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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조선의 반격 - 증기와 대항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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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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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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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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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화 - 어그로(御居路)

DUMMY

006화 - 어그로(御居路)



훈련원은 물론 병조가 한바탕 시끄러워졌다. 북방의 여진족 니탕개가 일으킨 난 때문이었다.


늘 그렇듯 조선은 선빵을 맞아야 움직였다.


조정에선 이용 장군을 함경남병사로 파견하는 결정을 했다.


이용 장군은 발포 만호 시절 상관으로 모신 경험이 있었다. 용맹과 지략을 갖춘 분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조정의 결정이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그 이용 장군이 훈련원을 찾아왔다.



“자네. 나와 함께 함경도로 가지 않겠나?”


“장군! 나라에 변고가 생겼는데, 무인으로서 어찌 그 소임을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의기가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병조의 실세인 서익과 마찰에 휩쓸리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조용히 응원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게 함경남병사 이용의 종사관이 되어 변방으로 향했다.



...



함경도에 도착하자 모든 것이 익숙했다. 3년간 말뚝으로 부방 생활을 했던 곳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몇몇 병졸과 갑사(甲士)들 중엔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아이고, 종사관 나리!”


“오, 이 갑사. 자네가 어찌?”


“이곳 일이 화급하다 하여, 동구비보에서 파견되었습죠.”


“그렇구먼. 정말 반갑네그려.”



북방의 병사들도, 야인들의 습속도, 함경도의 삭풍도 모두 익숙했다.


남병사 이용 장군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함경도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공을 세우게 되었다.


여진족 수괴 중 하나인 우을기내(于乙其乃)를 생포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북병사 김우서가 내 전공을 시기하여 보고 없이 출동한 것을 트집잡은 것이었다.



‘하아~ 시바. 서익, 원균이 끝이 아니었어.’



그나마 남병사 이용의 중재와 배려로 한 품계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주변에선 공에 비해 보상이 미흡하다며 위로를 하려 했지만, 난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변방의 혼란을 잠재우는 데 일조했다는 것 그것만이 뿌듯할 뿐이었다.


그렇게 종7품 훈련원 참군이 되어 도성으로 돌아왔다.


종4품 만호에 비하면 말직이었고, 전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비록 한 품계라도 전공으로 승차한 것이 기뻤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휴직하고 고향인 아산으로 돌아왔다.


여막(廬幕, 움막)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올리면서 마치 아버님이 살아 계신 것처럼 섬겼다.



.

.

.



그렇게 3년 동안 상을 치르고 나서, 종6품 사복시 주부로 복직했다.


이후 나라 안팎이 뒤숭숭한 통에, 조정에서는 용력 있는 장수를 북방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고.


함경도 조산보 만호에 천거되었다. 종4품 만호와 녹둔도 둔전관을 겸직하여 군량 조달과 병참 업무까지 맡았다.


‘또, 함경도야?’


무인에게 변방은 공을 세울 기회의 땅이기도 했지만, 중앙에서 멀어지는 만큼 고위직으로 오르기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한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3년이나 휴직한 나를 다시 북방의 만호로 천거했다는 것은 이제라도 우을기내(于乙其乃)를 생포한 공을 인정받는 것이어서 기뻤다.


첫 번째 만호 직을 남쪽 끝 전라도 발포에서 시작했고, 두 번째는 북쪽 끝 함경도 동북 6진에 속한 조산보였다.


세종대왕 때 김종서 장군이 개척한 그곳이었다.


멀고 거친 길을 거처 조산보에 도착하니 환경은 열악했고, 병력은 태부족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환경을 탓할 순 없었다.


비옥한 녹둔도 둔전은 6진의 군량을 수급하기 위해서도 중요했지만, 여진이 동해안을 따라 남진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요충지였다.


성심을 다해 하루하루 군무에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한 안광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온성도호부사(穩城都護府使) 이억기가 둔전의 군량을 받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양녕대군의 6대손인 왕실의 종친이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10대에 무과에 급제하였고. 21살엔 경흥도호부사로 여진족을 무찌른 군공까지 세운 인물이었다.


과연 태조 이성계의 후예다운 사람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16살이나 어렸고 상관이었다. 하지만, 무인으로서 그를 경외하는 마음을 충분히 가질 만한 사람이었다.


‘아, 이 사람이 훗날 전라우수사가 되어 장군을 도운 바로 그 인물이구나.’


그가 훗날 원균 때문에 칠천량에서 전사하는 운명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 예우를 다했다.


그 역시 훌륭한 인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바른 몸가짐을 보여 주었다.


...


둔전을 관리하면서도 병사들의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월경한 오랑캐들이 우리 군에게 잡히거나, 약탈은 하지 않고 조산보 인근을 배회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여진족이었다.


