갑(腰甲)을 집고, 왼손은 장도의 손잡이 위에 올렸다.


그것이 허세일지라도, 장병들이 가진 불안을 불식시켜야만 했다. 아니 그동안 땀 흘린 준비와 훈련에 대한 믿음을 표현해야만 했다.


고개를 들어 의연하게 여진 기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누군가 나의 안위를 걱정하여 내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장구운 ~”



악마의 군대 같은 야인의 무리가 금세라도 덮칠 것처럼 맹렬하게 돌진해오고 있었다. 마치, 여진 기병의 말이 코앞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두려움에 저절로 두 눈이 질끈 감겼다.


하지만, 그 모습을 누구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가장 앞에 서 있기에······.


귓전을 울린 발굽 소리가 더욱 거세지자 다시 눈을 부릅떴다. 악귀 같은 여진족이 금세 덮칠 것만 같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여진의 말발굽이 금방이라도 내 머리통을 부술 것 같은 순간에 다시 눈을 떴다.



- 스르르르 차야앙 ~



장검을 빼 드는 소리가 청명했다.


그것은 전투 준비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지만, 나에게 곧장 날아오는 화살은 쳐 내야만 했다.


여진 기병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읽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고, 그들도 창검을 빼 들고 죽일 듯 달려들고 있었다.


악귀 같은 야인이 괴성을 지르며 코앞까지 다가왔다.




‘와라!’



...



* * * * *


* 피험지로(避险之路)는 작중 설정상 만든 단어입니다.


* 장전과 편전에 대한 의견이 나뉠 것 같아, 남깁니다. 편전은 거리가 짧으면 (장전에 비하여) 관통력이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또한, 통아(桶兒, 덧살)를 화살을 메겨야 하는 과정 때문에 근거리 혼전에선 장전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다른 매체에선 그 멋스러움 표현하고자 근거리 저격용으로 자주 보이나, 편전은 숙련도 높은 사수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주로 사용했습니다. (미숙한 사수가 자신의 손이 편전에 꿰뚫리는 사고도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편전은 우리나라만 사용했고, 중국은 그것을 고려전(高麗箭)이라 불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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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의 변, 표지, 연재시간 24.07.03 209 0 -
10 010화 – 또, 억까(抑苛) 당했다 NEW +4 10시간 전 123 10 11쪽
9 009화 - 음영대(陰影隊) +4 24.07.08 213 9 11쪽
8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24.07.07 258 10 13쪽
» 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24.07.06 313 13 12쪽
6 006화 - 어그로(御居路) 24.07.05 345 14 14쪽
5 005화 - 격군(格軍) +2 24.07.04 391 9 13쪽
4 004화 – VHF 156.8 +4 24.07.04 455 12 15쪽
3 003화 – 76mm 24.07.03 497 14 13쪽
2 002화 - 수조규식(水操規式) +2 24.07.03 645 13 16쪽
1 001화 – 프롤로그, 증귀선(蒸龜船) +6 24.07.03 681 2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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