그들이 하릴없이 넘어올 일은 없을 것이고. 분명 대규모 약탈을 위한 전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추수철이었다. 그들도 비옥한 녹둔도 둔전 창고에 쌓여있는 곡식을 노릴것이 분명했다.


이에, 상관인 북병사 이일 영감에게 병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수차례 전령을 보내 알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서면보고에 지쳐, 직접 찾아가서 북병사를 설득하였지만 소용없었다.


하는 수 없이 병조에 치계(馳啓)하였으나, 일개 만호의 의견은 간단히 묵살 되었고. 보고계통을 무시했다는 북병사의 미움만 사게 되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여진의 대병이 습격할 경우 시간을 벌 방책을 궁리하다가 감관(監官) 임경번을 호출했다.



“군관 임경번, 부르심 받고 왔습니다.”


“군량을 초병 숙소로 모두 옮기도록 하게.”


“만호 나리, 무슨 말씀이시온지?”


“작금의 둔전 창고는 누가 보아도 곡식 창고 같지 않은가? 그간 정탐한 오랑캐들도 이미 다 보았을 터.”


“그럼 초병들은 어디서 잡니까요?”


“군량 창고 안에도 숙소를 만들고, 다른 숙소에 분산하면 될 것 아닌가?”


“나리, 굳이 이렇게까지?”


“자네, 야인 부족이 결집하여 기천의 기병이 단숨에 몰려들면 저 군량 창고를 지킬 자신이 있는가?”


“아, 알겠습니다. 장군.”


“그리고 눈에 띄지 않게 야간에 조금씩 옮기도록 하게. 그리고”


“?”


“빈 군량 창고라 하더라도 종전과 다름없이 초병을 배치하고, 새로운 군량이 들어오면 그곳에 잠시 두었다가. 옮기도록 하게.”


“아,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수호장(守護將)은 어디 있나?”


“불러오겠습니다.”


감군 임경번이 수호장 오형과 함께 돌아왔다.



“군관 오형, 대령했습니다.”


“수호장, 일 좀 해 줘야겠네.”


“명을 내리십시오.”


“목책을 6척 높이로 보수하고, 사수(궁수) 숙소 옆에 망루를 지어 올리게.”


“어째서 군영 한가운데 망루를?”


“내 둘러보니 그곳에 망루를 올리면 군영 입구와 군량 창고가 내려 보이는 위치더군. 하여, 유사시 사수들이 군영으로 난입한 적을 저격할 수 있게 하려 함이네.”



둔전을 일구면서도, 틈틈이 병장기를 점검하고 병졸을 모아 습진(習陣, 훈련) 하느라 고단한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꿈 같은 10년이 쏜살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



고단함에 군막에서 잠이 든 것 같았다. 누군가 군막 기둥에 기대어 있는 내 몸을 흔들어 깨우려 했고, 귓등으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 장구운 ~”


‘이제 꿈에서 깨려나 보다.’ 싶은 순간 눈을 덮고 있는 눈꺼풀과 온몸을 감싸고 있는 갑주의 무게가 느껴졌다.



“장군! 일어나셔야 합니다.”


“어, 음 ······.”


“장군~ 야인 오랑캐가 쳐들어왔습니다.”


병졸은 목소리를 높였다.


“장군! 여진 기마병이 1,000이 넘습니다요.”


혼돈과 공포에 버무려진 병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을 보고 결연하고 명료한 명령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방어선 1선이 무너졌는가?”


“네. 2선 방진(方陣)으로 후퇴했습니다. 워낙 중과부적이라, 수십 명인 저희로서는 ···.”


“알겠네. 목책 뒤에서 방진 대형을 갖추게”


“장군, 한 개 여(旅, 125명)도 안 되는 저희로 막을 수 있겠습니까요?”


“그리니 중앙의 대(隊, 25명)가 약한 곳을 지원하도록 습진하지 않았는가?”


“······ 네. 장군.”



순간 현재와 미래의 두 자아가 동시에 각성한 것 같았다. 모든 기억은 더욱 선명해졌고, 들끓는 피를 이성으로 진정시키며 냉정해졌다.


투구를 쓰고 칼과 활을 챙기고 나서 군막을 나섰다.


선전관 이운룡을 찾았다. 그는 훗날 통제영까지 나와 함께하는 최측근 장수였다.



“운룡, 운룡. 어디 있는가?”



군영의 목책으로 향하는 군관 하나를 붙잡고 명령을 내렸다.



“어서 망루로 사수들을 올려 보내도록 하게.”


“네. 장군.”



이윽고 내가 찾을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이, 선전관 이운룡은 말 2필을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다.



“장군!”


“어서, 살(화살)이 부족할 것이야. 김 군관에게 군기고의 살을 가져와 보급하라고 전하게 ···.”


“이미, 목책과 망루의 사수들에게 나르고 있습니다.”


“알겠네. 어서 가세!”



이운룡과 함께 말을 타고 2선 방어진으로 달렸다.


방어 목책에 도착하자 전투가 한창이었다. 사수들은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화살을 날리고 있었고.


살수들은 여진족이 말 위에서 날리는 화살을 피해, 목책 사이사이 빈 곳에 죽창을 박아 넣고 있었다.


목책과 화살 세례로 인해 여진족 기병은 쉬이 다가오지 못하고, 전열을 정비하는 듯했다.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선전관 이운룡에게 상황파악을 지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내 군막으로 들어왔다.



“운룡, 어찌 된 일인가?”


“네. 장군. 여진 기마대 1천 여기가 둔전 일대를 침범했고, 둔전을 지키던 초병 4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아······ 그 외 다른 것은? 저들의 목적은 약탈일 것인데?”


“이곳 둔전 창고와 병기고를 노리고 침범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우리가 전열을 이렇게 빨리 갖출 것을 예상치 못했는지, 잠시 주춤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민가는! 백성들은 어찌 되었나?”


“그게······.”


“어서 말을 해 보게.”


“군영 안으로 피신하도록 사람을 보내긴 했사오나······ 벌써 수십이 끌려간 뒤였습니다.”


“아······.”



다시한번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순신 장군이 녹둔도 전투에서 여진족을 막아 내고, 군민을 구출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셨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알겠네. 중과부적인 우리의 군세로 저들을 물리치려면, 싸움을 피하고 여진 기병을 함마갱으로 유인해야 하네.”


“네, 장군. 그럼 어그로를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어그로?’


순간 깜짝 놀랐다. 현생에서 수없이 쓰던 ‘어그로’란 게임 용어를 조선 시대에 접하였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어그로? 자네가 어찌 그 말을 아는가?”


“하하. 일전에 장군이 방략(方略) 세우시면서 만들어 알려 주시지 않았습니까?”


“???”


“다스릴 어(御), 머무를 그(居), 길 로(路). 어그로!”


“······”


“적을 우리가 원하는 길로 유인하는 계책을 어그로라 칭하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꿈 같은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 그랬지······ 여튼 저들이 우리의 군세를 파악해서 일시에 들이닥치면 막아낼 방법이 없네.”


“······”


“여진 기병 1천을 우리 수십으로 상대해야 하네, 이제부터 상하는 병사가 없도록······.”


“장군께서 만드신 방략대로 수없이 습진 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알겠네. 군기가 문란한 오랑캐 부족의 특성을 이용해서 각개격파해야 할 것일세.”


“네, 장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운룡, 운룡.”


“?”


“자네가 직접 가려는 것인가?”


이운룡은 전의가 불타는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부디 몸조심하게. 운룡.”


이운룡은 무심한 듯 말을 몰아 군영을 나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군관과 오장(분대장)들의 눈빛에 일말의 불안과 결연한 의지가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내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됐다. 다가올 전투를 위해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임 감관, 둔전 창고 주변과 군영 입구에 사선을 구축하게.”


“알겠습니다. 이런 날을 대비하신······.”


“한시가 급하니 어서!”


“네. 장군.”



...



* * *



* 방진(方陣) : 사각 군사 대형을 통칭


* 살수(殺手) : 칼, 창 등 단병기(短兵器)를 든 병종.


* 오(伍: 5명) > 대(隊: 5개의 오, 25명) > 여(旅: 5대) > 통(哨: 5여) > 부(部:4통) > 위(衛: 5부)


* 척살(刺殺) : 칼 따위로 찔러 죽임.


* 치계(馳啓) : 조정에 서면으로 상주하는 것.


* 습진(習陣) : 진법(陣法) 훈련을 뜻하나, 통상 군사훈련에 쓰이는 말.


* 감관(監官) : 조선 시대 군관 중 행정업무를 주로하는 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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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화 – 또, 억까(抑苛) 당했다 NEW +4 10시간 전 123 10 11쪽
9 009화 - 음영대(陰影隊) +4 24.07.08 213 9 11쪽
8 008화 - 마니응개(亇尼應介) 24.07.07 258 10 13쪽
7 007화 - 피험지로(避险之路) 24.07.06 313 13 12쪽
» 006화 - 어그로(御居路) 24.07.05 346 14 14쪽
5 005화 - 격군(格軍) +2 24.07.04 392 9 13쪽
4 004화 – VHF 156.8 +4 24.07.04 456 12 15쪽
3 003화 – 76mm 24.07.03 498 14 13쪽
2 002화 - 수조규식(水操規式) +2 24.07.03 647 13 16쪽
1 001화 – 프롤로그, 증귀선(蒸龜船) +6 24.07.03 681 2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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